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2화(43/547)
(42) 암흑의 방데에서 유진발 정보공작이 시작된다
이곳이 지옥이라고 클레베르는 생각한다.
-탕! 탕! 탕!
머스킷은 연사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쉴 새 없이 총소리가 나는 이유는 곳곳에서 총을 순차적으로 쏘아대는 탓이다.
살아있던 사람들이 총에 맞아 시체로 변한다.
모두 비무장, 혹은 갈퀴 정도나 들고 있던 농민과 그 가족들이다.
“아악! 사, 살려주세요! 다, 당신도 기독교도 아닙니까!”
“닥쳐! 우리는 혁명군이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저주나 퍼부어!”
“제발, 성모마리아여! 아악!”
방데 내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의 광경이다.
이곳은 루송, 방데 지역에서는 남부에 해당하며 라 로셸 인근이다.
운하시설로 연결된 항구가 있어 방데 반란군이 한때 차지했다가, 정부군이 탈환한 곳이다.
그곳에서 청색 군복을 공화국 혁명군이 농민 패잔병들을 향해 보복 중이었다.
이 시대 전쟁은 제네바 협약도 없다.
내전은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감이 병사들에게 만연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것은 너무 심하다.
벌써 20년 넘게 외국의 전장까지 떠돌았던 준장, 클레베르가 보기에도 말이다.
그때 클레베르의 귀에 기이한 고함이 들려왔다.
“자, 벗어! 배 위에 올라가! 너희가 혁명군에게 저지른 짓이다!”
“우리가 한 적 없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벗으라면 벗고, 하라는 거 모두 다할 테니, 이 아이라도!”
“닥쳐!”
저 멀리 운하 위로 사람들을 배에 강제로 태우는 게 보였다.
발가벗기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와 여자, 남자들을 운하 위로 올린다.
병사 하나가 이를 드러내며 증오의 표정으로 외쳤다.
“네 얼굴 본 적이 있어. 지난 슈밀레 전투에서 도망가던 내, 친구를 밟아 죽인 놈이 너야!”
미처 클레베르가 말리기도 전, 배가 물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구멍을 뚫어놓은 배 위로 사람들을 올린 것이다.
아이를 껴안은 여자가 울부짖었다.
“아아, 제발, 자비를!”
그러나 모두 묶여 있는 상태다.
제대로 헤엄도 치지 못한 채, 물 아래로 사람들이 잠겨 버렸다.
병사가 그 위로 쐐기를 박듯이 돌덩이를 던졌다.
-풍덩!
멍하니 그 광경을 멀리서 보던 클레베르가 황급히 물었다.
“저건 뭐지, 대위?”
클레베르를 안내하던 대위, 장 레셸이 그쪽을 돌아보더니 심상하게 답했다.
“수장 처형식입니다, 각하.”
“누가 저런 식으로 반란자들을 처리하라고 했나? 흥분한 병사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장티푸스 예방책입니다, 각하.”
레셸 대위는 오히려 클레베르가 유난을 떤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지금 감옥에서 장티푸스가 돌아서, 다들 공포에 질려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장티푸스, 고열과 복통으로 사람을 죽이는 급성 전염병이다.
이 18세기 말에는 치료제도 딱히 없고, 백신도 없다.
위생이 엉망인 시대라,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대책도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병사들이 복수심과 함께, 아예 포로들을 죽여버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기가 막힌 클레베르가 고함쳤다.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들, 특히 수녀들을 저렇게 벗겨서 죽일 필요가 있나? 중세도 아니고, 지금은 1800년이 코앞인데!”
“하지만, 저희도 명령에 따라서.”
“명령은 얼어죽을!”
클레베르는 레셸 대위와 이곳 루송 주둔군 병사들을 향해 호통쳤다.
“여기 지휘관이 누구야! 이건 파리에서도 명령하지 않았을 일이다! 최소한 사형에 처하려면 재판을 거쳐야지!”
만약 클레베르가 일개 군인이라면 레셸은 무시했을 것이다.
혹시 지위가 높다 해도, 요 근래 혁명군에는 고속 승진한 준장들이 꽤 많았다.
허나, 클레베르는 혼자가 아니다.
그 뒤에 1만 4천 명의 라인 전장에서 싸우던 군대, 통칭 [마인츠사단]이 함께 온 것이다.
혁명정부가 방데 전역을 제압하기 위해 특별히 빼낸 부대.
그러니 레셸도, 다른 병사들도 클레베르의 병사들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레셸이 머뭇거릴 찰나, 학살 현장 중심부에서 한 장군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내가 이 방데 전역 전체의 사령관, 장 앙투안 로시뇰 소장이오. 처음 뵙겠소, 클레베르 장군.”
“사령관? 방데 방면 총책임자는 비롱 장군 아니었나? 게다가 사령관이 왜 여기 있소?”
“그 자는 파리에서 해임했소. 지금 일단 가둬둔 상태요.”
클레베르는 낯을 찡그렸다.
아르망 루이 드 공트 비롱, 바로 직전까지 라인 방면 사령관이었던 남자다.
공작의 지위를 가졌지만 혁명에 동조해 혁명군에 참전했다.
그러나 혁명 정부는 비롱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라인 방면에서 대형 의혹이 하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뒤무리에 반역 의심 사건.
혁명정부 최고의 장군 카드 중 하나인 뒤무리에가 적과 내통한다는 의혹이다.
사실 본래 원역사에서 이미 3월에 벌어졌을 사건.
그러나 10월 현재까지 뒤무리에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조세프 보나파르트의 동서가 된 오슈 때문이다.
오슈가 나폴레옹, 그리고 유진의 후원을 받은 탓에 원역사보다 라인 방면에서 더 주도권을 잡았다.
그 때문에 뒤무리에는 미처 아직 탈주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의혹이 파리와 라인 전체를 뒤흔드는 중이다.
결국 구귀족 출신 군인들 전부가 의심 대상이 되었다.
비롱 공작도 아마 그 희생양이 된 모양이다.
허나 그 후임이 눈앞의 정체 모를 로시뇰이라니 너무 심하다.
20년 넘게 전장을 떠돈 클레베르는 한 눈에 알아 보았다.
이 로시뇰이란 작자는 전쟁을 모른다.
문득 로시뇰이 피묻은 손으로 땀을 닦아내며 설명했다.
“우리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니오, 장군. 이 전장은 서로 같은 프랑스 인이 죽고 죽이는 곳이오. 당신이 싸우던 명예로운 라인 전역과 다르오.”
“뭐가 다르단 거요! 거기도 사람 죽이는 것은 똑같소!”
“다르지.”
로시뇰은 피로한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긴, 애도 죽여야 되거든.”
아주 내키지 않는 듯한 말투다.
그렇다고 멈출 생각도 없는 태도다.
시선의 끝에 끌려가는 아이와 여자, 그리고 총검을 들이미는 군인이 있었다.
나무로 된 거대한 통으로 사람을 밀어넣으며 군인이 외쳤다.
“들어가!”
“저, 저긴 압착기에요!”
“닥쳐! 어서 들어가라고! 아니면 총검으로 죽인다!”
이번에도 상상 이상의 광경에 클레베르는 로시뇰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지금, 저게 뭐하는 거요?”
로시뇰은 침중한 안색으로 보다 툭 뱉었다.
“보복이지.”
바로 포도 압착기라 불리는 나무통과 기구다.
미처 말릴 틈도 없이 병사들이 압착기를 눌렀다.
순간, 압착기가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틀어 박혔다.
-드드득!
클레베르는 실감했다.
이곳이 바로 인세의 지옥이다.
***
이 상황에서 과연 방데 전역 제압이 가능할까?
“라 로셸 쪽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장군.”
루송에 설치된 [마인츠 사단] 임시 사령부에서 클레베르는 고뇌에 쌓인 채 주저앉아 있었다.
로시뇰과 방데 진압군 주력은 현재 북쪽, 낭트로 이동하는 중이다.
현재 방데는 일종의 점과 선, 그러니까 도시와 도로를 정부군이 장악했다.
반대로 농촌 지역과 숲은 반란군이 차지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사령관의 이동도 모두 군대와 함께 이뤄져야 했다.
로시뇰은 막 제압한 루송의 방위를 클레베르에게 맡긴 것이다.
라 로셸은 루송의 남쪽.
그러니 라 로셸에서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클레베르가 맡긴 해야 한다.
하지만 클레베르는 냉소적으로 퉁퉁한 볼을 잡아당기며 대꾸했다.
“문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여길, 도살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거야.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없어!”
“아니, 그게. 마르세유에서 우편부대가 왔는데 말입니다.”
“우편부대? 아, 툴롱의 영웅이 할 일이 없어서 만들었다는 그 부대 말인가? 흥, 우편 따위가 뭐 대수라고. 그런데? 여기서 편지를 쓸 자, 있나?”
그때 클레베르의 부관, 부앙 드 마리니 대령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장군. 그 부대가 라 로셸에서 지휘권을 박탈하고, 현지 부대를 장악해 버렸답니다.”
“뭐? 설마 반란인가?”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장군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지휘관이 군법을 위반했다는 고발입니다.”
클레베르는 상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당장 클레베르부터 마인츠, 프랑스어로는 마옌느라 불리는 곳에서 방데로 온 후 충격만 받았다.
어쩌면 로시뇰과 마주했을 때,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클레베르가 반란을 일으켰을지 모른다.
툴롱에서 온 친구들이 흥분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클레베르는 냉소적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사령관이 군법을 위반 중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
“거절할까요?”
“됐어, 오라고 해! 툴롱의 영웅이 보낸 부하들에게 세상사를 알려줘야겠지. 이 세상은 개 같은 거라고!”
꽤 오래 전장을 떠돈 클레베르다.
그러니 전쟁이 비인간적인 것이며,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민간인을 이렇게 학살하는 전장은 클레베르도 처음이긴 했다.
하지만 혁명기가 아닌가?
자칫 항명하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모두 단두대로 갈 수도 있다.
이 방데의 사령관이었던 비롱부터 파리에서 맞이할 운명이다.
그런데 클레베르는 정작 사령부로 들어서는 ‘지휘관’을 보다 다시 경악해야 했다.
“신고합니다. 마르세유 특수연대 소속, 지휘관 대리 유진 드 보아르네 소령입니다. 나폴레옹 장군께 명을 받고, 방데의 우편 상황 점검을 위해 왔다가, 라 로셸 연대의 지휘권을 인수했습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애다.
옆에는 보호자처럼 보이는 마르소 소령도 있고, 멀뚱히 뒤에 부동자세로 선 대령 투로도 있다.
그런데 정작 지휘관이라고 나선 쪽은 어린애다.
기가 막힌 클레베르가 유진을 내려다 보다 물었다.
“맙소사. 이 나라가 정말 망했군. 너 몇 살이냐?”
“이제 곧 내년이면 13살이 됩니다.”
“미쳤구나! 13살짜리가 전장에 투입된 것도 어처구니 없는데. 뭐? 소령? 누구야, 널 그 자리에 밀어 넣은 게! 잠깐, 보아르네라고 했나?”
문득 클레베르가 낯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드러냈다.
“혹시 네 아빠가 전직 의회 의장, 그 놈의 보아르네 장군이냐?”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보아르네 후작가의 차남으로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
혁명이 시작되자마자 잽싸게 말을 갈아타, 라파예트의 측근으로 승승장구했던 기회주의자다.
국민공회의 전임 의회인 국민의회에서 잠시 의장을 지냈고, 지금은 라인방면군 사령관 중 하나다.
얼마 전까지 클레베르가 일했던 군단의 지휘관이기도 했다.
물론 무능했고, 덕분에 클레베르는 적군에게 잡혔다.
이 상황에서 알렉상드르가 교섭을 통해 빼낸 게 바로 이곳에 온 마인츠 군단이다.
마인츠에서 포로가 되었던 불명예 병사들.
내전 진압으로 공을 세워, 이 불명예를 씻기 위해 파견된 군대랄까.
물론 알렉상드르는 나름 부하들 목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클레베르 입장에서는 도저히 좋게 보기가 어렵다.
그 아들로 추정되는 꼬마를 소령으로 꽂아 넣기까지 하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런데 ‘연줄’로 임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년, 유진이 싱긋 웃었다.
“역시, 참된 군인이시군요. 전장밖에 모르는.”
클레베르가 기가 막혀 한대 때려줄까 하다 물었다.
“그 건방진 소리는 뭐지?”
“여기, 저 말고 또 다른 소령도 있습니다. 프랑수아 세베랭 마르소 소령입니다.”
“그럼 너 같은 애송이 말고, 마르소 소령이란 저 자가 부대를 소개했어야지!”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지금 제가 말할 얘기는, 우리 마르소 소령은 감히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이라서요.”
“무슨 소리냐? 아, 라 로셸? 그곳 따위는 잊어버려. 어차피 방데 반란군이 곧 여기 또 쳐들어올 거다. 우리는 죽이러 갈 거고. 병사와 농민, 전부 다!”
“그걸 일단 군인만 죽이는 체제로 바꿔야죠, 장군님.”
문득 유진이 낮게 말했다.
“사령관을 교체해서 말입니다.”
그 순간 사령부에 있던 마인츠 사단 장교들이 모두 경악했다.
장 부앙 드 마리니 소령, 샤를 마티외 이지도르 데캉 소령, 장 크리소스토메 브루네토 드 생 수잔 소령.
부관 마리니와 함께 클레베르의 휘하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장교들.
이 중에서 데캉과 생 수잔은 인도까지 가서 활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라인에서 싸우다 방데로 투입된 평범한 군인들이다.
사령관을 교체한다니 상상도 못할 소리에 모두 얼어붙었다.
다만 그 중심에 있는 클레베르는 그저 평범한 군인만은 아니었다.
클레베르가 낯을 찡그리다 유진을 노려 보았다.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프리메이슨.”
“뭐?”
유진은 클레베르를 정시하며 승부를 걸듯, 말을 던져왔다.
“장군께서는 본래 석공이자 건축가고, 프리메이슨의 정통 회원이죠. 제 소개를 다시 하겠습니다.”
클레베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 유진이 자신을 소개했다.
“당대 프랑스 프리메이슨 그랜드마스터, 라파예트 장군의 수하. 유진 드 보아르네입니다. 공주의 기사라고 하시면 아시겠죠?”
프리메이슨.
역사 속에 이집트 최초의 프리메이슨 로지(회의체)를 만든 것으로 기록에 남은 남자.
석공 클레베르가 유진을 보다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를 들어보지.”
그러니까, 클레베르도 숨은 ‘입헌군주파’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
이 혁명기에 프랑스 인구는 이미 2500만을 넘었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 사회를 주도하는 엘리트는 소수다.
꼭 인구 3프로라는 귀족계급이 아니라도, 혁명 주도 부르주아 역시 소수다.
이미 60만을 넘어선 프랑스 혁명군도 장교 계급쯤 되면 소수다.
그렇게 때문에 유진과 클레베르도 한 다리 건너면 인맥이 있다.
알렉상드르라는 악연, 그리고 라파예트라는 인연이다.
유진은 임시 사령부 책상에 방데 지도를 펼친 채 설명했다.
“지금 방데에서 증오는 불가피합니다. 왕당파는 이미 공화파를 학살했어요. 병사들이 분노와 복수심에 차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사실 학살은 왕당파 쪽이 먼저였다.
이른바 서부 해안, 마슈쿨에서 벌어진 마슈쿨 학살만 해도 그렇다.
수백명의 공화파 시민들을 농민들이 습격해 학살했다.
여기에 내전 특유의 습격이 빈발해, 진압을 위해 투입한 병사들 중 기습으로 죽어나가는 이들이 속출했다.
자연히 강제 징집 후 투입된 혁명군이라도 분노에 찰 수 밖에 없다.
물론 아주 젊은 시절부터 직업군인이었던 클레베르는 냉소적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다 죽이자고?”
“그럴 수야 없죠. 또 그렇게 하면 전쟁이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을 다 죽이면 몰라도.”
“하, 이러다 이 지역 주민 30만 명을 싸그리 죽이자고 할 판이군.”
클레베르가 혀를 차는 순간, 유진이 대꾸했다.
“로시뇰이나 그 위에 있는 카리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장군.”
물론 클레베르는 과장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원역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초토화 작전.
유진의 뒤에 서 긴장한 채 서 있는 투로 대령이 하는 일이다.
얼굴만 보면 전혀 학살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로시뇰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학살자였을까?
혁명의 광풍을 현실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곧이 곧대로 명령을 수행하기만 하면 이렇게 된다.
자기 생각 없는 관료형 인간들이 저지르는 짓이랄까.
물론 클레베르는 정반대다.
낯을 찌푸리다 클레베르가 되물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사령관을 교체해야죠. 그리고 적을 민간인이 아닌 군인으로 축소하고, 민간인은 위무해야 합니다.”
“말은 쉽군. 모두 어려워. 당장, 내 부하들도 통제가 안 될 판이야.”
사실 마인츠 사단, 혹은 마옌느 사단도 이 지역을 통제하면서 흥분하는 중이다.
이미 전쟁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쉽게 사람을 죽인다.
만약 왕당파 반란군이 주민을 이용해 습격해 온다면, 역시 보복전에 나설 게 뻔하다.
유진은 지도 위, 사령부가 있는 낭트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러니까, 사령관을 교체해야죠. 마인츠에서 패배하고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군.”
“모욕인가?”
“명예를 회복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빤히 유진을 보던 클레베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클레베르는 라인에서 뛰어난 공적을 세웠다.
그러니 준장으로 진급한 것이기도 하다.
허나 결국 패배해 포로로 잡혔고, 그 결과 라인이 아닌 이곳 내전 현장으로 투입되었다.
군인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전장으로.
이곳에서 명예를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
아무리 라파예트의 측근이라도, 눈앞의 유진은 13세가 채 안 된 소년이다.
그러나 유진은 자신감 있게 웃었다.
“사령관 교체는 제 전문입니다. 장군. 결심만 서신다면, 단숨에 교체해 드리죠. 장군이 손해보실 건 없습니다.”
어차피 유진은 나폴레옹의 휘하, 마르세유 사령부 소속이다.
문제가 생긴다면 나폴레옹이 책임질 터, 클레베르가 문제될 일은 없다.
게다가 알렉상드르에 라파예트까지 연줄이 있으니, 유진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이 클레베르를 움직였다.
“좋아. 이 전장, 내가 맡아보지. 사령관을 교체해 주게. 뭘 준비해야 하나?”
유진은 간명히 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은 로시뇰을 패배시키는 겁니다. 그걸 위해, ‘팜플렛’을 뿌릴 겁니다. 단, 한 장짜리로.”
아직 [삐라], 그러니까 선동 선전물이 없는 시대.
유진은 루머를 퍼뜨릴 수단으로 선동 팜플렛을 뿌리기로 한 것이다.
책자가 아닌, 한 장짜리 ‘삐라’의 형태로.
***
비록 전신조차 없는 시대라도, 소문은 전장에서조차 퍼지기 마련이다.
“이게 다 뭐야?”
수많은 인쇄기 앞에서, 부관 이폴리트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라 로셸, 유진이 투로 연대를 장악한 후 이 소도시의 통제권은 유진의 손에 들어왔다.
아무리 소도시라도 7년 전쟁 때까지는 번영했던 항구 도시다.
18세기 유럽 문명의 첨단 기계, 인쇄기 정도는 존재한다.
물론 돈이 들지만, 전시에 군대란 민간 물자를 강제징발하는 법.
사실상 포로나 마찬가지가 된 라 로셸 주민들이 끌려 나와 일하는 중이었다.
죽이지는 않는 대신, 강제 노동을 시키는 악덕 금융가, 유진이 대꾸했다.
“인쇄기.”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대체 뭘 인쇄하는 거냐고.”
“간단해. 붉은색은 적군 지역에 퍼뜨릴 ‘프로파간다’고, 청색은 아군에게 퍼뜨릴 ‘정보지’야.”
프로파간다, 본래 라틴어로 선교를 의미하는 용어다.
이 의미가 전용되서 후세에는 ‘선전선동’의 대명사가 된다.
이른바 사실과 루머를 섞어 여론을 선동하는 정보공작의 총칭이랄까.
지금 유진이 만들고 있는 ‘1장’짜리 팜플렛이 그 핵심이다.
전신도, 전화도, 라디오도 없는 시대.
사람들은 종이로 정보를 얻는다.
예를 들면 고작 삽화 하나로 ‘공주의 기사’ 유진이 마르세유까지 알려졌듯이.
-철컥, 철컥, 철컥!
커다란 글자가 인쇄기로 종이 위에 찍히는 모습을 보다, 이폴리트가 한 장 집었다.
“흐음, 내용을 볼까. 엥?”
그 순간, 이폴리트는 눈이 튀어나올 듯 경악해 버렸다.
-〈루이 17세는 영국에 프랑스를 팔았다!〉
-〈방데 왕당파군의 화약과 병기는 모두 영국에서 오는 것이다. 라 로슈자클랭은 영국의 노예다! 귀족들은 성공회 악마들의 나라, 영국으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다.〉
-〈오, 매국노들이여! 가톨릭 신앙과 조국을 버리고, 프랑스를 팔아치우는가?〉
18세기 말, 유럽은 벌써 삼원색을 이용한 칼라 인쇄가 가능하다.
물론 쉬운 기술은 아니다.
허나 항구 도시쯤 되면 칼라 인쇄가 가능한 인쇄기도 있고, 인쇄공도 존재한다.
단지 본래는 무척 돈을 줘야 가능할 뿐이다.
강제징발로 일을 시키는 대신, 유진이 인쇄공에게 요구한 바는 간단했다.
하나는 새빨갛게, 다른 하나는 새파랗게 글씨를 찍어라.
새빨간 쪽이 방데 반란군 비방, 새파란 쪽은 혁명정부군에게 뿌릴 선전지다.
요컨대 이폴리트가 보는 방데 반란 비방 선전지는 새빨간 글자였다.
난생 처음 보는 ‘프로파간다’ [삐라]에 정신이 혼미해진 이폴리트가 비틀거리다 물었다.
“이게 뭐야?”
“뭐긴? 방데 반란군은 영국과 결탁한 매국노들이라고.”
“진짜야?”
전신, 전화, 라디오, 나아가 영상 매체가 없다는 것은 정보 자극이 적다는 뜻이다.
이런 커다란 글자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게 이 시대 사람들이다.
새삼 그 사실을 확인한 유진이 흡족히 웃었다.
“화약이 어디서 나오겠어? 뭐, 사실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농민들이 그렇게 믿는 게 중요한 거지.”
노르망디, 툴롱, 그리고 방데.
현재 왕당파가 반란을 일으켰던 지역들이다.
자체적으로 반란이 일어난 리옹을 제외하면, 모두 해안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누가 반란군을 후원했을까?
대놓고 영국군이 진입한 툴롱이 아니라도, 영국 해군의 물자 공급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프랑스 혁명정부 정규군조차 화약이 모자라, 훈련 시 실탄 발사를 잘하지 못하는 와중이다.
일개 농민반란군이 화약병기를 구사하는 일은 보통 사안이 아니다.
누군가 화약 공급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실제야 어찌되었든 이 선전지는 방데 주민들이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민족주의가 이제 막 태동하기 직전, 18세기 말이다.
그것도 프랑스와 경쟁자이자 원수였던 영국의 도움을 받는다?
아무리 반란군이 신앙으로 뭉쳤다 해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국은 가톨릭 국가도 아니다.
이폴리트가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청색 글자가 적힌 쪽을 집었다.
“그럼, 이쪽은. 응? 어. 음.”
청색 선전지 쪽도 만만치 않았다.
-〈로시뇰과 카리에는 파리 국민공회의 명령을 속이고 집단 학살, 강제 익사를 실행하고 있다!〉
어째 누가 발행했는지 들키면, 군법으로 처형당할 것 같은 선전지다.
물론 유진은 우편중대를 이용해 퍼뜨리겠지만, 너무 선동적이다.
또한 집단 학살은 국민 공회가 시켰던 게 아니었던가?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야?”
유진은 그 인쇄물을 내려다보다 말했다.
“전쟁에서 말야. 보복 살인은 피하기 어려워.”
“그건, 음. 그렇지. 나도 같은 전우들 죽는 거 보면 눈이 뒤집어 지더라고.”
“하지만 산발적인 살해와 조직적인 학살은 완전히 달라. 특히 지금과 같은 군 조직에선, 체계적인 명령 없이는 학살이 이뤄지기 어렵지.”
앞으로는 전장에서도 20만 대군이 충돌하는 ‘총동원’의 시대가 온다.
허나 당장은 아직, 전장에서 부딪치는 규모는 수만 대 수만 정도다.
나아가 민간인을 보복 살해하는 것과, 조직적으로 집단 학살하는 것은 단위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수십 명이 우발적으로 죽을 일이, 수만 명이 살해당하는 비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저 병사들이 발작한다는 이유로, 학살이 벌어질까?
13세기 중세도 아니고, 지금은 18세기 말이다.
유럽쯤 되면 병사들도 대체로 읽기는 할 줄 알거나, 최소한 성경 정도는 안다.
이른바 야만인이 아니란 얘기다.
때문에 수만, 혹은 수십만이 죽는 집단학살은 그저 병사들의 분노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조직화 된 군대 체계가 만들어내는 참사다.
유진은 여전히 공포에 질려 있는 인쇄공들을 흘깃 보며 낮게 말했다.
“요컨대 지금 이 방데에서 벌어지는 학살은 사령부 차원에서, 명령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야. 그걸 모두가 인지할 필요가 있어. 특히, 파리의 로베스피에르가.”
로베스피에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다.
학살이 시작됐고, 이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니,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는 사실만 인지하면 된다.
이런 선전지가 뿌려지기 시작한 이상, 그 부담은 확실히 발생한다.
그러나 이폴리트는 아직 의문인 점이 있었다.
“이걸 로베스피에르가 어떻게 알아?”
파리에서 라 로셸까지는 470킬로미터다.
좀 더 가까운 낭트라도 38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가 있다.
대체 그 먼 곳에 있는 로베스피에르가 이런 선전지를 어떻게 알까?
유진은 냉소하며 대꾸했다.
“로베스피에르는 의심 많은 사람이야. 의원 하나 보내고, 안심하고 맡겨놨을 거 같아?”
틀림없이 정보 수집 차원에서 탐색자를 파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런 얘기기도 하다.
이 시점까지, 학살을 로베스피에르가 방관하고 있다는 거다.
***
혁명은 일개 대학생을 외교관으로 바꾸기도, 혹은 ‘스파이’로 만들기도 한다.
“정말 이 방데는 끔찍하군.”
아직 18세, 하지만 꽤 단단해 보이는 얼굴의 청년이 땀을 닦으며 말을 몰았다.
청년의 이름은 마르크 앙투안 줄리앙.
똑같은 이름을 가진 국민공회 부의장 부친을 둔 일종의 혁명가 집안, 금수저다.
본래도 꽤 부유한 프랑스 남부 부르주아 집안이지만, 혁명이 시작되면서 상층으로 떠오른 가문이다.
덕분에 아직 어린 줄리앙은 무려 외무위원장 콩도르셰에 의해 외교관으로 발탁되었다.
런던으로 망명간 프랑스 구귀족들과 영국 의회에 소통 라인을 만들던 게 줄리앙의 임무였다.
꽤 능수능란해 줄리앙은 무려 2명의 연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망명귀족 탈레랑, 그리고 영국의 유력자 체스터필드 백작.
후대에는 탈레랑이 유명하지만, 이 시점에는 체스터필드가 훨씬 유력했다.
국왕 조지 3세의 측근으로 저 유명한 피트의 반대자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국이 급변하면서, 줄리앙은 급히 귀국해야 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교전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로 돌아오자, 최고 권력자가 바뀌었다.
로베스피에르.
분명 라파예트나 브리소가 유력자일 때 나갔는데, 1년 만에 뒤집어진 것이다.
그래도 젊고 혁명가 집안인 데다, 본인도 혁명 동조자인 줄리앙은 로베스피에르의 신임을 얻었다.
이렇게 밀명을 받고, 방데에 파견될 정도다.
“어딜 가나 파괴된 곳뿐이니······.”
줄리앙은 무거운 얼굴로 부서진 마을, 죽은 시체, 아직 꺼지지 않은 불을 보았다.
혁명군과 반란군이 충돌한 현장이다.
방데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죽었거나, 혹은 죽을 것이거나, 죽고 있는 광경을 본다.
런던에서 귀국할 때만 해도, 프랑스가 이런 상황일 줄은 몰랐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때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갑자기 말을 달리며 누군가, 기습적으로 팜플렛을 뿌리는 손길이 있었다.
누군지 미처 줄리앙은 보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다.
어쩐지 군복을 입은 듯 한데, 그 위로 외투룰 둘러 무슨 색인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청색, 혁명군의 군복은 아닌 게 확실하다.
깜짝 놀라 물러났다가 한숨을 내쉬며 줄리앙이 투덜거렸다.
“뭐야? 반란군인가?”
“조심하셔야 합니다. 위원님, 이 루송 근방은 아직 반란군이 출몰하고 있죠.”
“쉿! 살아있는 사람들 안 보이나? 누가 들으면 곤란해.”
수행원들이 말하는 소리에 줄리앙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어쨌든 반란 지역에 혼자 올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나름 ‘감시역’으로 파견된 줄리앙도 경호원을 겸해, 군인들과 함께 온 터다.
문득 마을의 생존자들이 증오의 눈빛으로 응시하는 게 보였다.
줄리앙은 한숨을 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저게 뭐지?”
팜플렛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방금 지나간 병사는 실은 장 마리 실뱅 고미, 그러니까 유진의 측근 하사다.
바스티유 함락 때 참가했고, 대서양을 유진과 함께 건넜으며, 툴롱 전투를 달렸다.
지금은 우편 특수중대에 참가해 방데까지 온 자다.
라 로셸에서 만들어진 팜플렛을 방데 전역에 뿌리고 있는 거였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를 줄리앙의 눈에도 팜플렛은 보였다.
수행원이 급히 팜플렛을 들고 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문구군요. 아무래도 우리 쪽 병사가 만들어 뿌리고 간 듯 한데요?”
“어디, 루이 17세가 영국에 프랑스를 팔았다? 아, 아르투아 백작 얘기인가? 뭐, 실제로 런던에 망명가긴 했으니까. 방데 진압군의 선전 솜씨인가? 잘 만들었는걸.”
“이건 색깔이 다릅니다. 파란색이군요.”
그 순간 줄리앙은 경악해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이게!”
전혀 예상치 못한, 새파란 글씨의 문구다.
-〈로시뇰과 카리에가 방데 주민을 죽였다! 물에 강제로 나체로 빠뜨려 죽였다!〉
그 아래로, 삽화 하나가 들어 있다.
배, 강, 그리고 사람.
나신의 사람들이 강에 빠지는 모습.
거칠지만 선명한 인쇄 삽화다.
“이건 반란군이 퍼뜨리는 것 같습니다, 위원님.”
수행원이 조심스럽게 줄리앙에게 말했다.
그러나 줄리앙은 미간을 찡그린 채, 팜플렛을 뚫어져라 보았다.
문득 줄리앙의 눈이 마을을 돌아 보았다.
폐허 속에서 증오로 줄리앙을 보는 방데의 주민들.
치워지지 않은 시신 더미.
저 멀리 강가에는 배가 부서져 떠올라 있는 게 보인다.
줄리앙은 강가로 다가갔다.
“으윽.”
썩은 시체가 강 위로 떠올라 있었다.
“위원님, 이건.”
“팜플렛이 진짜로군.”
“반란군의 선전일지도 모릅니다!”
수행원이 황급히 말했지만, 줄리앙은 고개를 저었다.
줄리앙의 밀명은 하나다.
방데 진압군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파견의원, 카리에가 잘하고 있는지 감시해라.
이것이 로베스피에르가 줄리앙에게 맡긴 밀명이다.
그 밀명을 젊은 줄리앙은 가슴에 깊게 새겼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이 학살이 진행된다는 게 중요해!”
이제 파리가 이 학살을 알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본래 선전선동은 적군보다 아군에게 하는 게 훨씬 쉽다.
“이게 대체 뭔가? 누가 이런 걸 뿌리고 있는 거야!”
낭트, 한때 노예무역의 최전선에 있었던 방데 북단의 항구 도시다.
지금 이곳은 혁명군 방데 진압 임시사령부가 설치된 상태다.
그 말은 이 도시가 바로 방데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의 중심부라는 소리기도 하다.
학살을 명령한 장본인도 낭트에 있다.
국민공회가 방데 진압군 감시를 위해 보낸 파견의원, 장 바티스트 카리에가 부르짖었다.
손에 들린 것은 단연 새파란 글자가 적힌 문서다.
본인을 직접 공격하는 문서니 방방 뛰는 게 당연한 일이다.
마인츠 사단 지휘관 클레베르, 라로셸 연대의 지휘관 투로 대령, 그리고 문서를 보고한 데스마르 대위가 놀란 얼굴로 외쳤다.
“적들이 뿌리고 있는 게 확실하오. 사령관.”
“정말 왕당파 귀족 놈들은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 투로도 처음 보는 짓이오. 이런 건 신문으로나 하는 줄 알았는데.”
“노, 놀랍습니다. 대체 누가 이런 놀라운 걸, 아니 극악무도한 걸 생각한 걸까요?”
물론 이 선전지를 새벽에 몰래 낭트에 뿌린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시침 뚝 떼고 떠드는 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로시뇰 사령관이 선전지를 움켜 쥐었다.
고작 한 장의 선전지다.
하지만 이 한 장이 파리로 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문득 로시뇰 옆에서 카리에가 부르짖었다.
“게다가, 이 삽화는 또 뭔가! 그냥 한 게 아니라 누군가 전문가가 한 짓이야!”
바로 익사 학살이 그려진 삽화였다.
급조된 거친 그림이지만, 혁명군 병사들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광경만은 역력했다.
로시뇰은 이 그림을 보며 억울함을 느꼈다.
애초에 혁명군 병사들을 먼저 기습 살상한 자들은 방데 주민들이 아니었던가?
왜 그런 내용은 다 빼버렸을까?
물론 방데 반란군은 조직적으로 포로를 학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잊은 로시뇰이다.
일순, 생각에 잠겨 있던 로시뇰을 카리에 의원이 붙들었다.
“이렇게 된 거, 다 죽여 버립시다!”
로시뇰이 놀라 되물었다.
“카리에 의원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증언할 포로들이 있으니까 이게 다 문제가 되는 거 아뇨? 모두 죽여버리면 누가 증언하겠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그간 ‘반란 도적’들을 학살한 로시뇰조차 기가 막혀 반문한 순간, 카리에가 고함쳤다.
“아니면, 다 죽자는 건가!”
로시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실은 투로와 데스마르, 나아가 사령부에 있던 다른 장군들도 마찬가지다.
당통의 친구 프랑수아 베스테르만,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 르네 르콩트, 루송 전투의 승장 장 르케일.
모두 이 지역에 파견되었고, 10만이 넘는 방데 진압군을 지휘했으며, 학살에 동참했다.
직접 수행했든, 간접 방관했든, 모두가 공범이다.
그때 사령부 구석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싸워야 합니다.”
카리에는 처음 보는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가, 자네는?”
“마르세유 사령부 우편특수연대 소속, 파견군 지휘관 소령 프랑수아 마르소라고 합니다.”
“아, 보나파르트가 보낸다던 그 친구? 뭐, 이곳에 우편을 보낼 자는 나밖에 없는 것 같군. 파리로 한 통 보내 주겠나? 방데는 ‘안정화’되고 있고, ‘도적’들은 모두 죽을 거라고.”
카리에가 비아냥거리며 대꾸했다.
사령부 안에 비웃음이 번져 나갔다.
죽고 죽이는 방데 현장에 우편 부대라니, 기가 막힌 소리다.
군용우편조차 보낼 틈도 없다.
게다가 사실 이 학살정보가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편을 모두 검열해야 할 판이다.
그러니 쓸모 없는 부대를 괜히 보나파르트가 보냈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정작 마르소는 오히려 당당하게 한 발 나서 말했다.
“그 도적들을 잡아야, 이 선전지가 파리로 가지 않습니다. 의원님.”
도적, 그러니까 반란군을 가리키는 은어다.
물론 카리에가 죽이는 도적들은 방데 주민 전부지만, 마르소는 순수한 의미로 말하고 있었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반정부 반란군.
이들을 죽여야, 이 선전지가 파리로 퍼지지 않는다고.
카리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건 영국군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제가 잘 압니다. 툴롱에서 경험했거든요.”
“영국? 아, 그렇군!”
문득 카리에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이 정도 규모면, 연대나 사단 수준의 동원력이 필요해. 이건 분명 영국놈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이야!”
어쩐지 찔리는 기분으로 클레베르, 투로, 데스마르가 고개를 돌렸다.
카리에의 분석은 정확하다.
단지 그 연대 규모의 동원을 한 장본인이 라 로셸 연대 지휘권을 손에 넣은 유진일 뿐이다.
그러나 카리에는 이미 자기 확신에 빠져 아군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카리에 의원은 영국 정보공작을 직접 본 경험마져 있었다.
“오를레앙 공작 아래서 일할 때, 꽤 봤지.”
“어떤 걸 말씀이십니까?”
“영국놈들이 가진 자금, 협잡, 수법! 공작은 그걸 이용해서 이 나라를 전복시키려 들었어. 뭐, 위대한 혁명 동지들이 그걸 다 막아냈지만. 하하하!”
마르소를 향해 전직 오를레앙 공작의 하수인, 카리에가 껄껄 웃으며 외쳤다.
한때 오를레앙 공작이 혁명의 후원자였던 시절 얘기다.
지금은 공화파로 전향해 왕당파를 학살하는 남자, 카리에는 문득 로시뇰을 돌아 보았다.
“좋아, 로시뇰 사령관! 적들을 무찔러 주시오! 왕당파에 대한 전면 공격을 실행합시다. 오직 승리!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오!”
“예?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적들의 방어가 견고하니, 거점을 하나씩 격파해야 합니다. 지금 반란자 처형도 그래서 진행하는 거구요!”
“사령관.”
문득 카리에가 로시뇰을 노려보며 이를 드러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다 같이, 전부 죽고 싶소?”
이것은 단순한 카리에의 불안감이 아니다.
원역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학살이 문제가 되서 카리에와 로시뇰, 베스테르만을 비롯한 방데의 책임자들은 파리로 끌려간다.
그 후, 기요틴이 그들의 목을 자른다.
당연히 카리에는 역사를 모르지만, 그런 상황의 도래를 직감한 것이다.
로시뇰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이 순간, 방데 진압군의 전면 공세가 결정되었다.
그 모습을 보다 마르소는 눈을 빛내다 슬쩍, 옆에 있던 유진을 돌아 보았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낮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 로시뇰은 빠지게 될 것이다.
유진이 설계한 함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