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3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9화(440/547)
(439) 미국은 유진의 공포로 전쟁을 멈춘다
사람은 언제 싸움을 그치고 서로 친해질까?
“공동의 적이 나타날 때 아니겠습니까? 언제나.”
얼마 전, 영국군의 공격으로 그슬린 대통령 관저에서 캐슬레이 남작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듣고 있는 관저의 거주민, 알렉산더 해밀턴은 분통이 터지기 직전이다.
사실은 원역사와 달리 대통령 관저가 전부 불타지는 않았다.
왜냐면 미국 혼자서 영국과 싸우는 게 아니라, 누벨 프랑스의 원군이 달려와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을린 자국을 지우기 위해, 새하얀 페인트 칠을 해야 할 정도로는 충분한 타격을 입었다.
바야흐로 화이트 하우스 탄생 전야랄까.
하여, 수도를 직공당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되게 생긴 해밀턴이 캐슬레이를 죽일 듯 노려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해밀턴은 당장이라도 권총을 가져오라고 외칠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캐슬레이 남작이라고 하셨나? 여긴 귀족 같은 거 인정하지 않으니, 그냥 미스터 캐슬레이라고 부르지.”
“상관없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우리 미합중국의 적은 어디까지나 당신네 잉글랜드-아일랜드 통합왕국이야. 그런데 무슨 공동의 적이 있다는 거지?”
캐슬레이가 피식 웃다 되물었다.
“뉴 프랑스와 뉴 스페인, 그리고 퀘백이 하나가 되어도, 그런 한가한 말씀을 하실 겁니까?”
미국 서쪽, 남쪽 바다 너머, 그리고 북쪽 오대양 저편에 있는 대지.
하나가 된다면 당연히 미국 포위구도가 만들어진다.
마음 속을 들킨 기분에 해밀턴은 흠칫 놀라다 대꾸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모두 미합중국을 둘러싼 땅이죠.”
“우리 연방을 가로막고 있는 건, 당신네 영국 함대야.”
영미전쟁 발발 후, 동부 해안의 항구 도시는 전부 난리가 난 상태다.
이른바 영국의 [대륙봉쇄령] 때문에 미국 무역함이 전면 통제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밀무역선이 출발하기도 하고, 누벨 프랑스와도 교역하며, 정 급할 때는 누에바 에스파냐의 함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국에서 자기 배로 교역하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여기에 그간 미국의 수출품도, 수입품도 대부분 영국을 통해 교역되었는데, 전면 중단되었다.
무역상인들이 파산하는 것은 둘째 문제고, 유럽산 공산품도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공업 생산이 미발달한 미국에게는 정말 어려운 3년 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캐슬레이는 해밀턴의 지적에도 멈추지 않았다.
“전혀 통일될 이유가 없는 세 가지 영토에 하나의 군주가 섰습니다. 유진 프라이슈츠 보나파르트!”
해밀턴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캐슬레이의 지적은 해밀턴도 늘 심중에 품고 있던 생각이다.
비록 유진의 도움 덕분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렇기에 유진의 무서움을 더욱 잘 아는 해밀턴이다.
만약 누벨 프랑스만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를 유진이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지 가끔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 주위의 모든 땅을 유진이 차지했다니, 무슨 소리일까?
“이상한 소리로군. 유진 국왕은 어디까지나 누에바 에스파냐의 군주 아니오?”
“놀랍게도 그렇지요. 또한 프랑스 황제는 아직도 뉴 프랑스의 부왕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뭐리고?”
해밀턴이 눈을 부릅뜰 찰나, 캐슬레이가 간단히 설명했다.
“핑계는 있죠. 프랑스가 군함을 대서양으로 보내올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스페인 함대를 통해서 보내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설마, 스페인에 뉴 프랑스를 넘겨주겠다는 소리인가?”
“그런 게 아니죠!”
캐슬레이는 그간 전쟁 때문에 유럽 소식을 몰랐던 해밀턴을 다그쳤다.
“황제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프랑스 속국으로 만들 겁니다. 그런데, 마침 북쪽을 보십시오. 우리 영국령 캐나다를 누가 정복하고 있는지!”
유럽 소식은 몰라도 신대륙 소식은 영국인보다 더 잘 아는 해밀턴이다.
“그야, 러시아 아니오.”
“이거 왜 이러십니까. 러시아는 실상 군대도 제대로 파견하지 못했고, 인디언 아닙니까. 그 인디언에게 병기와 식량, 물자를 대는 자가 누구죠?”
“글쎄, 공식적으로 우리는 모르는 일이오. 우리의 전쟁이 아니니까.”
해밀턴은 발뺌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명목상 퀘백 일대를 휩쓸고 있는 군대는 러시아 제국군이다.
차르의 부마인 필리프 공작이 스스로 지배자임을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신대륙 러시아 식민지는 거지 꼴이고, 누벨 프랑스의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걸 미국 정치인들은 누구나 안다.
캐슬레이가 지구본을 가리키며 외쳤다.
“결국 프랑스, 나아가 유진 프라이슈츠입니다. 자, 대통령 각하. 이래도 공동의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실 겁니까?”
해밀턴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도저히 부정할 수 없군. 그래서, 조건이 뭐요? 그간 미합중국의 손해가 아주 막심하오.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계속 싸울 수밖에.”
“영국령 캐나다 전부를 드리죠. 섬을 제외하고.”
“무슨 소리요, 그게?”
이번에는 캐슬레이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신임 수상 폭스, 아니 에딩턴 수상 각하의 지령입니다. 영국은 섬을 제외한 신대륙 영토에서 모두 물러난다. 대신, 핼리팩스 섬을 비롯한 해군 기지는 유지한다. 어떻습니까?”
물론 영국에도 이유는 있다.
영미전쟁은 아직도 승자가 분명치 않다.
이를테면 나폴레옹의 원역사 반도전쟁처럼 영국을 수렁에 빠뜨리는 중이다.
또한 신임 수상 에딩턴은 전쟁에 소극적인 걸로 유명하고, 폭스야 당연히 친프랑스파다.
대신 해군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도서 기지는 남겨둔 셈이다.
다만 영국령 캐나다라고 해도, 현재 절반은 러시아에게 넘어간 상태다.
잠시 전황을 떠올려 보던 해밀턴이 물었다.
“퀘백은?”
“그건 알아서 하셔야죠.”
“하! 여차하면 프랑스와 싸우라고? 그건 곤란하지.”
해밀턴은 콧방귀를 뀐 후 손을 휘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어디, 생각해 봅시다. 나도 비서진이란 게 있으니.”
그러나 어쩐지 처음 들어올 때 화를 내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
신대륙 중부, 원역사 미국의 동해안이 전면 통제된 것만은 아니다.
“총사령관 각하! 전열함 3척이 마이애미로 입항했습니다!”
플로리다의 외항, 마이애미는 미국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와 영국간 비공식협정에 따라 사실상 허가된 배는 어디까지나 민간 선박 뿐이다.
전열함이라면 영국 대서양 함대의 공격을 받았어야 한다.
해안방어 점검을 위해 플로리다에 와 있던 누벨 프랑스 총사령관, 드제가 깜짝 놀란 이유다.
드제는 보고를 하기 위해 달려온 뒤마를 보며 물었다.
“프리깃 통신선이 아니라, 전열함이 왔다고? 영국이 순순히 보내줬단 말인가? 뒤마 부사령관?”
“그게, 일단은 프랑스 국적선이 아닙니다!”
“무슨 말인가, 그게? 미국에서도 전열함을 만들기라도 했나?”
뒤마는 땀을 급히 닦으며 긴장된 얼굴로 외쳤다.
“그게 아니라, 에스파냐 국적선입니다. 문제는 그 배에 타신 분이 황녀님이십니다!”
나름 투철한 프랑스 혁명 정신으로 무장한 뒤마다.
그렇기에 아무나 보고 황녀라고 부를 리는 없다.
러시아 황녀 알렉산드라가 전열함을 타고 올 수도 없을 테니, 입항할 황녀는 한정되어 있다.
드제가 경악해 눈을 부릅떴다.
“황녀라니, 설마?”
그 순간 마이애미 주둔군 사령관실을 누군가 박차고 들어왔다.
-콰당!
근위병들이 감히 손대지 못하는 화려한 드레스의 여자가 보인다.
드제는 부릅뜬 눈을 내리깔았다.
아주 굳은 낯의 미녀가 앞에 서자 드제가 입을 열었다.
“전하.”
“드제, 정말 오랜만이군요. 오다 보니, 혼혈 미녀들이 참 많더라구요. 혹시, 그분들 때문에 본국에 오시지 않았나요?”
“그건, 당연히 아닙니다. 저희도 나름 전쟁 중이라, 바빠서.”
순간 황녀 오르탕스가 키가 큰 드제의 얼굴 아래로 낯을 들이밀었다.
“오지 못할 거면! 차라리 결별을 선언하지, 왜 편지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낸 거예요! 심지어, 영국 배에 나포까지 될 편지를!”
편지라면 드제도 안다.
영국 함대의 봉쇄를 뚫고 본국으로 보고와 훈령을 주고 받는 쾌속선으로, 오르탕스에게 부지런히 안부 편지를 보냈다.
이곳에서 아주 순정하게 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르탕스를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배에 나포되었다는 걸, 드제도 모르는데 오르탕스가 어떻게 알까?
순간 오르탕스가 동반한 시녀가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빼앗아 쳐들었다.
-척!
더 모닝 포스트 신문이다.
런던에서 1772년부터 발행된 신문인데, 주로 토리당 지지 신문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아주 선정적인 삽화와 함께, 빼곡한 글씨가 보인다.
얼떨떨한 얼굴로 보던 드제에게 오르탕스가 다그쳤다.
“봐요,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음, 영어군요. 어디 보자. [뉴 프랑스]의 젊은 총사령관은, 열애 중? 프랑스 황녀와 불타던 침실을 기억한다? 아니, 이게 대체!”
“당신이 써서 보냈다가, 나는 정작 못 받고, 영국 가십 기자들이 가로챈 편지죠! 난 덕분에 완전히 파리에서 망신당했어요!”
본래는 원역사에서 나폴레옹과 유진이 이집트 원정 때 당하는 일이다.
이집트에서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보낸 애정과 야한 이야기가 가득한 편지가 넬슨에게 탈취당한 사건.
그래서 조세핀이 바람을 피운다는 얘기까지 런던의 신문에 가십거리로 등장하곤 했다.
한데 넬슨이 죽은 탓에 이런 일이 없게 되었고, 엉뚱하게 오르탕스와 드제가 당한 셈이다.
오르탕스는 새빨개진 얼굴로 물었다.
“이제, 책임질 거죠?”
드제는 멍하니 서 있다 오르탕스를 붙들며 빙그레 웃었다.
“돌아가실 수나 있겠습니까? 바다가 막혔는데.”
다음 순간, 오르탕스가 드제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영미전쟁이 나폴레옹의 허락 없는 커플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
다만 드제의 판단은 틀렸다.
-짝짝짝!
이제 완벽히 새하얗게 칠해져, [백악관]이라 불러도 무방할 장소에서 박수가 울려퍼진다.
정원 연단에 선 남자는 바로 대통령 해밀턴이다.
문득 해밀턴이 뒤에서 웃고 있는 캐슬레이를 돌아보다, 우렁차게 외쳤다.
“오랜 전쟁을 마치고, 이제 우리 미합중국과 영국 연합왕국은 평화를 맹세합니다!”
열화와 같은 환호가 백악관 앞을 울려 퍼졌다.
러시아, 사실은 프랑스 점령지를 제외한 영국령 캐나다 대륙령 전면 획득.
사실상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성과로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웃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 라파예트가 낯을 찌푸린 채 존 퀸시 애덤스를 돌아보았다.
“이건, 동맹에 대한 배신 아닙니까?”
“천만에요, 라파예트 대사. 프랑스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디까지나 미국 내정의 문제죠.”
“애덤스 상원의원. 정말 부친이 물으셔도 똑같이 말할 수 있겠습니까?”
존 애덤스, 2대 대통령의 아들인 존 퀸시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렇잖아도 연방당 대통령인 해밀턴과는 반대파인 공화당에 속한 퀸시다.
게다가 사실상 다시 미국이 영국과 손을 잡게 되었으니, 친 프랑스 파에 해당하는 존 퀸시에게는 썩 달가운 얘기는 아니다.
문득 존 퀸시가 뇌까렸다.
“애런 버가 워싱턴에 복귀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됐군요. 대통령 반대파로.”
현재 뉴욕 주지사로 재임 중인 애런 버다.
물론 일시적으로 대통령과 손 잡으며 동맹을 이뤘지만, 서로 사이가 나빴던 정치인이 계속 유대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다시, 이번 평화협정을 빌미로 중앙정치 복귀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입장에서는 해밀턴이 애런 버와 싸우는 것은 부차적 문제다.
“어쩔 겁니까, 대사?”
문득 라파예트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대사관 특별보좌관, 뤼시앵을 돌아보다 대꾸했다.
“이건, 특별보좌관님의 조카 분이 해결할 문제죠. 아니면 형님이나.”
뤼시앵의 조카는 유진, 그리고 형님은 나폴레옹이다.
결국 미국이 영국과 손을 잡았다.
신대륙에서 누벨 프랑스가 에스파냐와 사실상 단일 세력이 된 것에 대한 대항 성격이랄까.
해밀턴과 캐슬레이가 굳건히 손을 잡았다.
-와아아!
유진의 공포가 만들어낸 평화협정을 만끽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