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4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44화(445/547)
(444) 폴린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폴린은 유진을 포기한 적이 없다.
“왜? 내가 널 위해서 몸을 바치겠다는 건데, 그게 싫어?”
폴린은 눈을 반짝이며 유진에게 바싹 몸을 붙였다.
엠파이어 스타일은 그저 겉으로 보기에만 비치는 옷이 아니다.
재질 자체가 얇아서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건 둘째고, 피부에 맞닿았을 때 살결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유진이 나름 군사제국의 부왕답게 군복을 입었음에도, 폴린의 몸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입안에 사탕이라도 삼켰는지 묘한 향기가 입술 사이로 새어, 코끝을 간지럽힌다.
“잠깐, 그렇다고 해도, 그건 마음만으로 충분해.”
“싫다면?”
“폴린. 난 유부남이야, 이미. 너도 곧, 그렇게 될 거고.”
일단 한 발 물러나는 유진에게 폴린은 더욱 틈도 없이 몸을 맡겨 버렸다.
“그래서? 몸은 솔직한데?”
이미 몸이 흥분한 게 폴린에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유진은 대답하지도, 더 이상 피하지도 못했다.
등 뒤로 벽이 느껴지는 탓에 더 피할 곳도 없지만, 뿌리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와락 껴안고 싶어지는 충동을 간신히 참고 있다.
그때 폴린이 유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리가 임신했다며?”
“그래. 맞아. 임신한 부인을 배신할 수 없다는 건 알겠지. 게다가 마리는 그냥 귀부인이 아냐. 일국의 여왕이라고. 내 왕관도 사실 마리에게 달려 있지.”
“그러니까, 이혼하라고 얘기 안 하잖아. 나랑 결혼해달란 소리도 안 해.”
폴린이 더욱 바싹, 전신을 유진에게 붙이며 숨을 할딱였다.
“내가 원하는 건 너, 그 자체야. 네 몸이라고. 넌 아냐?”
정치적으로 판단할 때, 유진은 이제 폴린을 선택할 수가 없다.
이미 결혼한 것은 둘째고, 마리는 에스파냐 왕관의 핵심이다.
또한 마리가 지닌 정통성에 기초해 동군연합으로 분할되어 버린 에스파냐 ‘연방’이 유지되고 있다.
설사 정치 문제가 아니라도, 이제 임신한 마리를 어떻게 유진이 버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유진은 마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해왔다.
하지만 폴린이 싫냐고 말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처음 볼 때부터 매력적이었고, 눈을 뗄 수가 없었으며, 이집트에서는 흠뻑 빠져버렸던 게 사실이다.
만약 마리에게 유진이 저지른 [죄]가 없었다면, 벌써 폴린에게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헤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은 유진에게 너무나 유혹적이다.
폴린이 가빠오는 숨소리와 함께 다시 속삭인다.
“임신한 부인을 배신하라는 게 아냐. 그냥, 욕구를 풀라는 거야. 오랫동안 여자를 멀리해서, 불만이지 않아? 네가 시녀랑 잤을 리도 없잖아?”
“이건 안 돼.”
“어머나, 정말 안 잤나 보네. 하지만 뭐가 달라? 네가 나와 이집트에서 키스할 때와?”
유진이 버티려는 순간, 폴린이 유진의 귀를 깨물었다.
“그때도 어차피 마리는 네 연인이었어. 지금이랑 다를 것도 없어. 달라지는 것도 없고.”
찰나의 격통, 그리고 온몸을 불태울 것 같은 충동이 유진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반투명 재질로 만들어진 엠파이어 스타일 드레스는 찢어버리기도 쉽다.
그 다음 어떻게 될지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진은 이를 악물었다.
뿌리치지도 못했지만, 폴린을 껴안지도 않는다.
만약 폴린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유진의 옷을 벗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폴린도 18세기 말 여자다.
문득 유진의 몸에 바싹 붙어 있던 폴린이 유진의 악문 입을 보다 낯을 찌푸렸다.
“싫다면, 난 이 결혼 안 해.”
“폴린!”
“고작 잠자리 한 번 하자는 거 아냐. 여자가 이렇게 모든 걸 내 던지고 오는데, 남자가 그걸 거절해?
화가 난 말투에 협박이지만, 너무나 달콤해 오히려 더욱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유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너무나 흥분해 두뇌가 돌아가지도 않는다.
충동이 하반신을 지배해 당장이라도 폴린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럼에도 간신히, 딱 한 마디 변명이 생각났다.
“밖에, 이폴리트가 있어.”
그 말에 폴린은 흠칫 놀랐다.
유진도 간신히 충동이 억눌려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단 둘만 있다고 생각할 때 날뛰던 욕망도, 밖에 감시자가 있다는 걸 깨달으니 조금, 수그러든다.
폴린이 입술을 깨물다 물었다.
“그래서?”
“넌, 남자라면 누구나 원할 여자야. 하지만 그 남자를 파멸시키겠지.”
“뭐?”
유진은 어느새 폴린의 어깨를 붙든 채 말하고 있었다.
“내가, 널 꼭 선택하지 못한 이유는 마리 때문만은 아냐. 너와 함께 한다면, 그 미래는 우리 둘 다 파멸할 가능성이 높아. 지금도, 넌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있잖아.”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목선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속살에 낯을 파묻고 싶어진다.
조금, 힘을 준다면 이 옷을 전부 찢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유진은 강철 같은 의지로 참아냈다.
그때 폴린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래서, 인생을 같이하자고 한 게 아니잖아. 유진.”
유진은 심장에 충격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냥, 내 인생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을, 아주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견디게 해줘.”
“포, 폴린.”
“오늘 하루의 추억으로 버티겠다는 게, 그렇게 나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유진은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아예 차갑게 거절한다 한들, 폴린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처음부터 유진을 만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럴 리가 없다.
평생, 폴린의 마음 속에는 유진이 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폴린은 유진에게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욕망의 대상이기만 한 걸까?
성장기 시절, 유진은 오히려 마리보다 폴린과 더 오래 지냈다.
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찰나, 폴린이 유진을 뿌리쳤다.
“하지만 나도 샤를에게 들리게 하기 싫어. 그러니까, 오늘 밤에 내 숙소로 와.”
뿌리치는 그 순간에도, 폴린은 유진에게 유혹을 던졌다.
밤에, 혼자, 오라고.
유진은 홀로 남아 멍하니 밀실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폴린이 밖으로 나서다 멈췄다.
폴린은 멈춘 상태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채 문을 닫았다.
안에서 유진이 나오지 못하도록.
밖에, 정말 이폴리트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 우리 순진한 국왕 폐하 데리고 뭐 하는 거야?”
“뭘 하긴? 네가 여자들에게 잘하는 짓 하고 있지. 이폴리트.”
“그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너도 문제지만 우리 국왕 폐하가 마리 여왕께 총을 맞는다고. 그분, 진짜로 피스톨을 향낭에 넣고 다니는 거 혹시 아냐?”
이폴리트는 잠시 몸을 부르르 떨며 이죽거렸다.
사실 이폴리트의 농담 같은 말은 진짜다.
마리는 정말 향기나는 물건을 넣어두는 18세기식 핸드백, 향낭에 피스톨을 넣고 다닌다.
이집트에서 유진과 마리가 스캔들을 일으켰을 때는, 귀국 즉시 쏴버릴 생각으로 유진과 대면한 적도 있다.
그러나 폴린은 키득 웃더니 이폴리트를 노려보았다.
“이폴리트, 그러니까 네가 유진의 비밀을 잘 지켜야지. 안 그래?”
이폴리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폴린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엠파이어 스타일, 시스루 패션은 이폴리트에게도 군침을 삼키게 만든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다, 이폴리트가 휘파람을 불었다.
“엄청난 여자군. 역시, 내가 잡아먹을 걸 그랬나?”
“누가 뭘 먹는다는 거야?”
“이크, 폐하. 얼빠진 줄 알았는데, 빨리 정신 차리시네?”
마르세유 보아르네 카르텔이 보유한 안가 저택, 인적 하나 없는 복도에서 이폴리트가 물었다.
“그건 그렇고 갈 거야?”
유진은 벌컥 화를 냈다.
“내가 미쳤어?”
물론 화를 내는 사람치고 찔리는 구석이 없는 경우는 또 없다.
***
간만에 에스파냐 국왕과 만난 처남은 흥분한 기색이다.
“제 누나는 잘 지내고 있죠? 폐하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게 연인의 부정을 알아차렸기 때문은 아니다.
누나 마리 테레즈의 소식을 연신 캐묻는 루이 샤를을 보다, 유진은 양심이 찔리는 걸 느꼈다.
굳이 폴린이 아니라도, 유진은 루이 샤를을 이번에 너무 심하게 이용하고 있다.
“정략의 희생자가 되도록 만들어 미안하군. 파르마 공작.”
“아직 받지도 않은 작위입니다. 나아가, 제 목숨부터 폐하께서 구해주신 겁니다. 전 아직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죽을 위기였던 법정을 기억합니다. 아, 샤를 장군이군요!”
“설마 이폴리트도 기억하나?”
유진 뒤에 서 있던 이폴리트 샤를을 본 루이 샤를이 활짝 웃었다.
“그때, 절 시몽의 집에서 구해주신 분 아닙니까. 당연히 기억하죠!”
구두수선공 앙투안 시몽, 루이 샤를을 혁명정부에게서 맡아두던 자다.
당시 루이 샤를을 심하게 학대하고 있었는데, 유진이 이폴리트를 보내 구출한 바 있었다.
허나 알고 보면 그때도 유진은 일부러 늦게 구출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구하기 위해, 학대의 흔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시, 양심이 찔리는 기분을 느끼며 유진은 주위를 둘러보다 낮게 말했다.
“황제 폐하는 시민제정, 곧 황제선출의 외형을 유지하되, 피선거권을 제한하려 하고 있어.”
“짐작하고 있습니다.”
“만약 보나파르트 하나라면 사람들이 납득 하기 어렵지. 하지만, 에스파냐 왕가가 된 구 보아르네 가문, 그리고 본래 프랑스의 왕가였던 부르봉이 후보군이 된다면 제한은 납득가게 돼.”
“하지만 혁명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부르봉은 저주의 이름이죠.”
마르세유 주둔군 사령부에서 열린 리셉션.
황제는 다른 측근들과 대화하느라 바쁘다.
폴린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유진이 루이 샤를에게 이번 사안을 정확히 이해시킬 절호의 기회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부르봉과 관련이 없는 내 동생, 샤를 나폴레옹이 최유력 후보가 되지.”
이 정략결혼이 가지는 진짜 의미를 루이 샤를은 알아야 한다.
양심 때문이 아니라, 몰라서 그르치지 않게.
혹시나 야심을 품고 있다면 조기에 꺾도록 말이다.
루이 샤를 카페가 답했다.
“이해했습니다. 제가 충실히 폴린과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말 행복한가?”
“당연하죠.”
문득, 루이 샤를이 활짝 웃었다.
“설사, 폴린이 절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온전히 정숙한 여인이 아니라 해도, 제가 폴린을 사랑하며 충실할 것입니다.”
가만히 루이 샤를을 보던 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루이 16세 폐하의 아들은 훌륭한 남편이군.”
그렇기에 유진은 다시 한 번 양심이, 혹은 심장이 찔리는 기분을 느꼈다.
***
폴린의 숙소, 문이 열린다.
-끼이익.
문득 폴린이 몸을 돌렸다.
“왔구나?”
이제 폴린은 엠파이어 스타일조차 입고 있지 않다.
잠옷, 아니 그야말로 반라의 모습이다.
잠시 자신도 모르게 목을 울렁댄 유진은 입을 간신히 열었다.
“폴린, 난 그냥 이야기만 하러 왔어.”
“어머, 그렇구나. 그럼 혹시 이폴리트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말하고 온 거야? 이를테면, 루이라든가. 아니면 마드리드에 있는 우리 여왕 폐하에게 보낼 서신이라든가?”
“마리는 지금 세비야에 있지.”
무심코 말했다가 유진은 스스로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
부인이 멀리 있다는 얘기를 유혹녀 앞에서 말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그러나 유진이 함부로 돌아서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가 있다.
폴린은 과연 유진에게 단순히 육욕으로 유혹할 뿐인, 단순한 존재일까?
그때 폴린이 유진의 앞에 다가섰다.
“아주 먼 곳이네. 그럼, 우리 [뱅]이나 한 잔 하면서, 밀린 이야기나 나눠볼까?”
뱅, 곧 와인의 프랑스식 단어다.
폴린이 들어올린 와인잔 뒤로, 새하얀 반라의 몸이 비춰진다.
그 순간, 유진이 스스로 단검을 뽑았다.
-퓩!
폴린은 눈을 부릅떴다.
“유진!”
유진은 상처로 고통스러운 손을 들다 단호히 말했다.
“나는, 말했듯, 배신할 수 없어. 마리를.”
“상처부터!”
“아니, 폴린. 가까이 오지 마. 온다면, 난 자제할 수 없을 테니까.”
폴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멈췄다.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건 달콤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자해하면서까지 거부한다는 것은 아프기 그지없다.
유진이 폴린을 정시하며 웃었다.
“행복한 결혼이 되길 바래.”
와인이 땅 위로 쏟아지기 좋은 시간.
유진은 피를 쏟으며 돌아섰다.
폴린은 그 모습을 보다 눈물을 흘리고, 다시 웃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유진.”
다음날, 폴린은 황제에게 말했다.
루이 샤를과 결혼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