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6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63화(464/547)
(463) 오스만 제국은 흑해를 원한다
1809년 4월, 그야말로 세기의 속도전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어째서, 군대를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전령이 가는 일에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 거야!”
문득 기마로 유진의 옆에서 달리던 이폴리트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간 유진 휘하에서 이폴리트는 정말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았다.
일단 아직 유진이 어리던 시절에 마르티니크 항해를 함께 했고, 오리엔트 원정도 수행했으며, 다시 신대륙으로 갔고, 남미에도 특사로 향했다.
하여 장거리 여정에 익숙해졌다 싶었지만, 또다시 기마로 주파하는 여정은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유진이 말에 박차를 가하며 답했다.
“그야 이스탄불까지는 최소 2천 8백 킬로미터니까.”
“아니, 이런 건 대사에게 시키라고! 특사나! 탈레랑이라든가, 로슈자클랭을 보내면 좋잖아?”
“틀려. 내가 직접 가지 않으면 어느 쪽도 설득하기 어려워.”
문득 날아드는 흙먼지에 유진도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윽, 먼지가 심하군. 하여간, 부황 폐하도, 원수들도, 그리고 술탄도.”
논리적 설득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은 어느 시대든, 행동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지도자 위치에 있는 높은 사람이 자신을 던질 때, 비로소 사람들이 따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유진이 설득해야 할 자는 아군만이 아니다.
그때 전방에서 함께 달리며 길을 선도하던 근위 기병대장, 소장 샹포가 외쳤다.
“폐하, 전방에 기병대 출현입니다!”
“엇, 말을 멈춰라!”
“워워! 경계 태세!”
일행이 놀라 말을 멈춰 세우는 사이, 유진은 속도를 늦추며 일렀다.
“위험은 없을 것 같은데. 마중 나온 이들인 모양이군. 응?”
이곳은 오스만 제국에 접경한 국경 지대다.
유진은 이곳으로 오기 위해 퐁텐블로에서 마르세유로, 다시 이탈리아 북부를 횡단하여, 프랑스 제국령이 되어 있는 발칸 서부해안을 지났다.
그런데 그리스 왕국의 깃발이 펄럭이는 게 보인다.
당연히 이 일대는 그리스와 오스만이 접경한 국경이긴 하지만, 저 깃발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왕의 깃발을 휘두르는 일행, 그 선두에 낯익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진 폐하, 실로 간만에 뵙습니다.”
유진은 아주 반가운 얼굴로 마중나온 이를 반겼다.
“콘스탄티노스 국왕 폐하, 여기서 뵙는군요.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먼저 온 친구가 있었지요.”
“누굽니까? 우리보다 빨리 간 특사가 없을 텐데.”
그리스 국왕, 콘스탄티노스가 시선을 돌리자 대열에서 또 다른 낯익은 자가 튀어나왔다.
“접니다. 파리의 최고 도박사! 프랑스의 질풍! 전설로 남을 후사르! 라살!”
이번에는 유진도 정말 놀랐다.
라살은 베르티에의 요구로 이번 전쟁에 종군하지 못한다.
게다가 애초에 에스파냐로 돌려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왕명도 없는 상황에서 엉뚱한 곳에 나타난 것이다.
기가 막힌 유진이 머리를 짚다 대꾸했다.
“일단, 자네는 도박은 잘 못 하잖아. 한 달에 20만 프랑을 날려 먹은 적도 있을 텐데?”
“어허, 잃는 것도 실력입니다! 실력 없는 도박사는 거액을 날릴 수도 없어요!”
“그건 전혀 동의가 안 되는군. 사고 쳐서 마드리드에서 자숙하라 했더니, 왜 여기까지 온 건가?”
그러자 라살이 낄낄 웃으며 유진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그야 파리에서 꺼져서, 종군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여긴 파리도 아니고, 폐하의 일행은 군대도 아니군요!”
물론 유진이 지휘할 군대, 예나의 제4군단은 쥐노가 통솔할 예정이다.
허나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걸 베르티에가 알면 화를 내지 않을까?
잠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하던 유진에게 이폴리트가 낄낄 웃으며 조언했다.
“정말 못 말리겠군. 나중에 쥐노 원수에게 군장 갖춰서 뺑뺑이나 돌리게 하라고 지시하죠. 폐하.”
“오히려 더 좋아할 것 같군. 이폴리트.”
“이야,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폐하! 핫하!”
라살이 마지막에 덧붙인 말에 유진이 낯을 찡그렸다.
그러나 라살은 유진에게도 분명, 최고의 기병장 카드다.
도저히 여기서 파리나 마드리드로 되돌아가라고 명령할 수가 없었다.
그때 콘스탄티노스가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
“그보다, 유진 폐하, 정말 투르크 인들에게 전쟁 참전을 설득하실 겁니까? 그자들은 신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19세기 유럽인들에게 오스만 제국은 불신의 상징인 모양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협상을 하자고 불러놓고 기습하는 게 오스만 제국의 방식이긴 하니까.
그럼에도 유진은 처음부터 이번 참전 설득에 자신이 있었다.
유진이 싱긋 웃었다.
“나의 친구, 콘스탄티노스 폐하. 나는 투르크를 믿어서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들고 왔을 뿐이죠.”
문득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동쪽을 보았다.
“오스만 제국은 이번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참여가 빠르냐, 혹은 늦느냐가 달려 있을 뿐이다.
***
1809년 현재, 오스만 제국은 그야말로 난국에 처해 있다.
“심지어 프랑스와 동맹인데도 그렇소. 에스파냐의 국왕이여.”
무스타파 4세, 31세로 프랑스 제국이 세운 파드샤이자 술탄이다.
본래 허수아비로 등극했던 자다.
그렇지만 이제는 대재상이 된 후세인 파샤와 프랑스 주둔군 사령관 마르소의 [보좌] 아래, 상당한 치세를 이루고 있다.
유진이 들어선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번화한 모습도 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톱카피 궁전에 들어서자, 무스타파는 아주 참담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폐하.”
“안다고? 우리가 국토를 빼앗겨서 민심이 이반 되고, 다시 외부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게 전부 프랑스 때문이라는 걸?”
“페르시아로도 진격하지 못하고 계신 것도 알죠.”
유진은 자신을 노려보는 오스만 제국 신하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웃으며 되물었다.
“그러나, 위대한 무스타파 술탄이여. 현재 오스만 제국은 막대한 프랑스의 자금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이 궁전에 있는 분수대만 해도 프랑스인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까?”
톱카피 궁전 알현실 창문 밖, 인공 분수가 치솟아 오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쏴아아!
저 분수를 비롯해 무수한 건물과 시설이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설치되었다.
당연히 오스만 제국 자체 자본이 아니라, 프랑스 상인들이 투자한 자금이 대부분이다.
움찔대던 술탄 무스타파가 눈을 부라렸다.
“그래봤자, 수에즈 운하로 그대들이 버는 돈만큼은 아니겠지!”
“어차피 오스만 제국은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이집트가 독립하는 걸 막지 못했겠죠.”
“그대들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달랐어!”
무스타파는 유진을 향해 삿대질하며 포효했다.
“프랑스가 우리에게서 발칸과 시리아와 이집트를 빼앗아 갔지. 위대한 선조들이 일궈낸 제국을 무너뜨린 거요!”
실로 프랑스는 오스만 제국에게서 막대한 영토를 빼앗아 갔다.
또한 페르시아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면서, 함부로 대외진출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데 빼앗긴 영토에서 [운하]가 만들어지고, 막대한 이익이 창출된다고 한다.
이곳 콘스탄티노폴리스, 투르크 인들이 ‘콘스탄티니예’라 부르는 도시만 해도 반프랑스 감정이 도사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러나 유진은 태연했고, 무스타파는 낯을 찌푸렸다.
“놀라지 않는군. 에스파냐 국왕.”
“폐하의 진심이 아닌 걸 아니까요.”
“하! 무슨 독심술이라도 쓰나? 그래, 맞소!”
무스타파는 어리둥절한 신하들을 무시한 채, 혹은 대재상 후세인 파샤만 이해할 소리를 외쳤다.
“짐은 그대들이 말하는 [현대화]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오. 단지 국토의 넓이가 아니라 인구와 교육, 발전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지! 하지만 모든 백성과 귀족이 그걸 납득하진 않소!”
나아가 이슬람교 율법학자들, 이맘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프랑스가 직접 지배하는 이집트에서도 꽤 많은 총독 암살 시도가 있었을 정도니까.
사람은 누구나 더 많이 획득하기를 좋아하고, 잃는 것은 싫어하는 법이다.
프랑스 동맹으로서 얻는 이익은 간접적이고, 피해는 영토 침탈로 직접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진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놀라운 얘기를 던졌다.
“새로운 영토로, 문제를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무스타파가 후세인 파샤, 다른 신하들과 마찬가지로 어이없는 얼굴로 되물었다.
“어째서? 프랑스가 허락이라도 하나?”
“흑해와 카프카스가 오스만의 것이 될 테니까요.”
“뭐요?”
순간, 유진이 눈을 빛내며 술탄의 옆을 가리켰다.
“프랑스 제국이 이번에 러시아를 무너뜨리면, 흑해 북안과 카프카스는 전부, 오스만의 것입니다.”
그곳에 프랑스가 수출한 [지구본]이 있었다.
마침 지구본이 보여주는 면은 오스만 제국이다.
제국 북쪽 흑해 너머의 땅.
한때 제국의 제후국인 크림 칸국이 차지했고, 러시아에게 빼앗겨 수 차례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영토다.
나아가 카프카스는 러시아 방면에서 페르시아로 넘어가는 유명한 국경지대다.
“그러면, 페르시아로 가는 길도 열리죠.”
“짐에게, 우리 오스만 제국에게 페르시아를 허용하겠다?”
“나아가, 인도로 가는 길도.”
유진이 무스타파에게 속삭였다.
“폐하가 무슬림의 유일한 지배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도저히 오스만 제국의 파드샤라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
금각만이 보이는 곳, 가장 좋은 장소에 프랑스 대사관이 있다.
“정말 간만이군. 이제 국왕 폐하라 불러야겠지? 한데, 어쩐지 사기친 거 같다만?”
마르소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실로 10여년 만에 만난 사이다.
허나 반가움보다 달갑지 않은 마음이 크다.
일단 러시아로 가는 대원정은 마르소에게도 그리 쉬워 보이는 전쟁은 아니니까.
그런데 유진이 와서 제안한 바는 너무 허황되니, 더욱 달갑잖을 수밖에.
“오스만 제국은 20만 대군을 동원하는 보급체계가 전통적으로 있죠, 마르소. 4일마다 한 번씩 배급이 가능한 체제와 식량창고가 가득하구요. 또한 이동식 보급병단도.”
“우리는 60만이니 그 3배가 필요한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정말 오스만에게 페르시아를 내준다고?”
“술탄은 지금 영토에 눈이 멀어서, 진짜를 받지 못한 게 맞죠.”
유진이 마르소를 응시하며 싱긋 웃었다.
“정말,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무기를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영토가 아니라.”
부인, 안젤리크가 가져온 커피를 받아들다 마르소가 혀를 찼다.
“그럼 우리는 오스만 제국을 이용만 하는 셈인가? 이번 전쟁 끝나면, 나 반드시 귀국한다? 돌아왔다간 죽을 판이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어차피 차관이든 자본 투자든 계속될 테니까. 우리는 오스만을 지배하기 어렵고, 오스만은 충실한 맹방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잘해줬듯이.”
“그렇게 쉬운 얘기가 아닐 텐데. 게다가 대가 없이 투자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순간, 유진의 눈에서 불꽃이 튕겼다.
“러시아를 정말로 이기고 싶다면, 이보다 더 한 일도 할 수 있어요.”
“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마르소, 내 인생은, 당신을 이곳에 보낸 것도, 오슈를 이집트에 박은 것도 전부 이 순간을 위해서예요.”
절반은 거짓말이다.
러시아 대원정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게 엄연히 ‘플랜 A’니까.
그러나 만약 불가피하다면, 이집트와 오스만 제국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
유진이 그동안 마르소와 오슈를 본국에 소환하지 못한 진짜 이유다.
아직, 제대로 못 알아들은 마르소가 안젤리크를 돌아볼 찰나, 유진이 북쪽을 응시했다.
“이제, 대육군이 흑해 북안 루트로 옵니다.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서.”
금각만의 석양이 핏빛으로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북쪽, 러시아에서 벌어질 대전쟁을 예고하는 것처럼.
1809년 5월 5일.
유진이 프랑스의 그랑다르메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