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0화(431/547)
(430) 유진이 에스파냐 분할령을 드디어 명하다
19세기는 통합의 시대지, 분열의 시대가 아니다.
“어, 내 생각엔 말이야. 그래서, 이건 시대역행인 거 같은데?”
이제 에스파냐 국왕의 수석보좌관이 된 이폴리트가 입맛을 다셨다.
물론 어디까지나 유진의 보좌관이고, 마리아의 보좌는 스테파니가 맡고 있다.
아주 화사하게 치장한 스테파니의 앙가슴이 도드라진다.
사실 프랑스보다 보수적인 에스파냐에서는 이런 옷차림이 그 자체로 파격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식 여왕 시녀들이 들어서는 모습에 귀족들이 시선이 팔린 사이, 유진이 이폴리트에게 낮게 대꾸했다.
“아니, 시대를 앞서가는 결정이다.”
“뭔 시대? 이거 중세로 돌아가자는 거 아니고?”
“그거 알아? 중세는 오히려 황제와 교황의 권위로 조정이 이뤄지는 사회였지. 단지, 기술이 미발달해서 그 권위가 현실적으로 퍼지지 못했을 뿐이야.”
문득 유진은 가볍게 손을 내밀며 웃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분할해야 더욱 평화로워져.”
맞은 편에 우아한 태도로 서 있던 마리가 유진의 손을 붙잡았다.
머리 위에 있는 관은 무거운 왕관이 아니라, 가벼운 티아라다.
비록 마드리드 궁전에 대귀족들을 모은 자리지만, 일부러 권위보다 화려함을 강조한 것이다.
전통을 존중하되, 새로운 왕권이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장치랄까.
-뚜벅, 뚜벅, 뚜벅.
두 국왕이 걸어 들어가자, 선전관이 힘차게 외쳤다.
“신의 은총과 함께, 카스티야의 왕, 레온, 아라곤, 시칠리아, 예루살렘, 나바르, 그라나다, 톨레도, 발렌시아, 갈리시아, 마요르카, 세비야, 사르디니아, 코르도바, 코르시카, 무르시아, 하엔, 알가르베스, 알헤시라스, 지브롤터, 카나리아, 동인도와 서인도의 왕이시며, 헉헉, 오스트리아 대공, 앙주 공작, 부르고뉴, 브라반트, 밀라노의 공작이시며, 합스부르크 백작, 플랑드르, 티롤, 바르셀로나의 백작이시고, 비스케이, 몰리나의 영주이신!”
사실 마리는 에스파냐어, 정확히는 카스티야어가 익숙하다.
혹시 에스파냐에 왕비로 시집갈지도 모르는 몸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배운 탓이다.
반면 영어나 독일어와 달리 에스파냐어가 살짝 서투른 유진은 입맛을 다셨다.
무지막지하게 긴 호칭에 귀가 아팠기 때문이다.
“뭐가 저렇게 길어?”
“프랑스 국왕도 원래 만만찮아, 유진.”
“향후에 실지가 아닌 칭호는 버려야겠군.”
마리가 키득 웃으며 유진의 손을 끌어오자, 간신히 칭호를 다 외운 선전관이 고했다.
“마리아 여왕 폐하와 에우제니오 국왕 폐하가 입장하십니다!”
궁정 홀에 미리 와 있던 귀족들이 분분히 고개를 조아렸다.
한데 마리와 유진은 준비된 두 개의 왕좌에 앉지 않았다.
홀의 중심에 선 채로, 마리가 귀족들을 돌아보며 입술을 뗐다.
“오늘, 짐의 남편인 에우제니오 국왕이 중대한 발표를 할 것입니다.”
귀족들이 긴장하는 가운데, 마리는 침착한 태도로 일렀다.
“이 발표는 이미 짐작하는 [그랑디]와 [이달고]도 있을 줄 압니다. 또한, 사전에 준비를 위한 전령이 각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허나, 모든 것은 오늘 발표로 공식화될 것입니다.”
그랑디, 곧 공작과 후작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달고, 다른 나라로 따지면 기사들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어쩐지 중간 단계 귀족들이 빠진 것 같지만, 에스파냐에선 두 부류를 언급하면 전체 귀족 전체를 일컫는 말이 된다.
그러니 오늘 공동왕이 선포할 사안은 왕정국가의 근간, 귀족층 전부에 통지하는 사안이다.
문득, 유진이 한 걸음 나섰다.
“그럼, 짐의 반려이자 에스파냐의 왕인 마리아와 함께 선언하겠소.”
유진에게 가장 처음 굴복했던 마드리드 수비장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진이 말했다.
“에스파냐는 단일한 나라가 아니며, 카스티야와 레온, 아라곤과 발렌시아, 카탈루냐, 그라나다는 모두 자신의 깃발과 코르테스를 가질 권리가 있음을.”
“오오, 영광스러운 공동왕 폐하여!”
“드디어!”
본래 대관식 당일에 선포했던 바가 구체화된 것이다.
그것도 아라곤과 카스티야, 양대 구왕국 지역만 코르테스를 갖는다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한때 독립국가였던 에스파냐 각 지역이 [신분제 의회]를 갖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사실 여기에는 유진이 말하지 않은 바가 숨어 있다.
지금 유진이 도입하는 코르테스는 엄밀히 말해, 옛 에스파냐의 전통 코르테스가 아니다.
모델 자체는 오히려 시민제정 체제의 프랑스식 귀족원과 평민원에 가깝다.
다만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말해, 귀족들을 혼란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귀족들에게 큰 권한을 양보한다는 대전제는 다르지 않으니까.
그런데 유진이 한 마디 덧붙였다.
“아직, 짐의 말이 끝나지 않았소.”
귀족들이 눈을 깜박일 찰나, 유진은 궁정 홀 복도 끝에 가져다 놓은 지구본을 가리켰다.
“짐은 신대륙에서 수년 간 체재해 왔소.”
“예? 아니, 갑자기 신대륙이라니오?”
“그곳에서 유능한 제독과 총독, 부왕들을 만났고, 많은 고충을 들었으며, 신대륙의 영토가 위험한 상태임을 눈으로 확인했소.”
거대한 지구본은 신대륙을 전면에 드러낸 모습이었다.
사실 에스파냐는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신대륙 영토를 [식민지] 체제로 운영하지 않는다.
본국 영토의 일부로 행정 처리하여 같은 지역으로 대우한다.
물론 실상 원격거리와 이권 때문에 본국과 동등할 수 없어서, 페닌술라르와 크리오요의 갈등이 늘 존재했다.
그런데 본국에 코르테스가 도입되었다면, 신대륙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하여, 짐은 동인도와 서인도의 모든 영토, 특히 누에바 에스파냐와 페루, 누에바 그라나다, 리오 데 라플라타에 각각 코르테스와 자체 대표를 허용하고자 하오!”
그 순간 수도 방위 사령관, 알라바가 깜짝 놀라 외쳤다.
“폐하, 그것은 신대륙 영토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천만에! 알라바, 짐의 충성스런 신하여! 짐을 믿으시오. 직접 신대륙을 개척하고, 그 땅을 밟고 온 짐의 안목을 믿으시오!”
“허나, 크리오요들에게 권리를 준다는 건!”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크리오요만이 아니오. 짐은, 그리고 짐의 반려이자 에스파냐의 왕인 마리아는, 피부색에 따라 백성들이 차별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 메스티소와 물라토도 같은 권리를 가질 것이오!”
그 순간 반발하려던 귀족들이 저마다 시선을 마주쳤다.
크리오요, 곧 신대륙 태생 백인을 가리키며 보통 대부분 현지 지주다.
반면 메스티소는 인디오와의 혼혈이고, 물라토는 흑인과의 혼혈이다.
에스파냐 본국에서는 오히려 세 부류를 똑같이 보아, 본국과 차등을 둔 상태로 평등하게 대우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당연히 반발이 있어서, 크리오요들이 유색인종을 차별한다.
실제 원역사에서 남미 독립 사태가 벌어질 때도 한 세기 가까이 크리오요만 기득권을 가졌을 정도다.
문득 프랑스 군복을 입은 마세나가 근위대장 쥐노를 돌아보았다.
“흑인 노예는 빠진 것 같은데?”
“그건 우리 누벨 프랑스처럼 백인 인구가 적은 곳에서나 가능하지. 마세나, 자네 신대륙 안 가봤지?”
“아니, 안 가봐도 알겠군. 다들 복잡한 얼굴인데?”
마세나는 빈정거리며 대꾸했다.
“이게, [크레올] 견제책이란 걸 이해하고 있군.”
그러니까 유진은 단순히 혁명 정신에 입각해, 신대륙에 의회를 설치한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간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중하층민들을 끌어들여, 신대륙 상류층을 누르는 게 핵심이다.
물론 신대륙 상류층인 크리오요, 프랑스어로는 크레올들이 반란을 일으키기 어렵게, 의회라는 출구를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때 펠라펙스가 드높이 외쳤다.
“폐하의 포고령을 따릅시다!”
귀족들이 깜짝 놀라다, 분분히 외치기 시작했다.
“에스파냐 공동왕께 영광을!”
“새로운 시대를 연 에우제니오 폐하께 축복이 있기를!”
“이제, 다시 전통이 부활하고, 코르테스가 자립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신대륙 사안에는 당황했지만, 어쨌든 유진의 [개혁]은 왕권을 약화시키고 귀족의 권리를 신장시킨다.
왜냐면 코르테스가 성립한 광역공간에서, 뭔가를 하려면 모두 코르테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징병도, 징세도, 나아가 귀족에 대한 징벌도 모두 동의가 필요하다.
어쩐지 귀족의 횡포도 막지 못한다는 소리 같이 들려, 마세나가 다시 빈정거렸다.
“어째, 나라가 개판이 된다는 소리처럼 들리는군.”
쥐노는 어깨를 으쓱였다.
“프랑스 입장에선, 좋은 거지.”
나아가 에스파냐인들도,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어 좋다.
***
영국령 지브롤터 요새 근교, 총격이 요란하게 울린다.
-탕! 철컥, 탕! 철컥, 탕!
결코 정규군이 쏘아대는 총이 아니다.
사냥용 화승총으로 쏘아대는 것인데, 그 숫자가 꽤 많아서 총성이 연속적으로 들리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게릴라]의 공격이랄까.
그 공격을 꽁지가 빠져라 피해 달리다, 자칭 ‘루이 17세’, 아르투아 백작이 외쳤다.
“대체, 어째서 에스파냐인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우리는 동맹 아니었나?”
본래 아르투아 백작은 마드리드 쿠데타 때, 영국군과 함께 이 나라에 왔다.
나름 부르봉 가문의 친족이란 걸 내세워 섭정 노릇을 했는데, 마세나가 수도에 진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비록 아서 웰즐리야 맘 편히 지구전으로 싸운다고 천명했지만, 궁정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이들에게는 그리 쉬운 얘기가 아니다.
영국 대사를 따라 간신히 남쪽으로 피신했는데, 엉뚱하게 민병대의 공격을 받는 중인 셈이다.
문득 영국 대사, 리처드 웰즐리가 입을 열었다.
“아르투아 백작님.”
“루이 국왕 폐하라 부르게! 짐은 엄연히 정당한 프랑스의 왕이야!”
“네네, 알겠습니다. 하여간, 스페인 사람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돌아선 건 간단합니다.”
저 멀리 쫓아오다 흩어지는 민병대를 돌아보다, 리처드 대사가 낯을 찌푸렸다.
“거의 4백 년 만에 그라나다가 자치를 획득할 순간이니까요.”
지브롤터 북방은 옛날 그라나다 왕국으로 불리던 땅이다.
물론 이 땅을 다스리던 무슬림들은 대부분 북아프리카로 쫓겨난 지 오래긴 했다.
그래도 지역 주민들이 늘 중앙의 중과세에 시달리며, 독립을 은밀히 꿈꿔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앙에서 자발적으로 통제를 그만둔다니, 민병대가 [근왕파]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체 프라이슈츠가 왜 그러지? 지방이 자율성을 획득한다는 건, 왕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야. 군대 하나 움직일 때마다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해. 무엇보다 징세가 어려워!”
“어차피 프랑스 속국이 될 테니, 별 상관이 없는 거겠지요.”
“내 조카가 불쌍하군. 지금쯤 침대에서 능욕을 당하며 울부짖고 있겠지. 고귀한 부르봉의 핏줄이, 일개 하급 귀족 따위에게!”
자칭 루이 17세가 부르짖자, 리처드 대사는 콧방귀를 뀌며 지브롤터 요새로 향했다.
“저도 국왕 폐하보다는 하급귀족이라 불편하군요. 일단, 런던으로 떠나실 준비를 하시지요.”
“뭐? 아니, 로마나 후작과 함께 남부 에스파냐를 분할할 생각이 아니었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중 나온 지브롤터 요새 사령관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며, 대사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폐하든, 저기 에스파냐의 전임 왕이시든, 런던에서 후일을 도모하셔야겠죠.”
이미 영국이 압송해 지브롤터에 머무르는 자가 성문 앞으로 환영 인사를 위해 나온 게 보인다.
카를로스 4세, 바로 마리를 후계자로 지목한 전임 국왕.
무력한 태도로 그저 영국인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중이다.
아직, 영국이 에스파냐에 개입할 순간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
그러나 이미 이베리아 반도는 신왕을 인정하고 있다.
-다그닥.
20만 남부군이 도열한 가운데, 한 기마가 대군의 앞으로 나섰다.
바로 에스파냐 육군 총사령관인 로마나 후작이다.
문득 로마나 후작 뒤에 보이는 군대를 망원경으로 구경하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우와, 최소한 20만은 되어 보이는데?”
“그래봤자, 이제 정부가 돈이 없어서 모두 해체 시켜야 할걸. 게다가 대부분 오합지졸이야.”
“설마 갑자기 총구를 들이대는 일은 없겠지?”
암살을 걱정하는 이폴리트에게 유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어줍잖은 수를 쓰기에는 로마나 후작도 지켜야 할 게 많아.”
어쨌든 로마나 후작은 작위와 영지, 그리고 마드리드에서 투자한 이권을 지켜야 한다.
이 자리에서 유진을 갑자기 암살한다면, 그 모든 걸 잃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로마나 후작 자체가 원역사에서도 명예를 중시하는 남자다.
“새로운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앞에서 멈춘 로마나 후작이 예를 취하자, 유진이 싱긋 웃었다.
“환영하오. 육군 총사령관.”
“해임 시키실 생각, 아니십니까?”
“아니, 총사령관께선 할 일이 많습니다.”
로마나 후작이 고개를 파뜩 들 찰나, 유진이 차분히 일렀다.
“이제 본국에서 짐과 짐의 반려가 재원을 잃었으니, 신대륙에서 많은 사업을 해야 하니 말이오.”
지방자치는 곧 중앙권력의 약화와 직결된다.
결국 이 모든 건 돈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중앙징세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니까.
예로부터 에스파냐는 중앙 과세의 빈약함을 신대륙의 이권으로 채우곤 했다.
로마나 후작은 다시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에스파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임하겠습니다.”
이로써 제1차 에스파냐 왕위 승계전쟁이 막을 내렸다.
비록, 에스파냐 신대륙 영토의 파란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