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5화(436/547)
(435) 나폴레옹을 설득해 연방 승인을 받자
아직도 에스파냐는 사실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탕!
높다란 토레스 베드라스 방어선을 향해 총성이 울렸다.
물론 성벽에는 닿지도 않을 총격이다.
잠시 초병이 올라와 확인하더니 다시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쪽 주둔군은 신경 쓰지도 않는 모습이랄까.
마세나는 혀를 찼다.
“저놈의 방어선은 정말 높기도 하군.”
그러자 제4군단 참모장, 세르보니가 투덜거렸다.
“솔직히, 유진 부왕, 아니 에우제니오 국왕이 조기에 공략했다면, 저 정도는 아닐 겁니다. 원수 각하.”
“세르보니 소장, 자네가 그러니까 아직도 진급을 못한 거야.”
“그건 또 무슨 모욕이십니까? 사단장급 위로 올라가면 군단장밖에 없는데요.”
마세나가 껄껄 웃다 뒤를 돌아보았다.
“이번에 소장과 원수 사이에 중장이란 계급을 만든단 얘기 못 들었나? 애석하게도, 거기 자네는 포함되어 있지 않네. 아우스터리츠에 있지 못했기 때문이지.”
이곳은 에스파냐령이 아닌 포르투갈 왕국, 수도 인근의 토레스 지역이다.
1807년 9월, 프랑스 제4군단은 벌써 반년이 넘게 이곳에 못 박혀 있다.
웰즐리가 이끄는 영국군이 방어선 너머로 진격할 조짐을 보이자, 유진이 긴급히 마세나를 파견한 탓이다.
유진과 마리가 사실상 에스파냐인들에게 둘러싸이는 사태를 감수했달까.
그러나 보내던 유진도, 도착한 마세나도 아주 여유롭다.
유진이 완전히 마드리드, 아니 카스티야 일대를 장악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반란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문득 토레스 지역 제4군단 숙영지를 점검하던 마세나에게 세르보니가 반문했다.
“그래서, 저보고 오주로 원수 각하나 란 원수 각하 아래서 일하라는 말씀입니까? 사양합니다, 각하.”
“바로 이게 자네 문제지. 정치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 마음으로 판단하니. 따지고 보면 코르시카 출신이라 출세하기도 쉬웠을 텐데.”
“돌려 말하지 말고, 제대로 말씀해주시지요. 에우제니오 국왕이 공략하지 않은 게 잘한 일이었단 말씀입니까?”
마세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대꾸했다.
“그렇지? 유진 국왕 폐하는 바른 판단을 한 거야. 여기서, 소모전을 벌였다면 이겼어도 에스파냐 전국에서 반란이 일어났겠지.”
원역사에서 마세나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른바 반도전쟁이 벌어졌을 때, 거듭 실패하던 원수들을 대신하여 마세나가 파견된다.
그러나 마세나는 이미 튼튼하게 방어벽을 세운 웰즐리와 마주해야 했다.
방어선 돌파를 위해 골몰했지만 모든 게 허사였고, 오히려 게릴라 반군에게 보급이 끊겨 후퇴하게 된다.
그에 비하면 현재 대치 상태는 오히려 양호하다.
물론 보급을 맡은 이탈리아 보아르네 카르텔은 꽤 손해를 보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때 군영에서 순찰 부대를 움직이던 장군이 다가와 물었다.
“그럼, 우리도 퇴각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마세나는 질문한 장군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쉬셰, 제법 약삭빠른 소리를 하는군.”
“원수 각하 아래 있다 보니, 눈치가 생겼죠. 여기서 영국군을 봉쇄하는 게 우리 임무인 거 아닙니까?”
“사실 완전 봉쇄도 아니지. 제해권은 전부 저놈들에게 있는데.”
문득 마세나가 저 멀리 보이는 해안가를 보다 낯을 찌푸렸다.
“물론 이상한 건 있어. 저놈들이 어쩐지 에스파냐의 해역을 봉쇄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단 말이야? 대체 왜 그런 거지?”
사실상 포르투갈은 현재 국토의 절반을 빼앗긴 상태다.
이것은 마세나 군단 8만 명에게 대항할 전력이 없기도 하지만, 영국군이 전력으로 상대해오지 않은 탓도 있다.
만약에 전력을 다했다면 대서양과 지중해를 가리지 않고, 영국 해군이 에스파냐 해역을 봉쇄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대륙에서 코르테스 의원들이 온 것에서 알 수 있듯, 영국은 적극적인 해양 봉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뭔가, 영국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마세나가 생각할 찰나였다.
-두두두!
북쪽에서 일련의 기마대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히-호! 오늘도 성채 앞에서 놀고 있는 마세나 원수 각하! 어디 계십니까!”
“자, 자, 장군!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이렇게 멋대로 들어오시면!”
“아군끼리 왜 이래? 라마르크라고 했나? 자네도 요령이란 걸 배워!”
갑자기 밀어닥친 기마대의 선두, 라살을 보다 마세나가 세르보니에게 일렀다.
“저놈은 절대로 원수는 못 될 거야.”
“그렇겠군요.”
“하지만, 근위대장은 될지도 모르지. 어이, 라살!”
사실 아무리 같은 프랑스군이고 안면이 있어도, 전령 부대가 오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허나 라살은 통보 절차를 무시하고 군영을 주파해 버린 셈이다.
물론 마세나도 라살 만큼이나 격식을 그리 따지는 성품이 아니었기에, 질책하는 대신 용건부터 물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시끄럽게 왔나?”
라살은 말에서 뛰어내리며 씩 웃었다.
“국왕 폐하, 그러니까 유진 폐하의 요청서입니다. 이곳에는 쉬셰 사단만 남기고, 세비야로 이동해 에스파냐 왕에 조력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거 명령서 아닌가?”
“에이, 어디까지나 에스파냐 왕이 프랑스 원수에게 부탁하는 거죠.”
너스레를 떠는 라살에게 마세나가 콧방귀를 뀔 찰나, 라살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일렀다.
“좀 큰일을 벌이시려나 봅니다.”
마세나는 미간을 좁히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쟁은 아니면 좋겠군. 여기 사람들은 끈질겨. 자, 회군 준비하자!”
그러니까, 유진은 가장 중요한 전력을 부른 것이다.
에스파냐가 뒤흔들릴 결단을 내리기 직전에.
심지어 웰즐리 봉쇄를 포기하면서까지.
***
이 결단은 파리, 퇼르리 궁전에도 보고될 수밖에 없다.
“조미니라고? 아, 그래. 유진의 참모장이라는 스위스인이었지. 웬일인가?”
아직도 의외로 살이 찌지 않은 나폴레옹을 향해, 조미니가 고개를 조아렸다.
“사실, 이런 일은 저보다는 로슈자클랭이 어울립니다만. 현재는 폐하를 섬기고 있는지라, 부득불 제가 오게 되었나이다. 후후.”
“로슈자클랭이 유진의 사람이란 걸, 굳이 짐에게 말할 필요는 없네. 괜히 그 덕분에 로슈자클랭의 승진에 지장이 생겨. 푸셰나 사바리가 반대하거든.”
“딱히 승진을 바라는 친구도 아닐 겁니다. 어쨌든, 폐하께 서신을 바치고 회신을 받아오라는 명을 받아,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아주 유창한 프랑스어로 떠드는 조미니를 힐끗 보다, 나폴레옹이 서신을 받아 들었다.
“에스파냐에 선거를 도입한다?”
나폴레옹이 놀라 눈을 크게 뜨자, 조미니가 유들유들하게 덧붙였다.
“제한적 선거입니다, 폐하.”
“그게 우리 프랑스에 미칠 영향은 생각해 봤다던가? 그렇잖아도, 우리 제국은 지금 가능한 한 선거를 줄이고, 의원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중이야.”
“선거에 위협을 느끼시는 건 잘 압니다. 폐하. 다만, 유진 국왕께서는 부황이신 폐하께 이렇게 말씀드리라 하셨습니다.”
국민 여론에 아주 민감한 나폴레옹이다.
또한 선거가 군주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나폴레옹은 안다.
한데 에스파냐에서 유진이 선거제를 전면 도입한다면, 프랑스 여론은 어떻게 움직일까?
혹시 프랑스에도 선거 열풍이 불지 않을까?
그러나 조미니는 다른 측면을 언급했다.
“오직 선거로 뽑히는 의원들만이, 귀족과 달리 프랑스의 지배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나폴레옹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유진은 가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일을 벌이곤 한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면 유진의 행동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이번에 선거제를 도입한 것도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뭘까?
“그건 왜 그렇지?”
“귀족들은 강합니다. 누대로 걸쳐 내려온 토지, 인맥, 자산이 있죠. 허나 의원들은 일부 귀족들이 있을 수 있어도, 결국 신흥세력입니다. 군주에게, 혹은 더 큰 힘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게 프랑스 제국이다?”
조미니는 나폴레옹을 구슬리는 표정으로 웃었다.
“나아가 군사력이 아닌, 재력으로 에스파냐를 통치하시기에도, 유리하실 겁니다.”
나폴레옹이 눈썹을 치뜨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쿡, 짐의 재산 대부분을 유진이 관리하고 있다는 걸, 짐이 잊은 줄 아나?”
“꼭 폐하의 재력이나 황금만을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만.”
“하하핫! 알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제일 부자는 짐이 아니라, 유진이 아닌가!”
순간, 나폴레옹은 책상을 맹렬히 두들기며 외쳤다.
“아주 재미있는 생각을 해냈구나, 유진!”
반대로 나폴레옹의 지시를 듣고 있던 장관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심지어 유진의 서신을 들고 온 조미니조차도.
하지만 유진의 속셈을 읽어낸 나폴레옹은 고개를 홱 돌리며 재무장관을 찾았다.
“몰리앙!”
“예, 폐하. 말씀하소서.”
“유진이 에스파냐의 금융을 프랑스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에스파냐 중앙은행을 접수할 계획을 짜라.”
몰리앙이 얼결에 나폴레옹의 지적을 받아쓸 찰나, 나폴레옹이 조미니를 돌아보았다.
“이러면 되겠지, 조미니?”
조미니는 입을 쩍 벌렸다.
아직 나폴레옹은 조미니의 말을 전부 듣지도 않았다.
사실 조미니도 이런 방식의 해결책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허나 유진의 지시와 나폴레옹의 말을 조합해 보니 알겠다.
처음부터, 유진은 나폴레옹에게 [금융지배]를 얘기하고 있었음을.
“실로, 폐하의 천재성은 그 누구도 따를 수가 없군요. 그리 전하겠습니다. 폐하.”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전율했다.
이 시대, 프랑스를 지배하는 보나파르트 부자의 정략 스케일에.
***
물론, 사실 유진은 꼭 나폴레옹을 위해서만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것은 아니다.
“에스파냐 중앙은행이 파산 직전이라고? 자크, 그게 정말이냐?”
여전히 세비야 별궁에 머물고 있는 국왕 수석보좌관, 이폴리트가 다급히 물었다.
이폴리트 앞에 서 있는 소년은 자크, 그러니까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아들이다.
예전 인질 겸 시동으로 유진에게 보내졌지만, 실상 하는 일은 거의 비서에 가깝다.
이폴리트의 지시로 에스파냐 왕실 중앙은행 장부로 검사하고 온 자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수석보좌관님. 제가 장부를 보니, 한 달 내로 추가 출자금이 없으면 파산이 확실합니다.”
“이런, 그래서 유진이 프랑스의 힘을 빌린다고 한 거군!”
“그런데, 어째서 귀족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하셨을까요? 그 점만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때 별궁 집무실 밖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코 디 에스파냐에 출자한 대귀족들도 같이 파산할 테니까.”
자크는 황망히 고개를 조아리며 예를 취했다.
“폐하, 오셨습니까.”
“일은 잘 배우고 있나, 자크? 지내는 건?”
“예, 폐하. 둘 다 넘칠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나이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자크의 어깨를 두들겼다.
후일 원역사에서 프랑스 금융을 장악할 장본인, 자크 로쉴드.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유진의 슬하에서 자란다면, 당연히 친 유진파가 될 것이다.
그때 이폴리트가 황급히 물었다.
“잠깐, 그런데 중앙은행에 신대륙인들은 출자를 못했잖아?”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농업 생산도, 광업 생산도, 산업 생산도 신대륙이 앞서게 될지 몰라. 하지만.”
“금융은, 본국의 통제를 받게 만든다?”
“바로, 그거야. 이폴리트.”
문득 유진이 복식부기가 적혀 있는 장부를 보았다.
방코 디 에스파냐, 에스파냐 왕실이 18세기 말에 만든 은행이다.
허나 그간 방만한 경영과 거듭된 전쟁으로 이미 파산 직전이었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의 지배가 끝난 후, 왕실의 특별 출자로 겨우 살린다.
하지만, 이제는 프랑스의 자본이 투입되어 금융 간접 지배체제가 실현될 것이다.
“투표는 자유를, 군주는 책임을, 그리고 자본이 지배한다. 이게 새로운 에스파냐의 지배체제다.”
그게, 유진이 에스파냐의 군주로서, 프랑스의 황제를 설득한 해법이다.
나아가 에스파냐의 귀족들과 신대륙의 유력자들조차도.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간파했듯,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바로, 프랑스 제일금융가는 단연 유진이라는 거다.
1807년 9월, 금융을 통한 유진의 지배체제가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