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7화(438/547)
(437) 영국은 권력쟁탈로 바쁘다
여기, 오랫동안 공화국의 수상을 꿈꿔왔던 남자가 있다.
“영국도, 프랑스처럼 돼야 하오. 정확히는 혁명 당시의 프랑스처럼!”
찰스 제임스 폭스, 58세지만 영국 정계에서 활약한 건 30년이 넘은 남자다.
당통 뺨치도록 뚱뚱하지만, 험상궂은 당통과 달리 아주 사람좋은 인상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요 근래의 당통보다 과격한 게 확실하다.
프랑스조차 혁명을 얘기하지 않는 1807년, 아직도 혁명정신을 얘기하고 있으니까.
엄연히 왕국인 영국에서 공화국을 떠드는 남자, 폭스에게 앞에서 청나라산 수입차를 마시던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미스터 폭스.”
“오, 포틀랜드 공작 각하. 제게 동의하시다니 별일입니다?”
“왕이 지배하는 나라에는 신물이 나오. 그것도 미친 왕이라면!”
문득 윌리엄 캐번디시, 제3대 포틀랜드 공작이자 전직 수상이 책상을 내리쳤다.
“대체 언제까지 미친 국왕이 지명하는 수상들을 봐야 하오? 그거 아시오? 피트가 아우스터리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다음 수상은 그랜빌이 됐소. 애딩턴에 이어, 또 다시!”
“피트의 친구가 됐군요.”
“맞소! 토리도, 휘그도 아니고, 피트의 친구들이 지배하는 시대요!”
포틀랜드 공작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건, 왕정도, 의회정치도 아니오. 그저, 피트 독재지!”
아우스터리츠, 유럽 대륙의 패권을 정한 전투다.
피트는 결국 전투가 끝난 후, 실각했다.
하지만 실각했음에도 후임 수상은 피트의 뜻대로 정해졌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사실 포틀랜드 공작도 한때 피트의 [프렌즈]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피트 1차 내각 당시 내무상을 지낸 게 포틀랜드 공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 내각에서는 밀려난 데다, 이번에는 수상을 노렸음에도 피트는 무시했다.
그 때문에 오랜 피트의 반대자였던 폭스를 불러와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피트가 휘그당 [독립주의자] 파벌과 함께, 구 토리당 인사들을 모두 규합했다는 거요. 미스터 폭스.”
“다수죠. 의회에서도 다수고, 선거에서도 다수고!”
“전쟁에서 대체 몇 번을 졌소? 이긴 게 없는데도 선거에서는 이긴단 말이오. 이게 전부 양당야합 때문이오!”
포틀랜드 공작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후대 원역사의 오해와 달리, 이 시대는 사실 [휘그당] 일당이 지배하는 시대다.
이른바 토리당은 본래 제임스 2세를 지지하던 당파인데, 명예혁명 이후 사실상 해체되었다.
그렇지만 휘그당에서 분열이 일어나, 피트가 이끌고 나온 독립주의자 파벌이 탄생했다.
피트는 휘그 분파와 구 토리파를 합쳐 새로운 세력을 만들었다.
통칭 [보수당]이라 불리게 될 세력이 여기서 비롯된 [신 토리당]이다.
토리당이란 명칭 자체는 원역사에서는 피트 사후에야 일반화되지만, 이 시대에도 정계에서는 꽤 거론되는 이름이었다.
여전히 휘그당의 당수나 마찬가지지만, 분파 때문에 야당 신세인 폭스가 히죽 웃었다.
“하지만, 수상을 정하는 건 사실 하원이 아니지요.”
포틀랜드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그게 무슨 말이오? 설마 귀족원을 말하는 거요? 거긴 크롬웰 이래, 별다른 권력이 없소만.”
“아니, 그게 아니라 수상 임명은 왕이 하는 거 아닙니까?”
“어,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대부터 이미 다수당 지도자를 임명하는 게 보통이 아니오? 피트가 수상이 된 것도, 이후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고.”
폭스의 두툼한 눈이 번뜩였다.
“그럼, 왕이 정말로 미쳐서, 섭정이 선다면 누가 임명할까요?”
국왕 조지 3세가 제정신이 아닐 때가 많다는 건, 거짓이 아니다.
이건 19세기에는 원인도 할 수 없는 호르몬 계통 질병 탓이라, 나날이 심해져만 간다.
한데 아무리 수상이 실제로 국정을 운영한다 해도, 영국은 엄연히 왕정.
왕이 미치면 그 후계자가 섭정이 되어야 한다.
“조지 왕세자?”
“맞습니다.”
“하지만 왕세자와 대체 어떻게 손을 잡는단 말이오? 왕세자는 정치에는 무관심하고, 도박과 여자와 술에 미쳐 있소.”
포틀랜드 공작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폭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왕세자는 권력이 없는 자신을 증오할 뿐이죠. 게다가, 잊으셨습니까? 내 부인인 엘리자베스는 한때, 왕세자의 애인이었지요.”
자기 부인이 왕세자의 애인이었다는 걸 자랑스레 말하는 건, 폭스가 보통 사람이 아니란 증거다.
물론 왕세자의 애인은 사실 한 둘이 아니긴 하지만.
잠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눈을 굴리던 포틀랜드 공작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좋소. 피트가 수상일 때보다는, 지금이 기회지!”
이로써 전직 수상이자 피트 내각의 내무장관, 포틀랜드 공작이 폭스와 손을 잡았다.
반대로 말하면, 폭스는 옛 정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남자다.
***
왕세자 조지는 옛 애인의 남편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응시했다.
“으음, 아미스테드 부인, 아니 폭스 부인이 내게 애원하는 편지를 써줬더군. 미스터 폭스.”
엘리자베스 아미스테드, 현재 미세스 폭스로 불리는 여자는 한때, 영국 상류층을 풍미한 고급창녀다.
조지 왕세자도 한때 엘리자베스에게 푹 빠져서 보낸 세월이 있다.
그러나 결국 엘리자베스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것은 눈앞의 뚱보인 것이다.
폭스는 유들유들한 태도로 예를 취했다.
“간만에 뵙습니다, 왕세자 전하.”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20년 전이었던가?”
“19년 전입니다. 1788년, 노스 경과 에드먼드 버크 선생이 아직 살아있을 때, 전하께서 섭정이 되시기 직전에 저와 만나셨지요.”
물론 이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본래 폭스는 미국독립전쟁 직후, 영국이 대혼란을 겪을 때 정권을 잡은 적이 있다.
당시 수상은 프레데릭 노스 경이었는데, 미국 독립을 허용한 탓에 실세는 폭스였다.
또한 왕세자는 그때부터 폭스와 교류하며, 왕위 승계를 꿈꿨다.
그러나 이후 피트가 집권하고, 노스-폭스 연합 내각은 붕괴했다.
“당신의 내각이 1783년에 실패한 이후였지, 아마. 벌써 오래전이군. 아직도 하원에 남아있다니 놀라울 뿐이오.”
왕세자가 빈정거리자, 폭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만약 전하께서 제 충언을 받아들이셨다면, 부왕 폐하께서 아직도 왕좌에 계시진 않을 겁니다.”
“그런 망측한 말을. 물론, 내가 섭정일 수는 있겠지.”
“이제, 다시 섭정에 오르실 때가 되었습니다.”
왕세자는 미간을 좁혔다.
물론 부왕 조지 3세가 자주 광증 발작을 일으킨다는 소식, 왕실 시종들을 통해 전해듣고 있다.
허나 철저히 외부에는 숨기고 있는 데다, 예전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증거는 없다.
한데 섭정에 오르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금 의회는 당연히 피트 파가 과반이다.
“어째서? 피트는 물러났지만, 그 친구들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지 않소?”
“눈과 귀를 다 열어두고 계시는군요.”
“당연하지. 내 옛 애인들을 당신이 다 섭렵하고 있다는 것도 아오. 미스터 폭스!”
문득 조지가 눈을 번들거리며 다그쳤다.
“말해보시오. 그 빌어먹을 어린 피트 놈을 어떻게 권좌에서 끌어내릴지!”
사실 폭스와 조지가 공유하는 애인은 엘리자베스만이 아니다.
이 시대를 풍미한 배우 메리 로빈슨을 비롯해 무수한 여자들이 폭스와 조지의 침실을 거쳐갔다.
물론 그 두 사람의 침실만 거쳐간 것은 아니겠지만.
애인을 공유하는 왕세자, 조지를 응시하며 폭스가 입가를 틀었다.
“선거로는 불가능합니다, 전하.”
“이미 6년마다 검증된 바지. 젠트리는 피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오. 하! 소득세를 매긴 장본인인데도! 그거 아시오? 증세 비판은 모두 부왕 폐하와 왕실에 집중되고 있소!”
“왕세자 전하께도 그렇죠. 후후.”
잠시 묘하게 웃던 폭스가 낮게 말했다.
“애딩턴을 끌어들이십시오, 전하.”
엉뚱한 이름에 왕세자는 미간을 찡그렸다.
“헨리 에딩턴? 시드머스 자작? 그자는 피트의 친구 아니오?”
“한때는 그랬죠. 이제는 아닙니다. 지난 제2차 내각 때도 에딩턴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야 전직 수상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오? 그러니 귀족 작위도 피트가, 부왕 폐하께 청원해서 준 거고.”
에딩턴은 전임 수상이자 피트의 친구다.
대체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폭스는 단언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피트가 진정 예우하려 했다면, 2인자 외무장관직을 줬어야죠. 게다가 지금도 그랜빌이 수상이지, 에딩턴이 수상이 아닙니다.”
왕세자는 폭스의 말을 음미하다 눈을 가늘게 떴다.
“애딩턴이 소외됐다?”
“저도,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좋소. 우선 내가 섭정에 임명되는 건 순서가 아니겠지. 어떤 계획이오?”
비록 음탕한 취미로 세월을 보내는 왕세자라도, 정치적 순서는 잘 안다.
섭정직을 얻기 위해서는 의회 장악이 필수다.
폭스가 왕세자에게 다가가 일렀다.
“그랜빌을 끌어내리고, 토리연합을 깹니다. 그 다음, 의회 전체 결의로 국왕 폐하의 정신병을 폭로하고, 왕세자 전하를 섭정으로 삽는 겁니다.”
폭스의 계획을 듣던 왕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다면, 섭정 조지의 수상은 당신이 될 거요. 폭스.”
폭스는 흡족한 얼굴로 다시, 왕세자의 후원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영광입니다, 전하.”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면, 부인의 옛 애인과도 음모를 꾸밀 수 있는 남자.
그게 폭스란 사람이다.
***
바야흐로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은 격랑에 휩싸였다.
“그럼, 의회 다수의 결의로, 그랜빌 수상의 해임을 결의합니다!”
하원의장, 에딩턴이 드높이 외치는 가운데, 수상 그랜빌이 벌떡 일어났다.
“이건, 배신이야! 애딩턴!”
그랜빌 만이 아니라, 피트파 의원들과 내각 장관들이 모두 에딩턴을 노려보고 있었다.
비록 외무장관직을 주지는 못했어도, 에딩턴이 같은 정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피트의 친구들이다.
그렇지만 에딩턴은 권력 앞에서 옛 동지들을 배신한 것이다.
어느새 에딩턴 주위를 휘그당 의원들이 감싸고 있었다.
휘그당 당수, 폭스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새로운 수상이 된 걸 축하합니다. 시드머스 자작.”
“감사하오, 미스터 폭스. 혹시 원하시는 자리라도?”
“흐음, 외무장관직이 좋겠군요. 예전에 경험한 바도 있고.”
폭스는 눈을 빛내며 에딩턴에게 말했다.
“난, 프랑스와 평화로운 외교를 만들 생각입니다. 자작.”
에딩턴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폭스의 지지가 없다면, 현재 하원 구조상 수상직을 단 한 순간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에딩턴이 두 손을 들고 대꾸했다.
“뜻대로 하시오. 난, 당분간 내정만 신경 쓸 생각이오. 특히 피트 전 수상 문제를.”
폭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의사당을 나왔다.
문득 폭스의 시선이 저 멀리 템즈강 하구, 대서양 쪽을 향했다.
프랑스가 있는 곳이다.
“이제, 비로소 혁명 정신을 영국에 이식할 순간이 왔군!”
비열한 음모도, 더러운 협잡도, 모두 혁명의 이상을 위해 행하는 남자.
가톨릭 교도들을 해방하고, 노예제도를 폐지하며, 왕정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정치가.
폭스가 휘파람을 불며 런던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뎅! 뎅! 뎅!
런던탑의 종이 울리는 1807년 겨울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