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5화(426/547)
(425) 공동왕 등극으로 에스파냐를 분할한다
사실, 에스파냐에 공동왕이란 그리 낯선 제도는 아니다.
“흐음, 그래서, 부군도 왕위에 오르시겠다구요? 거참.”
유진의 퇼르리 궁전 선언은 단순히 왕위 주장을 천명한 게 아니다.
바로, 유진이 직접 [왕위]를 얻겠다고 선포한 사건이다.
아예 에스파냐에 혁명이 일어나 공화국이 된다면 모를까, 왕위를 얻겠다고 한다면 마땅히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법적, 혈통적, 전통적 명분과 계통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보나파르트 가문은커녕 보아르네 가문도 당연히 왕위를 주장할 근거 따위는 없다.
만약에 마리가 없다면 말이다.
반면에 부르봉 왕가의 적통이자, 전임 국왕인 카를로스 4세가 잠정 후계자로 정했던 마리는 분명, 승계권이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마리가 여왕이 되고, 유진은 부군으로서 섭정 통치를 하기 마련이다.
허나 유진은 아예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전례가 없지는 않다.
“영국의 명예혁명도 그렇지만, 에스파냐는 종종 공동왕이 즉위한 전례가 있죠.”
유진의 천연덕스런 답에 프랑스 제국 내각 장관들은 입맛을 다셨다.
옛날 영국이 제임스 2세가 쫓겨날 때, 네덜란드 통령이었던 윌리엄은 부인이자 찰스 2세의 딸 메리의 승계권을 통해 왕좌를 차지했다.
당시 윌리엄은 메리와 함께 공동왕에 즉위했다.
이후 메리가 죽은 뒤에도 영국왕으로 통치를 계속했다.
그러니 유진의 주장이 프랑스 국익에도 꼭 어긋나진 않지만, 문제가 있다.
대혁명 이후 쫓겨난 부르봉 왕가의 딸에게 프랑스 제국이 후원을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황제의 양자이자 아직도 누벨 프랑스 [부왕]인 유진에게는 제국이 지원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유진이 제국 내각의 장관들을 보며 말했다.
“이건 내 사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익을 위하심이 아니면, 그저 여왕의 대리인으로 군림하셔도 될 텐데요. 물론 왕국이 남아 있을 때 얘기지만.”
“나도 그 문제를 거론하는 거죠. 대서양 밖의 식민지가 모두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탈레랑.”
문득 유진이 탈레랑을 정시했다.
“이대로, 계속 에스파냐가 전쟁에 휘말린다면.”
캉바세레스, 르브룅, 카르노를 비롯한 혁명의 원훈이자 제국의 공신인 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상석에 앉아 있는 나폴레옹이 결심한 바다.
그런데 굳이 부왕에게 잘못 보일 이유가 있을까?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지만, 만약 부왕이 성공한다면 에스파냐라는 거대한 식민제국이 프랑스 수중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재무장관도 아닌 탈레랑이 유진을 향해 계속 딴지를 걸어오는 것이다.
“부왕 전하, 이미 결심하신 듯한데, 본국에서 뭘 도울 게 있긴 한 겁니까?”
“군사적 문제는 베르티에 원수에게 이미 전달해 놨습니다. 제4군단 중 부왕 근위대, 그리고 마세나 제2군단 유지.”
“그걸로 충분하신 건가요? 애석하게도, 지금 마세나 장군도 마드리드 앞에서 꼼짝도 못 하는 것 같은데요.”
탈레랑이 비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외무장관이 현명하다면, 알아서 도와줄 거라 믿습니다. 내각의 다른 장관들도, 그리고 의회도.”
탈레랑의 눈살이 찌푸려질 찰나, 유진은 내각의 테이블 위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건 영국과의 대리전입니다.”
“그거야 다 아는 얘기입니다만.”
“아니, 군인이 아닌 이들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정면으로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에스파냐를 무대로 영국과 프랑스가 힘을 겨루는 전쟁이란 겁니다.”
유진의 손이 내각 회의실 구석, 지구본을 향했다.
“그 결과는 신대륙의 패권을 좌우합니다.”
요컨대 이건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 남의 나라에서 강대국이 서로 힘을 겨루는 간접전쟁이다.
직접 전쟁처럼 인력과 물자를 막대하게 소모하지 않는다.
허나 만약 실패한다면 간접전쟁의 무대가 된 나라에서 물러나야 한다.
패권 경쟁에서 밀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왜 에스파냐가 신대륙 경쟁에서 중요한가?
“지금 영국은 미국과 전쟁 중이죠.”
“부왕 전하가 만들어놓고, 버려둔 채 오신 전장이죠, 아마?”
“또한 영국 해군은 에스파냐가 지배하는 누에바 에스파냐와 남부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항해하고 있습니다.”
문득 유진이 탈레랑을 무시한 채, 장관들을 돌아보며 단언했다.
“만약, 우리가 에스파냐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해도, 시간을 너무 끈다면 남부 아메리카는 전부 영국의 수중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은 본래 원역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프랑스 제국이 원역사에서 몰락한 후, 영국은 에스파냐를 압박하는 대신 남미독립운동을 지원한다.
이후로 1820년대에 남아메리카와 멕시코가 독립하자, 영국의 자본이 투입되어 남미 일대는 사실상 영국의 경제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만약에 프랑스가 아예 에스파냐를 장악했거나, 아니면 에스파냐 전쟁을 질질 끌지 않았다면 남미 독립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득 나폴레옹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 확보한 누벨 프랑스를 비롯해, 아메리카 대륙과 연계된 이권이 전부 날아가겠군.”
“아직, 이권이 크진 않습니다. 폐하.”
“허나 만약 에스파냐가 내 아들의 왕관 아래 놓인다면?”
나폴레옹은 재무장관 몰리앙이 조심스레 건넨 조언을 무시하며 외쳤다.
“우리 프랑스 제국은 아메리카 대륙, 거의 전부를 장악하게 되는 게 아닌가!”
이미 프랑스는 누벨 프랑스라는 이름으로 북미 중앙부를 장악하는 중이다.
또한 러시아의 필리프를 앞세워 침공 중인 캐나다 지역도, 실상 프랑스가 보낸 원주민 군인이 주력이다.
한데 누에바 에스파냐, 곧 멕시코를 비롯해 원역사의 그란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칠레 일대를 장악한 에스파냐를 손에 넣는다?
사실상 프랑스가 북미 동부 해안을 장악한 미국과 브라질 지역을 제외하고, 신대륙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국이 된다.
물론 여기에는 논리적 함정이 있다.
에스파냐 왕이 된 유진이 나폴레옹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전제다.
탈레랑은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유진이 선수를 쳤다.
“그러니 군사력을 제외한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대신, 최단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결국 탈레랑은 더 이상 지적하는 대신 방임하기로 했다.
“방법이 있습니까?”
실상 나폴레옹조차도 실패한 게 에스파냐 전쟁의 조기 종전이다.
현재 마세나가 조기에 투입되었음에도 웰즐리의 게릴라 공세 덕분에 쉽지 않다.
하면, 유진에게는 뭔가 묘책이 있을까?
유진이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잊으셨군요. 에스파냐에 [공동왕]이 있던 시절, 에스파냐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그 순간 탈레랑은 눈을 부릅떴다.
이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유명한 부왕은 지금 에스파냐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
디바이드 앤 룰은 꼭 대영제국이 아니라도 정복자의 가장 좋은 통치 방식이다.
“카스티야와 레온, 아라곤을 분리한다고?”
사라고사로 가는 길, 근위대의 호위를 받는 마차 속에서 마리가 물었다.
“원래 에스파냐는 한 나라가 아니었어. 수백 년 전,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하면서, 군주 부부가 지배하면서 탄생한 정치체였지.”
“그럼 그때부터 한 나라였던 거 아냐?”
“아니야. 루이 14세의 아들, 필립, 그러니까 펠리페 5세가 등극할 때까지, 에스파냐는 여전히 다른 나라들이 군주만을 공유하는 체제였어.”
유진은 지도를 펼치며 눈을 빛냈다.
“이제, 부르봉이 지배하기 이전의 체제로 돌아가는 거야.”
이른바 지역주의는 유럽의 후대까지 남은 문제 중 하나다.
그런데 에스파냐는 지역주의가 그중에서도 심한 나라였다.
왜냐면 본래 전혀 다른 나라, 언어도 상당히 이질적인 국가를 정복도 아니고 군주의 혼사로 묶은 정치체였기 때문이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구 아라곤 왕령과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구 카스티야 왕령은 정말 오래도록 경쟁하고, 서로 죽여온 관계다.
“하지만 그러면 마드리드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날카롭군. 정확한 분석이야. 옛 카스티야 사람들은 경악하겠지. 사실 따지고 보면 신대륙 식민지도 원래는 카스티야 왕국 거였거든.”
“그럼, 반란이 더 심해지는 거 아냐?”
마리가 낯을 흐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달랬다.
“어차피 에스파냐 전체가 반프랑스 감정에 휩싸이는 중이야. 그것보다는, 차라리 분할해서 대응하는 게 나아.”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마차 밖에서 총격이 들려온다.
-탕! 탕! 탕!
마리가 깜짝 놀랐지만, 유진은 감싸며 슬쩍 창밖만 보았다.
부왕 근위대장 쥐노가 고개만 끄덕이며 속행을 병사들에게 지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잠시 습격만 하고 적들은 이탈한 모양이다.
떨고 있는 마리를 껴안으며 유진이 일렀다.
“뭐, 그렇다고 카스티야 대책이 없는 건 아냐. 너무 걱정마.”
“어,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데? 저렇게, 우리를 다들 싫어하는데.”
“협박해야지.”
마리가 눈을 크게 뜰 찰나, 유진이 차갑게 웃었다.
“이대로 전쟁이 계속된다면, 신대륙 식민지가 전부 독립할 거라고.”
그건 원역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아니, 애초에 신대륙의 지배층, 크리오요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게, 본국 에스파냐가 프랑스 침공으로 힘을 잃어서다.
어떤 의미에서는 원인제공자가 협박하는 기묘한 꼴인 셈이랄까.
마리는 의심스런 눈으로 유진을 보았다.
“그게, 정말 먹힐까?”
“우리는 카스티야의 민중을 설득할 필요가 없어. 대귀족들만 설득하면 돼.”
“혁명의 기수답지 않은 말이네. 왜 그런 건데?”
유진은 마리의 코를 슬쩍 누르며 답했다.
“왜냐면 민중에게, 넌 전임 왕이 선포한 정당한 후계자거든.”
신대륙 상실은 민중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해외의 식민지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여전히 얻고 있는 상류층의 문제다.
그러면 민중은 대체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지금도 게릴라가 되어 총격을 가하는 이들, 전부가 프랑스 침공으로 논밭과 집을 잃은 민중이다.
“여기서 신앙이 중요해지지. 신실한 가톨릭 교도이신 나의 공주님.”
가만히 눈을 깜박이던 마리가 키득 웃으며, 유진에게 바싹 붙었다.
“흥, 이혼은 절대로 못하는 거 알지?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문득 유진은 심장에 불이 붙는 기분을 느꼈다.
다음 순간, 두 연인은 마차 안에서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밖에서, 근위대장 쥐노가 들썩이는 마차를 보다 휘파람을 불 정도로, 요란하게.
***
과달라하라, 마드리드 코앞의 소도시에서 제2군단 원수 마세나가 유진을 맞이했다.
“오자마자 폭탄을 던졌군, 프라이슈츠!”
유진은 마세나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피식 웃다 되물었다.
“왜요, 민중반란이 견디기 어려운가요?”
“아라곤에서는 아주 좋아 죽긴 하던데. 우리가 상대하는 건 구 카스티야 사람들이라고!”
“조금만 기다려봐요.”
문득 유진이 도시를 둘러보다 싱긋 웃었다.
혁명 이후, 파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십자가가 돋보인다.
바로 성당의 표식이다.
이곳도 신심 깊은 교도들이 널리 사는 도시인 모양이다.
“곧, 로마에서 소식이 올 테니까.”
“무슨 소식 말이지?”
“교황 성지.”
문득 유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성 요한 기사단이 교황의 이름으로 가져올 겁니다. 신실한 가톨릭 교도는 정당한 왕에 대한 반란을 금지한다. 그리고.”
마세나가 놀랄 찰나, 유진이 낯을 붉히며 옆에 서 있던 마리의 어깨를 껴안았다.
“마드리드 대성당에서, 페슈 추기경의 축복하에 마리, 아니 마리아 왕과 ‘에우제니오’ 왕의 결혼을 거행할 것이다.”
마리아, 마리의 에스파냐식 발음이다.
에우제니오는 당연히 유진의 에스파냐식 이름이다.
그러니까 유진은 가톨릭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에스파냐의 민심을 흔들기로 한 것이다.
“이게, 내 카드입니다. 마세나.”
바로, 본래 원역사에서는 반도전쟁에서 영국인이 이용하는 프랑스 [무신론자] 루머의 역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