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4화(435/547)
(434) 부왕선출제로 독립을 막아라
디바이드 앤 룰, 실은 대영제국의 모토기도 하다.
“나눠서 통치한다고?”
“그래. 더욱 쪼개고 분할해서, 서로 뭉치지 못하게. 이를테면 지역주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만 통치도 더 어려워지는 거 아냐?”
아주 밝은 한낮, 세비야를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이가 공동왕 [에우제니오]라는 게 알려진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어쨌든 아직 에스파냐의 모두가 마리와 유진을 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암살 시도를 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
정작 유진은 [백은문자] 때문에 위협감을 못 느끼지만, 경호하는 쥐노와 라살은 초긴장 상태다.
반면 이폴리트는 워낙 유진과 같이 다닌 탓에, 딱히 두려움이 없어서 질문하는 중이다.
대체 왜 신대륙 코르테스를 만들고, 다시 불러서, 선출직 부왕이라는 양보까지 하냐고.
부왕을 신대륙인으로 지명하는 것도 아니고, 선출직으로 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물론 유진에게는 꼼수가 있다.
선출직이란 일반적으로 종신직이 아니라 임기제다.
이 임기를 예컨대 2년쯤으로 줄이면 통제가 쉽다.
나아가 지역별로 부왕끼리 경쟁을 붙이면 본국이 조율하는 형태로 지배할 수도 있게 된다.
다만 이 경우 이폴리트의 말처럼 국력집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에스파냐가 굳이 강해질 필요는 없잖아?”
이폴리트와 쥐노, 그리고 라살은 서로 돌아보았다.
확실히 유진은 프랑스 제국 수뇌부만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통치를 하고 있다.
에스파냐는 어떻게 되든, 조용하게 만든다.
그 다음 프랑스 제국의 중심부를 노린다.
하지만 이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유진이 직면한 문제다.
“여기까지 불러온 남부 아메리카 대륙, 코르테스 의원들은 총 100명이지.”
“많기도 하군.”
“사실, 남미 전체 인구에 비하면 꼭 많다고 하긴 어려워. 누에바 에스파냐가 800만, 누에바 그라나다가 200만, 페루와 라 플라타가 합쳐서 200만 정도니까.”
유진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수석보좌관 이폴리트, 근위대장 쥐노, 그리고 유진이 보유한 최고의 칼, 라살.
속내를 드러내도 좋을 사람들이다.
“나아가 영토는 본국의 수십 배에 달하지. 이 광대한 영토와 본국 인구 1200만과 동등한 인력이 신대륙에 산재해 있어. 우리는 이들을 통합하고, 또한 하나로 만들면서, 집중은 못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남미 신대륙 식민지는 광대하고, 인구도 상당히 많다.
사실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지하자원도 엄청나서, 현대에는 석유까지 날 정도다.
이런 잠재력이 넘치는 땅을 그냥 내버려두면 독립할 게 뻔하다.
하지만 그래서야 에스파냐는 물론이고 프랑스에도 좋지 않다.
그런데 원역사에서 남미 에스파냐령은 왕권의 권위가 흔들리자마자 독립 시도를 해서 성공한다.
그만큼 이미 잠재적 독립 열망이 강하다.
따라서, 남부 아메리카를 에스파냐 영토로 남겨 놓으려면, 복잡한 정략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군사가 아닌 정치가 필요하지. 적을 이기는 것보다, 아군을 늘려야 해. 동시에 통제해야 하고.”
“어, 어, 어려운데. 내가 와서 보니까 에스파냐인들은 프랑스인들 이상으로 급해. 가능하겠어?”
“시에스타를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더군.”
유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당장, 지금도 깨어 있는 사람은 프랑스 출신밖에 없잖아.”
시에스타, 곧 남유럽에 만연한 점심 낮잠을 말한다.
유진이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다니는 이유가 바로 이 풍습 때문이다.
지금 세비야는 마치 죽은 도시처럼 조용하다.
그때 이폴리트가 눈썹을 치떴다.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저 멀리 두 사람이 건물 뒤편, 그늘에서 다투는 게 보였다.
한데 어쩐지 유진도, 이폴리트도, 실은 쥐노와 라살도 아는 얼굴이다.
유진과 근위대는 전쟁의 프로답게 발소리를 죽여가며 다가갔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에요, 무슈 볼리바르?”
문득 두 사람 중 하나, 여자가 말하자 남자, 볼리바르가 고개를 돌렸다.
“시몬이라 불러주시오. 너무 어색하군. 스테파니.”
“흥, 내가 아무리 방계라도, 프랑스 제국 황후 폐하와 에스파냐 국왕 폐하의 친족이에요. 당신이 이름을 부를 사이는 아니라구요.”
“글쎄, 침대에선 달콤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소만.”
순간, 여자, 스테파니가 주위를 황급히 돌아보며 목소리를 낮춰 다그쳤다.
“미쳤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말을!”
“아무도 안 듣는 데 무슨 상관이오? 게다가, 난 이곳이 하나도 마음에 안 든다오. 당신만 빼고.”
“그럼 왜 여기 온 거죠? 거절하고, 그냥 다른 사람을 보냈으면 될 것을.”
볼리바르는 스테파니를 돌아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이 같이 오자고 하지 않았소? 또한, 당신의 사촌 오라버니 제안도 아주 흥미가 없는 건 아니고.”
이곳에 있는 군인들은 포병이 아니다.
나아가 전쟁터에서 늘 귀를 틀어막고 청각 보호에 상당히 신경을 쓴 이들이다.
그래서 조금 멀어도 시끄럽게 싸우는 두 남녀의 목소리가 잘 들린다.
문득 쥐노가 이폴리트를 돌아보았다.
“지금, 들었지. 이폴리트?”
“이봐요, 쥐노 씨. 뭘 그렇게 놀라요? 프랑스에서 불륜하는 여자가 한 둘인가. 게다가, 어차피 나랑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아니, 그래도, 자네랑 같이 다녀온 거 아냐? 그럼 그 배에서 그, 그, 그런 짓을.”
쥐노가 자신은 꼭 순결한 인간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자, 이폴리트가 헛기침을 했다.
“아니, 뭐, 나도 저 친구 누나인 마리아 안토니아와 잤거든요. 흠.”
그러니까, 볼리바르의 누나와 잤다는 소리다.
여성 편력 면에서는 실로 대륙을 넘나드는 스케일인 셈이다.
유진도 어이가 없어 입을 쩍 벌릴 찰나, 스테파니가 화를 내다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뭘 하는 거죠? 응?”
미처 유진이 몸을 숨기지 못한 탓에 스테파니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오, 오, 오라버니?”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숨어서 들을 필요는 없다.
유진은 쓰게 웃다 건물 쪽으로 다가섰다.
당황한 볼리바르를 향해, 유진이 냉정한 표정으로 황망한 감정을 감추며 일렀다.
“아주 흥미로운 대화였네, 볼리바르.”
“······어디까지 들으신 겁니까. 국왕 폐하.”
“글쎄, 짐을 왕으로 인정하기 싫다는 얘기는 잘 들었지. 생각하는 바가 있나? 그렇다면, 들어주지.”
순간, 유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만약 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짐의 육촌동생을 건드린 대가, 세비야 항구에서 치러야 할 거야.”
혼인하지 않은 왕가의 여자를 건드린 자는 당연히 사형이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지만, 여긴 훨씬 보수적인 에스파냐다.
나아가 이주민 사회는 보통 원주민 사회보다 보수화되는 면이 있다.
나름 보수적인 신대륙 상류층 집안의 남자, 볼리바르가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군요. 제 그랜드 플랜을 말씀드리지요.”
이건 확실히 유진의 관심을 끄는 제안이다.
***
세비야에는 옛 에스파냐 왕실의 별궁이 있다.
-촥!
별궁 심처에서 볼리바르는 늘 갖고 다니던 지도를 펼쳤다.
“지도를 보시면 알 겁니다. 신대륙이 얼마나 큰지, [수다메리카]가 얼마나 거대한 공간인지.”
“수드가 남쪽이란 뜻이지? 짐은 [노르테 아메리카]를 누비다 왔네. 그곳도, 참 넓어. 밀림은 적지만.”
“그러나, 본국에서 얼마나 먼지도, 보이시겠지요.”
수다메리카, 곧 남부 아메리카를 가리키며 볼리바르가 눈을 번뜩였다.
“수다메리카의 크리오요들은, 본국의 지배를 부당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신대륙에서 농장을, 광산을, 그리고 무역업을 경영합니다. 그러나, 본국은 우리를 지배대상으로 볼 뿐이죠!”
이곳 세비야가 지난 18세기에 몰락했던 것도 크리오요의 성장 때문이다.
물론 요새는 지중해 무역과 세비야 자체의 쿠바산 담배 제조사업이 발달해 다시 부흥하는 중이긴 했다.
허나 크리오요들에게 일방적으로 본국의 물산을 수출하던 시기는 이미 백년 전에 끝났다.
고성장 중인 크리오요들이 본국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것도, 이런 경제적 자립 가능성 덕분이다.
“그래서 코르테스를 만들어 주겠다는 게 아닌가?”
“불충분합니다! 신분제 의회는 그저 또 다른 귀족들의 지배일 뿐! 페닌술라르들이 다수를 차지하겠죠. 헌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프랑스처럼!”
“프랑스처럼 되고 싶다고?”
문득 볼리바르가 주먹을 힘껏 쥐며 외쳤다.
“그렇습니다. 프랑스에서 그렇듯, 투표와 선거로 뽑히는 의원들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그들이 구성하는 정부가 [연방]을 이뤄야 합니다. 오직 그것만이 신대륙의 불만을 재울 수 있습니다!”
볼리바르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직후, 유럽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났다.
그랜드 투어란 유럽 상류층 자제들, 특히 영국인들이 외국을 오가며 견식을 높이던 여행이다.
신대륙 부호들도 이런 문화를 본받아, 유럽으로 자제들을 보내곤 했다.
어렸을 때 고아가 된 볼리바르도, 자산은 많았기에 유럽 여행이 가능했다.
당시 볼리바르는 혁명이 일어난 프랑스를 보았고, 시대가 바뀌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이때부터 볼리바르의 머릿속에는 프랑스식 변혁이 자리잡았다.
오히려 프랑스는 다시 군주제로 돌아갔지만.
유진은 흥미로운 얼굴로 지도를 두들겼다.
“연방 체제라. 아메리카 연방을 생각하고 있군.”
“그자들은 기실, 북아메리카 연방이라 불러야죠. 아메리카 연방이라니, 오만한 말입니다. 하지만 그자들이 맞는 것도 있죠! 신대륙은 신대륙인의 것이라는 거!”
“한 가지를 잊고 있군, 볼리바르.”
문득 유진이 한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신대륙에는 메스티소와 물라토, 그리고 흑인 노예들이 살아. 크리오요만이 아니라.”
원역사에서 볼리바르는 공화국 연방 체제를 주장한다.
허나 유색인종은 당연히 투표권이 없어야 한다는 게 볼리바르의 생각이었다.
특별히 볼리바르가 나빠서가 아니라, 신대륙 백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일 것이다.
그러니 유진의 지적에 볼리바르는 화를 냈다.
“어떻게 유색인종에게 권리를 인정할 수 있습니까? 폐하, 그건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본토 귀족들에게 말해보게. 크리오요에게 권리를 인정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그게 어떻게 같습니까! 우리 볼리바르 가문만 해도!”
나름 본토에서 귀족 출신이었던 전통을 논하려는 볼리바르에게, 유진이 차갑게 말했다.
“그게, 그대가 동경하는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이다.”
순간, 볼리바르는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으로 입을 다물었다.
눈앞의 청년은 국왕인 동시에, 혁명의 기수라 불리던 자다.
혁명이라면 유진이야말로 훨씬 정확하게 알지 않을까?
그런데 유진은 어느새 표정을 풀며 지도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대의 제안, 확실히 흥미로워.”
“선거 말입니까?”
“아니, 그건 프랑스인에겐 그리 놀라운 발상은 아니야. 신대륙 크리오요 본인이 얘기한다는 건 조금 흥미롭긴 하지만.”
유진은 다른 지점을 언급하며 싱긋 웃었다.
“연방 체제 도입은 확실히 놀랍군.”
특히 신대륙 주민이 스스로 발의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걸 제대로 이용한다면, 어쩌면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국 에스파냐와 신대륙 식민지를 하나로 만들면서도, 동시에 흩어 놓는다는 목표를.
유진이 고개를 들어 볼리바르를 보았다.
“선물을 주지. 볼리바르.”
물론 볼리바르는 대체 무슨 선물을 준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다음 날, 1백 인의 코르테스 의원들은 경악할 소식을 들었다.
“누에바 그라나다 코르테스의 일원, 시몬 볼리바르와 짐의 사촌, 스테파니 드 보아르네의 약혼을 발표한다.”
물론 가장 경악한 사람은 볼리바르다.
허나 그 다음으로 경악해야 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잠시 눈치를 살피던 근위대장 쥐노가 재빨리 국왕 유진에게 물었다.
“예? 아니, 이폴리트는? 이거, 사전에 얘기된 겁니까?”
“이미 저랑은 얘기 끝난 사안입니다, 원수 각하.”
“그렇지만!”
정작 이폴리트는 시큰둥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전 제가 싫다는 여자는 질색이라구요. 무슈 볼리바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멀리 끌려나온 스테파니가 파르르 눈썹을 떨었다.
하지만 볼리바르를 보는 눈길은 싫지 않은 기색이다.
볼리바르는 얼떨떨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다 유진을 향해 말했다.
“폐하,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그대에게 주는 의무와 같이 가는 거다, 볼리바르.”
“무슨, 의무를 말하십니까?”
유진은 냉정한 태도로 볼리바르에게 대꾸했다.
“이곳에 모인 코르테스 의원들과 함께, 그대가 말한 체제를 한 달 안에 구성해라. 나아가, 짐의 승인이 있은 후에, 그 체제를 각자의 부왕령으로 귀국한 후, 실행하라.”
볼리바르가 눈을 크게 뜬 순간, 유진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올해 안에, 본국 에스파냐와 부왕령을 잇는 새로운 코르테스 체제가 설립될 것이다. 그 필두에 짐의 친족과 혼인한 그대가 있을 테지. 이게 짐이 주는 의무다.”
그 체제는 곧 연방제의 도입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볼리바르는 선거제 도입을 주장했고, 부왕도 선출직으로 하겠다고 유진이 말했다.
물론 부왕 선출은 코르테스에서 할 거고, 선거제는 프랑스가 그랬듯 유권자를 제한할 수 있다.
허나 선거라는 것 자체가 신대륙에서는 초유의 일이다.
또한 본국 에스파냐에는 선거가 도입될 것인가?
결국 에스파냐 본국까지 뒤흔들 사태라, 이폴리트가 슬쩍 유진에게 낮게 물었다.
“폭탄선언이군. 이거, 에스파냐의 왕권이 약화된 상태에서 가능한가?”
“혼처는 따로 알아봐 주지, 이폴리트.”
“됐거든? 난 결혼으로 묶이고 싶은 사람이 아냐. 그보다, 국왕 폐하께선 이걸 어떻게 실행할 거야?”
당장 알라바가 반대를 외칠 것이다.
어쩌면 에스파냐 내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진은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마세나가 왜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프랑스군이 있는 한, 내 맘대로 안 될 게 없어.”
물론, 유진은 내전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왜냐하면, 이 체제는 결국 에스파냐 귀족들에게 유리하게 될 테니까.
나아가 프랑스 제국으로 돌아갈 유진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