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3화(44/547)
(43) 프랑스 최초로 집단 연발사격전법을 만들다
본래 10월은 한창 추수가 끝나고, 떨어진 밀을 빈민이 줍는 시기다.
그러나 내전이 시작된 이래, 농사는 모두 중지되었다.
쟁기를 들던 손에는 사냥용 총이 들렸다.
흙냄새 가득하던 코는 피비린내로 가득 메워졌다.
그저 신앙을 지키고 싶었다.
흉작이 이어지는 것도 힘들었다.
하늘처럼 여기던 왕을 죽였다는 파리의 부르주아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여기에 전쟁이 터졌다고 강제로 입대하라는 명령이 파리에서 떨어졌다.
결국 참지 못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짓지 못한 농민은 참 기이한 것들을 많이 보았다.
서로 죽이고, 교회를 불태우며, 아까운 밀밭이 타버리는 일들을.
오늘 손에 쥔 것도 전혀 처음 보는 기이한 전단지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농민, 자크는 글을 읽을 줄 안다.
문맹률이 높은 시대,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자랑거리나 마찬가지다.
신실한 사제, 메르 신부가 교회에서 가르쳐준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글을 안다는 게 얼마나 저주스러운 일인가, 자크는 생각했다.
“무슨 내용인데 그래?”
“아, 답답한데 말 좀 해 봐!”
“뭐가 시뻘건 게 흉흉해 보이는구먼. 쯧!”
전직 농민, 현직 병사들이 자크의 주위에서 떠들었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 주위를 가린 도시.
숄레를 지키는 방데 반란군 병사들이다.
스스로 ‘가톨릭 왕실군’이라 일컫는 자부심 높은 병사들이기도 했다.
누군가 새벽에 달려와 숄레 전체에 뿌리고 간 한 장짜리 새빨간 글자의 팜플렛.
자크는 부리나케 팜플렛을 숨기며 소리쳤다.
“아, 나쁜 얘기야! 신성모독이라고! 이런 망할, 반역자 놈들!”
이곳, 숄레를 지키는 ‘반군’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처음 혁명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반군 병사들이 된 농민들은 혁명을 환영했다.
바로 십일조 폐지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혁명 정부는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세금을 부과했다.
게다가 국가 충성 선서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선서파 성직자들을 탄압했다.
여기에 대외 전쟁이 시작되자, 30만 동원령이 내려졌다.
그 과정에서 농민들을 이끈 것은 귀족, 그리고 성직자다.
자연히 독실한 신자인 농민들은 신성모독이란 말에 기겁하며 물러났다.
“이런, 저 반역자 놈들. 모두 신성모독이나 하는 놈들이지!”
“오, 성모 마리아여. 적들에게 저주를 내리시고, 우리에게 축복을 주소서!”
“마리아 대포는 무사한가? 곧 쳐들어올 놈들에게 퍼부어 줘야 할 텐데!”
심지어 정부군에서 탈취한 대포에도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신실한 자들이다.
대포의 숫자는 총 14문.
그동안 혁명정부의 진압군에 맞서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 병기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애석하게도 화약이 없다네, 형제들이여.”
문득 숄레 외곽을 지키는 병사들 앞에 초로의 신부 한 사람이 나타났다.
농민병들이 모자를 벗어 인사를 올렸다.
더 이상 파리에서는 볼 수 없는 성직자에 대한 경의다.
특히 자크는 자신의 마을을 지도하던 신부를 잘 안다.
“메르 신부님.”
“그래도 너무 걱정말게. 외국으로 망명한 동지들이 곧, 또 다시 화약을 가져올 걸세.”
“그, 망명 동지들 말인데요.”
문득 자크가 신부, 메르에게 물었다.
“혹시, 영국에 가 있는 친구들은 아니겠지요? 신부님?”
방데는 농촌 지역이다.
만약 시대가 중세라면, 그저 칼과 창으로 무장한 농민병이 싸우는 게 간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대는 18세기 말, 이미 화약병기가 전장을 지배한다.
툴롱에서도 결국 전쟁을 결정지은 것은 십자포화였다.
반대로 말하면 농촌 지대인 방데에서는 화약을 생산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외부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반란군이 지배하는 곳에 화약을 공급할 곳이 없다.
그저 상층부에서 알아서 생각하며 잊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자크를 물끄러미 보다 신부 앙리 메르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허나 그게 뭐가 중요한가?”
“아, 그, 그게.”
“영국에 갔다 해도 신앙을 지키고, 또한 왕실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있다면 상관없는 일일세.”
문득 숄레 중심부의 임시 ‘가톨릭 왕실군 사령부’를 보며 메르가 빙그레 웃었다.
“우리 새로운 총사령관이 젊은이라도, 신실하니 우리를 잘 이끄는 것처럼.”
그저 이전의 지도자들이 모두 죽은 탓이 아니냐고, 자크는 묻지 못했다.
메르가 너무나 신뢰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애써 웃으며 자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신부님.”
신부 메르는 다른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며 자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밀수꾼, 목동, 농부, 종지기, 도둑.
방데 군단에 몰려 있는 이들이다.
모두 생각도 다르고, 죄인도 있으며, 사악한 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앙과 왕실에 대한 충성, 나라를 위한다는 애국심으로 뭉쳤다.
그렇다고 지금까지는 생각했다.
자크가 중얼거렸다.
“모두가, 하나로 뭉쳤는데.”
문득, 주머니에 들어간 팜플렛을 자크의 손에 구겼다.
-꾸깃.
붉은 글씨가 적힌 전단지.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방데 반군이 영국과 손을 잡았다는 얘기다.
분명 어릴 때부터 적국이라 배워왔던 영국이 말이다.
메르 신부도, 자크가 어렸을 때 말하지 않았던가?
영국은 가톨릭을 저버렸고, 7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공격했으며, 한때 백년의 전쟁을 치렀던 원수라고.
종이를 찢어 발기며 자크가 울부짖었다.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그때 경건한 도시, 숄레 종루에서 종이 울렸다.
-뎅! 뎅! 뎅!
병사들이 분분히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숄레.
농민들이 봉기한 방데 반란군의 본거지.
나아가, 왕실의 복원을 꿈꾸는 구귀족들의 집결지다.
***
그러나 본래 거물은 언제나 사태가 터졌을 때는 도망친 뒤다.
“총사령관, 이게 정말이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이들은 보통,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지금 사령부의 상석에 지친 얼굴로 앉아 있는 청년처럼.
방데 ‘가톨릭 왕실군’ 총사령관, 앙리 드 라 로슈자클랭은 수하가 내민 전단지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이걸 믿습니까, 포레스티에?”
유진 우편중대는 상당히 용감하고, 또한 꽤 유능했다.
어쨌든 왕당파 방데 반란군 본부, 숄레까지 전단지가 널리 퍼졌으니 말이다.
방데 지역의 깊숙한 내륙에 있는 숄레 인근에 새빨간 프로파간다 전단지 수백장이 뿌려졌다.
최대한 수거했지만, 이미 병사들 사이에 소문으로 퍼지는 중이다.
당장 선봉대장, 앙리 포레스티에가 달려와 물을 정도다.
로슈자클랭은 단호히 말했다.
“당연히 거짓입니다. 우리 군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 다 알지 않습니까? 우리도 모두 추대된 거지, 처음부터 봉기하려 했던 게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어요. 게다가, 영국 상인을 봤다는 사람도 있고.”
“모조리 거짓말이에요. 이런 말을 퍼뜨리는 자들, 색출해서 군법으로 다스린다고 모두에게 전하세요!”
아직 19살, 젊다기보다 어린 왕당파 포레스티에는 고개를 숙이며 돌아갔다.
그러나 사실 반란군의 총사령관, 로슈자클랭도 어리긴 마찬가지다.
이제 고작 21살이니까.
10만의 방데 반란군, 혹은 농민들을 책임져야 할 청년귀족, 로슈자클랭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공격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큰일이군.”
문득 로슈자클랭의 옆에 서 있던, 역시 젊은 귀족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참모 격인 루이 드 레스퀴르 후작.
이제 겨우 27세로 심지어 군복무 경험도 없고 군사학교만 나온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군무 경험이 있는 로슈자클랭에게 지휘관을 맡긴 것이다.
참모, 레스퀴르 후작이 말했다.
“로슈자클랭, 이건 반역자들의 솜씨야. 분명히.”
“누가 모릅니까, 레스퀴르 후작님?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게 사실도 있지 않습니까.”
“쉿.”
레스퀴르는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누가 들어. 피트 수상이 우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안 되네.”
윌리엄 피트, 영국의 수상.
입헌군주제의 길을 밟고 있는 대영제국의 사실상 1인자.
혁명 프랑스를 위험하게 여기고 왕당파를 옹호하는 배후의 실력자.
현재 방데 반란군이 쓰는 화약과 식량을 공급하는 후원자기도 하다.
툴롱에 영국군을 보낸 장본인도 바로 피트 수상이다.
로슈자클랭이나 레스퀴르와 같은 반란군 수뇌부만 아는 사실이다.
물론 로슈자클랭도, 레스퀴르도 당연히 매국할 생각은 없다.
프랑스 국내가 혁명정부에 넘어간 상황에서, 물자를 공급받을 곳이 외국밖에 없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 사실이 병사들의 주력인 농민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이 선전지가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매국노라고.
로슈자클랭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레스퀴르 후작님. 지금 우리 군은 유능한 지휘관들이 다들 죽었어요.”
“왜 유능한 지휘관이 없나? 아직 프랑수아 드 샤레트도 있고, 장 니콜라 스토플레 소장도 있지 않나? 무엇보다 자네가 있어!”
“봉샹과 비교할 수는 없어요. 봉샹 후작만 살아있었다면!”
방데 반란, 본인들은 [의거]라 부를 이 봉기를 처음 지휘한 이들은 따로 있다.
카텔리노, 델베, 봉샹.
셋 모두 군복무 경험자로, 특히 봉샹은 미국 독립전쟁 참전자였다.
초기 반란군이 승승장구했던 이유 중 하나다.
아주 유능한 지휘관들이 반란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명정부는 10만 대군을 방데에 투입했고, 초토화 작전에 가까운 학살극을 벌였다.
이 작전은 잔혹했지만, 반란 진압 자체에는 단기 효과는 컸다.
어쨌든 학살을 막으려 했다가 카텔리노, 델베, 봉샹 모두가 죽었다.
남아있는 이들은 너무 젊은 귀족 지휘관과 전쟁 지휘를 모르는 농민들 정도다.
샤레트나 스토플레는 경험 있는 군인이지만 제멋대로다.
어쨌든 본군과 달리 따로 세력을 만들어 싸울 정도니까.
그때다.
“싸웁시다.”
로슈자클랭이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싸우자.
전면 공세를 취하자는 얘기다.
현재 방데 반란군은 대부분의 전투에서 이겼지만 피해를 너무 많이 입었다.
하여, 본거지까지 후퇴하여 지키는데 전념하던 중이다.
게다가 화약도 식량도 탄약도 모두 부족하다.
레스퀴르가 그 점을 지적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직, 영국에서 약속한 화약이 도착하지 않았어.”
“부족하면 총검돌격을 하면 됩니다. 우리는 지금 숄레에 고립되어 있어요. 돌파구가 어차피 필요합니다.”
“어디로 말인가? 낭트는 결국 탈환에 실패했던 걸 잊었나? 달리, 공격할 곳이 있어?”
이 방데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는 단연 낭트다.
도시 내부에도 불만 세력이 있었고, 인근 농지에는 왕당파가 절대 다수였다.
그래서 이곳을 점령하고 왕당파의 세력 거점으로 만드는 게 방데 반란군의 복안이었다.
그렇지만 반란 초기 지도자들도 결국 실패했다.
지휘관도 병력도 화약도 부족한 지금이다.
과연 탈환이 가능할까?
그러나 로슈자클랭은 단호히 말했다.
“이런 소문이 병사들 사이에 영향 끼치는 것도 물자 부족 때문이에요. 이걸 해결하려면 바다가, 승리가 필요해요. 마슈쿨은 아직, 우리 쪽 통제하에 있지 않습니까? 그 북쪽인 사브네도.”
“둘 다 낭트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루아르 강 해안가지. 그쪽을 통해서 우리도 영국에서 물자를 받고 있는 거고.”
“발상을 바꾸는 겁니다. 지금 적들이 북쪽 낭트와 앙주, 노르망디 방면만 신경쓰는 게 보여요.”
문득 로슈자클랭의 시선이 임시 사령부 중앙, 탁자 위 지도를 향했다.
“차라리 라 로셸로 가는 겁니다. 지금 그쪽에 있던 부대가 북쪽으로 올라온다고 들었습니다.”
방데 남쪽.
혁명군 진압부대의 주력이 몰린 북쪽의 반대다.
허를 찌르는 공격이랄까.
레스퀴르가 눈을 크게 뜨다 걱정했다.
“기가 막히는 생각이군. 하지만, 그럼 여기 숄레가 비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이 내륙에서?”
“그건.”
결국 이 숄레에서는 고립되어 말라죽을 뿐이다.
게다가 선례도 있지 않은가?
영국군이 직접 진입했던 툴롱의 사례다.
비록 툴롱의 반란은 실패했지만, 혁명 전에는 그리스 영웅담을 좋아하던 청년 로슈자클랭은 느꼈다.
이 상황은 영웅신화 속 고난의 장면과 같다.
툴롱에서 실패한 이들과 달리, 로슈자클랭은 라로셸에서 성공하리라.
신화의 영웅담처럼.
“해안을 장악해서 영국과 직접 소통해야 합니다. 라 로셸을 탈환하죠. 숄레는 후작님이 지켜주세요.”
그러나 로슈자클랭은 영웅담을 정독하지 않은 탓에, 모르는 게 있었다.
신화 속 영웅은 둘 중 하나가 된다.
죽거나, 혹은 신이 되거나.
대부분은 죽는다는 사실도.
또한, 때로 상황을 주도하는 진짜 ‘영웅’은 따로 있다는 것도.
이를테면 라 로셸을 지금 일부러 비운 유진처럼.
***
그럼, 유진은 지금 어디 있을까?
“고생했어요, 엘리 상사. 마침 방데 출신이 우리 부대에 있어서 다행이었군요.”
낭트 남쪽, 방데 진압군 사령부 인근까지 올라온 상태다.
사실 방데 반란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태로 일진일퇴를 벌이는 중이다.
해서, 해안가 작은 소도시가 반란군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가 하면, 내륙을 관통하는 도로는 혁명군이 잡고 있다.
그야말로 진압군과 반란군이 혼재해 싸우는 곳.
그게 혼돈의 전장, 방데의 특징이다.
이 상황에서 적진에 잠입해 선전용 전단지를 뿌리려면 현지 출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침 유진과 함께 마르티니크를 다녀온 원년 멤버 중 한 명이 방데 출신이었다.
막 숄레를 다녀온 자코프 엘리 상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빙그레 웃었다.
“사람 죽이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죠, 무슈 유진. 아니, 유진 소령님.”
“군에 참가시켜서 미안하군요.”
“그것도, 이 혁명의 시기에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어차피 나도 군 경험자기도 하고. 그보다.”
문득 엘리 상사가 물었다.
“숄레에서 반란군이 이동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소령님?”
유진은 지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숄레는 엄밀히 말해, 방데라 불리는 지역 외곽이다.
혁명군의 본군이 있는 낭트에서는 꽤 멀고, 라 로셸은 지극히 가깝다.
만약 라 로셸로 주력을 보낸다면, 숄레는 혁명군의 총공세에 버틸 수 있을까?
유진은 버틸거라 판단했다.
왜냐하면 원역사에서 혁명군이 더 면밀한 준비 끝에 공격해야 겨우 숄레를 점령하기 때문이다.
바로 로시뇰이 쫓겨난 후에야.
그러니 지금 로시뇰이 주도하는 총공세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전제 아래 유진이 확언했다.
“라 로셸을 내주고, 사령관을 교체한다. 이게 우리 계획의 기본입니다.”
“하면, 이 정보는······.”
“숨깁니다. 사령부에는.”
유진이 지도를 보며 눈을 빛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숄레로 전력을 집중시키게 해야죠.”
아군과 적군, 모두를 속이는 기만작전이 개시되었다.
서기 1793년 10월 말.
혁명군의 숄레 총공세와 반군의 라 로셸 공략전이 막을 올린 것이다.
***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는 속담이 있다.
“가자! 숄레로! 놈들의 본거지를 차지한다!”
본래 방데 진압 혁명군은 연일 패배를 거듭 겪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전면 공세는 소극적이었고, 반란 거점 파괴에 주력해왔다.
결국 학살극도 이 거점 초토화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병력도, 물자도, 살의도 충분한 방데 혁명군은 엉뚱한 궁지에 몰렸다.
학살 소식이 파리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압박.
이게 방데 진압 혁명군을 움직였다.
반란 본거지, 숄레로 직접 진군하게 된 것이다.
사령관 로시뇰의 지휘하에 방데 진압군은 일제히 남하하기 시작했다.
그중 후위에 자리잡은 것은 비주력 부대.
당연하게도 마르세유 우편특수중대, 통칭 유진 중대도 그 중 하나다.
유진이 그 중심에서 조랑말을 타고 행군하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말야,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문득 옆에서 사주경계를 하며 따르던 부관, 이폴리트가 말을 걸었다.
“뭔데?”
“그야, 전투는 언제나 죽을 수 있는 거잖아.”
“내 옆에 있으면 안 죽어.”
아주 자신감 넘치는 유진의 확언에 이폴리트가 실소하다 다시 물었다.
“캬, 우리 도박신동 참 자신감 넘치는군. 하여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던데. 프리메이슨이 대체 뭐야? 클레베르 장군이 유진, 널 믿은 이유잖아.”
사실 유진은 그저 자신감으로 말한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죽을 위기라면 백은문자가 유진 눈앞에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이 시대로 유진을 환생시킨 [초월자]의 섭리로 추정되는 신비랄까.
그 점에서 방데 인들이 교회를 건드리자 반란을 일으킨 게, 일견 이해가 가는 유진이었다.
나아가, [프리메이슨]이 강하게 결속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진리를 초월자처럼 신앙하는 클럽이니까.
유진은 간명히 답했다.
“공개 클럽인데 무슨 말이야? 회원제 사교클럽으로 아주 불온한 사상을 다뤘지. 지금은 그 불온한 사상이 혁명이 된 거고.”
“그런데 그게 클레베르 장군이 움직여줄 정도인 거야? 예전에 브뢰에 함장도 그 말에 움직였고.”
“예리하군. 뭐, 단체의 강령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유진이 역시, 진압군 후위에서 행군 중인 마인츠 사단을 흘깃 보며 말했다.
“세상을 진리로 밝힌다. 자유와 평등은 진리의 횃불이다. 그러니, 자유와 평등으로 세상을 밝혀라.”
“그게 뭐야?”
“대강 프리메이슨의 강령을 요약한 거야. 뭐, 영국에서 만든 거니까, 원래는.”
후세 원역사 현대에는 이른바 [음모론]의 집적지가 프리메이슨이다.
그러나 18세기 말, 태동기에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진리를 믿는 사교 클럽이었다.
시작은 이상한 게 모두 그렇듯, 영국이다.
영국의 지식인들이 [석공 길드]에서 비롯된 비밀단체에 가입했다가, 자유에 대해 토론하는 클럽으로 바꾼 게 시작이다.
그러니 사실 꼭 석공이 프리메이슨 회원은 아니다.
단지 프리메이슨 회원이 된 클레베르 장군이 석공 출신일 뿐이다.
어쨌거나 이 클럽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 사회에 충격파를 주었다.
신앙이 아닌 또 다른 이치, 이를테면 과학과 이성, 논리가 [진리]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 클럽 회원들이 논의한 바가 이 영국 신대륙 식민지에서는 미국 독립운동을, 프랑스에서는 대혁명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정작 독립이 되고, 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클럽 회원들은 시들해졌다.
당장 프랑스만 해도 본래 그랜드 마스터였던 오를레앙 공작이 도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프리메이슨 회원으로서, 결속하는 이들은 뭘까?
유진이 이해하는 바는 이렇다.
“그걸 진실로 믿은 자는 남았고, 혁명이 더 낫다고 보거나 믿지 않은 자는 떠난 거지.”
“지금 남은 자들은 혁명이 잘못 가고 있다고 본다는 거야?”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 하지만.”
문득 유진이 도로 옆을 가리키며 낮게 말했다.
“저 시체들이 정당하다고 하긴 어렵겠지.”
방데 곳곳이 시체로 가득하지만, 도로 주변은 더욱 심하다.
이 도로를 차지하기 위해 반란군과 정부군이 싸운 탓이다.
지금도 행군 도중에 몇 차례나 기습이 있었고, 또 격퇴하는 일전이 벌어졌다.
적국의 병사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프랑스인이 아닌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던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뭘 기획하는 거야?”
“무슨 말이야?”
“아, 판을 너무 크게 벌렸잖아. 지금 방데 지역 전체에다 10만 대군이 걸린 판이라고. 자칫 파리로 정보가 샐 수도 있고.”
슬쩍 이폴리트가 저 앞에서 중대 행군을 선도하는 소령 마르소를 보며 속삭였다.
“우리 원래 마르소 애인 찾는다고 온 건데 말야.”
사실 본래 유진 중대가 출진한 사유는 따로 있다.
나폴레옹에게 밝힌 이유는 친 나폴레옹 파벌을 진압군에 만들기 위해서다.
명목상 파리에 보고한 사유는 우편 상황 점검이다.
그렇지만 본래 방데로 출격하게 된 계기는 분명, 마르소 때문이다.
정작 마르소의 애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유진은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지금 성인 남성은 1인 1표라는 거 알아?”
“그건 또 웬 생경한 소리야? 어, 나도 1표 있었나?”
“투표를 안 했을 뿐이지. 웬만한 20살 이상 남성은 투표권이 있어. 재산권 기준을 국민공회가 엄청 낮춰 놨거든.”
본래 처음 혁명 직후, 국민의회는 시민권을 ‘능동시민’에 한정했다.
이 능동시민이란 남성이어야 하고,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했다.
대략 만 19세 이상 남성이 700만이라 할 때, 그 중 300만 명이 배제되었다.
나아가 실제 투표가 가능한 이들은 50만 정도였다.
이걸 바꾼 게 로베스피에르다.
로베스피에르는 왕이 자결하던 시기, 정국의 급변을 이용해 이른바 ‘보통선거’를 관철시켰다.
그 결과 재산 기준이 낮아져서, 무산자 300만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했다.
무려 180만 명이 참가하는 선거가 치러졌고, 이 선거로 탄생한 게 [국민공회]다.
현재 파리를 중심으로 프랑스의 최고 권력기구이기도 하다.
한데, 이들을 뽑는 것은 결국 유권자, 곧 시민이다.
의원들의 임기는 2년.
1792년에 국민공회가 원역사보다 조금 이르게 시작됐으니, 1794년에는 새로운 선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방데가 그때까지 해방된다면 어떨까?
이폴리트가 눈을 크게 뜬 찰나, 유진이 빙긋 웃으며 지적했다.
“그런데 방데 인들은 프랑스 시민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 유진은 무엇을 기획하느냐는 이폴리트의 질문에 답한 것이다.
방데 인들도 투표권이 있다.
물론 성인 남성들만 투표권이 있을 것이다.
또한 반역자란 이유로 당분간 투표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 만의 사람, 그 자체가 지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화국에서는 힘이다.
“공화정에서 권력은 시민의 투표에서 나오지.”
“자, 잠깐만. 그거 명목상만 그렇고, 실제로는 국민공회 의원들이 갖고 있잖아.”
“그걸 실질로 바꾼다면? 이곳, 방데에는 최소 30만, 많게는 6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있어. 진압군까지 합하면 70만쯤 될지도 모르지.”
여기서, 유진이 나폴레옹에게 말한 방데행 이유가 연결되는 지점이 발생한다.
“이 사람들을 보나파르트 장군의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면 어때?”
단순히 방데 군단을 넘어, 방데 자체를 나폴레옹의 지지 세력으로 만든다.
왕당파 일색으로 물들어 있는 반혁명 지역을.
70만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에 이폴리트가 입을 쩍 벌렸다.
“엄청나긴 한데, 보나파르트 장군은 군인 아니었어? 시민 지지가 필요한가?”
“지금은 바뀌었지만 혁명 초기엔 장교들, 군인 투표로 뽑은 거 모르냐?”
“그, 그랬냐? 하, 하지만 이건 마르소 애인 찾기와는 거리가 아주 먼거 아냐?”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왜 없어. 추적 중이야. 작전하면서.”
“뭐?”
“라 로셸 해안 연대 병사들, 어디 갔다고 생각하냐? 진압 작전을 핑계로 수색 작전 중이야. 그래도 그 친구들은 이 방데 부근 지역 출신이 많으니까.”
그러고 보니 라 로셸 해안 연대가 반 이상 없다.
투로 대령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교들도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다.
정찰대로 나간 줄 알았는데, 사라진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거다.
바로 마르소의 ‘첫사랑’, 안젤리크의 초상을 들고 찾기 위해서.
그때 문득 유진과 이폴리트에게 마르소가 선두에서 다가왔다.
“휴, 이제 슬슬 도착할 것 같은데, 전투 준비를 할까?”
아주 퀭한 눈의 마르소를 보다, 유진이 답했다.
“우리야 후방에 있을 거니까요.”
“하긴 그렇군. 좋아. 그럼 슬슬 멈추지.”
“마르소.”
문득 유진이 마르소를 향해 확언했다.
“걱정말고, 기다려요. 내 도박은 실패하지 않아요. 안젤리크 탐색 도박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르소는 빤히 유진을 보다 피식 웃었다.
“믿지. 그 전에, 나도 군인이야. 사감보다 공화국 수호가 먼저지. 그보다, 어떻게 할 거지?”
비록 방데까지 온 이유는 안젤리크 탐색이지만, 마르소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이 방데가 엉망진창인 꼴을 보니, 어떻게든 해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그게 위험하기 그지없는 유진의 ‘함정’을 돕는 이유일 것이다.
유진은 저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숄레를 보다 눈을 번뜩였다.
“군은 패배하고, 우리는 이겨야죠.”
바야흐로 숄레 공방전이 시작될 순간이었다.
***
숄레는 언덕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분지다.
“전 사단, 진입! 고지를 먼저 선점하고 사격전을 펼친다. 놈들은, 화약이 없어!”
인파트리 드 리뉴(Infanterie de ligne), 그러니까 저 유명한 전열보병.
머스킷을 들고, 가로로 길게 늘어선 대열이 3열.
그러니까 3열 횡대의 대열로 병사들이 진입한다.
총 5개 사단, 5만 명의 병력이다.
-탕! 탕! 탕!
로시뇰이 지휘하는 혁명군 본군이 숄레 방면으로 진입했다.
숄레는 본래 혁명 전에는 직조공들의 도시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혁명이 일어난 후, 이곳은 왕당파 반란군의 중심 거점이 되었다.
이곳은 30만 동원령이 시작된 1793년 2월, 첫 봉기가 발생한 장소기도 하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숄레 외곽에서 총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로시뇰이 지휘하는 방데 진압군 5만, 그러니까 5개 사단이 숄레로 밀어닥친 것이다.
마인츠 사단과 라 로셸 연대, 그리고 마르세유 우편중대는 후위를 맡았다.
공적을 세워, 살인의 누명을 벗으려는 로시뇰의 필사적인 노력이랄까.
원역사 후세의 시각으로 보면 우습게 보이지만, 1만의 병력이 3열 횡대로 쏘아대는 총격은 위력적이다.
10만으로 추정되는 숄레의 방어군이 제대로 나오지도 못할 정도다.
정면에서 직접 직할 사단을 지휘하던 로시뇰이 대열 뒤에서 부르짖었다.
“절대로 물러나선 안 된다!”
좌측에서는 베스테르만의 사단, 르콩트의 사단, 장 르케일의 사단이 합세했다.
후위의 마인츠 사단을 제외해도 4만의 병력이다.
비록 숄레가 방데 반란군 10만이 집결한 장소라도, 맞서기 쉽지 않다.
왜?
화약량 때문이다.
물론 혁명군도 화약이 넘칠 정도는 아니지만, 반란군보다는 더 많았다.
다만 이미 툴롱에서 나폴레옹식 전법을 본 이들에게는 좀 이상하다.
특별히 전술 전문가가 아닌 이폴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뭐야, 왜 포탄을 못 쏘는 거야?”
“화약이 부족하겠지. 아마 도시에 근접할 때까지 아낄 모양인데?”
“엥? 여기 전장이잖아. 화약이 부족하면 어떻게 싸워?”
유진은 조랑말에 올라탄 채, 전방을 주시하며 대꾸했다.
“최전방은 어디까지나 국경지대의 라인이야. 여긴 최소한의 물자로 싸워야 해. 그러니까, 이렇게 전쟁이 지지부진한 거지만.”
마르세유 우편중대는 모두 승마보병, 그러니까 이른바 드라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18세기 말쯤 되면, 드라군은 사실상 기병대를 가리킨다.
그러나 유진은 순수한 의미의 승마보병으로 우편중대를 채웠다.
기병대에 요구되는 기병돌격을 필요로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 징집된 전직 왕당파 병사들이라, 기병대에 요구되는 기마돌격이 어렵기도 했다.
대신에 로시뇰의 본군이 발로 뛰는 와중에, 유진 중대는 말로 달려온 것이다.
본래는 라 로셸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라 로셸 투로 연대와 함께.
숄레 북쪽 고지에서 전황을 보던 이폴리트가 혀를 찼다.
“이대로 가면, 아예 돌파 못하겠는데? 생각보다 완강해.”
“클레베르 장군이나 마르소가 지휘하면 못할 것도 없어. 로시뇰이 무능해서 그래.”
“어딜 가든 무능한 벼락출세 장군이 문제군. 어, 저기 봐!”
그때다.
갑자기 전방 전황이 변화했다.
방금 전까지 무력하게 숄레 안쪽을 지키기만 했던 방데 반군이 달라진 것이다.
-두두두!
속도는 질풍.
슐레 서쪽 외곽의 숲을 돌아 기마부대가 갑자기 출현했다.
이 방데가 곳곳이 숲으로 뒤덮여 있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적들을 돌파하라, 왕의 충성스런 병사들이여!”
선두에 선 지휘관이 외치는 가운데, 이폴리트가 입을 쩍 벌렸다.
“맙소사. 저거, 기병이야?”
날렵한 기마, 짧은 머스킷, 경장 복장.
승마보병 수준이 아니라 그 상위 레벨인 총기병, 그러니까 카라비니에 급의 기병대다.
실로 신속한 속도로 총기병들이 로시뇰 본군 측면을 강타했다.
-탕! 탕! 탕!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면에서 진군하던 로시뇰 사단은 물론이고 베스테르만과 르콩트, 장 르케일 사단이 모두 당황했다.
이게 이 시대 가장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병종, 전열보병의 문제다.
머스킷 총은 전장식 장전의 특징상 기립사격이 가장 명중률이 높다.
때문에 일렬로 서서 총병이 돌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당연히 횡대로 진군하다 보니, 측면 공격에 취약하다.
반란군이 설마 기병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치 못한 것이다.
“으아악!”
병사의 비명이 창공을 찔렀다.
이대로 가면 마인츠 사단이 가세하기도 전에 혁명군이 무너진다.
반대로 말하면, 유진의 예측보다 로시뇰은 훨씬 무능했던 것이다.
“이러다, ‘함정’이고 뭐고 다 죽겠는데?”
이폴리트가 혀를 찰 찰나, 유진의 앞에 백은문자가 번뜩였다.
[위험, 연사 반격 준비 필요.]유진은 미간을 좁혔다.
그저 기병 돌격이 측면 공격으로 끝난다면, 최소한 유진은 안전하다.
결국 지금 백은문자가 떠오른 이유는 하나다.
기병 돌격이 배후까지 휩쓴다는 얘기다.
반사적으로 유진은 알림에 반응했다.
-철컥!
승마 상태에서 그대로 피스톨을 뽑으며 유진이 외쳤다.
“일제사격 준비!”
“뭐? 자, 잠깐만. 난 준비 안 됐어!”
“헛소리 마, 이폴리트! 전 부대원, 하마!”
기습은 모두를 공황 상태로 만든다.
군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이 상황에서 군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지휘관.
지극히 침착한 지휘관의 태도에 유진 특수중대가 움직였다.
-타다닥!
그 선두에는 다름 아닌 마르소가 있었다.
“온다, 유진!”
마르소의 외침이 날카롭게 허공을 찢었다.
어느새 혁명군의 측면을 강타한 총기병들이 회전하듯 밀어닥치고 있었다.
다행히 총기병들의 머스킷은 당연히 연발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머스킷을 버리고, 어느새 피스톨을 꺼내들려는 찰나다.
순간, 유진이 명령했다.
“사격 개시!”
동시에, 유진 우편 특수중대가 일제히 착석자세로 사격을 개시했다.
연발로.
***
18세기 말, 본래는 총은 연사가 불가능하다.
-탕! 타탕! 타타탕!
그러나 유진 우편특수중대의 총은 두 종류다.
하나는 후장식 사격이 가능한 퍼거슨 라이플.
다른 하나는 지금 비상용으로 장비해 온 지란도니 라이플이다.
바로 관형탄창, 총알이 연이어 장전되는 방식의 총이다.
“으아아아아!”
이폴리트가 비명을 지르며 총탄을 쏘았다.
눈앞에 밀어닥치는 기병들은 무섭다.
그러나 명령은 떨어졌고, 반사적으로 손은 움직인다.
탄창에 담긴 탄알을 가스의 힘으로 연신 쏘아 보낸다.
딱 20발.
쏘고 나면 가스 충전이 필요한 공기총.
하지만 20발까지는 연사가 가능하다.
100명의 중대원들이 일제히 20발의 연사를 쏘아댔다.
-잇히이이잉!
우선 말이 먼저 놀랐다.
기세 좋게 달려오던 왕당파 기병들이 일제히 뒤로 내빼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기병대장, 청년 귀족으로 보이는 자가 깃털이 달린 모자를 떨어뜨리며 부르짖었다.
“후, 후퇴하라!”
비록 총기병이라지만, 방데 반란군은 기본적으로 비정규군.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을 리 없다.
그야말로 일제 돌격하던 만큼이나 빠른, 일제 후퇴가 시작되었다.
-두두두!
그 직후, 이폴리트의 총구가 멎었다.
-철컥!
사실 공기총은 화약총만큼 위력이 강하지 않다.
게다가 이폴리트처럼 연발로 쏘아대면 20발은 금방 소모된다.
그렇기에 만약 총기병을 운영한 청년 귀족이 용감했다면 결과는 반대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난생 처음 보는 [집단연발사격]에 방데군 총기병대는 경악했다.
그게 승부를 갈랐다.
지란도니 라이플을 거두며, 이폴리트가 식은땀을 닦아냈다.
“가, 간발의 차이였어.”
마르소와 투로 대령, 그리고 투로의 부관 그리뇽 중령이 흥분해 떠들었다.
“이거, 우리 혁명정부군도 아니고. 반란군이 기병이라니. 맙소사.”
“라, 라 트레무아유 일 거요. 투아르 공작의 차남이자 라발 백작. 기사로 유명한 자요.”
“저게 놈들의 최후 일격이었을 겁니다. 이제 밀어붙이면 승리합니다!”
앙투안 필립 라 트레무아유.
방데 반란에서 기병대장으로 이름을 떨친 군인이다.
물론 기병대 지휘관이 보통 그렇듯, 돌격력은 뛰어나지만 시야는 그리 넓지 않다.
이번에도 갑작스런 반격이 쏟아지자 놀라 도망간 셈이다.
만약 시야가 넓었다면, 반격하는 부대가 유진 중대뿐이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특히 투로 대령의 연대는 숫자도 절반이라 기마에 휩쓸릴 상황이었다.
문득 이폴리트가 놀란 심장을 억누르며, 유진을 돌아보았다.
말 위에 있던 유진도 새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고 있었다.
“얘기했잖아, 이폴리트. 나랑 있으면 안 죽는다니까?”
이폴리트는 기가 막혀 입을 쩍 벌리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 그래. 덕분에 살았다! 푸하핫!”
그때 남쪽 방면에서 장교 한 명이 후방을 향해 황급히 달려왔다.
유진은 그 장교를 돌아보다 눈에 이채를 띠었다.
바로 데스마르 대위였기 때문이다.
라 로셸을 비우면서 일부러 남겨놓았던 인물이다.
일종의 학살에 대한 [징벌]이랄까.
용케 살아남아 달려온 모양이었다.
흙먼지를 뒤집어 써 엉망이 된 모습으로 데스마르가 부르짖었다.
“큰일났습니다! 사령관은 어디 계신가!”
“무슨 일인가, 대위? 로시뇰 사령관은 지금 작전 구역 전방에 계시네.”
“이럴 때가 아닙니다! 라 로셸이!”
데스마르 대위가 고함쳤다.
“라 로셸이 왕당파들의 기습에 점령되어 버렸습니다!”
이곳, 숄레로 정부군이 전력을 집중한 빈틈.
그 틈을 왕당파 반군이 치고 들어온 것이다.
그야말로 불의의 일격.
그러나 정작 유진은 남몰래 웃었다.
“됐군.”
왕당파의 사령관이 유진의 뜻대로 움직여준 것이다.
이제, 로시뇰의 지위는 끝장났다.
1793년 10월 30일.
숄레에서 유진이 프랑스 최초로 집단 연발사격 전법을 선보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