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2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9화(430/547)
(429) 포르투갈을 내주고 에스파냐를 얻자
바야흐로 추격전이 개시되었다.
“이랴! 전군 진격! 속도를 더 내라!”
“장군! 헉헉, 이러다 본진에서 너무 멀어집니다!”
“나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야!”
바삐 따르다, 숨을 헐떡이는 라마르크를 향해 라살이 고함쳤다.
“갑자기, 우리 부왕 전하, 아니 국왕 폐하께서 기사도를 발휘하시는 바람에! 모든 게 엉망이 됐잖아!”
사실 라살은 전격기동 후 기습으로 적을 부수는 게 장기다.
특히 독자적으로 사단급 병력을 지휘했던 신대륙에서, 라살이 주로 썼던 전술이다.
한데 유진이 웰즐리를 정면으로 마주한 후, 3일이나 시간을 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여 프랑스군이 추격을 시작했을 때, 이미 영국군은 서쪽으로 도망친 뒤였던 것이다.
그때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라살을 향해, 친우 샹포 소장이 급히 따라붙었다.
“라살, 이건 좀 이상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왕이 되니 여유가 넘치나 보지.”
“바로 얼마 전, 예나에서 폐하가 속도전 펼치는 거 못 봤어? 그때 베를린 앞에서 아우스터리츠까지 기동한 속도는 우리도 따르기 힘들 정도였다고.”
샹포는 후방에서 뒤따르는 보병사단의 행군 먼지를 보다, 미간을 좁혔다.
“폐하는 뭔가, 큰 게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야.”
라살은 그때서야 말의 속도를 늦췄다.
분명 샹포의 말은 틀리지 않다.
바로 작년에 벌어진 예나 전투 직후, 유진은 아우스터리츠로 긴급 기동을 펼쳤다.
그때 몰아치던 속도를 생각하면, 유진이 여유를 준 건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미 포르투갈 국경을 넘었군. 우리가 포르투갈에 선전포고했던가?”
“선전포고는 필요 없지. 아직 영국과 교전 상태니, 제3차 반프랑스동맹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또한, 포르투갈은 영국 동맹이고.”
“이러다 리스본까지 달려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 어이, 거기! 적은 안 보이나! 라마르크!”
전위로 달려가던 라마르크가 분대와 함께 돌아와 보고했다.
“아직 없습니다! 다만, 전방 지형이 썩 좋지 않습니다!”
산지와 구릉, 언덕이 굽이친 지형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그간 고원 지대긴 하나, 기마로 달리기 좋았던 에스파냐 일대와는 딴판이다.
무엇보다 슬슬 공병대가 다리를 놓아야 건널 수 있는 정도의 강물도 엿보이기 시작한다.
기병이 움직이기 좋지 않은 전장이다.
망원경을 들어 전방을 살피던 라살이 미간을 좁혔다.
“이런, 복병을 두기 좋은 지형인데.”
신대륙에서 가져온 [선물]을 내놓으며 화사하게 웃었다.
“무슨 중세 시대야? 19세기에 무슨 복병 타령이야, 샹포?”
“우리야 폐하가 대관식을 올린 후, 이른바, [게릴라]라는 민병대와 부딪칠 일이 없었지. 하지만 마세나 원수 각하의 군단은 민병대와 자주 교전했다고 하더군. 바로 이런 장소에서.”
“흐음, 포르투갈 인들도 에스파냐 인들처럼 끈질기려나?”
그때 라살과 함께 달려온 팔라펙스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이베리아 반도지만 포르투갈인들은 성향이 많이 다르오. 애초에 카탈루냐와 카스티야인들도 기질이 다르고, 또 카스티야 내에서도 갈리치아나 레온 지역은 또 다르지요.”
팔라펙스는 마드리드 수비군에서 기병대를 담당했던 장군이다.
물론 라살 여단에 비교할 정도는 못 되지만, 그래도 준수한 기병 지휘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길잡이 겸 보조 지휘관으로 함께 따라온 것이다.
라살이 턱수염을 쓰다듬다 물었다.
“흐응, 팔라펙스 장군. 그래도 우리보단 포르투갈 방식을 잘 알겠죠? 어떻습니까, 여기서 기습전을 펼칠까요?”
“아니, 포르투갈 인들이라면 오히려 농성할 겁니다. 인명 피해가 많을 방식을 택하지 않죠.”
“그럼, 상관없겠군. 진격한다!”
다시, 라살은 진두지휘하며 속보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두두!
그런데 라살이 앞을 보다, 눈을 부릅뜨며 명령을 취소했다.
“잠깐, 말을 멈춰! 부대, 속도 줄여! 지금 당장!”
1천 명의 부왕 기병근위연대가 멈췄다.
갑자기 대군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단지 길을 막는 장애물이 구릉을 넘자마자 출현했을 뿐.
문득 [장벽]을 보던 라살이 샹포에게 물었다.
“샹포,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지?”
샹포는 뚫어져라 벽을 보다 말머리를 돌렸다.
“아무래도, 폐하께 보고를 드려야겠군. 이건, 우리 근위기병여단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야말로 성벽과 요새, 산지의 연쇄가 부왕군 앞에 나타난 순간이었다.
***
사람은 항상 다 갖고 싶어한다.
“그 욕심이 만사를 어렵게 만들지.”
“어, 그렇지만 포르투갈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인데?”
“만약 에스파냐를 포기한다면 요충지도 아니지. 게다가, 저 장벽은 나도 못 넘어.”
유진은 이폴리트에게 대꾸하며, 라살이 처음 목격한 장벽을 가리켰다.
“혹시 부황 폐하가 와도 어려울걸.”
아주 급하게 만들었는지, 대부분 토벽이다.
허나 곳곳에 나 있는 포구는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째 마지노 라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형상을 보다, 유진이 쓰게 웃었다.
“토레스-베드라스 라인인가.”
“뭐야, 그게?”
“이 근방 지역 이름이야. 완전히 하드리아누스 장벽처럼 쌓아놨군. 웰링턴, 아니 웰즐리가 축성에도 재능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는걸.”
토레스-베드라스 라인, 곧 웰즐리가 만들어낸 리스본 방어선이다.
리스본 바로 북쪽 지대인 토레스 지역과 베드라스 일대는 산지가 많다.
이곳의 지형을 이용해 외국군이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만든 것이다.
사실은 원역사에서 프랑스군이 리스본을 한 번 점령하기 때문에, 영국이 방어를 위해 생각해낸 요새지다.
물론 지금은 급하게 만든 터라 완전하지 않아서, 수행차 따라온 알라바가 지적할 정도였다.
“아직 완전한 형태의 방어선은 아닙니다. 폐하.”
“알라바 장군, 어떻게 장담하지? 게다가 ‘우리’를 지원하는 프랑스 제국군에는 구형 대포밖에 없어. 신식 보아르네식 유니콘은 전부 동부 전선에 투입됐거든.”
“공성전은 대포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문득 알라바가 의욕있게 신왕 유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만약 [마드리드 사단]에 명하신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쳐 영국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 보겠습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알라바가 웰링턴의 최고 협력자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허나 이 순간, 에스파냐의 정당한 국왕을 공격하는 쪽은 영국이다.
하여 애국자인 알라바 입장에서는 영국군을 몰아내는 게 합리적인 결론인 것이다.
유진은 빙긋 웃다 고개를 저었다.
“용맹하군. 하지만 난 충성스러운 귀족에게 전장에 나가 헛되이 죽으라 말하는 왕이 아니야.”
“이건 헛된 죽음이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영국이 사실상 포르투갈을 지배할 거고, 지속적으로 왕좌를 위협할 겁니다!”
“그것도 올바른 판단이긴 하지만, 로마나 후작과 전임 카를로스 4세가 아직도 이베리아 반도에 있어.”
문득 유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서, 시간을 끌게 만드는 게 웰즐리의 전략이다.”
이 장벽은, 원역사에서 마세나도 결국 넘지 못했다.
하물며 유진이 단기간에 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여기서 시간을 끈다면, 아직 남부에 도사리고 있는 로마나 후작군과 각지의 불만세력이 재차 봉기할 게 뻔하다.
그러면 에스파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자연히 신대륙 식민지도 모두 독립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 쥐노가 다가와 혀를 차며 물었다.
“이런, 국왕 폐하. 어쩔 거지? 지중해 함대라도 끌고 와서 리스본 공략으로 나설까?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데?”
“리스본은 당신에게는 죽을 곳이에요, 쥐노.”
“아니, 그런 악담을? 너무 한 거 아냐?”
쥐노가 기겁했지만, 유진은 피식 웃었다.
유진은 그냥 쥐노에게 악담을 퍼부은 게 아니다.
정말로, 이곳에서 쥐노는 리스본을 점령한 뒤, 패전으로 쫓겨나고, 원역사에서는 이탈리아 원정 때 입은 부상이 도져 정신병에 걸려 버린다.
그러니 리스본이 사지란 말은 거짓이 아니다.
문득 유진이 말머리를 돌렸다.
“두에로 강 이북으로 철수한다.”
“폐하! 아직 방어선이 완전하지 않을 때, 뚫어야 합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알라바.”
두에로 강, 곧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북방 경계선을 이루는 강이다.
“카스티야 군은 본래의 국경으로 돌아가, 방어전에 임한다. 이제, 에스파냐 국내를 평정할 때가 왔으니까.”
유진은 포르투갈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살라망카, 실은 에스파냐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도시 외곽에서 유진은 숙영지를 풀었다.
“폐하, 웰즐리와의 교전을 피하셨군요.”
밤의 막사로 찾아든 조미니가 실실 웃었다.
미녀라도 찾아온다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 유진 군단에는 여자가 종군하고 있지 않다.
어쩐지 간호장교로 임하던 폴린이 그리워질 정도랄까.
유진은 잡상을 떨쳐내며 대꾸했다.
“그대 눈에는 보이나 보지?”
“다른 이들이야 영국군이나 포르투갈의 방어선, 아직 카스티야 남부에 남은 로마나 후작군을 보겠지만, 저는 폐하의 전략 자체를 보니까요. 신경쓰는 건 오직 웰즐리 뿐이신 것 같습니다.”
“맞아. 웰즐리는 유럽의 다른 장군들과 다르거든.”
문득 유진이 국왕 막사의 임시 책상에 펼쳐진 지도를 응시했다.
“예전에 [인도군]에 대한 얘기를 했지, 조미니? 웰즐리가 바로 인도군을 움직이던 자다. 그자는 십만 단위의 군대가 움직이는 대규모 전쟁 경험이 있어. 그것도 승전 경험이.”
이것이 바로, 웰즐리가 원역사에서 맹활약한 진짜 이유다.
대규모 군단을 동원하는 전쟁은 유럽에서도 이제 막 시작된 상태다.
그런데 웰즐리는 10만 단위의 병력이 부딪치는 전장을 인도에서 수도 없이 경험했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는 웬만한 노장보다 훨씬 더 많은 전장 경험을 하고 유럽으로 복귀한 셈이다.
물론, 반도전쟁에서 펼친 게릴라 전의 승리는 그냥 웰즐리의 재능 덕분이지만.
“그럼, 포르투갈은 포기하시는 겁니까?”
“잘못하면 에스파냐 남부까지 포기할 판이야. 포르투갈이야 말할 것도 없지.”
“로마나 후작을 잡으셔야겠군요.”
조미니는 예리한 분석을 토대로 조언을 내놓았다.
“의욕 넘치는 마드리드 사단과 카스티야, 아라곤 군을 재편성해 대처하시죠.”
에스파냐군은 에스파냐인으로 잡아라.
조미니는 이렇게 제안한 것이다.
물론 소모전이 될 게 뻔한 전투니 귀중한 부왕 근위대나 제2군단을 소모할 수는 없다.
다만 유진은 내전을 확대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스파냐의 국력이 소모될수록 신대륙의 크리오요들이 독립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시점을 놓치면 에스파냐는 식민제국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가만히 지도를 응시하던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만, 로마나 후작이 항복할 명분도 같이 줘야겠어.”
예를 들면 무혈 항복할 명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