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4화(45/547)
(44) 공안위원회가 프랑스 최고 권력기구다
숫자는 많을수록 권력의 원천이 되고, 적을수록 권력의 핵심을 가리킨다.
국민공회 의원 782명, 국왕 사형 찬성자 361명, 보안위원회 120명.
그러나 역시 너무 많다.
이 프랑스를 지도하고, 파리를 이끌며, 혁명군을 분발시켜 외적을 물리치는 일.
소수의 특별한 존재가 해야 한다.
12명.
국민공회를 선도하는 프랑스 권부 핵심.
공안위원회.
당통은 그 자리가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믿는다.
혁명 시작 때부터,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온 자가 바로 당통 자신 아닌가?
그렇기에 지금 당통에게 거물 금융가가 청탁하러 오는 것도 그저 자연스런 일이다.
“아, 잘 좀 봐주십시오. 의원님. 아시잖습니까? 지금 퐁디셰리가 영국 놈들에게 넘어갔습니다.”
63세, 이 시대에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
그러나 고작 34세인 당통에게 애원하듯 빌고 있다.
남부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메종 사바티에의 주인, 기욤 드 사바티에.
또한 현재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최대주주기도 하다.
현재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인도의 프랑스 최대항구, 퐁디셰리가 대영제국에게 점령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7년전쟁 후 위태롭던 프랑스 동인도 무역이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거드름을 피우며 당통이 사바티에를 향해 대꾸했다.
“그래서, 동인도회사가 어렵다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소? 뭐, 혁명정부는 인도까지 해군을 보낼 여력은 없다오. 기욤 사바티에 이사장.”
“해군을 보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정부가 강제 파산만 시키지 않으시면 됩니다. 아직 동인도 무역은 충분한 여력이 있습니다!”
“나도 귀가 있소. 굴라드에게 들었지. 아직도 수백 척의 배를 보유했고, 또 우리 쪽에 남아있는 항구도 있다고. 하지만.”
자크 알렉상드르 드 굴라드, 동인도 회사의 이사이자 거대한 배들을 보유한 대선주다.
무려 미국독립전쟁 때 400톤짜리 선박을 지원선으로 보냈을 정도다.
그러나 신대륙 무역이 원활하지 않은 지금, 굴라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동인도회사까지 타격을 입으니 파산 직전에 몰린 상태다.
그렇지만 당통은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동인도회사는 구 왕실의 산물인 거, 모르시오?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군. 사바티에.”
본래 동인도회사의 설립 허가를 진행한 것은 루이 14세다.
한데, 프랑스 최대의 자본력과 수익을 자랑하는 것도 동인도회사다.
하여, 혁명정부는 예전부터 구왕실의 위세를 상징하는 동인도회사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퐁디셰리가 점령되면서 동인도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강제로 파산시킬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하지만 권력자, 당통은 완강한 거절은 하지 않았다.
곧, 올 게 있기 때문이다.
슬쩍 눈치를 살피던 능수능란한 은행가, 사바티에가 슬쩍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파산만 막아주신다면, 섭섭치 않게 진행할 겁니다.”
“이게 뭐요?”
“말레 은행이 발행한 금태환증서입니다. 아시지요? 저 유명한 아이작의 손자, 기욤 말레가 아직 잘 이끌고 있습니다.”
말레 은행은 거의 100년이 다 된 전통 있는 은행이다.
물론 규모는 네덜란드 호프 은행이나 영국의 베어링스 뱅크에 비할바는 못 된다.
허나 1704년부터 영업해온 신용과 100년간 축적된 자산은 충분히 거대하다.
30만 리브르, 눈부신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증서를 당통은 슬쩍 품속에 넣었다.
동시에 당통의 손이 빠르게 옆 책상에 놓여 있던 펜을 들었다.
“좋은 은행이지. 하지만 난 좀 바쁘고. 이 사람에게 연락해 보시오.”
“누굽니까?”
“파브르 데글란틴. 내 비서 출신으로 뛰어난 작가요. 아, 이젠 의원이지.”
메모를 건네받은 사바티에가 묘한 얼굴이 되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라구요? 흠, 알겠습니다.”
동인도회사는 거대 기업이다.
혁명의 시기라도 작가 출신 의원이 운명을 결정하다니, 은행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다.
그렇지만 눈앞의 남자는 한때 한 해 2600만 리브르의 매출을 올렸던 동인도회사 존폐를 결정지을 권력자다.
고분고분 사라지는 사바티에를 뒤에서 보다 당통이 손을 흔들었다.
“조심해서 가시오. 굴라드와 들레세르에게 안부 전해 주시고.”
둘 다 동인도회사의 현재 이사들이다.
구왕실 시절만 해도 일개 변호사였던 당통이 말도 붙여보지 못했을 거물들이다.
허나 이제는 당통의 펜대 하나가 저들의 목숨을 좌우한다.
흡족히 웃고 있을 찰나, 문득 뒤에서 누군가 당통에게 말을 걸었다.
“누굽니까?”
“깜짝이야. 기척 좀 내게, 생 쥐스트.”
“보아하니 은행가들인 거 같은데, 저런 자들과 친하게 지내면 나중에 큰 코 다치십니다. 당통 공안위원님.”
생 쥐스트.
공안위원회 12위원 중 하나이며 로베스피에르의 오른팔이다.
당통은 산악파의 신예로, 한창 잘 나가는 생 쥐스트를 흘깃 보다 히죽 웃었다.
“자네나 잘 하게. 요새 에베르가 부쩍 자네 비난하고 다니는 거 알지? 그 놈이랑 친하게 지낸 거 이제 후회되지 않나?”
그러자 도리어 생 쥐스트가 입맛을 다시다, 고개를 조아렸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공안위원님.”
에베르는 자코뱅 강경파 중 하나다.
사실 당통이든 생 쥐스트든, 심지어 로베스피에르도 모두 강경파긴 하다.
그러나 마리 왕비 재판에서 보였듯, 에베르는 너무 성급한 쪽으로 과격하고 야심이 크다.
걸핏하면 문자 그대로 ‘테러’로 정적을 죽이려 든다.
단두대의 천사로 불리는 생 쥐스트가 혀를 내두를 정도랄까.
당통은 생 쥐스트의 어깨를 툭툭 치며 껄껄 웃었다.
“그래. 자넨 아직 젊어. 앞으로 많이 배우게. 곧, 이 나라를 자네가 이끌 때가 와.”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눈을 빛내며 생 쥐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지요, 공안위원님.”
당통은 씩 웃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한때 귀족들의 당구장으로 쓰였던 곳.
옛 왕궁 퇼르리 궁전 옆에 있는 호화 저택이다.
플뢰르 대저택.
그곳에 국민공회 의원 782명 중 선택된 12명만이 모일 수 있는 회의가 열린다.
이미 들어와 있던 의원들 9인을 향해 당통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외쳤다.
“여, 동지들. 오늘도 힘찬 아침! 용기를, 더 많은 용기를 전선에 보냅시다!”
이곳은 프랑스 최고의 권력, 공안위원회가 열리는 장소다.
***
물론 전시에 최고 권력이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전쟁이다.
“총동원령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64만 명을 전선에 동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내년 중순까지는 계획대로라면, 150만으로 증원할 수 있을 겁니다.”
공안위원회 국방위원을 담당하는 의원, 라자르 카르노가 보고서를 든 채 말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당통이다.
아직, 의장 로베스피에르가 다른 일이 있어 도착하지 않은 탓이다.
당통의 시선이 회의장 안쪽을 훑었다.
말더듬이 데물랭, 미식가 캉바세레스, 휠체어를 탄 쿠통.
모두 1789년 이래, 4년의 격랑을 헤쳐나온 거물 의원들.
생 쥐스트나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도 보통은 아니다.
당장 지금 관료처럼 말하고 있는 카르노만 해도 대단한 자다.
고작 10만 정도밖에 없던 프랑스 군을 반년만에 60만 대군으로 바꿔 버렸으니까.
모두 든든하고, 까다롭고, 골치아픈 동료들이자 경쟁자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자 중 가장 까다로운 자는 따로 있다.
피부를 긁적이고 있는 깡마른 남자, 마라다.
당통은 마라를 흘깃 보다 카르노를 향해 박수를 쳤다.
“캬, 150만! 꿈 같은 숫자로군. 정말 대단하오, 라자르 카르노!”
“대단할 거 없습니다. 모두 신병입니다. 적은 경험 많은 용병들이고, 우리는 전술을 하나도 모르는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큼! 아니, 그래도 적들이 온 사방에서 쳐들어오니 어쩔 수 없지 않소?”
카르노는 간명히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번에 툴롱과 방데에 도입했던 [사단제]를 라인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사단의 지휘관은 소장급으로 발령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역사 현대에는 ‘사단’ 편제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연대 3개나 여단 2개가 합쳐져 만들어진 만 단위의 부대, [사단]은 이 시대에 탄생한 것이다.
대혁명 후, 프랑스는 온 사방의 나라들과 교전 상태에 돌입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황급히 대규모 징집령을 내린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신병.
숙련된 정예병인 오스트리아 군이나 프로이센 군과 싸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게 ‘사단제’다.
기동성 있고, 그러면서도 규모가 있어 쉽게 흔들리지 않고, 유사시 전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포병과 기병을 합치면 후일, 원역사 나폴레옹이 만든 [군단]이 된다.
어쨌든 아직은 사단제가 막 도입될 시점.
비전문가인 당통은 고개만 주억거렸다.
“뭐, 좋소. 그건 카르노 의원 마음대로 하면 되지 않겠소? 여러분?”
“그렇지. 지금까지 잘해왔고.”
“찬성이오. 군 문제는 역시 카르노 의원이 전문가지!”
캉바세레스와 쿠통이 마주 찬동할 찰나, 카르노가 또 다른 보고서를 들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현재 각 부대에 공급할 총기와 화약이 부족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구리, 초석, 가죽이 부족합니다. 일단 구리를 위해서는 각 교회에 있는 종을 전부 징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죽 문제는 지금, 기술 개선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흐음, 그렇군. 초석은? 거, 인도에서 오던 게 끊긴 거지요?”
“퐁디셰리가 점령되었다더군요. 그러니 우리 국내에서 생산하는 염초로 버텨야 합니다.”
다시 퐁디셰리가 문제다.
흑색화약이 전장의 주력인 시대다.
그 원료 중 핵심인 초석은 땅에서 캐거나 꽤 어려운 공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도에는 초석을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는 토양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인도를 장악한 것은 영국.
심지어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였던 퐁디셰리까지 빼앗겼다.
카르노 의원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한해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화약소요량은 최소 3만 6천톤입니다.”
비전문가인 당통이나 다른 의원들은 당연히 그게 얼마나 되는 양인지 모른다.
단지 새로운 단위계, 킬로그램으로 따졌을 때 참 많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멍하니 보는 의원들을 보며 카르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염초 한 해 생산량은 고작 1200톤, 연간 화약 생산량은 4900톤입니다.”
“금방 화약이 소모되겠군.”
“현재 머스킷 총은 제 동료 의원 프뢰르가 노력한 끝에 5천 명의 직공들이 하루 600정씩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약이 없으면 다 소용없죠.”
물론 ‘기술전문 의원’ 카르노는 이 문제도 해결할 대책을 같이 가져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화학자들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동원해야지. 베르톨레, 몽쥬, 샤프탈. 그 친구들 모두 그레넬 화약공장으로 보내드리겠소.”
“아니, 다른 사람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후세 원역사에 모두 프랑스를 빛낸 화학자로 남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카르노는 당통과 다른 의원들을 보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을 입에 담았다.
“라부아지에.”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 역사에 기록된 화학자.
또한 혁명 초기에는 국민의회 의원이기도 했던 혁명 동조자.
허나, 지금 라부아지에는 모든 직책을 박탈당하고 감시를 받는 중이다.
왜?
시민들이 지극히 싫어하는 왕실의 징세 청부업자였기 때문이다.
세금을 독하게 걷는 걸로 유명했기에 악명이 높았던 게 문제였다.
문득 말 없이 자신의 피부만 긁던 마라가 입을 열었다.
“그 자는 곤란하오.”
“마라 의원, 화학 연구는 단순히 학자들 머릿수만 채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탁월한 연구 리더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라부아지에는 혁명 전, 화약 총책임자였습니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시오. 그 자는 감시 대상이오!”
카르노는 이를 악물다 고개를 숙였다.
대군을 만들고, 국방 대책을 수립하고, 60만 대군을 운영할 해결책을 마련할만큼, 카르노는 뛰어난 인재다.
그러나 권력은 다른 문제다.
당통은 그 모습을 보다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요. 데물랭 의원?”
머뭇거리며 데물랭이 자신의 상황, 전황 보고를 입에 올렸다.
“지, 지금 툴롱만 안정된 상황입니다. 라인, 알프스, 피레네 모두 교전 중입니다. 게다가.”
“또 뭔가? 병력 부족?”
“아닙니다. 지금 각국이 동맹을 맺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데물랭이 마른 침을 삼키다 말했다.
“우리 프랑스 혁명 정부를 노리는 반 프랑스 동맹입니다.”
당통이 눈을 크게 뜬 찰나, 문이 열렸다.
-벌컥!
모든 의원이 입을 다물었다.
로베스피에르.
이 공안위원회의 의장.
창백한 낯의 로베스피에르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다, 피로한 눈으로 데물랭을 보았다.
데물랭이 마른 침을 삼켰을 때, 로베스피에르가 차갑게 물었다.
“참가국은?”
“그, 그게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에스파냐, 나폴리, 포르투갈, 교황령,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까지! 어처구니가 없군. 그들도 어쨌든 공화국 아닌가!”
경악한 당통이 끼어들자, 데물랭이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리고 영국입니다.”
모두가 무거운 얼굴로 데물랭의 보고를 들었다.
당연히 지금까지도 영국과 사실상 전쟁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그것도 8개국 서유럽 전체 동맹의 필두로 영국을 맞이한다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문득 로베스피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전은 피할 수 없겠군. 해군 재건을 서둘러야겠어.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안건을 다뤄야 합니다. 여러분.”
당통도, 카르노도, 다른 모든 의원들도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니 대체 로베스피에르가 왜 오늘 회의에 늦은 걸까?
결벽증 환자에 가까울 정도라, 평소에는 칼 같이 시간을 지키는 인물인데 말이다.
문득 로베스피에르가 보고서 하나를 꺼내들었다.
“마크 앙투안 줄리앙을 알죠? 그 친구가 방데에서 내 친전으로 보고서를 보내왔습니다.”
아주 지친 얼굴로, 로베스피에르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던졌다.
“집단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서입니다.”
순간 당통은 새삼 깨달았다.
이 끔찍한 소식도 권력자가 감수해야 할 의무라는 것을.
달콤한 뇌물이나, 위험 인사 감시, 나라를 위한 통치만이 아니라.
바로 프랑스 최고의 권부, 공안위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