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7화(428/547)
(427) 에스파냐 국왕 에우제니오 1세가 탄생하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프랑스는 진심으로 에스파냐를 대한 적은 없다.
“그렇게 말하면 마세나가 섭섭하지 않나?”
“아직도 에스파냐 전역을 장악하지 못했는데, 그럴 자격이 있겠어?”
“어쨌든 마드리드는 점령했잖아.”
유진은 수석부관 이폴리트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반쯤 폐허가 된 도시를 말이지.”
다시, 마드리드는 프랑스 제국의 수중에 들어왔다.
허나 유진이 사전에 수비군 장군들을 모두 설득했음에도, 무혈입성은 어려웠다.
본래 봉기군 자체가 정규부대가 아니라 프랑스군에 저항하는 민중으로 구성된 탓이다.
결국 내부에서 열렸음에도 시가전 끝에 겨우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포연이 아직 맴도는 마드리드 시내를 걷던 유진의 등 뒤에서, 문득 침 뱉는 소리가 들렸다.
“캬악, 퉤! 어디서 날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군!”
“설마요. 우리 위대하신 마세나 원수 각하를 누가 욕하겠습니까?”
“부왕 전하, 아니, 곧 국왕 폐하가 될 귀하신 분이여, 대체 무슨 생각이오?”
군단장 근위대와 함께 시내를 시찰하던 마세나가 유진을 노려보았다.
“뭔 생각으로 귀족들의 나라를 만들어 준다고 했냐고. 이건 정말 혁명에 대한 배신이야!”
나름 오주로와 달리 제정 프랑스에 협조적이었던 마세나다.
그러나 마세나도 혁명으로 입신한 혁명군 장교였고, 대혁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시민제정이란 게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지 몰라도, 헌법을 지킨다는 데 의의를 두며 싸워왔다.
한데 정작 마드리드에서 왕이 될 유진이 귀족의 나라를 만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평소 유들유들한 마세나라도 배신감이 들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나 유진은 마세나의 분노를 마주하고도 태연했다.
문득 마세나를 향해 유진이 되물었다.
“마세나, 우리는 뭘 위해서 싸우죠?”
“뭐?”
“자유? 평등? 우애? 아니, 헛소리에요. 우리는 프랑스를 위해 싸웁니다. 내가 태어난 나라, 내가 자란 나라, 내가 살아온 나라!”
이번에는 유진이 마세나에게 낯을 들이대며 다그쳤다.
“에스파냐가 강대국이 되는 게, 프랑스에게 이익입니까? 가슴에 대고 스스로에게 똑바로 물어봐요.”
오히려 마세나가 질릴 정도의 기세다.
게다가 생각해 보면 유진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혁명은 단순히 국민들이 평등하게 잘 살기 위해 일어난 게 아니다.
귀족이 지배하는 체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평민 하사관이었던 마세나야말로 잘 안다.
사실 유진은 처음부터 로베스피에르가 꽂은 낙하산 장교가 아니었던가?
“어, 그건, 뭐, 그렇긴 한데.”
“그럼 옛날 프랑스를 생각해 보죠. 루이 16세, 내 아내의 부친이 다스리던 프랑스가 어땠죠?”
“그야 엉망이었지. 차라리 루이 15세 시절이 나았을 정도로. 고등법원과 대검귀족이 난리였잖아? 내가 괜히 밀수를 하고 다녔던 게 아니라고.”
문득 마세나의 답에 유진이 빙긋 웃었다.
“바로, 그런 나라가 될 겁니다. 이 에스파냐는.”
어쩐지 듣고 보니 프랑스 국익에는 아주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귀족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나라라니, 혁명군 장군에게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얘기다.
눈알을 굴리던 마세나가 한 마디 항변을 덧붙였다.
“저기, 혁명이 일어나면 곤란한데.”
“누가 그렇게 국정을 엉망으로 운영한대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아니, 귀족이 실권 쥐면 나라가 개판 되는 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 아냐. 그 뭐냐, 계몽군주인가가 괜히 유행한 게 아니잖아?”
18세기는 이른바 계몽군주의 전성기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예카테리나 여제, 프리드리히 대왕.
모두 계몽주의를 실현하는 군주를 자처하며, 국가를 통합하고 발전시켰다.
그렇지만 결국 군주독재의 개혁은 한계를 맞이했고, 혁명 프랑스에게 밀려난 것이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군주가 독재를 해도 나라가 개판이 되기 쉬운 건, 마찬가지예요. 마세나. 게다가, 이건 에스파냐에도 나쁜 일은 아니에요. 서로 지역끼리 자율적인 발전이 가능해지니까.”
그러나 마세나는 유진의 말을 들을수록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독재를 하는 계몽군주라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그 군주가 개판을 만들 수 있다니, 뭔가에 대한 비방처럼 들린다.
꺼림칙한 기분을 누르며 마세나가 다시 물었다.
“그거, 여왕 폐하께는 허락받은 거야?”
“마리야 내 말이라면 다 들어주죠. 어차피 정치엔 별로 관심도 없고.”
“이런, 애가 없을 때나 그렇지. 나중에 애가 태어나서, 그 왕관을 아이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해 보라고. 그때 가면 여자들 생각이 달라져.”
역시, 유부남이자 인생을 더 산 선배로서 정확한 지적이다.
지금 마리는 오직 유진만을 바라보며, 유진의 선택을 맹종한다.
그렇지만 애가 생기면 어떨까?
마리의 자녀가 다스리게 될 나라가, 귀족들에게 휘둘리는 데다, 알고 보니 프랑스의 속국이라 해도 받아들일까?
그런데 유진이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돌아섰다.
“마세나, 그때도 내가 에스파냐 왕관에 만족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마세나는 근위대장 쥐노와 함께 저 앞으로 말을 몰아 나가는 유진을 뚫어져라 보았다.
에스파냐 왕위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유진이 향후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마세나가 불쑥 아직 옆에 남아 있던 이폴리트에게 물었다.
“이거, 나보고 줄 서란 얘기지?”
“그걸 이제 알았어요? 뭐, 샤를이 많이 커서 황제 폐하처럼 대단해지면 또 모르겠지만.”
“아니, 황제 폐하 춘추가 아직 38세잖아. 최소한 20년은 더 집권한다고 치면, 그 사이 샤를 황자도 어른이 될 거고. 음.”
이폴리트는 킥킥 웃다 마세나의 어깨를 툭 쳤다.
“에이, 잘 생각해요. 마세나. 우리 유진 폐하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비상했는지 말이죠.”
고작 소장이 원수의 어깨를 치는 광경이었지만, 마세나는 그 점을 힐책할 여유가 없었다.
머리가 아주 팽팽 돈다.
계몽독재군주에 대한 비판, 에스파냐 왕위 이상의 자리, 그리고 프랑스 제국.
황제.
간신히, 마세나는 주위 근위병들에게 손가락을 세워 입단속을 지시하며 외쳤다.
“괜히 골육상쟁은 하지 말라고 해. 피 보면서 왕관, 아니 제관을 쓰는 건 좋지 않으니까.”
멀찍이 가다 듣던 이폴리트가 웃으며 말을 달렸다.
“벌써부터 걱정이시네. 유진은 원래 피 안 좋아해요. 하하!”
물론 지금 유진의 주위가 걱정할 일은 갑자기 나타날지 모를, 마드리드 게릴라다.
***
다행스럽게도, 유진의 사전 설득은 꽤 힘을 발휘한 모양이었다.
“오, 드디어 오셨군! 발라브리가 대주교!”
게릴라의 아무런 테러 없이, 마드리드 대성당에 톨레도 대주교가 도착했다.
오히려 톨레도 대주교를 본다고 비무장 민중이 저마다 밀려들어 근위병들이 벅찰 정도다.
물론 그 광경을 귀족 출신인 톨레도 대주교가 썩 마음에 들어 할 리는 없지만.
톨레도 대주교, 발라브리가는 거만하지만 정중하게 페슈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간만에 뵙습니다, 페슈 추기경 예하.”
“우리 여왕 폐하께는 인사드렸소? 참으로 아름다우시다오.”
“보았습니다. 그런 분을 저 나이가 되도록 미혼으로 버려두다니. 보나파르트 일가는 참으로 너무하군요.”
너무 늦어진 결혼을 비꼬는 보르본 왕가 출신 대주교를 향해, 페슈가 빙그레 웃으며 일렀다.
“그러니 오늘 교황 성하의 축복과 함께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 않겠소.”
본래 코르시카 아작시오 신부였던 페슈는 시골사제 특유의 서글서글함이 있다.
비록 왕가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넘치는 발라브리가였지만, 교황이 정한 추기경을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다.
또한 새로운 여왕이 부르봉의 정통 공주인 마당에는 더욱 그렇다.
문득 화제를 돌리려다, 발라브리가 대주교가 단상 앞을 응시했다.
그곳에 예복은 입은 유진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신임 국왕 폐하가 코르테스 부활을 천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음, 아마 우리 프랑스로 치면 삼부회 같은 거겠지. 맞소.”
“그 정도가 아닐 겁니다. ‘보르본’ 왕가가 들어온 이래, 간신히 통합되어 온 이 나라를 다시 찢어 버리겠다는 뜻이죠.”
필리프 5세의 손자, 발라브리가는 낯을 찌푸렸다.
“왕족이 아닌 자들은 환호할 테지만, 과연 그게 제 손녀뻘인 여왕 폐하께도 좋을까요?”
본래 보르본 왕가가 에스파냐의 왕위를 차지할 때 벌어진 사건이 있다.
예전부터 동군연합 체제였던 에스파냐를 마드리드 중앙정부 중심으로 통합해 버린 일이다.
당시만 해도 존속하고 있던 [아라곤] 왕국을 비롯한 지방 코르테스가 모두 해체된 게 그때다.
하여 현재까지 존속한 코르테스는 마드리드에 있는 카스티야 코르테스 뿐이다.
그런데 유진은 전국의 코르테스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 결국 내전 끝에 통일했던 에스파냐가 다시 분열한다는 뜻이 아닌가?
보르본 왕가의 업적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르봉’ 왕가의 시체 위에서 황가를 세운 보나파르트의 성직자, 페슈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글쎄, 그건 즉위하신 다음에 천천히 물어보도록 하시오. 자, 우리는 예식을 진행하러 갑시다.”
발라브리가는 미간을 찡그렸지만, 결국 고개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예하.”
어쨌든 지금은 부르봉이 아니라 보나파르트의 시대니까.
***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대성당 안을 울린다.
-딴, 따딴, 따따딴!
화려한 피아노 독주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가 유려한 반주를 더했다.
멀리서 활짝 열린 대성당 안을 들여다보던 마드리드 시민들의 귀를 홀릴 정도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앞에서 지휘를 하는 남자의 얼굴을 보다, 음악을 제법 안다는 하급귀족들이 떠들었다.
“우와, 저 사람 하이든 아니야?”
“이제 다 늙어서 거의 외국에 나오지 않는다던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여긴 전쟁 중인데!”
“새로운 ‘국왕’ 폐하가 억지로 불렀나 보지.”
대관식을 기꺼워하지 않는 이들도 이제 인정한다.
새 국왕이 섰다는 것을.
어쨌든 무력 봉기도 누군가 앞장서는 자가 있어야 일어나는 법이다.
한데 교회와 귀족들이 일단 새로운 ‘왕들’의 즉위를 인정했다.
그러니 모두들 일단 지켜보기로 한 거였다.
예식이 주관되던 도중, 톨레도 대주교가 앞으로 나섰다.
화려한 프랑스식 신부복을 입은 마리를 향해 발라브리가 대주교가 물었다.
“이제 마리아 여왕 폐하께서는, 부군이신 에우제니오와 신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실 것입니다. 폐하, 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일반적인 대관식에서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대관식은 특이한 점이 있다.
무려 400여년 만에 공동왕이 설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면사포를 쓴 마리가 왕관을 받아들고 돌아섰다.
“저는, 아니, 나 마리아는 신과 선조와 에스파냐의 이름으로, 국가를 수호할 것을 맹세합니다. 또한.”
성당을 가득 메운 귀족과 시민들, 그리고 군인들 앞에서 마리가 선언했다.
“나의 남편, ‘에우제니오’를 공동왕에 즉위시킬 것을 천명합니다.”
에우제니오, 곧 유진 보나파르트를 향해 마리가 왕관을 내렸다.
유진은 마리 앞에 무릎을 꿇고 왕관을 받아든 후, 머리 위에 쓴 뒤에서야 비로소 일어났다.
이 나라의 왕권이 본래는 보르본의 것으로, 마리 테레즈에게서 비롯된 왕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에스파냐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일 찰나, 유진이 입을 열었다.
“나, 에우제니오는 선언합니다.”
실로 프랑스에서도 고집하던 [미국식] 발음을 꺾었다.
이건 에스파냐 귀족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켜보는 프랑스 출신 군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당장 이폴리트와 마세나, 쥐노부터 눈을 크게 뜨며 주시할 정도다.
과연, 에우제니오가 된 유진은 어떤 일성을 내놓을까?
유진이 다시 말했다.
“옛 [히스파니아]의 전통을 존중하여, 기사들의 명예를 살리고, 코르테스를 부활시킬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다.
그러나 유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문득 유진이 눈을 번뜩였다.
“나아가! 신대륙의 신성한 영토를 침략하는, 영국을 몰아내겠습니다!”
대영전쟁 선포.
교섭하지 않는다.
영국과 싸워 이 땅에서 쫓아낸다.
곧 프랑스의 대리전을 기꺼이 치른다는 뜻이다.
에스파냐 귀족들과 성직자들, 민중이 썩 달가워하지 않을 선언을 한 순간, 곧이어 유진이 일성을 쏟아냈다.
“누에바 에스파냐는 에스파냐의 것이다!”
그 순간 알라바부터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
영국이 에스파냐의 신대륙 식민지를 노려온 역사는 실로 오래다.
왜냐면 7년 전쟁 때부터 지브롤터만이 아니라 플로리다, 그리고 다른 에스파냐 식민지까지 침략해 왔으니까.
그렇기에 에스파냐는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영국과 싸워야 할 이유가 있다.
영광의 땅, 콩키스타도르들이 정복한 신대륙 식민지를 지키기 위해.
대서양을 다시 에스파냐인들이 자유로이 오가는 바다로 만들고자 한다면.
“신대륙은 에스파냐의 것!”
“오오, 국왕 폐하여, 여왕 폐하여! 만수무강하소서!”
“에우제니오 1세 폐하, 만세!”
귀족, 시민, 그리고 에스파냐 군인들까지 외치는 소리를 듣다, 유진이 마리를 돌아보았다.
“자, 이제 단두대가 아니면 영광이야, 마리.”
왕에 오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마리는 알고 있다.
루이 16세에게 유진이 단검을 건네는 광경을 보았던 그 순간부터.
그때의 일을 용인했을 때부터, 마리는 결심했다.
이 남자와 살거나, 아니면 죽는다.
“끝까지, 함께 할게.”
1807년 4월 1일.
만우절의 날.
에스파냐왕 에우제니오 1세와 미리아 1세 공동왕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