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6화(437/547)
(436) 1807년, 에스파냐 연방이 탄생하다
베라크루즈, 누에바 에스파냐의 제1항구는 지금 들끓고 있다.
“선거다!”
사실, 누에바 에스파냐 혹은 멕시코의 주도는 단연 멕시코 시티다.
허나 본국과 식민지의 연결이 중요한 19세기 초, 대서양에 면한 항구가 발달하는 건 불가피하다.
하여, 대서양 방면 항구인 베라크루즈는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번영하며, 가장 빨리 변한다.
이를테면, 도시 곳곳에서 주민들이 벽보를 보고 외칠 정도다.
“맙소사, ‘우리’ 에스파냐에 선거가 도입되다니!”
“그런데, 투표권은 누구에게 주어진다고? 뭐? 물라토까지?”
“아니야. 잘 보라고. 포고문을.”
포고령을 보며 주민 호세가 친구에게 외쳤다.
“어디까지나, 1천 에스쿠도 이상의 자산, 혹은 연간 5천 페소의 수입을 가진 자만이 투표권을 가진다!”
1천 에스쿠도는 금화니 대략 1천 프랑 정도고, 5천 페소는 은화라 그 절반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연간 최소 5백 프랑 이상의 수입을 가진 이들만 투표권을 갖게 한 셈이다.
프랑스 대혁명 초기에 재산권으로 유권자를 제한한 수법을 썼달까.
그러나 난생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된 시민들은 오히려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크흠, 재산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아니지! 재산이든 수입이든, 일정 수준의 돈을 가진 자여야, 책임감 있게 정치에 임할 수 있지 않나? 자네, 돈 없는 카빌도 의원 믿어?”
“그야 뇌물이나 받을 테니, 믿을 수가 없지!”
일단 뇌물이니 뭐니 하는 건 핑계다.
주민들이 정말 걱정하던 것은 유색인종이 투표권을 갖는 일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노예제가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신대륙 에스파냐인들도 안다.
아직 노예제 폐지가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에스파냐에도 같은 물결이 올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색인종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을까?
혼혈인들이 지배층이 되는 꼴을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산권으로 투표권을 제약한 이상,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게 된 셈이다.
문득 그 모습을 카페에서 내려다보던 한 장교가 입을 열었다.
“놀랍지 않소? 이달고 사제? 지금까지 본국에 불만이 가득했던 이들이, 모두 선거 얘기뿐이오.”
젊은 장교를 물끄러미 보던 중년의 사제, 이달고가 눈을 내리깔았다.
“세뇨르 이투르비데, 저를 떠보고자 오신 거라면 그만 가시는 게 어떨지요. 이제 우리 사제단은 독립운동 같은 건 꿈꾸지 않습니다.”
“한때는 꿈꿨다는 얘기군. 하긴, 본국 국왕 폐하께서 명시적으로 반란을 일으켰던, 남쪽 그라나다의 미란다 장군까지 용서했다고 하오.”
“들었습니다. 정말 관대한 분이로군요.”
일순, 장교 이투르비데가 눈을 번뜩였다.
“어떻소? 사제께서도 의원에 출마하시는 게?”
사제 이달고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반문했다.
“제가 말입니까? 저는 시골사제로, 정치와 무관한 사람입니다.”
“누가 믿겠소. 미구엘 이달고 코스틸라! 당신은 대학에서 계몽주의를 강의했고, 상업과 포도 재배에 훨씬 관심이 많지. 굳이 불온한 집회는 거론하지 않아도, 여자와 애들까지 있지 않소!”
“세뇨르 이투르비데, 지금 날 협박하는 겁니까?”
이달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본래 원역사에서 이달고는 1810년, 그러니까 향후 3년 내에 반란을 일으킨다.
그만큼 단순한 사제가 아니라, 누에바 에스파냐 기층 사회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달고가 본래 대학교수로서 제자들이 많았던데다, 세속적인 일에 훨씬 관심이 많아 다양한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물론 연애사업에도 신경 써서 사실상 부인과 애들도 둔 터다.
만약 본국이나 교황청에 알려진다면 당장 파문당할 일이긴 하지만, 이 시대 사제들 중 이달고 같은 이들은 드물지 않긴 하다.
그때 장교 아우구스틴 데 이투르비데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 난 먼 친족인 사제님을 감옥에 넣을 생각이 없소. 단지, 차기 부왕이 어떨까 생각하는 거지요.”
“지금 뭐라고 하셨소?”
“공식적으로 자식이 없는 독신 사제. 선출직 부왕직에 어울리는 사람 아니오?”
이투르비데는 빙그레 웃으며 품속에서 본국으로 밭은 서신을 꺼내 들었다.
“마침, 마드리드, 아니 세비야에서 추천장도 왔소만.”
이투르비데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멕시코 독립운동을 탄압하다, 태세를 바꿔 아예 멕시코를 독립시킨다.
나아가 최초의 멕시코 제국을 세워 초대 황제에 오른다.
그렇지만 또한 최초의 멕시코 혁명을 10개월 만에 맞이해, 퇴위당해서 쫓겨났다가 죽는다.
아직은 그저 왕실에 충실한 청년 장교인 이투르비데를 응시하다, 이달고가 물었다.
“현재 부왕의 뜻이오? 아니면, 쿠바의 시스네로스 제독?”
“아니, 아마도 에우제니오 폐하의 뜻일 거요. 혹시 마리아 폐하의 뜻일 수도 있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대체 나를 어떻게 알고?”
이투르비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분은 아직도 누벨 프랑스의 부왕이시오. 아마, 누벨 프랑스 총독인 시절, 정보를 입수하지 않으셨겠소?”
이달고가 한숨을 쉬다 밖을 보았다.
“무섭군, 새로운 왕은.”
3층 카페 아래, 베라크루즈 시민들이 거세게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호세에게 한 표를!”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소! 돈만 있으면, 우리 메스티소도 의회로 갈 수 있소!”
“아니, 돈 있기만 하면 다냐!”
한 번 들끓기 시작한 시민은 멈추지 않는다.
더 많은 권리,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재산을 목표로 움직인다.
혹, 이 사태까지도 본국의 왕은 알고 있는 걸까?
이달고가 떨리는 눈으로 시민들을 보다 중얼거렸다.
“과연, 저런 세상을, 어떻게 통제할 셈인가?”
물론 금융 지배라는 개념은 아직, 신대륙 인들은 상상도 못할 때다.
***
1807년 12월 초, 겨울인데도 세비야 항구는 여전히 붐빈다.
-삐이익!
거친 바다를 해치고 달려온 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려서고 있었다.
바로 신대륙에서 온 코르테스 의원들이다.
특히 이번에 들어온 배는 중요해, 마중 나온 근위병들도 있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신임 라 플라타 부왕이 오기 때문이다.
-척!
문득 배에서 내려서는 신임 부왕을 향해 근위병들이 사열했다.
“받들어, 총!”
보아르네식 신식 총을 보던 부왕의 수행원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여기 망했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흥성하구만요? 근위병들도 아주 훈련이 잘 된 것 같구요.”
수행원, 후안 안토니오 데 아레날레스를 돌아보다 부왕 산 마르틴이 대꾸했다.
“사실 망했던 게 맞네. 지금 갑자기 활발해진 건 세 가지 이유일세. 첫 번째는 보아르네 카르텔 덕분이고, 두 번째는 영국이 전쟁을 멈춰서지. 세 번째는, 당연히 우리 신대륙 코르테스 때문이고.”
“어라, 그러고 보니 아직 우리 영국과 전쟁 중 아니었어요?”
“글쎄, 영국 배가 우리 배를 막아서지는 않았지. 프리메이슨 본부에서도 별 다른 주의사항이 없었고.”
그때 또 다른 배가 포구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박했다.
-쿵!
거대한 전열함이 들어섰다.
이번에는 부왕을 맞이하러 나왔던 근위병보다 2배쯤 되어 보이는 병사들이 달려가는 게 보인다.
대체 얼마나 중요한 손님이길래, 이토록 의전에 정성을 다하는 걸까?
잠시 궁금해 산 마르틴도 돌아볼 찰나였다.
“우와, 영국 배다!”
보좌관, 본래 원역사에서는 산 마르틴과 함께 독립전쟁을 치를 장군, 아레날레스가 놀라 외쳤다.
하지만 산 마르틴도 아레날레스를 힐책하지 못했다.
왜냐면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전열함에서 내려선 남자를 향해, 장중한 옷차림의 남자가 다가섰다.
“잘 오셨소. 웰즐리 대사.”
“알라바 수상이시군요.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글쎄요. 이게 정말 좋은 자리일지. 실제로는 카스티야의 수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에스파냐 [수상], 알라바의 손을 마주 잡으며 영국 대사 리처드 웰즐리가 미소지었다.
“그렇게 따지면, 저는 잉글랜드 왕국의 대사 파견자입니까? 후후. 앞으로 적응되실 겁니다. 의회가 통치하는 나라에.”
그러니까 본래 에스파냐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던 리처드 웰즐리가 세비야에 온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다.
영국은 쿠데타 유발 장본인을 에스파냐에 보낼 정도로 뻔뻔하다.
그러나 반대로 에스파냐, 혹은 유진은 그런 대사를 맞이할 정도로, 영국과 정식 수교를 할 마음이 있다.
아레날레스가 놀란 얼굴로 산 마르틴을 돌아보았다.
“영국과 에스파냐가 평화수교를 한다면, 프랑스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산 마르틴 부왕님?”
신임 국왕 유진이 나폴레옹의 양자라는 것은 유럽만이 아니라 아메리카인도 다 안다.
또한 아직 간섭이 심하지는 않지만, 프랑스가 에스파냐를 속국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다들 우려하는 바다.
한데, 아직도 영국과 프랑스가 일종의 냉전 상태인 상황에서, 에스파냐가 영국과 수교한다?
이건 자칫 프랑스 제국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는 일이다.
산 마르틴은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국왕 폐하께선, 정말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하셨군.”
물론 정작 유진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
세비야, 최근 유진이 사실상 수도처럼 체재하고 있는 도시 별궁에 에스파냐 유력자들이 총집결했다.
“그럼 왕명으로 선포하겠다.”
본국 대귀족, 부르봉 왕실의 방계, 고위 성직자들.
여기에 새로 선임된 아라곤과 그라나다, 레온의 코르테스 의원들.
그렇지만 이색적인 이들은 따로 있다.
신대륙에서 건너온, 간혹 메스티소까지 포함되어 있는 [누에바 코르테스] 의원들이다.
아직 선거는 신대륙에서만 개최되었다.
그러나 선출직이란 개념이 본토까지 올 것도 시간 문제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을 받으며 국왕, 마리가 낭랑히 선언했다.
“짐, 마리아와 짐의 반려이자 공동왕 에우제니오는 새로운 에스파냐의 [연방]이 탄생했음을, 본토와 신대륙의 신민 모두에게 알린다.”
어쩐지 마리는 살짝 불편해 보이는 몸놀림을 보인다.
그러나 유력자들은 오히려 그 모습에 열광했다.
왜냐면 살짝 부푼 복부가 어떤 의미인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
부르봉, 아니 보르본 왕조의 후계자.
왕가는 혈통으로 정당성을 확인하며, 자녀가 없는 왕위는 위태롭다.
그러니 새로운 국왕 부부가 임신했다는 소식은 왕위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표지다.
살짝 마리가 낯을 붉히고 유진이 에스코트하는 모습을 보다, 육군 총사령관 로마나 후작이 낮게 말했다.
“이게, 정말 좋은 건지 모르겠군. 알라바.”
“로마나 후작,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겁니다.”
“하긴, 지금까지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지.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로마나 후작은 유진의 뒤에 있는 프랑스인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결국, 공동왕 폐하께서는 프랑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제4군단장 마세나와 근위대장 쥐노를 필두로 프랑스인들이 보인다.
수상에 알라바가 임명되었지만, 사실상 재상 노릇을 수석보좌관 이폴리트 샤를이 한다는 소문은 파다하다.
물론 사실 유진이 만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프랑스인들이 주도하는 궁정과 새로 탄생한 코르테스 지방권력은 충돌할지도 모른다.
또한 신대륙을 중시하면서, 은근히 세비야에 체재하는 유진의 태도도 문제다.
아직 엄연히 수도인 마드리드인들이 불만을 품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도, 알라바는 엄숙히 답했다.
“그러나, 이긴다면, 모든 게 달라지죠.”
그야말로 지금껏 전장에서 불패의 전적을 쌓은 유진이다.
만약,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신대륙의 불만마저 효과적으로 억누로고 있지 않은가?
아주 불안한 균형 위에서, 에스파냐 본국과 신대륙 코르테스 의원들, 총합 2백 인이 외쳤다.
“에우제니오 폐하 만세! 마리아 폐하여, 만수무강하소서! 건강한 후계자를 기원하나이다!”
문득, 살짝 불안한 눈으로 마리가 유진을 왕좌 앞에서 돌아보았다.
“괜찮겠지?”
유진은 대답 대신 굳건히 마리의 손을 잡았다.
1807년 12월 2일.
에스파냐 연방 왕국이 탄생했다.
신대륙, 그리고 유럽 본토가 동등한 지위를 갖는 나라가.
초대 국왕, 에우제니오와 마리아의 결합이 만들어낸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