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5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54화(455/547)
(454) 러시아 원정의 시간이 온다
원래 유진은 엄밀히 말해 외국왕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귀국해 버려도, 아무 상관 없겠지.”
유진이 포기한 얼굴로 말하자, 근위대장 란이 낄낄 웃으며 대꾸했다.
“이런, 국왕 폐하. 도망치면 곤란하다고. 황제 폐하께서 친정을 선포하신 마당에.”
“지금 명목상 폐하의 친정은 [인도 공격]이란 걸 알고 하는 말입니까. 란?”
“설마 그럴 리가 없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거 아냐?”
퐁텐블로 궁전, 근위대 주둔 병영에서 란이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러시아 원정이잖아, 이건.”
딱히 약삭빠른 인물은 아니지만, 란은 전쟁의 프로다.
이 상황에서 프랑스 제국군이 러시아로 간다면, 인도 공략이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게다가 황제가 친정한다는데, 당연히 러시아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려 들지 않을까?
그런데 엉뚱하게도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러시아 원정이라면, 간단하죠.”
“그게 아닌가? 물론 차르가 아시아의 미녀와 보석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긴 한데, 정말 인도까지 우리가 가겠어?”
“초장거리 원정에는 변수가 많아요. 게다가 외국에 개입하는 건 더욱 그렇죠. 만약, 러시아가 내분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유진은 무겁게 일렀다.
“우리는 영낙 없이 인도까지 끌려가는 겁니다. 그것도 황제 친정 상황에서.”
물론 유진도 설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러시아로 군대를 진격시킬 때,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원역사에서는 겨울부터 전쟁을 준비해, 여름에 겨우 진군하고, 다시 가을에서야 비로소 러시아에서 결전을 벌인다.
이후 황제가 없는 모스크바에서 엉뚱하게 머물다, 겨울 후퇴를 시작한다.
이 모든 게 나폴레옹이나 총참모부가 바보라서 벌어진 게 아니다.
단지 초장거리 원정에서는 정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프랑스 제국군은 주로 국경, 이탈리아, 기껏해야 신성로마제국령 동유럽 정도에서 싸워왔다.
파리에서 아우스터리츠까지 대략 1천 킬로미터.
그러나 모스크바까지는 그 3배에 가까운 2800킬로미터다.
직선 거리가 그렇다는 거고, 행군로로 따지면 결국 3천 킬로미터를 훌쩍 넘길 것이다.
물론 유진은 신대륙에서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도 싸워봤다.
허나 대군을 움직여 본 적은 없고, 캐나다는 러시아보다는 군을 움직이기 용이했다.
과연, 나폴레옹과 그랑다르메 총참모부는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문득 황제의 명을 받고 퐁텐블로에 온 총참모장 베르티에가 입을 열었다.
“일단, 두 가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에스파냐 국왕 폐하.”
“뭐죠, 베르티에 총참모장?”
“먼저, 국왕 폐하께서는 참전하실 계획입니까? 에스파냐는 얼마나 병사를 차출할 수 있습니까?”
유진은 간단히 대꾸했다.
“제3군단과 부왕 근위대 전부. 다만, 이 경우 마리와 카를의 안전이 문제 되겠죠.”
“필요하시다면 마르세유로 이동하시면 될 겁니다. 또한 에스파냐 자체의 지원이 요구됩니다.”
“아니, 그건 안 됩니다. 황제 폐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이 문제는 유진이 황제에게 선제적으로 거절한 사안이다.
“에스파냐 [연방]은 언제든 반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억지로 원정군을 편성할 경우, 에스파냐만이 아니라, 신대륙 전체가 반란에 휩싸일 겁니다.”
본래 원역사와 달리 에스파냐는 신왕 유진과 마리를 수용한 상태다.
다만 그건 유진이 에스파냐의 왕권을 약화시킨 대가다.
만약 대군을 편성한다면, 자연히 귀족과 평민의 반발이 빗발칠 것이다.
하여, 유진으로서는 에스파냐의 지원을 끌어내기 어렵다.
물론 애초에 원역사에서도 러시아 대원정은 에스파냐의 지원은커녕, 에스파냐에서 잃어버린 20만 병력을 제외하고 준비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원역사보다 일찍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로이센을 굴복시킨 탓에 프랑스의 병력 소모 자체가 적다.
베르티에도 병력 자원에서는 문제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원군 자체는 라인 연방에서도 끌어낸다는 게 폐하의 생각이시고, 국왕 폐하는 존재 자체로 도움이 되겠죠.”
“두 번째는 뭡니까?”
“국왕 폐하의 근위대 장군인 라살 문제입니다. 제 동생의 아내를 빼앗았다고 하던데요.”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베르티에가 무표정한 얼굴로 꺼내 들었다.
“그대로 내버려 두실 생각입니까?”
유진은 눈을 크게 뜨다 쓴웃음을 머금었다.
라살이 파리로 휴가를 간다길래 보냈더니, 대형 사고를 친 모양이다.
그러나 원역사를 아는 유진으로서는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니긴 했다.
잠시, 해결책을 궁리하던 유진이 베르티에를 향해 제안했다.
“처벌은 곤란합니다. 다만, 총참모장의 동생과 베르티에 가문에 보상하죠.”
“보상이라구요?”
“수에즈 운하의 주식은 어떻습니까? 곧, 개통이 될 텐데. 아니면, 신대륙의 영지를.”
물질적 보상안을 제시하는 유진에게 베르티에가 냉담하게 대꾸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라살을 추방하시죠. 유럽에서.”
유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총참모장, 전쟁을 앞두고 프랑스 제국군 최고의 돌격장을 추방하라는 겁니까?”
“그건 폐하의 사정이고, 저는 라살 같은 자에게 전장의 영광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프랑스 제국군이 아니라 에스파냐 국왕 근위대 소속인 자고, 그랑다르메의 사기를 해칩니다.”
“베르티에!”
순간, 유진은 베르티에를 향해 호통쳤다.
“라살은 엄연히 프랑스 부왕 근위대의 장군이다. 또한, 나도 에스파냐 국왕이기에 앞서서 황제 폐하의 아들이자, 누벨 프랑스의 부왕이고! 똑바로 말하라, 사적 감정으로 군부 인사를 처리하겠다는 건가!”
물론 베르티에 가문이 라살에게 분노하는 마음은 안다.
허나 라살은 원래도 유능하지만, 유진 입장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정찰, 돌격, 기망.
유진의 기병전술에서 라살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사적인 문제로 뺀다?
러시아 원정을 앞두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베르티에는 이상하게도 단호했다.
“그렇다면 부왕 전하께 말씀드리지요. 라살처럼 기강을 어지럽히는 자는 그랑다르메에 필요 없습니다.”
“베르티에! 지금, 그걸 말이라고!”
“이건 총참모부 전원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유진이 다시 분노하려는 찰나, 수석보좌관 이폴리트가 재빨리 말리며 나섰다.
“그럼, 부왕 근위대가 에스파냐에 남고, 에스파냐 군을 폐하가 끌고 가시면 되겠군요.”
“이폴리트,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이건 명목상 러시아 차르에 대한 인도정복 지원군이라면서요?”
이폴리트는 눈을 찡긋거리며 일렀다.
“에스파냐 국왕 폐하는 적당히 구색만 맞추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지난 반프랑스 동맹 전쟁 때처럼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요컨대 유진은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러시아 원정이 달갑지 않고, 사실은 절대로 막고 싶은 유진이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오히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베르티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폐하는 얼굴만 비춰주셔도 될 겁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베르티에는 병영을 떠났다.
마치 처음부터 유진을 형식적으로 참가시키라, 통지하러 온 사람인 것처럼.
유진은 베르티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다 내뱉었다.
“오만하군.”
“저건 황제 폐하의 견해이기도 할 걸? 그냥 베르티에의 독단은 아닐 거야, 국왕 폐하.”
“란, 그게 무슨 말이죠?”
란이 피식 웃으며 일렀다.
“글쎄, 나야 정치는 모르지? 하지만 황제 폐하가 국왕 폐하에게, 전장의 영광을 간단히 줄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유진은 눈썹을 치뜨다 낯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기왕 대원정이 벌어진다면, 유진은 반드시 이 대원정에 개입해야만 하니까.
***
그렇다면, 유진은 이 달갑지 않은 대원정을 왜 막지 못하는 걸까?
“맙소사! 황제 폐하가 러시아 친정을 선포하시다니. 이건 미친 짓입니다!”
평소 유진과 사이가 나쁜 탈레랑이 이럴 정도니, 다른 모두의 반응이야 볼 것도 없다.
“당신이 놀라는 건 간만이군요, 탈레랑.”
“에스파냐 국왕 폐하, 말려주십시오. 이건 폐하 말고는 멈출 사람이 없습니다!”
“탈레랑, 알렉산드르 황태자와 차르가 서로 싸울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탈레랑의 낯이 굳어지자,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놀랄 것 없습니다. 이미 짐작하고 있을 텐데요. 이게 러시아 내전을 노린 개입이라는 걸.”
러시아 내전 가능성.
차르와 황태자의 내분.
오로지 파벨만이 모를 뿐, 다른 모두가 짐작하는 사안이다.
탈레랑은 숨을 가라앉히며, 우아한 태도를 애써 되찾았다.
“제게 국왕 폐하가 정보를 묻다니, 이것도 놀라운 일이군요.”
“애석하게도, 난 그간 에스파냐 내정에 너무 바빴어요. 로슈자클랭이 여기 있는 것도 아니니, 당신에게 물을 수밖에.”
“저도 콜랭쿠르에게 받은 서신이 러시아에 대해 아는 정보의 거의 전부입니다. 다만.”
문득 탈레랑의 눈이 가늘어졌다.
“캐슬레이가 하노버에서 러시아로 뻔질나게 드나든다고 하더군요. 콜랭쿠르의 말로는.”
그러니까, 이것은 영국의 음모다.
“만나는 사람은?”
“단연, 황태자입니다.”
“그렇다면 황태자는 이번 전쟁에 참전합니까?”
탈레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위를 맡고 있다더군요.”
유진은 눈을 감았다.
꼭, 러시아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누가?
영국이.
그렇다면, 함정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당연히 대원정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막을 수 없습니다. 탈레랑, 당신이 이제 해야 할 일은 전쟁을 막는 게 아니라, 뒤를 지키는 겁니다.”
“설사 러시아가 내전을 벌인다 해도, 그게 왜 황제 폐하가 친정할 이유가 됩니까?”
“왜냐하면, 황제 폐하는 패권자가 되는 것만이, 본인의 위신과 권력, 그리고 프랑스의 영광을 빛낼 유일한 길이라 믿기 때문이죠.”
그간 너무 방심했다.
예전, 전생의 기억은 이제 모호할 정도로 흐릿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러시아 대원정이 가장 멍청한 짓이고, 나폴레옹이 대원정을 시작하지만 않았어도, 실패하지 않았을 거라 한탄했던 기억을.
그래서 대륙봉쇄령을 저지를 이유를 없앴고, 신대륙을 확보했으며, 발언권을 가질 지위도 얻었다.
하지만 정작 대원정은 막지 못하고 있다.
어째서?
나폴레옹이 스캔들을 막기 위해 전쟁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진짜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가 스스로 내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상황이 문제다.
동방의 위험한 대국이 스스로 내분을 일으킨다?
유럽의 패권을 노리는 제국에게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유진이 만약 황제라도, 개입하고 싶어질 게 분명하다.
그런데 스캔들이 터지니, 나폴레옹이 움직일 구실이 된 것이다.
유진은 눈을 떴다.
“진짜 문제는, 그게 진실이란 거고.”
그렇기에, 탈레랑은 물론이고, 유진도 막을 수가 없다.
***
하지만 유진이 꼭 대원정에 참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유진, 러시아로 간다고? 네가 왜?”
퐁텐블로 궁전 행궁, 에스파냐 국왕의 처소에서 마리가 유진을 붙들었다.
다시, 전쟁이라니 마리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따지고 보면 유진은 마리를 처음 떠난 후, 평균 2년마다 한 번씩은 전투를 치렀으니까.
유진은 마리를 쓰다듬다 답했다.
“부황 폐하는 날 시험하고 있어.”
“무슨 소리야, 그게?”
“또한, 본인의 운명을 시험하고 있지.”
러시아 대원정을 나폴레옹이 피하지 않는 이유를, 유진은 입에 담았다.
“누대로 이어진 왕가와 달리, 벼락출세한 군인은 늘 이겨야만 해.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나폴레옹이 원역사에서 말했던 바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이라도 지면, 나폴레옹은 바닥으로 주저 앉게 된다.
결국에 러시아 대원정 실패 이후, 나폴레옹이 몰락했던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밑바닥에서 올라온 자는 그럴 수가 없다.
유진은 이 시대에 살면서, 절실히 느꼈다.
실로 끊임없이 위와 아래에서 흔들고 도전하며 뒤집으려 든다는 사실을.
그러나 태생적으로 왕족인 마리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널 시험한다는 건 무슨 소리야?”
유진은 마리의 눈을 보며 답했다.
“이런 무리한 원정, 불가능해 보이는 일, 말도 안 되는 명령에도 복종할지를, 시험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 늘 그랬잖아.”
“이번 원정은 달라. 단 한 번의 패배가 모든 걸 잃게 만들 수 있지. 그럼에도, 부황 폐하의 명에 순종할지를 보는 거지.”
유진은 문득,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아가, 샤를에게 황위를 준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지도.”
나폴레옹은 당연히 아들에게 왕위, 혹은 제위를 승계할 수 있는 군주가 아니다.
그런데 친자인 샤를 나폴레옹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싶다면,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유진이다.
아직은 나폴레옹이 후계자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권력자는 늘 시험하고 싶어 한다.
본인이 후계자를 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여기에 누군가 도전하지 않을지를.
이 경우에는 가장 큰 장애물인 유진을 시험하는 것이다.
혹시 유진이 후계자 문제로 나폴레옹에게 반항할 존재가 아닌지를.
그런데 마리가 유진의 손을 붙들며 말했다.
“유진, 난 네가 왕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우리 카를이 왕위를 못 얻는다 해도?”
“그냥 평민으로 살면 돼. 왕가가 오히려 불행하다는 걸, 난 이미 어릴 때 경험했어.”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시험 따위,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그냥 왕위에서 물러나 신대륙에 가서 살면 되잖아. 지금 내 사촌인 프란츠가 미국에 갔듯이.”
유진은 뚫어져라 마리를 보다 눈을 번뜩였다.
“그래. 하지만 난 포기가 안 되는군. 이건 내게 왕위의 문제가 아니라, 승부의 문제거든.”
권력을 탐하는 자는 때로, 왕위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승부사는 승부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유진은 전생부터 지금까지, 늘 승부사였다.
이번, 러시아 대원정이란 승부 앞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