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4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40화(441/547)
(440) 1808년, 피트가 음모론의 흑막이 되다
1808년 1월, 간만에 영국 해군이 전쟁 종료를 알리는 축포를 쏘았다.
-쾅! 쾅! 쾅!
런던항 앞에서 쏘아지는 포화 소리를 듣다, 피트는 창가에서 시선을 돌렸다.
승전을 알리는 소리도 아니고, 고작 전쟁 종료라니 참 시시한 포격이다.
그러나 무관의 정치인은 결정권이 없기 마련.
전직 수상 피트가 가볍게 옛 부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프라이슈츠가 자녀를 얻었다고?”
에일리언 오피스, 곧 외국인국 총수 위컴이 홍차를 마시다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은 아닙니다. 마리 여왕이 임신했다는 걸 제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을 뿐이지요. 혹시, 그냥 살이 쪘을지도 모릅니다만.”
“농담하지 말게. 하긴 원래 여자들의 출산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마련이지. 아이를 낳을 때까지 계속 지켜보는 게 좋겠어.”
“독신이신 분이 출산에 대해서 뭘 아신다고 그러십니까? 다만 부르봉이든 합스부르크든 대체로 다산이죠.”
물론 마드리드의 연방 선포식에 초대된 사람은 위컴이 아니라 리처드 웰즐리다.
그러나 위컴도 리처드의 일행에 숨어 공동왕 부부를 보았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지만, 마리 드 부르봉이 임신한 것은 확실하다.
사실 눈으로 보기만 한 게 아니라 궁정 하녀들을 탐문해 확인하기도 했다.
마리의 모친 앙투아네트든, 조모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든 아이를 낳는데 문제는 없었으니 피트의 악담처럼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쿨럭! 후후, 축하의 포트 와인이라도 보내야겠군. 아무리 적이라도, 축하할 일은 축하해야지.”
피트가 기침을 토하며 고개를 까딱이자, 위컴이 낯을 찌푸렸다.
“속병이 더 깊어지신 것 같습니다. 의사는 뭐랍니까?”
“후후, 난 어릴 때부터 원래 골골했어. 이제와서 달라질 것도 없지. 혼인도 여자를 과부로 만들까봐 안 하는 거라네, 위컴.”
“글쎄요. 남자들만 만나고 다니시니, 남자를 좋아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도 돌던데요.”
순간 위컴의 농담에 피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걱정말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네는 아닐 테니까!”
피트가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은 원역사 후대만이 아니라, 당대에도 꽤 횡행했던 소문이다.
어쨌든 멀쩡한 총각에 수상이란 권력까지 쥐었는데, 주위에 여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피트는 남성을 애호하기보다 무성애자에 가까웠다는 설이 더 유력하다.
잠시 너무 웃어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쥐던 피트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보고서를 보니, 오베르뉴는 조바심이 생기나 보지?”
“언제 복귀하셔서, 본인 영지 문제를 교섭해줄 건지 문의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폴레옹을 쓰러뜨리는 건 포기했나 봅니다.”
“나폴레옹이 무너지기 전에는, 부이용 공작령도 없다고 전해. 실제로도 그렇고.”
오베르뉴, 곧 프랑스 스파이 마스터이자 부이용 공작위 주장자.
이전 나폴레옹 암살 모의를 뒤에서 조종했던 자다.
물론 그 결과 오히려 마리를 에스파냐 왕위 승계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말이다.
아직 에일리언 오피스의 지시와 공작금을 받으며, 프랑스 외곽의 섬에서 스파이들을 지휘하는 중이다.
문득 피트가 자리에 앉다 입가를 틀었다.
“하지만 슬슬 복귀하긴 해야겠군. 폭스가 폭주하고 있다지?”
전직 수상, 아무런 작위도 없는데다, 실은 부인도 없는 홀아비 신세.
그렇지만 피트를 일개 독신남으로 여기는 자는 유럽에 아무도 없다.
심지어 현직 영국 고위 관료들도 수상보다 피트의 눈치부터 살피는 게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피트의 숨은 측근인 위컴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예, 아주 난리인 모양입니다. 영미전쟁은 멋대로 끝내 버리고, 에스파냐에 대사를 다시 보내고, 포르투갈에 양보를 요구했습니다.”
“프랑스에는?”
“조카인 헨리 바살 폭스, 그러니까 홀랜드 남작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탈레랑과 예전부터 친분이 있죠.”
사실 민주주의자를 자칭하는 폭스도 알고 보면 귀족가 자제다.
부친이 홀랜드 남작이었기 때문이다.
헨리 바살 폭스는 형의 아들로, 아들이 없는 폭스에게는 후계자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다.
무엇보다 친프랑스파인 폭스처럼, 혁명 동조자라 평화협상에 딱 어울리는 인재기도 했다.
그러나 피트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프랑스와 평화라고? 웃기는 소리.”
벌써 20년 넘게 의회에서 싸워온 사이다.
허나 피트는 폭스의 정치적 능력은 존중하지만, 안목은 하나도 존중하지 않는다.
일단 지금도 잘못된 예측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폭스는 오판하고 있어.”
“언제나 그랬으니, 별로 놀라운 말씀은 아니군요.”
“영국이 살아남을 길은 바다에 있어. 그런데, 바다로 나가는 길에 가장 큰 경쟁자가 누굴까?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이야. 지금 양국이 결합했단 말이지. 게다가 네덜란드까지 넘어갔어!”
문득 피트의 창백한 얼굴이 흥분으로 잠시 핏기가 돌아왔다.
“이대로 가면 런던 앞바다로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야. 평화협상? 나폴레옹이 그런 걸 지킬 거 같나!”
사실 이건 피트의 편견이다.
나폴레옹은 의외로 평화협정을 잘 지키는 편이다.
다만 상대가 존중할만한 힘이 있을 때 지키는 편이라, 원역사에서도 에스파냐는 그대로 짓밟긴 했다.
동시에 전략적 안목 자체는 피트의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후일 원역사에서 대륙을 장악한 나치가 공군으로 런던 공습을 시도하니 말이다.
물론 아직 영국 해군은 멀쩡하니, 피트의 걱정이 현실화 되려면 멀었다.
다만 피트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다.
위컴이 다시 홍차 잔을 들어올리며 대꾸했다.
“현 수상인 에딩턴부터 폭스에게 휘둘리는 실정입니다. 곧, 새로운 섭정도 세울 거구요.”
“조지 웨일즈 공작이 섭정 후보인가? 정말 웃기는군. 차라리 샬럿 왕비가 낫겠어.”
“왕비 폐하도 사실 각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피트는 피식 웃다 위컴에게 말했다.
“글쎄, 유진 국왕이 런던에 올 때도 그럴까.”
유진 보나파르트, 피트가 가장 걱정하는 상대다.
기실 나폴레옹은 피트에게 절망을 주지만, 우려할 적은 아니다.
왜냐하면 바다를 건너올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나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영국 해군제독을 즉사시킨 군인, 유진은 분명 우려할만 하다.
게다가 이제는 에스파냐의 함대까지 손에 넣지 않았던가?
“어쨌든 일은 해야겠지. 동인도회사의 그랜트를 불러. 아, 그리고 아톨 공작에게 만나자고 연락해주게.”
“그랜트야 그렇다치고, 아톨 공작을 말씀입니까? 그자는 반역 혐의가 있습니다.”
“프리메이슨 마스터라도, 영국 귀족이야.”
피트는 우려하는 위컴에게 단호히 일렀다.
“나폴레옹이 지배하는 세상은 원하지 않을 걸세.”
존 머레이 아톨 공작,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명가로 현재 영국 프리메이슨의 총수.
그간 프랑스 프리메이슨의 수장인 라파예트에게 협조했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피트는 아톨과 손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위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이나 전해 두지요.”
설사 헛된 짓이라 해도, 피트는 위컴에게 가장 중요한 상사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
***
아톨 공작의 영지는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블레어 성이다.
-척, 척, 척!
간만에 스코틀랜드까지 올라온 피트 앞에 숙련된 전열보병의 사열이 이어졌다.
영국 본토에서는 보기 드문 레드코트의 행렬이다.
잘 면도된 뺨을 쓰다듬으며 활달하게 생긴 노인이 껄껄 웃었다.
“멋지지 않소? 제77연대요. 신대륙 전쟁 때 싸웠고, 아일랜드를 제압했지. 크게 피를 흘리지 않고 제압전을 펼치는 게, 저 연대의 장기라오.”
피트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미소를 머금었다.
“훌륭한 사병집단이군요, 공작 각하.”
“이런, 수상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감당하기 어렵소. 어디까지나 제77연대는 나라의 군대요.”
“각하의 사유물이란 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또한 저는 수상이 아닙니다.”
제77연대, 곧 아톨 공작이 스스로 모병해 만든 부대다.
이 부대는 원역사 현대까지 남아, 공작가가 위치한 영토의 치안을 지킨다.
가장 최근에는 아일랜드 반란 때 투입되었는데, 가톨릭 교도 해방론자인 공작은 학살보다는 제압전을 선호하곤 했다.
그러나 결국 군대는 사람을 죽여서 목적을 달성하는 집단이란 건 다를 바 없긴 하다.
공작이 묘한 미소를 띠다 물었다.
“곧, 다시 수상이 되실 테지. 왜 날 보자고 한 거요?”
그런데 피트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에 프리메이슨 정신을 퍼뜨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톨 공작이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왜 러시아를?”
“그곳은 정교회와 차르의 비밀경찰이 꽉 채우고 있어, 프리메이슨 결사가 자리잡기 힘든 곳이죠.”
“수상이 러시아에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실패했다는 건 아오.”
본래 프리메이슨의 시작은 영국에서 비롯되었다.
영국 프리메이슨 회원들은, 유럽에 진리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로운 정치사상을 퍼뜨리는 게 목표다.
허나 프랑스에서는 엉뚱하게 터져 영국 회원들이 바라지 않던 혁명이 전개되었다.
또한 구 신성로마제국에서는 아예 탄압당해 발도 못 붙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아예 프리메이슨 회원들이 독립을 일으켰으니, 따지고 보면 프리메이슨은 역적 집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프리메이슨이 여전히 영국에 남아 있는 이유가 있다.
아톨 공작을 비롯해 사회의 유력자들이 비호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가 기밀을 대수롭잖게 언급하는 아톨 공작을 응시하다, 피트가 말했다.
“이번엔 그런 게 아닙니다. 황태자가 황제를 칠 겁니다.”
이 말에는, 아톨 공작도 놀랐다.
“설마 직접 손을 쓰신 거요?”
“그럴 리가요. 단지, 캐슬레이 남작의 도움으로 마음을 조금 움직였지요.”
“그런 게 손을 썼다고 하는 거요, 수상.”
쓴웃음을 머금던 아톨 공작이 다시 물었다.
“이 늙은이가 도울 일이 있소?”
만약 피트가 수상이라면, 굳이 프리메이슨 그랜드 마스터에게 와서 도움을 청할 이유가 없다.
허나 아무리 무관의 실세라도 무관은 역시, 불편한 법이다.
사회 각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
피트는 은근한 태도로 일렀다.
“프랑스 프리메이슨의 명단을 넘겨 주십시오. 물론, 교섭해 주셔도 좋고.”
“나보고 대륙의 친우들을 배신하란 거요?”
“글쎄요. 자유의 이상을 배신하고, 황제를 옹호하는 자들이 과연 친구일까요?”
문득 피트의 눈이 번뜩였다.
“혹시, 그들 중 아직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반역이라든가.
“좋소. 수상.”
결국 아톨 공작은 수락했다.
어쨌든 아무리 세계 보편 자유를 꿈꾸는 프리메이슨이라도, 공작은 영국인이다.
***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 액시터에서 피트는 또 다른 만남을 가졌다.
“요새 바쁘시다던데, 굳이 날 부르신 이유가?”
아주 불퉁한 표정으로 피트를 맞이한 남자의 이름은 프랜시스 베어링이다.
벌써 3년 전, 피트가 수상직에 올랐을 때 베어링은 반대로 동인도회사 이사직에서 쫓겨났다.
이후 베어링이 망했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번영 중인 사업을 반영하듯, 화려한 대저택을 감상하다 피트가 말했다.
“미스터 베어링, 네덜란드의 호프 은행이 곧 파산한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원래, 바타비아 공화국이 성립할 때부터 난리도 아니었죠. 그 친구들이 런던에 오면 잘 맞아줄 생각입니다.”
“당신 아들, 알렉산더는 보스턴에 가서 투자 중이구요. 호프 은행의 자산을 빼돌려서.”
순간 베어링이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미스터 피트?”
본래 베어링스 브라더스 뱅크는 네덜란드의 전통 있는 은행, 호프 방크와의 협력사업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호프 은행이 네덜란드의 몰락과 함께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베어링스 뱅크는 더욱 큰 이익을 얻었다.
호프 은행의 경영자들이 금융이 발달하고 프랑스의 적국이기도 한, 영국으로 대거 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어링도 동인도회사에서 밀려난 이후, 영국 중심 사업을 줄이는 중이다.
특히 장자 알렉산더를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중이랄까.
현직도 아닌 피트에게 그 사실을 들킨 셈이다.
피트가 빙그레 웃었다.
“미국으로 자본을 빼돌리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미스터 베어링.”
“어떠한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그게 어쨌단 겁니까?”
“분명 신대륙은 좋은 시장이죠. 하지만, 인도보다 더 큰 시장이겠습니까? 나아가, 그 동방에 있는 [차이나]는 또 어떻구요.”
문득 피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서렸다.
“다시, 동인도회사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이번엔 체어맨으로.”
베어링은 눈을 부릅떴다.
사실 원역사 현대를 생각하면, 당연히 인도보다는 미국이다.
허나 이 시대 미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고 인도는 그야말로 부국 그 자체다.
해서, 사업가라면 당연히 인도를 선택하는 게 맞다.
다만 동인도회사에서 쫓겨난 터라 포기했는데, 쫓아낸 장본인이 기회를 준다고 한다.
“대가는?”
“프랑스를 배신하시오.”
“아니, 난 영국인인데, 프랑스를 배신하고 말게 뭐 있습니까?”
슬쩍 발을 빼는 베어링을 피트가 정시했다.
“유진 프라이슈츠를 배신하고, 나와 손을 잡으시오. 그러면, 보나파르트가 무너졌을 때, 보아르네 카르텔의 자산은 전부 당신 것이 될 거요.”
그러니까 편을 선택하란 얘기다.
베어링은 미간을 찡그렸다.
현직도 아닌데 베어링의 자산 이동까지 알아낸 피트다.
만약 정계가 변동해 다시 피트가 집권했을 때,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때 이 제안을 거절한 베어링을, 피트가 내버려둘까?
“아니면 죽일 생각이군. 뭘 하면 됩니까, 수상.”
베어링이 이를 악문 채 묻자, 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프랑스의 반황제파를 당신이 좀 키워야겠습니다. 미스터 베어링. 당신이 아직 프랑스 중앙은행 이사죠?”
1808년 1월.
무관의 수상 피트가 프랑스를 무너뜨리기 위한 음모를 개시했다.
그야말로 음모론의 흑막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