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4화(425/547)
(424) 에스파냐 왕위 승계 선언을 하다
처음부터 선택지는 하나다.
“단지, 다른 쪽을 어떻게 거절할지가 문제일 뿐이죠.”
파리의 저명한 카페, 르 프로코프에서 커피를 마시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유진은 이곳보다는 본래 보아르네 방크의 본점 카페가 더 익숙하다.
허나 신대륙으로 유진이 떠난 이후, 워낙 보아르네 카르텔이 확장을 거듭한 터라, 카페도 그 사이 문을 닫았다.
그럼 오를레앙 궁전의 외곽 건물에 딸린 카페를 이용하면 좋을 텐데, 그곳은 대중에게 개방된 장소다.
그러다 보니 명사들이 모여서 조용하고, 상대적으로 비밀이 잘 지켜지는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물론 듣고 있는 자크 레카미에 입장에서는 그냥 집으로 초대하면 될 걸 번거롭게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레카미에가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며 대꾸했다.
“정말 배부른 고민을 하는군. 누군 방크 드 프랑스에서 쫓겨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말이야.”
“그건 또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까, 무슈 레카미에?”
“아니, 내가 잘못해서 쫓겨나게 된 거면 말을 안 하지. 내 딸, 아니 아내 줄리에가 사고를 쳐서 황실 눈 밖에 난 걸 어쩐단 말인가!”
문득 유진이 커피잔을 놓으며 눈썹을 치떴다.
“설마, 샤토브리앙이랑 연애합니까?”
“어, 어떻게 알았나? 쉬르테가 그런 것도 보고해? 설마 날 사찰하나?”
“아니, 잊었어요? 원래 내 어머니, 그러니까 황후 폐하는 프랑스 사교계 최고 살롱 주인이었다구요. 사교계 소문이라면 내 귀에 다 들어오죠. 아직도.”
사실은 원역사에서도 있었던 일이라 기억할 뿐이다.
줄리에 레카미에를 아직 어릴 때 보았던 기억이 유진에게도 선하다.
그러나 줄리에는 유진이 금융계와 전장, 해외를 떠도는 사이 사교계의 화려한 꽃으로 떠올랐다.
수많은 남자들을 농락하며, 연애로 사교계를 채색하는 파리 최고의 미녀가 되었달까.
한때는 조세핀이나 마담 스탈이 차지했던 자리인데, 이제는 줄리에가 파리 사교계의 최고다.
그런데 줄리에의 살롱에는 구 왕당파 출신의 귀족들이 드나든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자가 바로 샤토브리앙, 당대 떠오르는 문호로 친 부르봉 문필가였다.
페슈 추기경의 비서이기도 한 남자라, 아직 추방당하지 않았을 뿐이다.
“황후 폐하라. 그래, 줄리에가 황후 폐하의 시녀를 거절했어! 뭐라더라, 황후 폐하가 수집하는 동물들이 싫다던가? 하지만 핑계지!”
문득 레카미에가 부들부들 떨었다.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이라 인지하지 못한 게 실수다.
사실 구왕실 말기의 불안정한 정정과 대혁명만 아니었어도, 친자라 인지하는 방식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정 불안기에 언제 죽을지 몰라 형식적 혼인으로 묶었는데, 그 결과 통제 불가능한 명목상의 부인이 되버린 것이다.
유진은 줄리에가 원역사에서 저질렀던 짓을 떠올리다 피식 웃었다.
“샤토브리앙이 황후의 시녀 따위 되지 말라고 했군요.”
“바로 그거지! 미친 왕당파 문필가 놈! 파리에서 당장 쫓아내야 해! 정숙한 귀부인들을 홀리는 게 대체 몇 명인가!”
“왕당파라, 딱 필요한 친구로군요.”
사실 샤토브리앙은 엄밀히 말해 줄리에의 애인이라기엔 조금 부족하다.
왜냐하면 줄리에는 현대식으로 말하면 어장관리는 하되, 모이를 잘 안 주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시대 살롱 마담이라면 늘 하는 [침대연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원역사에는 마흔이 될 때까지 처녀였다는 기록도 남았을 정도다.
어쩐지 안달이 나 있을 샤토브리앙의 얼굴을 떠올리다, 유진이 고개를 까딱였다.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지금 제게 필요한 인재입니다.”
레카미에가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왕관을 쓸 마음이 있긴 한가 보군.”
“그것도 부르봉 왕가의 왕관이죠.”
“하지만 에스파냐에 개입하는 걸, 파리는 꺼리고 있어, 부왕 전하. 탈레랑과 푸셰가 가장 그렇지. 왕으로 추천은 하지만, 군대는 안 된다는 거야.”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추가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마세나가 있으니까요. 부왕 근위대가 추가되는 걸로 충분합니다.”
사실 탈레랑과 푸셰야 견제 차원에서 하는 소리다.
허나 유진도 그 판단에 동의한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나폴레옹이 에스파냐에 자원과 병력을 무제한으로 퍼붓다, 결국 몰락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다만 말이야 이렇게 했어도, 정말 프랑스의 후원이 없으면 곤란하니 일침 정도는 놓을 생각이었다.
그때 레카미에가 눈을 빛냈다.
“그럼, 에스파냐에 가장 먼저 가게 되는 금융가는 누구지? 부왕 전하의 보아르네 방크 지배인인 콜로? 아니면, 로스차일드 가문인가?”
“프랑스 중앙은행의 경쟁자들은 생각도 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그 친구들은 부왕 전하께서 고른 적이 없잖아. 어라, 설마 베어링스 뱅크는 아니지?”
유진이 묘하게 웃었다.
“만약 영국이 이베리아에서 후퇴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러고 보니 요새, 베어링스 뱅크는 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상황이다.
일단 피트가 집권하면서 동인도회사의 경영권이 뒤바뀌었다.
무엇보다 프랑스 중앙은행 주주인데, 영국이 프랑스와 싸우고 있으니 꽤나 곤란한 처지가 아닐까?
조만간 영국에 한 번 사람을 보내야겠다고 유진이 생각할 찰나, 레카미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후 폐하께 잘 말해주게. 그런다면, 이번 즉위에는 우리 레카미에 방크가 뒷돈을 대지.”
“왜 콜로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겁니까? 로스차일드도?”
“굳이 날 만나자고 한 걸 보면 알지. 로스차일드야 러시아 쿠데타에 개입한 걸 징벌하고 싶은 모양이고, 콜로는 여력이 없는 거군?”
레카미에의 날카로운 지적에 유진은 상황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에, 보아르네 카르텔 전부가 엄청난 돈을 퍼부었죠. 황실 금고에서 청구서를 지불하기로 했지만, 추가적인 자금 지출은 어려워요.”
실은 이 말을 파리에 전파하기 위해 일부러 르 프로크포를 고른 것이다.
이쪽 자리를 쳐다보지 않는 척하며, 부르주아들이 귀를 쫑긋거리는 게 보인다.
최근 어려움에 처한 레카미에를 도와주면서, 동시에 여러 부르주아들이 에스파냐 투자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술책이랄까.
일순, 레카미에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한탄했다.
“이런, 우리 말썽꾸러기 줄리에가 연애질만 하지 않았어도! 정말 톡톡히 이자를 받았을 텐데!”
“혹시 이혼할 생각은 있구요?”
“무슨 뜻인가, 부왕 전하?”
유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원한다면, 재산을 인지 절차에 따라 상속하도록 만들어 드리죠. 부왕의 권력이라면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나아가, 줄리에가 샤토브리앙과 결혼하는 것도.”
파리 전체가 수군대는 소문이라도, 그게 공식화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어쩌면 사회를 속였다는 죄명으로 갑자기 추방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예나의 전승자가 되어 권력 핵심으로 복귀한 부왕이 지켜준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겠네.”
아직, 레카미에는 딸을 완전히 놓아줄 생각이 없다.
그것도 말썽꾸러기 딸이라면 더욱 그렇다.
***
황후는 별궁 말메종을 사랑한다.
“호호호! 그래서, 당신이 내 남편과 나를 그렇게 싫어한다는 작가인가요?”
이곳에는 황후가 좋아하는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가득하다.
특히 황제가 총애하는 다비드나, 누구나 좋아하는 제라드 외에도, 밀라노 때부터 총애했던 앙투안 장 그로의 그림이 넘쳐난다.
안토니오 카노바의 조각상들이 복도에 즐비한가 하면, 샤를 페르시에와 피에르 퐁틴의 거울 장식들은 눈부시다.
그러나 무엇보다 멋진 것은 장미 컬렉션이다.
본명이 로즈이기도 한 황후는 세상에 알려진 모든 장미와 식물들을 자신의 화원에 심었다.
꽃향기로 가득 찬 화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조세핀의 치아는 건치다.
벌써 44살이란 나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안인 황후를 보다, 39세의 문호가 고개를 숙였다.
“황후 폐하,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페슈 추기경의 비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할 뿐입니다.”
“그 할 일이란 게 왕정에 대한 향수를 글로 쓰는 거죠?”
“옛 시절이 미화되는 건, 누구나 그렇지요. 황후 폐하께서도 젊은 시절이 그립지 않으십니까?”
샤토브리앙의 말에 조세핀은 코웃음을 쳤다.
“난 그립지 않아요. 전 남편이 학대하고, 마르티니크로 쫓겨나야 했거든.”
샤토브리앙은 입을 다물고, 이제 30살이 된 줄리에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비록 남편이 프랑스 최고의 은행가 중 하나고, 사교계의 여왕이라지만, 감히 황후에게 비할 수는 없다.
그것도 황자를 출산한 황후다.
무엇보다 친자인 유진이 예나 승전 이후 위세가 당당한 상황이다.
만약 황후가 원한다면 재산 몰수와 프랑스 추방이 순식간에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커피가 식겠네요. 아, 줄리에? 여기 내 선물이야. 루이 이폴리테 르로이가 공급한 옷이지. 로즈 베르탱과 협업해서 만들었단다?”
“감사합니다, 폐하.”
“내 시녀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이렇게 선물을 주는 이유를 알겠지?”
황후가 떨고 있는 줄리에를 향해 커피를 권하며, 시선을 돌렸다.
“내 아들이 네 애인을 필요로 해서지. 어때요, 샤토브리앙. 도와주겠어요?”
샤토브리앙은 눈을 굴렸다.
이미 혁명 때 망명생활을 하며, 망명객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겪었다.
왕가를 쫓아낸 혁명가들도, 갑자기 황족인 척하는 보나파르트 일가도 다 마음에는 안 든다.
그러나 조금쯤 고개를 숙여도 되지 않을까?
“제 미거한 솜씨가 부왕 전하께 무슨 도움이 될지.”
“정확히는 내 아들이 아니라, 부르봉 왕가의 적통 마리 테레즈를 돕는 거죠.”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후, 조세핀이 장미꽃 한 송이를 정원에서 따다 눈을 빛냈다.
“마리 테레즈가 에스파냐 왕이 될 거예요. 내 아들은 부군으로서 또한, 왕위를 노리게 될 거구요. 당신이 뛰어난 문필로 도와줘야겠어요. 할 수 있죠?”
샤토브리앙은 눈을 부릅떴다.
마리 테레즈, 부르봉 왕가의 적통.
물론 살리카 법이 지배하는 프랑스 왕실 전통에서 딸은 왕이 될 수 없다.
허나 여왕이 종종 탄생했던 이베리아라면, 얘기가 다르다.
부르봉 왕가를 돕는 일이라면, 구 왕당파 사람들에게도 면목이 선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폐하.”
이로써 파리의 구왕당파 여론이 유진과 마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퇼르리 궁전, 홀에 파리의 권력자들이 모였다.
-빰! 빰빰! 빰빰빰!
근위 군악대가 팡파레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푸셰와 탈레랑이 주위를 살폈다.
“오늘, 정말 귀빈이란 귀빈은 전부 왔군요.”
“오원수에 내각에 보나파르트 일가와 귀족원 실력자들까지 왔군. 어, 하원의 거물들도 온 것 같은데?”
“잠깐, 저기 페르젠 백작 아닙니까? 아니, 마리 앙투아네트 전 왕비까지?”
예전 국왕 참수를 주장했던 푸셰와 탈레랑에게는 썩 달가운 손님은 아니다.
또한 보나파르트 제정 체제에 썩 환영할 인사들도 아니다.
한데 왜 페르젠과 앙투아네트까지 참석했을까?
문득 나폴레옹이 휘장을 휘날리며 들어섰다.
“이런, 이런, 이런. 귀하신 분들이 많이들 모였군. 핫하하! 자, 그럼 중대 선언을 하겠네.”
이제 나폴레옹도 38세, 아직은 그리 살집이 늘어난 상태는 아니다.
허나 슬슬 살이 찔 조짐이 있어, 조세핀과 오르탕스가 늘 잔소리를 하는 터다.
슬쩍 단 과자를 집으려는 나폴레옹의 손을 조세핀이 치자, 나폴레옹이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웨덴에서 귀족원의 결의로 특사가 왔다. 사유는 새로운 국왕의 양자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많은 논의 끝에, 짐의 형님인 조세프 롬바르디아 국가수반이 가게 되었다.”
“예? 아니, 그것은.”
“스웨덴 왕위 승계자가 아닙니까?”
바로 이게 페르젠이 온 이유였던 것이다.
물론 탈레랑도 스웨덴 국왕 후계가 필요하다는 얘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한데, 그 자리로 조세프가 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상기된 얼굴로 조세프가 고개를 조아릴 찰나, 나폴레옹이 일가의 끄트머리에 있던 큰 여동생 엘리자 쪽을 돌아보았다.
“롬바르디아의 빈자리는 짐의 매부인 바치오키가 간다.”
“바치오키 장군이? 어,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반론은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반란의 온상인 나폴리를 제압하기 위해, 짐의 동생이나 다름없는 마르몽이 진압군 장군으로 가게 될 것이다. 마르몽은 사령관이 되기 전, 내 동생인 카롤린과 혼인을 치른다.”
그저 가족 문제가 아니라 유럽의 정치지도를 바꿀 선포가 연이어 이어졌다.
심지어 외무장관 탈레랑도 알지 못했던 사안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에스파냐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유진!”
유진이 홀 중심으로 걸어 나왔다.
-뚜벅, 뚜벅, 뚜벅.
모두가 숨죽인 채 유진을 보았다.
동방의 이집트 정복자, 신대륙 누벨 프랑스 영토의 개척자, 예나의 승장.
이제는 에스파냐 문제가 유진에게 걸려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데, 정말 파리의 영광을 뒤로 하고 피레네를 넘을까?
“어떠냐. 에스파냐의 반란자들과 영국인들, 그리고 부르봉의 잔당까지. 처리할 수 있겠나?”
유진이 무릎을 꿇었다.
“신과 부황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나아가 제 [아내]인 마리 테레즈의 정당한 상속권리를 위하여, 싸워 이기겠습니다.”
순간, 나폴레옹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좋아. 혼인식은 마드리드 대성당에서 하는 걸로 하지! 짐의 아들, 유진이 에스파냐의 왕이 될 것이다!”
1807년 3월.
프랑스 제국 부왕, 유진 보나파르트가 에스파냐 왕위 주장을 선포했다.
정혼자, 마리 테레즈 카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