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5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50화(451/547)
(450) 나폴레옹이 라인 제후 회의를 연다
에스파냐 국왕의 공식적인 첫 파리 방문은 요란하다.
-와아아!
파리 시민들이 열광하는 소리가 구 파리 성벽 바깥까지 울려 퍼진다.
사실, 유진이 에스파냐 왕이 된 후, 프랑스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허나 공식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어쩐지 일부러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티가 역력했다.
다만 이제 파리 시민들의 열광에도 꽤 익숙해진 유진은 다른 쪽에 관심을 보였다.
문득 대로변 가운데 있는 목제 건축물을 보던 유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저거, 개선문인가?”
“응? 어, 황제 폐하가 아우스터리츠를 기념해 만들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는군. 나무로 잘 만들었는데.”
“돌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문인데, 임시인가 보군.”
유진의 말에 이폴리트가 피식 웃었다.
“제대로 지어지려면 한참 걸릴걸? 폐하 제위 중에 다 만들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 하하!”
에투알 개선문, 나폴레옹 시대를 기념하는 건축물이다.
다만 나폴레옹 당대에는 나무로 만들었고, 원역사에서는 왕정복고기에나 겨우 완성된다.
이 개선문에는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빛낸 장군들의 이름이 가득 새겨져 있다.
본래는 개선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유진이 묘한 얼굴로 문을 보다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원역사든 지금이든, 반드시 이름을 남길 명장이 따르고 있었다.
“개선문에는 당신 이름도 남겨야죠, 마세나 원수. 아니, 이젠 [리볼리 공작]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작위 아닙니까? 너무 띄워주지 마십시오.”
“만약 부황 폐하가 싫어하신다면, 내가 작위를 드리죠. 이젠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러자 유진의 근위대장이자 프랑스 제국원수, 앙도슈 쥐노가 껄껄 웃었다.
“아, 그래. 마세나. 덕분에 난 벌써 공작이잖아? 하하핫!”
쥐노는 유진이 국왕에 오른 후, 작위를 받았다.
데 아브란테스, 통칭 다브란테스 공작.
유서 깊은 에스파냐의 작위인데, 당대에는 대가 끊겨 있는 상태다.
원역사에서도 쥐노에게 주어지긴 하지만, 그때는 쥐노가 반도전쟁에서 졸전을 펼치던 때라 썩 달가운 작위는 아니었다.
지금은 졸전은 펼친 적이 없지만, 대신 독자적인 공훈도 없는 상태다.
쥐노의 공적은 전적으로 유진을 보좌하면서 이뤄진 것이니 말이다.
마세나 원수가 놀리는 어조로 대꾸했다.
“좋겠군, 다브란테스 공작. 그래서, 로르 양은 버리고 다른 귀족 집안과 결혼하기라도 할 셈인가? 최근 카스티야와 아라곤의 귀족들이 문전성시라던데.”
“이런! 날 뭘로 보고. 내 침대는 자유롭지만, 내 혼인 서약은 신성해!”
“그 말을 과연 로르 양이 좋아할지 모르겠군. 이번에 파리에서 알베르 페르몽과 만날 셈이지?”
그 말에 쥐노가 입맛을 다셨다.
“사실상 로르의 보호자니 어쩔 수 없지. 그 장사꾼을 만나는 게 썩 달갑지는 않지만.”
나름 하사관에서 출세한 쥐노는 꽤 강직한 성격이다.
그 말은 뇌물과 협잡을 서슴지 않는 수단 좋은 기업가들과 잘 안 맞는다는 얘기다.
밀수꾼 출신인 마세나와는 정반대랄까.
마세나가 피식 웃으며 돌아설 찰나, 개선문 뒤에서 흑색 제복의 제국 근위대가 나타났다.
“근위대, 받들어 총! 에스파냐의 국왕이며, 누벨 프랑스의 부왕이시고, 예나의 승장인 유진 폐하를 위하여, 예총 사격!”
대로 양옆에서 도열한 근위대 보병들이 일제히 예총 사격을 실시했다.
-철컥, 탕!
위협사격은 아니지만, 총격에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과 유진의 근위기마대가 놀란 건 당연하다.
“이런, 말들이 놀라잖아.”
“누가 저런 빌어먹을 환영식을 준비한 거야?”
“그야 당연히 근위대장 아니면 기병총감이겠죠. 아, 베시에르인가?”
마세나, 쥐노, 이폴리트가 놀라 외칠 찰나 근위대의 대열에서 베시에르가 다가왔다.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황제 폐하십니다.”
요컨대 요란한 환영 행사로 시민들의 시선을 끌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환영을 받은 유진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마차로 함께 따라온 임신한 마리가 총격에 놀랐겠지만, 이건 나폴레옹이 원래 신경 쓰지 않을 자니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유독, 주목받는 일에 질투심이 많은 나폴레옹이다.
그것도 프랑스 제국의 핵심, 파리에서 유진에게 시선을 돌리는 건 정말 기이하다.
“폐하께서는 어디 계시지?”
프랑스 제국 근위대 부사령관, 베시에르가 경례를 취하며 고했다.
“퐁텐블로 궁전에 계십니다. 사열을 끝내는 대로, 바로 달려오라 하셨습니다.”
퐁텐블로, 파리 남쪽에 위치한 부르봉 왕가의 옛 별궁이다.
프랑스 제국 성립을 전후해, 주로 중요 회담을 열 때 나폴레옹이 이용해 왔다.
한데 이곳에 엄연히 외국왕인 유진을 부르다니, 뭔가 심상찮다.
문득 마차에서 놀란 얼굴로 고개를 내밀던 마리가 물었다.
“왜, 파리가 아닌 거야?”
유진은 가볍게 다가가 마리를 쓰다듬으며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쇼를 준비하신 것 같군.”
사실, 나폴레옹만큼 쇼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 시대에는 드물다.
***
그러나 그걸 알고 있는 유진도 풍텐블로 궁전 앞에 펼쳐진 광경에는 경악했다.
“오, 짐의 아들이자 예나의 승장, 유진이 왔도다!”
일단 황제가 군복을 입은 채 열렬히 근위대와 함께 마중나온 것은 둘째 문제다.
진짜 첫 번째 문제는 황제 주위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화려한 옷의 남자와 여자들이다.
바로 라인 연방에서 달려온 제후와 그 일가다.
유진이 황급히 황제에게 다가가 물었다.
“부황 폐하, 이분들은 라인연방의 제후들이 아닙니까?”
“그렇다. 바이에른 국왕, 작센 공작 겸 바르사뱌 대공, 거기에 마인츠 대주교까지 모두 직접 오셨지!”
“이 모든 분들을 모으신 이유가 있겠죠?”
나폴레옹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하하하! 프랑스 제국이 탄생한 지도 벌써 7년째! 그 사이 짐의 형님은 스웨덴 왕이 되고, 아들은 에스파냐의 왕이 되었노라. 마땅히 제국의 중요 구성원을 모아 축하할 만하지 않느냐?”
당연히 지극한 헛소리다.
그러나 황제가 하는 헛소리는 지엄한 어명처럼 들어야 하는 게 세상 이치다.
라인의 제후들도 저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폐하. 프랑스 제국과 보나파르트 가문이 영원하기를!”
“에스파냐 국왕이 되셨군요. 오호, 여왕 폐하도 함께 오셨습니까?”
“오, 자녀 분이 태어나셨다지요? 이름은, 무어라 지으셨습니까?”
바이에른 국왕, 바르샤바 대공, 마인츠 대주교가 축하하는 소리를 듣다, 마리가 웃으며 답했다.
“곧, 각국에 전해질 거예요. 조부의 이름을 따, [카를]이라고 지었답니다.”
카를, 이게 왜 새로 태어난 아이의 조부가 지녔던 이름일까?
바로 샤를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부친이 지녔던 본명이 [카를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귀부하면서 샤를로 바꾸긴 했지만, 에스파냐 어로는 카를이 된다.
나폴레옹도 자못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다. 유진, 네 동생도 짐의 부친에게서 이름을 땄지!”
“그렇군요, 폐하.”
“여기서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어려서 못 왔다니 아쉽구나. 다음에, 짐이 꼭 보러 가겠다!”
마드리드로 직접 방문하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하는 나폴레옹을 보다, 마리가 유진에게 낮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유진?”
마리는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리 썩 몸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직접 부른데다, 유진을 혼자 파리로 보내는 게 무척 마음에 걸렸다.
이유는 간단한데, 폴린이 아직 파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와보니, 나폴레옹은 라인 연방의 제후들을 통째로 모아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퐁텐블로 궁전은 중요한 외교 조약을 체결하는 곳.
아주 의미심장하다다.
유진은 예민하게 궁전 앞에서 환영식에 참가 중인 제후들과 대사들을 살피다 일렀다.
“누군가에게 과시하려는 모양인데.”
“대체 누구에게? 프랑스 내정은 안정되어 있는 거 아니었어?”
“아마, 영국이나 헝가리 같아. 제임스 메이틀랜드 로더데일 백작과 메테르니히가 와 있는 걸 보면.”
아직 영국은 전쟁 중이라 특사인 로더데일 백작이 왔다.
또한 헝가리 왕국의 대사인 메테르니히는 유진도 이미 파리 외교가의 거물로 성장한 상태다.
물론 알고 보면 그 역량은 대부분 여자들에 대한 인기로 얻은 것이긴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다 유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지금 이럴 이유는 없을 텐데.”
사실 요 근래 유진은 프랑스 상황, 아니 유럽 정국에는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
일단 에스파냐 국왕으로서의 업무가 너무 많았고, 신대륙 식민지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단속하는 일도 부칠 정도였다.
허나 지금이 1809년 봄이란 점을 감안하면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문득 유진이 뒤에서 따르던 수석 비서관을 불렀다.
“이폴리트, 로슈자클랭을 찾아봐.”
“엥, 쉬르테 수장이 여기 와 있을 리가 없잖아.”
“내 생각이 맞다면, 왔을 거야. 빨리, 지금 당장 찾아.”
단호한 명령에 이폴리트가 놀라 바삐 사라지자, 유진은 미간을 다시 찡그렸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설마, 대륙봉쇄령이라도 내리시려는 건가?”
아주 낮은 목소리였지만, 마리는 그 말을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대륙을, 어떻게 봉쇄해?”
“음, 영국이 미국과 싸울 때 행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그쪽은 해군으로 바다를 봉쇄했지만, 우리는 각 항구를 봉쇄할 수 있겠지.”
“그럼 누벨 프랑스나, 누에바 에스파냐와도 교류가 끊긴단 얘기잖아? 게다가 이집트나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프랑스군은 어떡해?”
딱히 국정 운영이든, 국제 정세든 마리는 별 관심은 없다.
허나 구왕실의 왕녀이자 에스파냐의 여왕에, 유진의 반려쯤 되면 옆에서 보고 듣는 게 너무 많다.
아주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원래는 식민지도, 해외 주둔군도 없어야 하지. 그래서 대륙봉쇄령을 선택하는 게 쉬웠던 거야.”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가 유럽대륙 밖에 가진 이권과 이해관계가 굉장히 적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은 너무 많다.
“그래도, 영국을 꺾고 싶다면, 어쩌면 한 번은 해야 할 수도 있지. 단기적으로.”
유진은 그렇게 판단했다.
나폴레옹이 영국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 아무래도 대륙봉쇄령을 선포하기로 한 것 같다고.
***
그게 완전히 오판이란 걸, 엉뚱한 사람에게 듣기 전까지 그랬단 얘기다.
“러시아가 미쳐서, 인도를 침공하기로 했대.”
그야말로 몸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옷, 실은 그냥 잠옷을 입고 나온 폴린이 말했다.
이곳은 퐁텐블로의 유명한 숲속이다.
밤이라 곳곳에 드리워진 등불 없이는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폴린은 아무런 수행원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사실은 수행원을 데리고 나왔다간, 남자라면 스캔들이, 여자라면 뒷소문이 퍼질 판이긴 하다.
유진은 기가 막힌 얼굴로 폴린을 보다 물었다.
“그걸 왜 로슈자클랭이 아니라, 네가 내게 알려주는 거지. 폴린?”
“어머나, 파르마 공작부인이라고 부르셔야죠. 에스파냐 국왕 폐하. 아니, 카스티야와 아라곤, 또 어디더라. 하여간 긴 목록의 왕이셨나?”
“이 퐁텐블로 숲에 왜 네가 나와 있는 거냐고 물었어. 그것도 이런 옷차림으로.”
폴린이 당연하다는 듯 눈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옷차림이야 침실에서 나온 거니까 이런 거고. 로슈자클랭은 바빠서 파리에서 못 왔어. 내가 온 이유는, 이폴리트가 찾다 못해 내게 물어서고.”
유진은 지끈거리를 머리를 붙잡다 한숨을 내쉬었다.
“루이가 알려줬겠군.”
“난 내 남편이랑 사이가 좋거든. 후훗.”
“그런데 외간 남자랑 만나는 자리에, 밤중에 이렇게 나오나?”
루이 샤를 드 부르봉 파르마.
마리 테레즈의 하나뿐인 동생이자, 폴린의 남편이다.
또한 여전히 나폴레옹의 부관이기도 하다.
남편에게서 들은 기밀을 서슴없이 입에 담는 여자, 폴린이 유진에게 다가섰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남이야? 엄연히 고모와 조카잖아. 게다가.”
달빛에 비춰 새하얗게 드러나던 폴린의 몸이 유진에게 바싹 붙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유진. 네 혀랑 달리.”
유진은 재빨리 물러났다.
이곳은 너무 위험하다.
마리가 함께 온 상태인데, 혹시라도 누군가 본다면 모든 게 끝장날 수도 있다.
“일단, 정보부터. 인도침공이라니, 누구 생각이지?”
“흐응, 요새는 마리가 ‘잘’ 해주나 봐? 생각보다 잘 참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차르야, 아니면 황태자야?”
순간 유진에게 다시 다가가 유혹하려던 폴린이 놀라 멈췄다.
“황태자라던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러나 누구보다도 놀란 쪽은 유진이다.
이제야 나폴레옹이 왜 이런 [쇼]를 기획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진은 비틀거리다 이를 악물었다.
“큰일났군.”
“왜?”
“러시아가, 내전을 일으킬 거야.”
폴린이 눈을 크게 뜰 찰나, 유진은 퐁텐블로 궁전을 돌아보며 눈을 번뜩였다.
“부황 폐하가 날 부른 이유가, 이거로군.”
지금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