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3화(424/547)
(423) 스웨덴 국왕 조세프를 선출해보자
인생의 기로에 선 사람은 유진만이 아니다.
“스웨덴 왕비가 좋아, 마리.”
파리 교외, 이제는 왕비의 집이라 알려진 저택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커피잔을 놓으며 일렀다.
아주 우아한 커피잔 장식을 보며 마리는 생각한다.
혁명 시작 후 벌써 18년이 지난 지금, 구왕실 왕비는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인다고.
그러나 갑작스런 말에는 놀랄 수밖에 없다.
“어머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언제는 에스파냐 왕위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고 난리시더니.”
“거긴 전쟁이 터졌다고 하잖니? 잡혀 온다는 국왕은 네 먼 친척이야. 언제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이란다.”
“스웨덴은 안전한가요? 전임 국왕께선 귀족들이 쫓아냈다면서요? 게다가 그 전임 국왕은 암살되지 않았어요?”
갑자기 불러서 왔더니, 한다는 소리가 스웨덴 왕비가 되라는 얘기다.
혹시나 스웨덴 왕이랑 결혼하라는 소리인가 했더니, 그렇지는 않다.
스웨덴 국왕이 쫓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쫓겨난 왕인 구스타프 4세는 그렇다 치고, 그 부친이었던 구스타프 3세는 강압 정치를 하다 귀족에게 암살당했다.
스웨덴도 결코 왕족에게 좋은 땅이 아니다.
하물며 폴란드라면 차라리 프랑스 왕가와 통혼이라도 했지만, 스웨덴 바사 왕가는 아예 부르봉과 혼맥을 맺은 적도 없다.
대체 왜 스웨덴에서 프랑스 왕가를 원할까?
문득 앙투아네트의 옆에 앉아 있던 페르젠 백작이 입을 열었다.
“그건, 이전의 국왕들이 귀족과 의회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마리.”
마리는 페르젠을 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보란 듯이 앙투아네트와 손을 잡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또한 아무래도 하필 유진, 어쩌면 마리를 택한 게 스웨덴 왕실이나 의회의 생각이 아니라 페르젠의 음모 같아서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허나 그렇다고 이미 공공연한 애인 관계인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을 떼어놓기도 어렵다.
결국 마리는 말을 고르다, 살짝 날카롭게 쏘았다.
“왕국원수께선 국왕을 지키지 못하셨군요. 이번에도.”
“면목 없다. 하지만 유진 부왕이라면 다를 거다.”
“이제는 유진과 나까지 희생양으로 삼을 셈인가요?”
페르젠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스웨덴이 꼭 좋은 나라는 아니지만, 적어도 국가존망의 위기까지 몰릴 리는 없다. 에스파냐나 나폴리는 향후, 프랑스에 합병될 우려가 너무 커!”
이게 페르젠이 앙투아네트를 설득한 논리인 모양이다.
에스파냐 왕위에 눈 멀어 있던 앙투아네트도, 프랑스에 합병될 수 있다니 깜짝 놀랐을까.
완전히 거짓은 아니기에 더욱 그럴듯한 얘기다.
하지만 마리는 엉뚱한 나라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폴리? 그건 또 뭔가요?”
“듣지 못했니? 지금 롬바르디아와 토스카나, 제노바와 베네치아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어. 특히 롬바르디아 국가수반인 조세프 보나파르트와 수상 살리체티도.”
“그분들이 왜 파리로 오셨죠? 이탈리아 방면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밀라노나 제노바에서 따로 제게 보고가 온 건 없었는데.”
페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보아르네 카르텔의 사업에도 관여하지? 그 사업도 스웨덴에 오면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다.”
그간 신대륙에 다녀오느라 조금 손을 놨지만, 보아르네 카르텔에서 식품과 통조림, 그리고 우편 사업은 마리가 경영주다.
이는 이탈리아 원정 당시 밀라노의 통조림 공장주를 마리 명의로 하며 시작된 일이다.
당시 유진이 워낙 바빠 큰 사업 결정조차 지배인들에게 위임하고, 정작 지배인들은 군수와 금융과 무역에 신경 쓰느라 다른 업종은 방치하다시피 했다.
하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은 마리나 그 측근들이 통제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나폴리 쪽이 사업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마리는 삼켰다.
유진이 들었다면 원역사 21세기를 생각했을 때, 페르젠에게 시대를 앞선 통찰이라고 칭찬했겠지만.
마리가 고개를 젓다 다시 일렀다.
“나폴리가 무슨 말인지나 얘기해 보세요.”
“그게, 말이지. 나폴리에서 반란이 심하게 일어났다고 하더구나.”
“반란이라구요? 주둔군이 있을 텐데요?”
유럽 북쪽 끝에서 온 페르젠은 유럽 남쪽 끝, 나폴리를 본 것처럼 설명했다.
“이번 전쟁 때문에 모두 도이치 전선으로 뺀 모양이더구나. 라하르페 장군이 나폴리를 떠나자마자 반란이 일어난 모양이다.”
나폴리는 이탈리아 반도 남부의 도시 이름이지만, 또한 종종 왕국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
현재는 엄밀히 말해 [파르테노페]라는 위성공화국이 세워진 상태다.
그리스 시절 이름을 딴 국가인데, 가톨릭 성직자나 최하층민을 비롯해 반프랑스 감정이 높은 이들이 많았다.
그나마 교황청이 프랑스와 조기에 손을 잡으면서, 성직자 세력은 이탈한 상태였지만 농민층은 자주 반란을 일으키곤 했다.
특히 한때는 거의 만 단위의 농민군이 시칠리아 섬으로 도망간 구왕실과 연대해 프랑스군 전체를 뒤엎으려는 음모를 꾸몄을 정도다.
허나 당연히 프랑스 정규군에 저항할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성직자들이 비협조적으로 변한 탓에, 프랑스가 쉽게 억누르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으로 라하르페가 북진하면서, 결국 나폴리 일대가 반란으로 뒤덮인 것이다.
“라하르페 장군은 지금 스위스 방위 사령관으로 가 있다고 들었어요.”
“군사기밀도 아는 걸 보니, 확실히 유진 부왕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긴 했구나.”
“유진은 내 남편이나 마찬가지예요. 마음을 사로잡고 말고 할 것도 없죠.”
마리가 일침을 놓을 찰나, 페르젠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남편은 아니지. 나폴리로 가게 된다면, 또 다시 합스부르크 가문이나 다른 왕가의 혼사가 대두할 수도 있어. 허나 스웨덴은 달라.”
일견, 기분나쁜 말이다.
그렇지만 페르젠의 말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어쨌든 부르봉을 가장 배척한다는 건, 지난 [보나파르트] 가족 모임에서도 드러난 바니까.
마리가 입술을 다물자, 페르젠은 단언했다.
“그곳은 황제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제 몸값이 그렇게 떨어졌나요? 그래도, 에스파냐 왕위를 주장할 수 있는 상속자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미 판이 바뀌었다.”
페르젠이 앙투아네트와 마리를 돌아보며 단언했다.
“전임 왕, 카를로스 4세와 고도이가 무력하게 물러나면서, 네 승계 지위도 흔들린 거다. 에스파냐 왕위를 주장하려면, 이제 전쟁밖에 없어. 나폴리도 마찬가지다.”
오랜 외교관 생활을 한 대귀족답게, 페르젠은 정국을 꽤 정확하게 판단했다.
에스파냐는 이미 전쟁 상황에 돌입했고, 왕위는 차분히 승계될 가능성이 없어졌다.
이미 정당성이 부족했던 마리의 승계도 당연히 원점에서 시작되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귀족의회를 페르젠이 설득하고 온 스웨덴은 다르다.
“그래, 마리. 스웨덴만이 오직, 유일하게 평화로운 땅이야.”
앙투아네트가 마리를 설득하려는 순간, 마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하고 말 것도 없네요.”
“응? 그래, 역시 평화롭게 왕관을 얻는 게 좋지?”
“스웨덴으로 가든, 나폴리로 가든, 그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에요. 어머니. 페르젠도 아니죠.”
문득 마리는 눈을 빛냈다.
“내 남편, 유진 보나파르트가 정할 일이에요. 난, 유진을 따라갈 거구요.”
혹시 왕관 따위가 없더라도, 유진만 있다면 충분하니까.
***
물론 유진은 왕관을 포기할 생각까지는 없다.
“이탈리아, 나쁘지 않은 땅입니다. 부왕. 한 번 생각 해보세요.”
그래도 눈앞의 부동산 사기꾼, 살리체티를 기껍게 볼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이탈리아가 풍요로우니, 나폴레옹도 진격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나폴리가 아니라도 이탈리아 자체가 반란과 분열로 얼룩진 정치체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살리체티 수상, 언제부터 허위매물을 파시는 게, 직업이 되셨습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나는 어디까지나 부왕을 생각해서 권유하는 거요. 너무 섭섭하군. 툴롱 때부터 우리는 생사를 같이 한 사이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반란이 일어난 땅을 권해요?”
롬바르디아 공화국 수상, 살리체티가 손사래를 쳤다.
“나폴리가 아니라, 이탈리아요. 부왕. 나폴리 왕위는 그냥 시작점에 불과하오.”
요컨대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왕위를 거론한 것이다.
이른바 [이탈리아]라는 정치적 실체는 1600년 이상 존재한 적이 없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래, 이탈리아 반도는 늘 분열했기 때문이다.
허나 동시에 로마제국의 유산 때문에라도 반도를 통일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늘 존재했다.
나름 코르시카 출신에 피사 유학파로 이탈리아가 고향인 살리체티도 그런 꿈이 있었던 모양이다.
“계속해 보시죠.”
“결국 이탈리아를 하나로 묶어서 통제하는 게 효율적이오. 그런데 황제 폐하가 누굴 믿겠소? 혈족이나 양자 아니오? 애석하게도, 혈족 중에는 왕이 될만한 역량이 있는 자가 없고.”
“조세프 백부님도 여기 계시잖습니까.”
그러자 살리체티를 앞세우고 있던 롬바르디아 통령, 조세프가 고개를 저었다.
“난 평화로운 협상은 할 수 있어도, 전쟁은 못 해. 유진, 이탈리아는 끊임없이 반란이 일어나고, 또한 강대국이 침공할 땅이다. 너 정도의 군사적 역량이 반드시 필요해.”
물론 원역사를 아는 유진에겐 꼭 예언 같은 얘기이긴 하다.
향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그리고 사르데냐 왕국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되니까.
그러고 보니 유진도 너무 바빠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아직도 사르데냐 섬은 여전히 독립 세력인 상태다.
시칠리아가 그런 것처럼.
유진이 피식 웃다, 되물었다.
“스웨덴은 어떻습니까?”
“응? 어, 거기도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에 영토까지 빼앗긴 나라에 왕으로 가야겠냐? 게다가 전임 왕은 정변으로 쫓겨나고, 그 전왕은 암살당한 나라 아니냐?”
“아뇨, 저 말고. 백부님요.”
조세프가 깜짝 놀랄 찰나, 유진이 코웃음을 쳤다.
“솔직히 말하시죠. 이탈리아가 군사적 침공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든 부황 폐하가 왕위를 박탈할까 피하시는 거 아닙니까?”
조세프도, 살리체티도 입을 다물었다.
이른바 위성공화국 체제는 사실 대혁명 이후 공화정이 건재했을 때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가 제정으로 전환된 후에는 위성공화국의 지위는 애매하게 변했다.
그래도 독립의 전통이 강했던 네덜란드나 스위스는 어떻게든 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반면, 이탈리아 각 위성공화국은 사실상 프랑스의 속주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롬바르디아에서 사실상 왕과 재상 노릇을 하던 조세프와 살리체티도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니 유진을 앞세워 아예 나폴리부터 왕국 체제로 바꾸고, 롬바르디아도 왕정을 도입하자는 게 그들의 일차 목표일 터다.
그런데 이미 왕정이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에 왕으로 가게 된다면 어떨까?
“북방이지만 국가는 탄탄하고, 경제력도 충실합니다. 스웨덴은 나쁘지 않아요.”
“어, 그렇지만, 러시아가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그거야말로 프랑스가 막아야죠. 황제의 형이 다스리는 나라인데.”
유진은 호언장담하며 조세프를 정시했다.
“의회를 존중하기만 하면, 영원히 백부님의 핏줄로 왕위를 승계시킬 수 있습니다. 백부님의 딸이 여왕이 될 수도 있죠! 어떻습니까, 한 번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살리체티와 서로 돌아보던 조세프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하지만, 그럼 넌 어떤 왕위를 차지하겠다는 거냐?”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한 번 스웨덴 국왕이 되어보겠다는 소리다.
***
물론 사실, 나폴레옹은 알고 보면 스웨덴이고 나폴리고 아무 관심이 없다.
“예산! 예산이 문제야! 지금, 에스파냐가 마치 하마가 물을 삼키듯 자본을 집어삼키고 있어!”
간만에 황제의 집무실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승리의 영광에 도취 되었던 시간이 끝나고,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한 탓일 것이다.
어쩐지 돈 내놓으라고 할 것 같아, 유진은 슬쩍 말을 돌렸다.
“수도가 점령되었다던데요, 폐하.”
“가짜 국왕도 잡았지!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지? 자칭 루이 17세와 영국 대사, 그리고 핵심 인사들은 모두 도망쳤어!”
“마세나는 마드리드에서 빠져나왔다고 합니까?”
나폴레옹은 보고서를 책상에 내던지며 고함쳤다.
“그래. 퇴각의 죄를 청하는 문서가 왔군. 하! 마세나가 짐을 놀리는군. 그렇다고 칭찬할 수도 없고!”
탈레랑이 지적한 바가 정확하다.
군사적으로는 패배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이고, 외교적으로는 곤란하다.
지금 마세나가 수도 점령 직후, 퇴각한 사건이 딱 그렇다.
그렇다고 영국이나 에스파냐 대귀족들이 주도권을 잡은 상태도 아니다.
여기서 사태를 해결하려면 아예 퇴각하거나, 아니면 전면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원역사에서 전면 개입을 선택했다가 수렁에 빠졌다.
역사는 몰라도 전략적 감식안이 있는 나폴레옹으로선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진이 나폴레옹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대로 간다면, 에스파냐 전체가 무정부 상태가 될 겁니다.”
“흥, 프랑스에서 보았던 광경 아니냐?”
“공포정치였지, 무정부 상태에 이른 적은 없습니다.”
나폴레옹은 입가를 틀며 유진에게 이죽거렸다.
“꼭 남 얘기하듯 하는구나. 하, 페르젠이 스웨덴 왕관을 가져왔다고 들었지. 왜, 심장이 벌렁벌렁 뛰냐?”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 파리의 상황은 모두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푸셰나 사바리가 이미 보고서를 잔뜩 올렸을 게 뻔했다.
잠시 미소 짓던 유진이 물었다.
“달라고 하면 주실 겁니까?”
“못 줄 것도 없지! 하지만 네 아내의 상속지는 처리하고 가라!”
“그렇다면 아예 왕위를 주십시오. 단, 정당한 상속령을.”
나폴레옹이 눈을 크게 뜰 찰나, 유진이 무릎을 꿇었다.
“에스파냐 국왕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의 골칫거리를 제가 해결하죠. 대신, 스웨덴 왕은 조세프 백부님으로 정해주십시오.”
왕위 선택의 기로.
결국, 유진은 에스파냐 왕위를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