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6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60화(461/547)
(460) 프랑스 하원은 러시아 해방전쟁을 고한다
프랑스 전체가 시끄럽게 변했다.
“전쟁이라니, 러시아 원정이라고? 이게 대체 무슨 명분으로!”
구 오를레앙 궁전 아래, 팔레 루아얄 카페에서 고성이 울렸다.
지금 고함을 치고 있는 남자는 프랑스 은행 이사, 페레고다.
사실 정치가도, 군인도, 외교관도 아닌 사람이 전쟁에 대해 논한다는 게 이상한 일이다.
반면 그만큼 프랑스 제국이 얼마나 전쟁과 가까운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앞에서 주위 눈치를 살피던 또 다른 이사, 페리에가 목소리를 낮추며 대꾸했다.
“아니, 러시아는 본 제국의 유일한 동맹 아닌가! 그런데 새로운 차르는 반프랑스를 지지한다고 하네!”
“누가 유일한 동맹이야? 에스파냐는 어디 갔나? 스웨덴은? 바타비아와 헬베티아는 나라가 아닌가!”
“그거야 솔직히 위성국에 제후국이잖아! 흠, 에스파냐인은 이 근처에 없지?”
요새 부쩍 늘어난 에스파냐 교역 건을 신경쓰며, 페리에가 헛기침을 했다.
나름 목소리를 낮추며 대화한 얘기지만, 카페에서 나누는 밀담은 누군가에게 들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팔레 루아얄의 2층 회랑에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라든가.
가만히 아래를 보던 보아르네 카르텔 총지배인, 다마스가 낯을 찌푸렸다.
“정말 험악하군요. 오늘 분위기는.”
“저 사람들이 프랑스 은행 이사란 점을 기억하게. 무슈 다마스.”
“황제 폐하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자들 아닙니까? 무슈 레카미에?”
다마스와 사업을 논하기 위해 왔다가 두 경쟁자의 밀담을 들은 레카미에가 콧방귀를 뀌었다.
“페레고와 페리에는 돈에 충성하지. 자네나 나랑 달리. 또한, 무슈 베어링과 달리 말이야.”
과연, 레카미에는 돈에 충성하는 게 아닐지 의심하며 다마스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렇지만 제3차 반프랑스 동맹 전쟁 때 양다리를 타던 로트실트 가문보다야, 레카미에가 프랑스에 충실한 금융가인 거야 사실이다.
게다가 요 근래 베어링의 행보는 정말 심상찮다.
얼마 전 플랑드르 브뤼셀 지점에서 입수한 보고서를 떠올리다, 다마스가 말했다.
“무슈 베어링이 요 근래 데물랭과 바뵈프, 시에예스에게 투자하고 있다더군요.”
“모두 반황제파 정치인들이군.”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베어링스 뱅크에게도 프랑스 제국 체제가 더 유리할 텐데요?”
레카미에는 껄껄 웃다 대꾸했다.
“영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얘기가 다르지. 황금이 목숨을 지켜주진 않는다네. 자네도, 나도 혁명 때 많이 봤지 않나? 귀족들이 죽는 꼴을.”
아무리 막대한 부를 갖고 있던 금융가도, 정치가들의 표적이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대혁명 시대에 레카미에도, 다마스도 늘 보았던 일이다.
하지만 보아르네 카르텔의 성장과 함께 했던 베어링스 뱅크가 사실상 적이 되다니,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다마스는 혀를 찼다.
“하긴, 여기 부왕궁도 한때는 오를레앙 공작의 소유였죠.”
“그러고 보니 지금 오를레앙 공작은 어디 있나? 프로방스 백작이나 아르투아 백작은 영국으로 도망간 것 같던데.”
“신대륙으로 갔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아들, 샤르트르 공작이 퀘백의 정복자가 된 마당이니까요. 얼마 전 귀국한 알베르 페르몽 말로는 알래스카와 퀘백의 대공을 자칭한답니다.”
문득 다마스가 비꼬듯 투덜거렸다.
“정작 대공위를 줘야 할 차르는 퇴위 직전인 것 같습니다만.”
차르, 파벨이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은 파리에서도 이미 널리 퍼진지 오래다.
과연, 어차피 패배할 차르를 위해 전쟁을 시작한다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
딱히 다마스도 페레고의 불평에 답변할 말이 없다.
반면, 레카미에는 다른 문제를 연신 캐물었다.
“유진 국왕 폐하는 신대륙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실 셈인가? 누에바 에스파냐야 그렇다 치더라도 퀘벡은 누벨 프랑스에 통합시켜야 할 텐데?”
“폐하야말로 진정 금융가시죠. 에스파냐를 프랑스 중앙은행과 보아르네 방크로 종속시키고 있는 거 아십니까? 마찬가지로 퀘벡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려 하십니다.”
“영향력은 한계가 있어, 항상. 당장 자네가 지휘하는 보아르네 카르텔만 해도 그렇지 않나? 듀퐁은 독립했고, 페르몽도 이탈 움직임이 있고, 심지어 밀라노 방크의 콜로는 어때?”
레카미에의 말이 맞다.
그래도 유진이 누벨 프랑스 부왕일 때는 조금 나았다.
그러나 에스파냐 국왕이 되자, 보아르네 카르텔에 소속되어 있던 멤버들은 독립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아르네 카르텔 총수인 다마스로서도 이 움직임을 막기가 어렵다.
따지고 보면 듀퐁, 페르몽, 콜로 모두 유진에게 충성하던 이들이다.
게다가 유진은 이제 단순한 정계 유력자나 군인, 금융가가 아니라 국왕이다.
때문에 보아르네 카르텔에 일일이 신경 쓰기도 어려운데다, 꼭 사유기업에만 목맬 필요도 없다.
듀퐁이나 페르몽, 콜로가 [에스파냐]에 경제 협력만 한다면, 유진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유진의 대리인 자리에 충실한 다마스도 이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다.
허나 이렇게 설명하는 대신, 다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남의 일 걱정하실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레카미에 방크나 잘 다스리시죠?”
“결국 러시아 원정이 문제야. 다마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레카미에의 눈이 번들거렸다.
“현재 이 프랑스에 있는 모든 자산, 영토, 권력은 혁명이 만들어낸 거야. 유진 국왕 폐하와 보아르네 카르텔이 좋은 사례지. 그 모든 게, 이번 원정 단판으로 날아갈 수 있어!”
결국, 레카미에도 러시아 원정이 걱정되서 달려온 모양이다.
“원정에 반대하시는군요.”
“당연하지. 승패는 불확실하고, 패배의 위험은 커! 이겨도, 어차피 러시아 시장이란 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잖나?”
“이건 패권의 문제입니다. 또한.”
다마스는 단호히 답했다.
“보아르네 카르텔은, 유진 국왕 폐하의 것. 우리는 유진 폐하를 따를 뿐입니다.”
비록 다마스도 똑같은 우려를 품고 있음에도 말이다.
허나 똑같은 유진의 협력자라도, 독립된 금융가인 레카미에의 입장은 다르다.
잠시 뚫어져라 다마스를 보던 레카미에가 혀를 차며 돌아섰다.
“충신은 현명한 조언을 하는 자일세. 기억해두게.”
그러나 따지고 보면, 레카미에 본인도 유진이나 나폴레옹에게 그런 조언을 못 하는 신세다.
***
전쟁은 결국 도박이고, 판이 벌어지면 도박사들이 모여든다.
“마침내 기회가 왔소! 시에예스!”
시에예스는 요즘 불청객들이 너무 자택에 자주 온다고 생각한다.
슬슬 상황을 살펴서, 손을 떼야 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는 말에는 동감이다.
가만히 커피를 마시다, 시에예스가 불청객에게 대꾸했다.
“오랜만이오, 무슈 바라스. 런던 생활은 재미있었소?”
“크큭! 농담하지 마시오. 권좌에서 밀려나 변방에서 떠도는 나날이었지. 하지만, 이젠 다르오!”
“런던이 변방은 아니지. 게다가 영국의 경고문을 들고 온 걸로 아는데?”
영국 주재 프랑스 대사, 바라스가 입가를 틀었다.
“그렇소. 신임 수상 피트가 프랑스의 러시아 불개입을 촉구하는 서신이오. 하지만, 황제가 이걸 듣겠소?”
정작 런던에 머물기 보다 파리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지만, 어쨌든 바라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사다.
한데 피트의 말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어차피 나폴레옹도 버리는 카드로 쓰기 위해 바라스를 런던에 보내긴 했을 것이다.
허나 바라스는 너무 나가다 못해, 아예 친영파가 된 모양이다.
자신은 과연 어떨지 생각하다, 시에예스가 커피잔을 다시 들어 올렸다.
“단 한 마디도 듣지 않겠지. 오히려 구실로 삼겠군. 피트도 이걸 알고 한 짓이겠지요?”
“당연하지! 황제가 틀림없이 전쟁에 뛰어들 거라 여기더군. 선전포고를 위한 명분 쌓기요.”
“영국의 준비는 어떻소? 프랑스를 위협할만 하오?”
바라스는 주위를 둘러보다 낮게 일렀다.
“세계 전역의 영국 함대와 식민지에서 차출한 군대가, 런던을 향하고 있소.”
이곳이 시에예스의 자택인 점을 감안하면, 그냥 극적으로 보이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정보는 확실히 시에예스에게도 관심이 있는 사안이다.
영국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희망봉에 물자가 많이 쌓였다고는 하던데.”
“수에즈 운하인가 하는 것 때문이지. 주가가 폭등한다지? 하지만 장담하는데, 영국 함대가 본격화되면 그 운하를 쓸 수 있는 프랑스 함선이 없어질 거요. 인도양 전역에서.”
“그야 영국의 제해권은 결코 무너뜨릴 수가 없지. 프랑스의 해군으로는.”
잠시, 안심하는 태도를 보이던 시에예스가 한 마디 던졌다.
“다시 돌아갈 때, 유사시 프랑스에서 군을 움직일만한 인재를 보내주시오. 뒤무리에가 좋겠군.”
러시아 원정, 승패는 시에예스도 모른다.
영국의 대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역시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자리를 비웠을 때, 파리에서 정변을 일으키는 것은, 가능하다.
예전, 반역을 일으키다 도망쳤던 장군을 거론하는 시에예스에게, 바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 상관은 없소만. 이번에 원정을 부추길 자는 누구요?”
어쨌든 당면한 승부는, 결국 러시아 원정을 전국적으로 부추기는 거니까.
***
오늘, 프랑스 오백인 의회, 곧 하원은 들끓고 있다.
“오늘, 저는 중대한 발표를 하고자 합니다.”
바뵈프, 평등파의 수장으로 옛 자코뱅 세력을 대표하는 자다.
사실은 자코뱅이 한창 전성기였던 시절에는 대열에 끼지도 못했다.
그러나 모든 자코뱅이 죽거나 변절하거나 나폴레옹 파벌이 된 지금, 남은 것은 바뵈프 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옛날식 운동가, 바뵈프가 혁명 당시의 기법으로 우렁차게 연설했다.
“대혁명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자유, 평등, 우애! 삼대 정신이 유럽 전역을 향해 뻗어나갔고, 우리는 군주들을 무너뜨렸으며, 합스부르크를 무찔렀습니다.”
하원 의원들, 옛 혁명가들이 서로 돌아보았다.
“저 사람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평등파는 원래 반전파 아닌가?”
“이상하군. 혹시 비꼬는 소리인지 확인해 봐.”
그때 바뵈프가 고함쳤다.
“그러나! 동방에서 가장 마지막 압제자, 농노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탄압하는 자들, 차르가 남아 있습니다!”
차르, 그러니까 러시아의 지배자, 곧 파벨이다.
모든 하원의원들이 경악했다.
지금 프랑스 제국, 특히 황제는 동맹자 파벨을 돕겠다고 원정을 선언했다.
한데 원정 동의를 논하는 마당에 차르를 압제자라 욕한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 말려야 한다.
데물랭 전임 하원의장이 일어나 닥치라고 외치려던 찰나였다.
다시, 바뵈프가 포효했다.
“저는 국가에 권고합니다. 황제에게 요구합니다. 차르 체제를 무너뜨리고, 러시아의 인민을 해방시켜라! 그것이, 혁명의 정신임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내용은 평등파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혁명정신을 유럽 전역에 퍼뜨리고, 압제자를 물리치며, 인민을 해방시켜라.
그런데, 그 수단이 이상하다.
순간, 데물랭이 외쳤다.
“맙소사, 지금 바뵈프가 전쟁을 찬성했어!”
바뵈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의회에 고했다.
“러시아를, 대혁명의 이름으로 해방 시킵시다!”
그 순간 화답하듯, 의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이 순간, 러시아 대원정은 대혁명을 위한 전쟁이 되었다.
비록, 가짜로 행한 연설임에도, 이 연설이 역사에 남을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