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4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41화(442/547)
(441) 프랑스 반황제파가 대두하다
권력자를 싫어하는 이는 많고, 신흥 권력자를 싫어하는 이는 그 두 배쯤 된다.
“보나파르트를 싫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지요. 서로 다른 우리처럼.”
프랑수아 노엘 바뵈프, 혹은 자칭 [그라쿠스] 바뵈프가 입을 열었다.
보통 정치가라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보는 걸 즐기는 게 프랑스식 문화다.
허나 눈앞의 남자는 밖에서 함부로 보는 게 어렵다.
일단 후세에 공산주의자의 시초로 남았을 만큼 과격한 분배론 주장을 하는 건 둘째 문제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반정권파의 거두이기 때문이다.
사실 본래 원역사대로라면 통령정부 시절, 진작에 죽었을 남자.
가장 프랑스에서 위험하다고 일컬어지는 [평등파]의 수장 바뵈프를 보다, 시에예스가 낯을 찌푸렸다.
이 작자가 자택에 와 있다는 걸 사바리의 비밀경찰이 알면,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다.
“나는 바뵈프 당신과 손잡을 생각은 없소만.”
“이런, 시에예스 의원. 그럼 이대로 있다가, 말라 죽을 생각이오?”
“빵도 잘 먹고 있소. 브리오슈도 물론이고.”
잠시 농담을 하던 시에예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와서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하기엔, 프랑스가 너무 평화롭다고 생각하지 않소?”
한때 바뵈프가 하층민 사이에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바로 에베르가 로베스피에르를 죽이려다, 본인이 죽은 직후의 일이다.
당시 프랑스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물가는 폭등했으며, 전란에 시달렸다.
그때 바뵈프는 은행가의 재산을 빼앗고 토지를 전부 공유하며 부자들을 모두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승리하고, 경제가 안정되면서 바뵈프의 인기도 물거품처럼 꺼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기 직전 벌어진 [폭발음모] 사건이다.
음모에 바뵈프가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은 아직도 은밀히 떠돈다.
과연, 이 자가 정말 범인일지 시에예스가 생각할 찰나, 2층 저택 창문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꺄하하! 오늘 너 옷차림이 그게 뭐야!”
“이거, 왜 이래. 오르탕스 황녀 님도 입는 [앙페르 모드]거든!”
“그게 옷을 입은 거야, 만 거야? 풉!”
여자들이 거리에서 다 비치는 옷을 입고 떠드는 모습이 보인다.
이른바 엠파이어 패션, 오르탕스가 주도해 유행 중인 스타일이다.
한 마디로 시스루 스타일인데, 가끔 속옷도 입지 않고 다니는 게 파리 여자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 중이었다.
남자들은 연신 여자들을 보면서도 혀를 차며 지나간다.
그중 시에예스도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저 여자, 자기도 헐벗은 주제에 남말 하는군.”
“우리야 구경하고 좋지 뭘. 하여간, 자네 얘기 들었나? 이번에 에스파냐에 유진 부왕이 왕으로 즉위했잖아? 그 후로 보아르네 카르텔을 중심으로 남부 아메리카에 대거 진출 중이래.”
“그쪽에 뭔가 사고 팔 만한 게 있어? 얘기는 들었는데.”
바로 프랑스 중앙은행의 주주들인 페레고와 페리에다.
비록 보아르네 카르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둘 다 프랑스 금융계에서는 정점에서 군림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잠시 시에예스가 귀를 기울일 찰나, 두 은행가가 위에서 누가 듣는 줄도 모르고 속닥였다.
“그야 면화도 있고, 유명한 은도 있고, 철광에 석탄도 있긴 한 모양이야. 왜, 방데 쪽에 지금 한창 석탄으로 돌아가는 공장 짓는 거 알지?”
“나는 참 그게 마음에 안 들어. 사람이 아니라, 쇳덩이들이 일을 하다니.”
“물론 그것만이 아니지. 사탕수수에 커피도 있는데, 그거야 원래 마르티니크나 누벨 프랑스에서도 오던 거고.”
문득 페레고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낮게 말했다.
“이거, 비밀인데, 훔볼트라는 프로이센 학자가 신대륙에서 연구를 하나 봐. 그런데, [구아노]라는 새똥이 굳은 물질이 있는데 말이야.”
그게 어쨌냐는 듯한 표정으로 페리에가 볼 찰나, 페레고는 놀라운 얘기를 꺼냈다.
“그게, [초석]과 같은 성분이래.”
“뭐? 잠깐, 화약 만드는 그거?”
“바로 그거지. 나라에서도 억지로 뒷간에서 퍼서 만들거나, 아직 영국 손에 안 들어간 인도 왕국에서 수입하고 있대잖아?”
이 시대, 초석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인도 아대륙이다.
물론 영국이 인도 아대륙을 장악하고 있으니, 결국 영국이 다루는 교역품이라 할 것이다.
19세기 초 기준으로 대략 7500톤을 영국이 인도에서 수입했는데, 프랑스가 전시에 연간 생산해 쓰는 인공 초석, 곧 염초가 2500톤이니 거의 3배에 달한다.
게다가 인도산 초석은 아주 품질이 좋은데 비해, 프랑스가 생산한 염초는 품질이 나빴다.
괜히 원역사에서 영국군이 프랑스군을 이긴 게 아니란 얘기다.
그렇지만 19세기 중반부터는 원역사의 칠레산 초석이 인도산 초석을 능가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원역사에서는 칠레산 구아노가 각광받지 못했는데, 유진이 에스파냐를 장악하면서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프랑스 자본이 구아노 개발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그걸 보아르네 카르텔이 사업화하려고, 집중 투자한다는군.”
“아니, 그럼 우리가 끼어들 틈도 없잖나.”
“그게 그렇지가 않아. 구아노가 있는 곳은 남미 대륙 반대편이야. 배로 닿기 어려운 곳이지. 그러니까, 거기까지 교통로를 뚫고, 운반하고, 마지막으로 화약 제조공정을 거쳐야 해.”
페레고의 설명에 페리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투자가 되겠군.”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 무슈 콜로와 친분이 있다며?”
“그거야 그렇지만. 이런 일은 다마스를 만나는 게 낫지. 어디 보자, 앙투안 다마스 친척 중에 내가 아는 자가 있었는데.”
두 은행가가 열띤 토론을 하며 거리 저편으로 사라지자, 바뵈프가 입가를 틀었다.
“장 프레데릭 페레고와 클로드 페리에도 보아르네 카르텔, 아니 보나파르트에게 넘어갔군.”
“보다시피, 프랑스의 패션은 오르탕스 황녀가, 재계는 유진 국왕이, 그리고 정점에는 나폴레옹이 있소. 당신이 꿈꾸는 세상 같은 건 영원히 안 올 거요. 바뵈프.”
“그게 보나파르트의 약점이라는 생각은 못 해 봤소?”
문득 바뵈프가 시에예스를 보며 일렀다.
“나폴레옹이 후계자를 정할 때, 친자가 아닌 유진을 택할 거 같냔 말이오.”
시에예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나폴레옹은 39세로 후계를 논하기엔 너무 젊다.
다만 후계자를 정하는 것은 제위 안정의 문제기도 하다.
일단 승계 구도가 명확할 때, 그 권력은 대내외적으로 영속성을 인정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1802년 생으로 올해 6세인 샤를 나폴레옹은 너무 어리다.
반면에 1781년 생으로 올해 27세인 유진은 나폴레옹의 후계가 되기에 나이는 적당하지만 황제와의 차이가 12살 밖에 안 된다.
요컨대 황제의 후계구도는 분명, 보나파르트 지배체제의 약점이다.
가만히 바뵈프를 노려보던 시에예스가 말했다.
“그저 혼자 움직이는 건 아니겠지, 바뵈프.”
“내 뒤에 공화파 영국 망명객들이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니지.”
“영국 정부가 있는 건 아니고?”
영국 스파이 마스터 오베르뉴가 바뵈프 뒤에 있다는 소문, 시에예스도 안다.
지금까지는 체제에 별 위협이 되지 않기에 쉬르테나 비밀경찰도 가만있었을 터다.
그러나 반황제 운동을 할 때도 그럴까?
다만 시에예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마디가 있었다.
바뵈프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도 태연히 대꾸했다.
“그래서 이대로 정치 변방에 머무르며, 늙어 죽을 생각이오? 나폴레옹은 분명 언제든 흔들리게 되어 있소. 그때를 노리려면 지금부터 준비하셔야지.”
시에예스는 이를 악물었다.
한때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했고, 인권선언문과 헌법을 만들었던 시에예스다.
제3계급론을 펼친 것도 시에예스다.
그렇지만 로베스피에르가 주도권을 장악한 이래, 단 한 번도 시에예스는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다.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뒤에서 획책하며 복귀를 꾀하다, 오히려 나폴레옹에게 물먹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킨 적이 없어서, 시에예스가 주도한 게 단 하나도 없다.
이 상황이 시에예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문득 시에예스가 바뵈프를 노려보았다.
“바뵈프, 나폴레옹을 쓰러뜨리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오. 당신처럼 무작정 테러를 하거나,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걸로 될 일이 아니지.”
“참고로, 난 테러를 인정한 적이 없소만. 어쨌든 말해 보시오. 국왕을 쓰러뜨린 음모가여.”
“음모가는 나보단 미라보요. 그자가 죽지 않았다면, 나폴레옹 같은 애송이가 시대를 장악하는 일도 없었겠지. 쯧.”
혀를 차던 시에예스가 일렀다.
“우선, 여당 내 야당이 필요하오.”
바뵈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뭐요?”
“나폴레옹의 당파 중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자들이 필요하단 거요. 옛 대혁명 때도 국왕을 흔드는 개혁파들이, 결국 혁명 때 우리의 동조자가 되었지.”
“흐음, 그럴듯하군. 생각한 자가 있소?”
순간, 시에예스의 눈이 번들거렸다.
“카미유 데물랭.”
오백인의회 의장이자 파리 최고 언론사 르 비유 코르델리에의 사주, 데물랭이다.
***
물론 사실 데물랭은 친 나폴레옹 파벌이라 그 위치를 차지한 정치가다.
“왜 나를 바, 바뵈프와 하, 함께 찾아왔나, 했더니, 화, 황제를 반대, 하자는 겁니까?”
본래 대혁명 당시, 민중을 선동하는 연설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데물랭은 온건파다.
원역사에서는 공포정치에 반대하다 처형당할 정도다.
지금도 황제 독재를 썩 좋아하지 않아 작위는 받지 않았지만, 적극 반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에예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렇소, 무슈 데물랭.”
“나, 나, 난 황제 폐하께 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당황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은 여전하군. 누가 반역을 하자고 했소? 야당을 만들자는 거지.”
데물랭이 눈을 크게 뜰 찰나, 시에예스가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했다.
“혁명이 일어나고 나서 그랬듯, 자코뱅과 지롱드가 서로 정권을 두고 겨루었듯, 건전한 비판 세력이 필요하오.”
물론 말은 그럴듯하다.
사실 황제가 지배하는 군주정이라지만, 엄연히 의회가 존속하고 있는 프랑스 제국이다.
굳이 반역을 꿈꾸지 않더라도, 당파를 만들 자유도 명목상으로는 남아 있다.
바로 옆나라인 영국만 해도 왕당파에 대칭되는 휘그가 한때 정권을 좌우하지 않았던가?
데물랭도 귀가 솔깃한 듯, 눈을 깜박였다.
“비판, 세력?”
“그렇소. 데물랭 당신도 황제가 독재정치를 펼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겠지. 게다가, 세습까지 노리고 있지 않소?”
“허, 헌법에, 따르면, 제정은, 시민제정으로, 투, 투표로 정해지오. 황제 직위도.”
그러나 시에예스는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럴까? 황제에게는 이미 두 명의 아들이 있소. 에스파냐 국왕 유진과 친자인 샤를 나폴레옹이지. 특히, 친자에게는 본인의 이름까지 붙였소.”
데물랭은 시에예스의 말에 숨을 죽였다.
“과연, 이게 세습의 징조가 아니면 뭐요?”
분명히 나폴레옹은 세습을 원하고 있다.
지금은 시민제정의 외형을 갖추고, 헌법에 따른 정치를 한다.
하지만 세습을 명시적으로 추진할 때도, 여전히 헌정의 외형이 지켜질까?
한참 동안 생각하던 데물랭이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아직, 데물랭은 혁명을 포기한 적이 없다.
***
오백인 의회, 연단에서 더듬거리지 않는 데물랭의 사자후가 토해지고 있었다.
“황제 폐하는 분명, 뛰어난 정치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습은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나, 카미유 데물랭은 모든 사람이 피선거권을 가지는 투표제를 헌법에 도입할 것을 요청합니다!”
갑작스런 하원의장의 포효는 모두를 떨게 만들었다.
물론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움이 아니라, 성공의 전율로 떠는 이들도 있다.
바뵈프는 시에예스를 향해 말했다.
“두 번째는 나폴레옹의 후계자를 흔드는 거로군.”
“그렇지요.”
“하면, 세 번째는 뭐요? 영국의 대대적인 무역 압박인가?”
본래 원역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허나 시에예스는 그런 식으로는 프랑스를 압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우선 해양봉쇄 자체가 지중해에서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원역사라면 완전히 봉쇄되어야 할 프랑스의 대서양 무역도 에스파냐 함선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시에예스는 다른 방식을 언급했다.
“아니, 나폴레옹이 스스로 자멸해야 하오. 그것도 본인이 가장 잘하는 장기, 전쟁에서.”
“무슨 소리요. 나폴레옹이 어떻게 전쟁에서 진단 말이오?”
“이보시오. 당신도 이렇게 반응하지 않소?”
시에예스가 낮게 웃다 대꾸했다.
“하지만 역사상 어떤 정복자도, 끝까지 이긴 적은 없소. 결국 한 번은 지게 되어 있지. 당신의 배후인 피트에게 전하시오. 전쟁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바뵈프가 흠칫 놀랄 찰나, 시에예스가 눈을 번뜩였다.
“나폴레옹을 인도로 보내든, 러시아로 보내든, 아니면 런던으로 보내든.”
결국 나폴레옹을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은 그 자신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