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2화(423/547)
(422) 유진은 왕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앙페르 프랑세, 곧 프랑스 제국은 입헌군주 시민제정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 신대륙에서 전하가 정한 귀족들은 전부 위법이고, 황제 폐하가 칭한 귀족들은 의회의 승인이 없는 미승인 상태이며, 부왕도 그저 행정직일 뿐이지요.”
물론 유진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당대 귀족의 개념은 오히려 19세기보다 21세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는 세습 귀족이 보편적이기에, 사실 작위 승계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기 어렵다.
나폴레옹이 공표하긴 했지만, 작위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생각한다.
곧, 법을 바꿔서 작위 세습이 가능하게 될 거라고.
왜냐하면 나폴레옹부터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상속하고 싶을 테니까.
그러나 이 문제를 굳이 들으러 프랑스 제국 외무부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탈레랑이 우아하게 에티오피아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구경하다, 유진이 불쑥 물었다.
“날 부른 이유가 그걸 통보하기 위해서입니까, 탈레랑 장관?”
“사실 제 직책이 [대신]이 아니라 [장관]인 것도, 타국의 예에 비추어보면 격이 낮은 거지요. 그렇지만 황제 폐하의 유일한 성년 양자이신 전하께, 아무런 작위가 없다면 되겠습니까?”
“에스파냐에서 국왕을 압송해오는 문제로 부른 줄 알았습니다만. 새 작위라도 줄 겁니까?”
유진의 반문에 탈레랑이 빙그레 웃다 책상 위 보고서를 응시했다.
“마세나 원수가 재미있는 결과를 내놓긴 했지요. 군사적으로는 실패, 정치적으로는 성공, 외교적으로는 참 골치 아픈 상황을 내놨으니.”
에스파냐 수도 함락, 국왕 체포, 그러나 곧이어 시가전이 벌어지면서 후퇴.
파리로 마세나가 보낸 급전이다.
무려 8만 명을 투입한 에스파냐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분명 에스파냐 국왕을 붙잡은 것은 정치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다.
프랑스 제국 원로원과 오백인 의회에서는 연일 승리를 자축하는 결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문제는 이게 외교적으로는 골치 아픈 문제란 거다.
왕을 잡았다.
그 왕은 프랑스 제국 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자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유진은 남일처럼 대꾸했다.
“이 문제는 각기 총사령부와 제국 내각, 그리고 외무부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 같군요.”
“쉬르테에서 벌써 보고를 받으셨나 보군요. 당황하지 않으시는 걸 보니.”
“내 관할에 쉬르테가 있지는 않습니다. 신대륙에서야 외국을 상대해야 해서 쉬르테 국장이 날 도왔을 뿐이죠.”
슬쩍 발을 빼는 유진을 향해 탈레랑이 커피잔에 설탕을 슬쩍 한 스푼 넣으며 말했다.
“로슈자클랭이 보아르네 가문의 여식, 에밀리 드 보아르네와 혼인한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철두철미하십니다, 전하.”
물론 그건 유진이 개입한 사안은 아니다.
“그건 그냥 연애 결혼입니다.”
“아무도 그렇게 믿지 않죠. 설마, 스테파니 드 보아르네와 샤를 소장의 혼사 거론도 연애결혼이라고 말씀하실 겁니까?”
“바덴 대공가가 황가 친족과 엮이는 것보단 낫겠죠.”
유진이 지지 않고 응수하자, 탈레랑은 묘하게 웃었다.
“그럼, 이제 부르봉과 보나파르트의 이름이 엮이는 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이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부른 모양이다.
에스파냐 왕위 승계자들이 모두 폭사한 [카두달 사건] 이래, 유진은 늘 에스파냐와 결부되어 왔다.
유진도 그 점을 이용해 누벨 프랑스를 극적으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허나 달콤한 사탕을 오래 물고 있다 보면 이가 썩기 마련이다.
이제 대가를 치를 때가 온 모양이다.
“예전부터 마리와 내 혼사 문제가 파리에서 종종 거론됐죠.”
“두 분 다 나이는 벌써 꽉 차셨으니까요. 특히 마리 왕녀는 곧 서른이 됩니다. 여자를 이렇게 오래 내버려 두는 건 곤란하죠. 신사의 도리도 아니고.”
“하지만 장관께선 그 혼사를, 항상 날 파리에서 쫓아내는 용도로 쓰려했죠.”
유진은 탈레랑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변명할 거 없습니다. 대체, 무슨 제안이 들어와 있는 겁니까? 난 장관을 알고, 장관도 나를 아니, 겉치레 말고 진짜를 말해 보시죠.”
그냥 변죽만 울리려 불렀을 리는 없다.
만약 유진을 음모에 빠뜨리려는 거라면 나중에 나폴레옹이 유진을 부를 것이다.
대체 탈레랑은 무슨 카드를 들고 있는 걸까?
탈레랑은 두 손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그럼 전장에 나가 계신 동안 변화한 상황을 말씀드려야겠군요.”
“내가 모르는 변화가 있습니까?”
“있죠. 에스파냐, 나폴리, 스웨덴. 어느 왕관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탈레랑에게 유진이 한 방 먹은 게 맞는 것 같았다.
***
생각해본 적도 없는 엉뚱한 선택권이 주어졌다.
“혼인은 인생의 중요한 일이지. 정혼자를 책임지는 건 당연하고. 하지만, 네 신분을 바꾸는 건 일생, 한 번뿐이다. 유진.”
황후 조세핀이 화사하게 웃으며 유진에게 일렀다.
물론 유진은 조세핀의 [건치]를 보며, 치아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자리였지만.
사실 조세핀이 유진의 혼사를 넘어, 왕위까지 신경 쓰는 건 원역사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허나 그때는 조세핀의 입지가 너무 약해서, [이탈리아 국왕] 지위를 원했음에도 결국 주지 못한 바 있다.
사실상 황태자, 샤를 나폴레옹을 낳은 지금은 어떨까?
유진은 확실히 역사가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어쨌든 공식적 권력이 없고, 친정이 그저 신대륙의 지주에 불과한 황후가, 유럽의 왕관을 논하고 있으니까.
유진은 식어가는 커피잔을 내려다보다 물었다.
“어머니,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님과 이런 문제를 논의 하셨다구요?”
“내가 언제? 제안을 들고 온 건 페르젠 백작이야. 또한 왕비님은 그냥 옛날부터 친분이 있던 내게 고민처럼 털어놓은 거고. 사실, 본인 딸이 스웨덴 왕비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잖니?”
“스웨덴 왕은 아들이 없다던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러자 바로 앞에서 연신 커피를 들이키던 ‘조세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게 말이다. 러시아에게 핀란드를 빼앗겼고, 폐위당해 버렸다는구나. 유진.”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북방은 지금까지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원역사에서 전쟁은 나폴레옹과 그 적수들만 일으켰던 게 아니다.
북해를 둘러싼 국가들, 곧 영국과 러시아와 덴마크와 스웨덴도 혁명 시작부터 나폴레옹의 원역사 종말까지 정말 끝없이 싸웠다.
이른바 러시아-스웨덴 전쟁도 그중 하나인데, 제1차 전쟁은 시드니 스미스가 공훈을 세운 혁명 초기 전쟁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러시아가 스웨덴과 싸울 때가 안 됐다.
아무리 북방 정보 수집을 아예 하지 않고 있었어도, 대체 언제 싸웠단 말인가?
“아니, 벌써요?”
“벌써라니?”
“그러니까, 러시아가 벌써 전쟁을 일으켰다구요? 물론 스웨덴과 러시아가 예전부터 싸우던 사이긴 하지만.”
나름 외교관을 지낸 롬바르디아 공화국 ‘통령’, 조세프 보나파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아우스터리츠에서 싸우는 사이 국경분쟁이 벌어진 모양이야. 시작은 스웨덴이 했는데, 북스회베덴 장군과 바그라티온 장군이 맹공을 퍼부어서, 되려 스웨덴이 꺾였다더군.”
“어리석군요. 러시아가 후진국이긴 해도 군사력은 놀라운데.”
“결국 올 초에 스웨덴이 핀란드 지역 전체를 빼앗겼는데, 그 결과 3월에 군부와 귀족의회가 쿠데타를 일으켰지. 이후, 왕이 된 자는 구스타프 4세의 숙부, 카를이라고 하더군.”
모두 원역사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1809년에 벌어지는 일이니 최소 2년을 앞당겨 사건이 발생한 모양이다.
또한 아주 빠르게, 고작 3개월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니 스웨덴 인들이 기존 왕에 대해 얼마나 불만이었는지 알 수 있달까.
혹은 대귀족들이 말이다.
유진은 원역사 기록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카를은 아들이 없죠.”
“맞아. 양자를 들였는데, 그 양자도 얼마 전 죽었다는구나.”
“이 소식을 가져온 페르젠은 멀쩡하구요?”
유진이 페르젠이 입국했음을 알면서도 묻는 이유가 있다.
사실, 페르젠은 바로 이 쿠데타가 일어난 후에 카를의 [양자]가 죽으면서 살해당한다.
왜냐하면 이 양자의 죽음이 페르젠의 음모라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는 전혀 무관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당시 스웨덴 민중은 그 소문을 믿었다.
그러나 몸 성하게 들어온 페르젠과 얼마 전 회담한 조세프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렇지? 이 모든 과정에서 페르젠은 방관자에 가까워. 다만 신임 국왕 카를 13세와 친분이 있어서, 왕국원수직을 지켜낸 모양이야.”
그때 국제정치에는 관심 없지만 왕관에는 관심 많은 황후 조세핀이 외쳤다.
“이건, 기회다. 유진. 스웨덴이 좀 춥다고는 하지만 큰 나라야. 먼 신대륙이나 불안한 에스파냐보다 훨씬 나아!”
“황후 폐하, 우선 나폴리 왕국에 대한 얘기도 해줘야죠.”
“그건 불확실하잖아요? 조세프, 이번에 왕이 되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 원역사에서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
나폴리 왕국의 왕으로 나폴레옹이 조세프를 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조세프는 손을 내저었다.
“난 밀라노에서 평화롭게 오래 있었습니다. 반란의 온상인 나폴리는 안 맞아요. 게다가 유진의 왕위가 먼저 아니겠습니까.”
본래 원역사라면, 오히려 나폴레옹의 후계자를 탐낼 조세프다.
또한 후계 문제로 보아르네 일가를 배척하며, 황후와도 사이가 아주 나빠지기도 한다.
허나 지금은 워낙 확고한 [친자]가 있기에, 아예 욕심 자체를 접어버린 모양이다.
아주 흥미롭게 조세프를 보다, 유진이 답했다.
“다 좋은데, 모두 한 가지를 잊고 계시는군요.”
“뭘?”
“조세프 백부님. 결국, 이 문제는 폐하께서 정하실 문제죠.”
유진은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후와 백부를 향해 말했다.
“우리가 설레발 칠 때는 아닙니다. 선택은 부황 폐하가 하실 겁니다.”
물론, 유진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이다.
***
이른바 유진 부왕궁 핵심 멤버들도, 모두 갑작스런 얘기에 주장이 엇갈렸다.
“나폴리지! 물산도 풍부하고, 따뜻하고, 미녀도 많고! 아주 좋아!”
“에스파냐가 신대륙에 거대한 식민지도 있긴 하지만, 또 얼마나 골치 아픈 나라입니까. 게다가, 지금 에스파냐로 가면, 전쟁에 휘말려야 하죠.”
“스웨덴이 차라리 낫지 않나?”
이폴리트, 조미니가 떠들다, 쥐노의 한 마디에 모두 시선을 돌렸다.
“아니, 스웨덴이 춥긴 해도 전통의 북방 강호라고. 핀란드를 빼앗긴 건, 군대를 동원해서 되찾으면 되는 거고. 게다가 러시아 견제에도 큰 힘이 되잖아?”
쥐노는 아주 탁월하진 않지만,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인다.
지금도 전략적 측면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린 셈이다.
원역사 러시아 원정 때도, 스웨덴이 배신해서 프랑스가 반전을 꾀하지 못한다는 걸 감안하면 특히 더욱 그렇다.
유진은 참모들의 판단을 듣고서 고개를 까닥이다, 시선을 돌렸다.
“다마스, 자네는 말이 없군.”
“사업이라면 당연히 나폴리입니다. 지중해 사업을 그야말로 열 배로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군사가 아닌 상업 분야, 보아르네 카르텔의 총지배인 다마스가 유진을 정시했다.
“전하, 향후 프랑스의 제위를 노리십니까? 그렇다면, 스웨덴은 너무 멉니다.”
순간, 부왕궁 집무실은 얼어붙었다.
제위, 곧 프랑스의 황제.
아직 나폴레옹은 젊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 있다.
과연, 양자 유진은 제위에 오를 수 있을까?
유진은 답하는 대신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또한, 사실 부황 폐하께만 좋지.”
그러다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마리는 어디 갔지?”
정작, 왕관의 주인 중 하나, 마리 테레즈가 부왕궁에 없었던 것이다.
유진이 왕관 선택의 기로에 선 그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