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3화(434/547)
(433) 유진은 권력이란 미끼를 던진다
세비야 항구는 이미 15세기부터 신대륙을 향해 열린 창구였다.
-끼룩, 끼룩, 끼룩!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 플라타 부왕령 최고의 항구 도시도 이곳만큼 크지 않다.
이곳에 올 때마다 아직 신대륙은 유럽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걸 산 마르틴은 절감한다.
당장 부에노스 아이레스만 해도 도시 밖으로 나가면 밀림이 기다린다.
그렇지만 동시에 신대륙이 본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때도, 이곳에 올 때다.
이곳은 너무 작다.
에스파냐 왕국의 크기는 약 50만 제곱킬로미터, 반면 라 플라타 부왕령만 해도 35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물론 대부분 미개척지이긴 하지만, 신대륙 식민지 중 가장 발달한 누에바 에스파냐도 한때는 전부 미개척지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산 마르틴이 배에서 내리다 한숨을 토했다.
“후, 본국에 이런 식으로 올 줄은 몰랐군.”
그때 호세 산 마르틴의 뒤에서 친구, 오이긴스가 물었다.
“호세, 대체 왜 우리를 콕 집어서 불렀을까?”
“글쎄, 새로운 국왕은 원래 아메리카 대륙에서 활동했던 인사야. 북방이긴 하지만. 우리 쪽 사정을 알고 잡아 오라고 했을지도 모르지.”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차라리 누에바 에스파냐라면 모를까, 우리를 어떻게 알고?”
누에바 에스파냐, 곧 원역사 현대의 멕시코는 쿠바와 함께 가장 중요한 신대륙 식민지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이 누에바 에스파냐는 별도 분리되지 않은 식민지 전체를 가리킨다.
이를테면 필리핀도 누에바 에스파냐 부왕의 권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누에바 에스파냐라고 하면 멕시코와 중미 일대를 말하고, 그곳은 누벨 프랑스 바로 옆이다.
본래 루이지앵 영토를 관리했던 곳도 누에바 에스파냐기도 하다.
이래저래 누에바 에스파냐의 [불온분자]라면 부왕이 알기 쉽다.
그러나 한 번도 접촉한 적 없는 남쪽 끝, 현대로 따지면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어떻게 조사했을까?
평소 눈에 띈 적 없다고 자부하는 오이긴스로서는 더욱 모를 일이었다.
그러다 베르나르도 오이긴스가 눈을 크게 떴다.
“잠깐, 그렇게 생각했으면, 자넨 왜 온 건가?”
“베르나르도, 자네는 왜 왔는데?”
“그야 왕이 직접 소환했는데 오지 않는다는 건, 반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온 거지.”
오이긴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자, 산 마르틴은 쓰게 웃다 대꾸했다.
“나는 신왕에게 기대가 있네.”
다시, 오이긴스가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그들 앞을 짐꾼들이 오갔다.
-타다닥!
한 눈에도 프랑스인들로 보이는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는 게 보인다.
“어이, 거기 제대로 짐 옮겨!”
“이탈리아로 갈 물품이죠? 빨리빨리 갑시다!”
“서둘러! 조금 있으면 또 배가 들어온다!”
물론 프랑스어로 떠드는 소리지만, 신대륙 에스파냐인들도 프랑스어는 교양으로 배운다.
사실 산 마르틴이나 오이긴스는 신대륙에서는 부자라, 유럽 그랜드 투어를 하기도 했다.
해서, 인부들의 말을 산 마르틴이 유심히 듣고 있을 찰나, 오이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건 또 뭐지?”
“보아르네 카르텔일 걸세. 지중해 쪽 교역품인가 보군.”
“응? 아니, 어떻게 아나?”
산 마르틴은 태연히 답했다.
“프리메이슨 영국 지부로부터 온 보고서가 있었네. 신왕은 어릴 때부터 상업에 밝았고, 지중해 교역로를 거의 장악했다고 하더군. 독립운동을 하려면 그 점에 유의하라 했어.”
후일 원역사에 남은 음모론이 있다.
남미 독립운동은 영국이 촉발한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이는 사실 프리메이슨 때문에 시작된 음모론이다.
특히 산 마르틴은 영국에 방문했을 당시, 프리메이슨에 가입했고 이후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만큼 영국 프리메이슨, 그리고 남미 지부에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오이긴스는 그 점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이긴스도 남미 프리메이슨 지부, 곧 라우타로 롯지의 일원이었으니까.
대신, 오이긴스는 왕이 직접 운영하는 [상회], 그것도 프랑스 상회가 활발하다는 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자기 사익 챙기는 거 아냐?”
“왕이 되면 나라의 이익이 곧, 본인의 이익이 되지. 물론 그것도 모르는 자들이 지금껏 에스파냐의 왕위를 차지해 왔어. 그러나, 신왕은 누벨 프랑스에서 꽤 준수한 업적을 이뤘네.”
“누가 들으면 비밀 독립결사 일원이 아니라, 국왕 충성파인 줄 알겠네. 하하.”
비웃음을 터뜨리는 오이긴스에게 산 마르틴은 아주 진지하게 일렀다.
“못할 것도 없지. 신왕이, 정말 우리 신대륙인들에게 자치를 허용해 준다면.”
오이긴스는 산 마르틴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라 플라타의 [불온분자]들은 누에바 그라나다나 누에바 에스파냐와는 또 다르다.
본국에서 독립만을 꿈꾸는 누에바 에스파냐, 아예 공화정까지 꿈꾸는 야심가들이 반란을 이미 일으킨 누에바 그라나다와는 달리, [입헌군주정]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국 국왕이 이전 카를로스 4세와 달리 제정신이라면, 굳이 다른 군주를 세울 필요가 있을까?
그때다.
-덜컥!
또 다른 배, 그것도 신대륙에서 온 게 확실한 배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내렸다.
“아이고, 드디어 유럽에 돌아왔다! 정말 그리웠어, 세비야!”
“언제부터 에스파냐인이 됐다고, 그렇게 난리에요?”
“이런, 스테파니. 너무 화내지 말라고. 어쨌든 이제는 쾌적한 유럽 생활로 돌아갈 수 있잖아?”
남녀가 가볍게 다투는 게 보인다.
그런데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의 옷차림이 심상찮다.
신대륙 상류층도 입지 못할 최신 프랑스식 유행이 돋보이는 옷차림이다.
일순, 여자의 뒤에서 누군가 정중히 말하는 게 보였다.
“왕녀님, 제가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분명 여자는 또 다른 잘생긴 남자와 함께 내려오고 있었다.
보통 자유로운 여행이 여자에게 어려운 시대, 동반하는 남자는 보호자다.
한데 그 남자를 제치고 다른 남자가 에스코트를 하겠다고 하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여자, 스테파니는 생긋 웃더니 손을 건넸다.
“그래 줄래요?”
“잠깐, 약혼자인 날 내버려 두고?”
“흥, 신대륙은 물론이고 배에서도 다른 여자와 놀아난 주제에! 꺼져버려요! 이폴리트!”
스테파니가 냉담하게 남자, 이폴리트에게 외치고는 다른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내려섰다.
이폴리트가 허둥지둥 따르는 모습에, 병사들로 보이는 수행원들도 당황해 뒤따랐다.
오이긴스는 그 모습을 보다 혀를 찼다.
“매우 시끄러운 일행이군.”
“아마 저 친구들도 국왕이 소환한 코르테스 같은데? 깃발을 봐. 베르나르도.”
“어, 그러고 보니, 왕실 깃발이잖아?”
그 순간 누군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쪽이 산 마르틴과 오이긴스인가?”
산 마르틴과 오이긴스가 고개를 돌렸을 때, 단정한 군복 차림의 청년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됐을까.
자신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청년을 향해 산 마르틴이 말했다.
“누구십니까?”
“이렇게 보니 반갑군. 그대들을 부른 사람이지.”
“예?”
그 순간 저 멀리 달려가던 이폴리트가 홱 돌아서다 놀라 외쳤다.
“어? 유진, 아니 폐하? 여기까지 웬일로 오셨습니까?”
찰나, 바삐 움직이던 항구가 일제히 멈췄다.
물론 프랑스어를 알아듣는 사람만이 멈춘 것이지만, 이 항구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잠시, 정지했던 산 마르틴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구, 국왕 폐하?”
청년, 유진 혹은 에우제니오가 싱긋 웃다 대꾸했다.
“그래, 신대륙 코르테스의 대표자들이여. 짐이 에우제니오 1세다.”
어느새 신대륙에서 달려온 배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황급히 내려서고 있었다.
바로, 새로 구성된 신대륙 코르테스에서 온 [의원]들이.
***
시몬 볼리바르, 산 마르틴,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모두 남미 독립의 영웅들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다.
당장 볼리바르와 마르틴만 해도 그렇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사실 아직은 이들 전부 이른바 독립 전쟁을 제대로 일으킨 상태가 아니다.
문득 마르틴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우리는 군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비야 항구에도 시의회가 존재한다.
물론 프랑스처럼 선거로 뽑히는 곳이 아니라, 전통적인 신분제 의회다.
허나 의사당은 제법 격식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신대륙으로부터 온 의원들을 모아놓기에 충분했다.
또한 어차피 신대륙 출신 의원들이 보기에는 멋들어진 건물이기도 했다.
그곳에 모인 1백 명의 의원들은 모두 산 마르틴을 주목했다.
아직은 젊지만 본국 귀족학교 출신인데다, 흔들림 없는 태도가 사람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유진도 흥미롭다는 듯, 산 마르틴을 보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지, 산 마르틴?”
“폐하께서 저희를 부른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인 면면을 보니 정확히 알겠군요.”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나?”
산 마르틴은 주위를 빙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라우타로 롯지의 멤버들을 부르셨군요, 폐하.”
그 순간 의원들의 낯이 창백하게 변했다.
라우타로 롯지, 곧 프리메이슨 남미 지부의 핵심.
카라카스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중요 지부는 신대륙 에스파냐 식민지 수도와 주요도시마다 흩어져 있다.
사실 의원들은 서로를 보았을 때, 긴가민가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래도 비밀결사다 보니 얼굴을 제대로 아는 상대는 같은 도시 지부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우타로 롯지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는 자, 영국 프리메이슨 마스터가 직접 선임한 지부장 산 마르틴이 말하자 확실해졌다.
국왕은 프리메이슨 회원을 알고 소환한 것이다.
“서, 설마! 우리 신대륙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죽이려고!”
“하, 함정이다!”
“잠깐? 독립운동이라니?”
서로 의원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였다.
왜냐하면 프리메이슨 회원이라고 전부 독립운동가인 것은 아니니까.
그 순간 유진이 허공을 향해 피스톨을 쏘았다.
-탕!
모두가 황급히 머리를 숙이며 숨을 죽였다.
프라이슈츠, 마탄의 사수라 불리는 왕의 칭호가 떠오른 탓이다.
사수, 유진이 싸늘한 눈으로 모두를 돌아보다 낭랑히 말했다.
“모두, 닥치고 자리에 앉게. 짐은 함정을 판 것도 아니고, 그대들이 독립운동가라는 걸 모르고 부른 것도 아니다.”
물론 그게 프리메이슨 라우타로 롯지 멤버란 사실까지 알고 부른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운동가, 부왕 총독부로부터 보내진 위험분자, 그리고 쉬르테가 조사한 정보.
이 세 가지를 토대로 소환령을 내린 거였다.
그때 누군가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덜컹!
바로 시몬 볼리바르다.
“그럼, 우리를 왜 부르신 겁니까? 새로운 에스파냐의 국왕이시여!”
유진은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볼리바르를 향해 답했다.
“짐은 에스파냐가 아닌, 카스티야와 레온, 아라곤과 그라나다, 그리고 누에바 에스파냐와 그라나다, 라 플라타, 페루의 왕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던 볼리바르는 미간을 좁혔다.
지금 국왕은 본국의 각 지역과 부왕령을 동등하게 불렀다.
설마, 정말로 신대륙 식민지와 본국을 똑같이 보는 걸까?
일순, 유진이 다시 말했다.
“하여, 신대륙에 짐을 대신할 [선출직 부왕]을 정하고자 한다. 그대들을 부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의회장 안에 있던 모든 의원은 경악했다.
***
지금껏 부왕이란 본국에서 선발된 총독에 불과했다.
“선출 부왕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아니, 그럼 누가?”
“이, 이, 이건 기회야! 그래, 프랑스 출신이잖아? 선거에 익숙하니까, 이런 제안을 한 거야!”
“우리 신대륙 크리오요들이 페닌술라르 대신 직접 통치를!”
모두 크리오요, 곧 신대륙 태생 백인인 의원들은 숙소에서 저마다 흥분해 외쳤다.
사실 유진의 제안이 폭탄인만큼 하루 아침에 결정할 수는 없다.
하여, 다들 유진의 제안을 숙고하기 위해 일단 숙소로 오게 된 것이다.
허나 너무 달콤한 제안이라 거부하려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런데 볼리바르가 숙소의 홀에 앉아 있다가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교묘한 함정이군.”
오이긴스가 그 말에 놀라 물었다.
“세뇨르 볼리바르, 그게 무슨 말이오?”
“그렇지 않소? 선출 부왕이란 직위를 하필, 우리가 모인 곳에서 던졌소. 그럼, 누굴 후보로 생각한다는 거겠소?”
“설마하니 아무런 관계도 없는 우리에게, 부왕직을 준단 말이오?”
볼리바르는 책상을 내려치며 외쳤다.
“그게 아니면, 라우타로 롯지의 핵심 멤버만 불러내서, 이런 얘기를 할 이유가 없소!”
그때 산 마르틴이 침착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난 이번에 뽑힐 부왕에게 기대를 걸어야겠군.”
“세뇨르 산 마르틴! 그게 무슨 말이오!”
“난 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유럽에 왔을 때 봤소. 공화정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는지.”
본래 원역사에서도 입헌군주제를 옹호하는 산 마르틴은 의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니, 차라리 명목상의 왕을 세우고, 의회를 통해 자치를 하는 게 최선이오.”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독립을 꿈꾼다.
그러나 본국의 훈련된 군대, 발달된 문명, 오래된 통치 조직과 싸운다는 건 쉽지 않다.
한데 왕이 유화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쟁인데, 과연 예나의 승자를 이기는 게 쉬울까?
“잘 생각해 보시오, 세뇨르 볼리바르.”
산 마르틴이 침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리바르는 노려보았다.
본래 원역사, 산 마르틴의 제안을 거절했을 볼리바르의 모습과는 정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