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5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55화(456/547)
(455) 차르가 체사레비치의 습격에서 탈주하다
러시아 제국은 이 시대, 유럽 최대의 인구 대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군에 편성할 수 있는 병력이 무한정은 아니지. 빌어먹을.”
제국 재상, 로스토프친이 우아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욕설을 입에 담았다.
본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외교와 내정을 전담해야 할 재상이다.
허나 지금 있는 곳은 러시아 남부, 키예프로 무려 1,500킬로미터 남쪽 위치다.
대체 왜 로스토프친이 이곳에 있을까?
보좌관,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톨스토이 백작이 놀란 얼굴로 군대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무려 20만을 편성했단 말입니까?”
“맞네.”
“차르 폐하가 정신이 나가셨군요.”
로스토프친은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며 입가에 손을 댔다.
“쉿! 그게 진실이라도,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일이란 게 있는 걸세!”
드네르프 강을 따라 키예프로 향하는 병사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진다.
선두에서 멋들어지게 진군하는 병력은 기병대, 포병은 저 멀리 후방에 있다.
규모로만 보면 그야말로 유럽을 정복할 기세다.
톨스토이 백작 옆에 있던 장군 겸 전쟁대신, 마하일 바클레이 드 톨리가 냉정하게 고했다.
“기병은 황제 근위대를 합해 총 3만 기, 대포는 약 600문 이상입니다.”
“대체 그걸 어떻게 인도까지 끌고 가지? 톨리 대신?”
“당연히 그럴 리는 없죠. 쿠투조프 [원수]가 그렇게 바보는 아닙니다. 부대 대부분은 중간 거점에서 보급을 위해 주둔하게 될 거고, 실제 페르시아 국경 지대에서는 약 4만에서 5만 정도가 작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기병은 대략 5천 기, 대포는 50문이 되겠죠.”
톨리의 보고를 헤아리던 로스토프친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면 지휘할 만하지. 휴, 한숨 돌렸군.”
본래 원역사에서 러시아가 이 시대 최대로 동원한 병사 숫자는 약 15만 명이다.
한데 수비전도 아니고 원정전에서 그보다 더 많은 병력이 동원되었다.
당장 보급 마차부터 동이 나, 병사들이 직접 식량을 지고 가고 있을 정도다.
다만 이것도 전쟁 준비 문제로 차르를 간신히 설득해 미룬 게 이 모양이다.
만약 원래 차르 파벨의 요구대로 1808년에 진군을 시작했다면, 준비조차 안 된 상태로 병력을 진군시켜야 했을 것이다.
물론 현재도 준비가 썩 잘 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말이다.
허나 황제가 명한 바를 거부하려 한다면, 애초에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한다.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혹은 나라를 자기 방식대로 애호하는 권력자 로스토프친에게 톨리가 기계적으로 보고했다.
“우선 진군로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결국 카프카스입니다.”
“카프카스에서 다시 인도까지, 참 멀군.”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동맹국’인 프랑스가 페르시아를 안심시키는 특사를 파견했다는군요.”
로스토프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왜 다행이야? 혹시 우리를 배신하고 양동을 펼치는 건 아니고?”
사실 나폴레옹은 정말로 인도에 대한 꿈을 버린 적이 없다.
게다가 원역사와 달리 이집트까지 프랑스 손에 들어온 상태다.
자연히 인도가 나폴레옹의 시야에 들어오게 된 셈이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원역사와 마찬가지로, 혹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페르시아에 특사를 파견했다.
피에르 조베르, 그리고 클로드 마티유 드 가르단이 이끄는 특사단이 페르시아와 프랑스령 이집트 간 상호 불가침 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페르시아는 예카테리나 선제 때부터 싸워온 상대다.
때문에 혹시 프랑스가 배신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톨스토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인도 공략은 프랑스 황제와 부왕의 꿈이 맞죠. 제 사촌이자 프랑스 대사인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 톨스토이가 보고한 바도 그렇습니다.”
“하긴 이집트까지 정복했을 정도니. 그쪽도 우리 못지 않게 정신 나간 지배자들이 통치하는군.”
“다른 점이 있다면 성공했다는 거죠.”
러시아의 명문, 톨스토이 가문의 당대 백작인 알렉산드르는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구요.”
옆에서 문관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도, 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톨리는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다.
후일 원역사에서 이른바 청야작전을 만들어 놓고도, 황제와 다른 장군들이 흔들자 철회할 정도다.
현재 차르의 말도 안 되는 인도원정에 대해, 기계적으로 가능한 방안만 제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출신이란 약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만 그 때문에 차르도 그렇지만, 재상 로스토프친이 다루기에도 편한 군인이기도 하다.
문득 로스토프친이 톨스토이와 톨리를 돌아보며 일렀다.
“혹시 아나? 프랑스도 인도 정복을 위해 이집트만 점령한 거 아닌가. 그럼, 우리도 페르시아만 공략하는 걸로 끝날 수 있지!”
“그건 우리 신하들이 정할 수 없는 문제 아닙니까?”
“일단 이기고 나면, 그때 주청 드릴 수는 있지 않겠나! 응?”
재상 로스토프친은 희망 섞인 얘기를 늘어놓다 눈썹을 치떴다.
-촤악! 촤악! 촤악!
저 멀리 언덕 아래 행군하던 병사들 사이에서 채찍질을 하는 게 보인다.
깜짝 놀란 톨스토이 백작이 다가서자 채찍질이 멈췄다.
톨스토이 백작은 놀란 얼굴로 채찍을 휘두르던 장교에게 삿대질을 했다.
“뭔가, 대체!”
“톨스토이 백작 각하? 가시던 길 가시죠. 군기 잡는 중입니다.”
“뭐라고? 아니, 무슨 군기를 이렇게 채찍질로!”
그러나 채찍을 든 장교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면, 이 농노 새끼들은 말을 안 들어 처먹습니다! 일반 평민 징집군과 달라요!”
농노.
중세 시대에 영지에 부속되어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반노예집단.
현재 19세기에 접어들어 유럽에서는 대부분 농노가 사라지고 있지만, 유독 러시아에서는 농노제가 강화된 상태다.
전대 황제, 예카테리나가 외국인 출신에 황족이 아니라는 약점을 덮기 위해 귀족 우대정책을 편 결과다.
당연히 농노는 평민보다 교육수준이 낫고, 영양상태도 나쁘며, 징집 대상도 본래는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군이 갑자기 대군을 편성하면서, 평민만으로는 숫자가 모자란 사태가 발생했다.
정확한 통계 따위는 찾기 힘든 러시아지만, 후대 원역사 통계로는 19세기 중반, 인구의 약 40프로가 농노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채찍으로 다스리는 것은 구타가 일상화된 러시아 군대라도 과도하다.
톨스토이가 이를 갈며 장교의 채찍을 빼앗아 들려는 찰나였다.
문득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재상, 로스토프친이다.
“그만 됐네.”
“각하, 이건 과도한 짓입니다! 아무리 군기를 잡으려 한다 해도!”
“됐다고 했어.”
로스토프친은 돌아서며 고개를 휘저었다.
“병력 자원 확보를 위해, 징집관들도, 장교들도 모두 애쓰고 있는 걸세. 빌어먹을!”
여기서 눈앞의 농노 출신 병사를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군기가 들지 않은 농노 출신 병사가, 약탈이나 강간 혹은 최악의 경우 항명을 할 때 장교는 잡을 수단이 없어진다.
사정을 알기 때문에 로스토프친은 병사 학대를 막지 않은 거였다.
톨스토이 백작은 이를 악문 채 돌아섰다.
“이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군요.”
그러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 백작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키예프 외곽, 흑색의 장막 위로 쌍두독수리의 문양이 도드라진 천막이 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체사레비치.”
체사레비치, 곧 황태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대 러시아 제국에서 이 칭호를 쓸 수 있는 자는 아직은 하나다.
알렉산드르.
황태자 알렉산드르가 침묵을 지키다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핀란드의 정복자 바그라티온이 있다.
“바그라티온 장군. 자네는 베니히센을 믿나?”
“아니오. 하지만, 베니히센은 시세에 밝은 자입니다. 이번 전쟁이 미친 짓이란 것도 알구요.”
“그럼, 오늘 우리를 막을 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황태자의 물음에 참모, 노보실체프가 고개를 조아렸다.
“물론입니다. 근위대장조차 우리 편이니.”
근위대장 아라크체예프는 본래 황제의 심복이다.
그러나 인도 원정이라는 정신 나간 악수를 두는 파벨에게 아라크체예프도 결국 두 손 들고 말았다.
물론 적극적으로 가담하진 않겠지만, 길은 열어주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알렉산드르를 둘러싼 가신단 가운데, 친우인 스트로가노프가 한 발 나섰다.
“모두가 황태자 전하를 황제로 원하고 있습니다.”
황태자 알렉산드르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제군. 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폐하를 버린다.”
순간 바그라티온이 검을 뽑아들어 허공을 겨누었다.
비록 아내는 파리에서 메테르니히와 놀아나는 남자지만, 이곳에서는 제2군단을 지휘하는 당당한 장군이다.
문득 울분이 담겨 있는 듯한 목소리로 바그라티온이 주위 장군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검을 뽑아라! 우리의 어머니 러시아를 위해, 차르를 폐위한다!”
“차르를 폐위하라!”
“알렉산드르 체사레비치의 영광을!”
그러자 알렉산드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동시에 장막이 열렸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머스킷을 든 채 길을 열었다.
총검을 장착한 병사들과 함께 바그라티온이 진두지휘를 하며 군을 이동시켰다.
목표는 하나.
차르가 기다리고 있는 황제 숙영지다.
-타다닥!
인도원정군, 제2군단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영문 모르던 근위대 병사들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어, 장군님. 갑자기 왜?”
이곳은 엄연히 후방이다.
전쟁터로 예상되는 카프카스 산맥까지는 1천 킬로미터는 더 가야 될 것이다.
하여 방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한 셈이다.
바그라티온은 말 대신 피스톨을 꺼내 쐈다.
-탕!
얼마 전, 프랑스에서 수입한 신식총에 근위대 병사가 나가 떨어졌다.
“모두 물러서! 이것은 정당한 제위 계승이다!”
“히익, 반란이다! 악!”
“반란 운운하는 자는 모두 죽여도 좋다! 오늘은 결코 물러남이 없을 것이다!”
근위대장 아라크체예프가 침통한 얼굴로 멀찍이 구경하다 모습을 감췄다.
이로써 아무도 황태자의 거병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한데, 황제의 장막을 연 순간, 문제가 생겼다.
가장 먼저 뛰어 들었던 바그라티온의 부관, 기욤 에마누엘 기냐르 장군이 깜짝 놀라 뛰쳐 나왔다.
프랑스 망명귀족답게 항상 우아하던 얼굴은 사색이 된 상태다.
“큰일 났습니다! 폐하가, 안 계십니다!”
밖에서 대기하던 황태자, 알렉산드르도 창백하게 질려 친우를 돌아보았다.
“어쩌지, 스트로가노프?”
스트로가노프는 미간을 좁혔다.
분명, 황제는 먼저 달아난 게 확실하다.
추격전을 펼쳐 잡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20만 대군.
이곳 숙영지부터 장악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원정군 전체를 전하가 장악하시고, 다시 제위를 칭하소서!”
“뭐?”
“모두 외쳐라! 차르 알렉산드르 폐하 만세!”
그 순간 베니히센이 달려와 가장 먼저 외쳤다.
“알렉산드르 폐하 만세!”
어느새 함성이 키예프 숙영지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
그 시각, 차르 파벨은 드네프르 강을 타고 북쪽으로 도주하는 중이었따.
“이건, 배신이야! 감히 내 아들이 나를!”
배 위에서 온몸을 떨며 부르짖는 파벨에게 땀을 닦던 프랑스 군인 한 사람이 일렀다.
“폐하, 일단 완전히 달아나신 후 말씀하시는 게 옳습니다.”
“고맙군, 주베르! 외국인인 그대가 짐의 유일한 충신이로다!”
“원래 저는 장거리 주파가 특기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한때 캐나다와 시베리아를 주파한 남자, 주베르가 피식 웃었다.
아주 간발의 차이였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파벨은 진작에 알렉산드르의 손에 넘어갔을 터다.
비록 외국인이라 반란을 막지는 못했지만, 주베르도 무수한 쿠데타 경험을 파리에서 겪은 바 있다.
그 덕분에 러시아 주재무관으로 종군하던 군단 내에서, 불온한 움직임을 빨리 알아챈 것이다.
“어디로 모실까요, 폐하?”
파벨은 미간을 찡그리다 눈을 번뜩였다.
“모스크바. 그곳만이 짐의 희망이다!”
과거, 수도였던 모스크바로의 귀환.
주베르의 주파 전설에 새로운 한 획이 그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러시아 역사에는 비극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