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6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68화(469/547)
(468) 유진이 폴타바에서 이이제이로 이기다
폴타바, 예전에 북방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던 장소다.
“지금, 프랑스인들이 목표로 하는 지점이, 그곳이다?”
돈 카자크 군단의 수장, 마트베이 이바노비치 플라토프는 노보체르카스크의 숙영지에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곳, 노보체르카스크는 흑해 북서쪽 끝단에 있는 도시다.
플라토프가 카자크의 수장이 되면서, 카자크의 중심인 체르카스크 인근에 새로 만든 신도시였다.
예전에 그저 어부나 유목으로만 생활하던 이들이 신도시에서는 공업과 농업에 종사한다.
이 모든 문명의 혜택은 러시아 제국이 내려준 것.
그렇기에 플라토프도, 돈 카자크의 일족들도 러시아에 대한 충성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스카웃 제의를 했을 때, 플라토프가 단호히 거절한 바 있을 정도다.
다만 이번 전쟁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프랑스인들은 엄연히 침략이 아니라 [차르 복위]를 주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알렉산드르의 명령에 따라 거듭 습격해왔다.
그런데 습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다시, 북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것이다.
“이반 에프레모프, 나의 충실한 전령이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습격하거나, 물러나야 합니다. 최소 만 단위의 경기병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모스크바]에서 우리에게 온 훈령은 적을 괴롭히라는 거지.”
부관격인 에프레모프를 향해, 플라토프가 낯을 찌푸리며 일렀다.
“문제는 프랑스도 [폴스카]인들을 통해 교섭을 청해오고 있다는 거야. 우리는 엄연히 러시아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일족인데 말이지.”
그저 단순한 교섭 제안이라면 당연히 거절한다.
문제는 상대가 파벨을 들먹인다는 점이다.
아직도 파벨은 저 북쪽 끝,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버티고 있다.
차라리 아예 폐위라도 되었다면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독실한 러시아 정교도이기도 한 카자크인들은 차르 제위의 신성성을 믿는다.
후일 원역사에서 볼셰비키 혁명 때도 차르 복위를 위해, 백군의 주력으로 가담할 정도다.
과연 [신]은 차르에 반하는 황태자를 용인할 것인가?
지금, 플라토프의 머리를 괴롭히는 질문이다.
그때 부지휘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일로바이스키가 나섰다.
“아타만, 차르 폐하의 뜻에 따라 적과 싸워야 합니다.”
“일로바이스키 중장, 그게 바로 우리의 문제야. 차르가, 대체 누구지?”
“지금은 당연히 알렉산드르 폐하 아니겠습니까? 우리 카자크들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러시아의 지배자들에게 충성하고, 대신 안전을 보장받을 뿐입니다.”
돈 카자크의 명문, 일로바이스키 일족의 수장 니콜라이가 눈을 빛냈다.
“명령에 따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아타만.”
아타만, 카자크의 대족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록 현재는 차르가 임명하는 직위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돈 카자크는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전통을 존중한다.
플라토프는 단순히 기병대 사령관이 아니라 일족의 대수장이란 뜻이다.
노보체르카스크의 무장한 기병대를 돌아보다 플라토프가 눈을 감았다.
설사, 이기지 못한다 해도, 적군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알렉산드르의 명령은 수행하는 것이다.
“좋아, 출진하지. 카자크의 형제들이여!”
경기병들이 일제히 기마에 박차를 가했다.
-잇히이이잉!
말 울음소리가 요란히 울려퍼지는 흑해 북부의 초원.
가죽 갑주를 입은 이들이 수장을 본다.
대수장, 플라토프는 목청을 높였다.
“들어라, 형제들이여! 우리는 푸가초프의 반역자와, 체첸, 그리고 페르시아에서 싸웠다! 또한, 수보로프 원수 휘하에서 서유럽에서도 싸워왔다!”
카자크가 독자적으로 싸웠던 전장은 드물다.
모두 경기병으로 구성된 군단으로, 화약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에 보조병으로 활동해 왔다.
허나 어떤 의미에서 이번 전쟁은 카자크가 독립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만약 여기서 전공을 세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 제국에서 카자크는 누구도 위협할 수 없는 지위를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 모든 전쟁은 우리 일족의 안전과 평안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카자크의 백성을 위하여!”
“침략자를 척살하라!”
플라토프가 활을 들며 외쳤다.
“옳다! 이제 러시아 제국, 나아가 우리의 고향을 침략한 침입자들에게! [마상궁시]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러자 카자크 3만 기병이 일제히 활을 들며 포효했다.
-와아아!
물론 카자크도 19세기 러시아 제국군의 일원이다.
총기 사용 정도야 당연히 할 줄 알며, 무장 중에는 머스킷 총과 피스톨도 있다.
허나 프랑스의 보아르네식이나 영국의 브라운식과 달리, 구식 총기이기 때문에 모두 단발성이다.
그렇기에 파상공세를 펼쳐야 하는 습격전에서는 전근대적인 궁시를 쓴다.
“에프레모프, 그대는 우익을 맡아라. 일로바이스키, 그대는 좌익을 지휘하도록. 적에게 습격하되, 결코 깊숙이 들어가선 안 된다!”
유목민 특유의 [삼익] 체제를 명하는 플라토프에게 두 부지휘관이 러시아식 경례를 취했다.
“예, 돈 아타만!”
중세와 근대가 뒤섞인 군대, 카자크 경기병대가 폴타바로 출격했다.
***
그렇다면, 폴타바는 어떤 장소일까?
“히-호! 폐하, 이번에야말로 제가 활약할 기회입니까! 저 유명한 이곳, 폴타바에서!”
라살이 호들갑을 떠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병들에게는 꿈의 전장이다.
과거, 북방왕이라 불리던 어린 군주가 있었다.
카를 12세, 스웨덴의 국왕.
그는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와 싸워, 한때 완승을 거뒀던 자다.
하지만 결국 끈질긴 표트르 대제의 공세에 밀려, 패배하게 되었다.
바로 폴타바가 표트르의 승리와 카를의 패배를 결정한 장소다.
이곳에서 두 군주가 싸웠던 이유는 간단하다.
흑해 북쪽에서 모스크바로 올라가는 교통로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진은 반드시 필요한 지점을 잡아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진은 라살을 돌아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 전쟁에서 소모전은 최소화하는 게 짐의 방침이다. 게다가 그대는 공식적으로 미참전 상태야.”
“이런, 후사르 중의 후사르인 제가 활약할 기회를 잃다니!”
“굳이 이곳이 아니라도 활약할 곳은 많아.”
가볍게 대꾸하던 유진이 정중히 시선을 돌렸다.
“그럼, 부탁합니다, 마르소 원수.”
마르소는 원수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이국적인 차림새다.
일단 터번이 돋보여 다른 장군들의 눈총을 살 정도다.
그러나 가장 이국적인 것은 역시 유목민식 가죽옷 갑주랄까.
카자크보다도 더욱 유목민 같은 옷을 입은 마르소가 피식 웃다 다른 사람에게 일렀다.
“뭐, 나보다는 여기 ‘카티 기라이’ [칸]에게 부탁해야겠지. 잘 부탁하오, 칸.”
카티 기라이, 한 눈에도 동양인의 피가 섞인 게 엿보이는 남자다.
본래 크림 칸국을 지배하던 기라이 일족의 말예.
오스만 제국의 속국이었던 크림 칸국은 예카테리나 여제 때 멸망하고 말았다.
이후 사방을 떠돌다 오스만으로 돌아온 카티 기라이를 마르소가 기용했고, 다시 크림 칸국의 옛 부족민들을 규합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문득 카티 기라이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이번 전쟁으로 마침내 크림 칸국을 다시 부활시킬 수만 있다면!”
“좋은 자세군. 정면충돌할 필요는 없소. 어디까지나 [유인]만 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카티 기라이가 군영 밖에 도열한 부족민들을 향해 외쳤다.
“가자, [타타르]의 형제들이여!”
옛 크림 칸국의 부족민들이 일제히 카티 기라이와 함께 달려나갔다.
-두두두!
숫자는 약 3천 기.
지금껏 크림 반도 일대를 떠돌던 유목민들이다.
당연히 오랫동안 실전을 겪어온 카자크 경기병대의 상대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진 입장에서는 주력은 당연히 제4군단 후사르와 레지온 폴스키다.
그러니, 크림 칸국의 경기병대는 상대를 유인하기만 하면 된다.
“재미있는 제안을 내놨군요. 마르소.”
“저 패망한 유목민들은 원래 오스만 제국 소속이었으니까. 완전히 멸망한 것도 고작 20년쯤 전이지. 폐하. 하지만, 결국 저들을 움직인 건 따로 있어.”
“알고 있습니다. 이폴리트?”
이폴리트가 혀를 차며, 근위병들에게 손짓했다.
“아이고, 이거 진짜 매수에만 대체 얼마나 들어가는 거야?”
근위병들이 사전에 준비한 자루를 끌고 왔다.
-쩔렁!
바로 동지중해에 진출한 프랑스 금융업자들에게서 긴급 조달해온 금화다.
나폴레옹의 얼굴이 새겨진 금화 중 일부는 이미 카티 기라이와 수하들 손에 들어갔다.
여기 막사에 쏟아진 나머지 금화는 잔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보아르네 카르텔 입장에서도 이번 조달을 위해 금융업자들에게 막대한 이권을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유진은 300만 프랑이 넘는 금화 속에서 여유롭게 대꾸했다.
“전쟁은 원래 돈이고,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면 죽이는 것보다 싸게 들지.”
“기왕이면 알루미늄 은화라든가, 뭐 그런 걸로 처리할 수 있으면 훨씬 쌀 거 같은데?”
“여긴 유럽이 아니야. 유목민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오직 황금뿐이지.”
유진은 금화를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건 카자크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거다.”
그러니까, 이 잔금이 꼭 크림 칸국 경기병들에게 주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잇히이이잉!
유진이 말 위에 올라타자, 부왕 근위대와 제4군단도 출정 준비를 갖췄다.
카자크 경기병대의 전술은 이른바 히트 앤 런이다.
본거지 노브체르카스크에서 프랑스군 진격로를 무차별 파상공세로 습격하고 이탈하는 게 주된 전술이다.
그러니 폴타바로 진격 중인 제4군단 본군을 향해 곧 밀어닥칠 게 뻔했다.
문득 전방 정찰로 나갔던 기병 지휘관, 그루시가 급히 돌아와 외쳤다.
“옵니다!”
그러자 유진은 진군 명령을 내리는 대신, 포병 지휘관을 불렀다.
“에블레, 장거리 포를 준비해.”
“폐하, 12파운드 대포를 평사로 쏘면 불가능한 거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군이 다칠 수도 있을 텐데요?”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걸 신경 썼나? 게다가, 어차피 이건 위협사격이야.”
유진이 피식 웃다 일렀다.
“진짜는 따로 있다는 걸, 이미 들었을 텐데?”
본래 공병대장으로 이번 전쟁에서는 제4군단 포술장을 맡은 에블레 소장이 낯을 찌푸렸다.
만약 유진의 명령을 따른다면 자칫 구 크림 칸국의 경기병들이 다칠 우려가 있다.
허나 달리 생각해보면 애초에 크림 칸국 경기병들이야, 돈으로 매수한 용병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제4군단 포병대, 포격 준비하라!”
마차포병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 유진이 망원경을 들었다.
“자, 그럼, [대포외교]를 시작해볼까?”
곧이어 유진 제4군단의 대포, 유니콘이 불을 뿜었다.
-치익, 쾅!
19세기에 활로 싸우는 기병군단에게 [근대식] 대포의 세례가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
같은 시각, 폴타바 평원에서는 혼란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놈들은 후사르가 아니야!”
“피해라, 함정이 확실하다! 일단, 후퇴를!”
“아니, 오히려 격파하면 되지 않소! 완전히 오합지졸인데!”
카자크 경기병 군단은 당혹했다.
지금까지 카자크의 수법은 속도의 우위를 앞세워 치고 빠지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프랑스 후사르보다 우월한 속도를 자랑하며 습격하는 게 사전에 정해진 전술이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빨라 따라잡기 어려웠는데, 마주치고 보니 프랑스인이 아닌 게 발견된 것이다.
어째 구 크림 칸국의 경기병과 흡사한데, 그들이 남아 있을 리 없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다만 숙련도가 무척 낮아 손쉽게 상대할 수는 있는 상대다.
한데 어째서 이런 적들이 카자크 경기병들을 막아선 걸까?
그때 멀리서 포성이 울렸다.
-쾅! 쾅! 쾅!
말들이 깜짝 놀라 말발굽을 곧추세웠고, 에프레모프가 비명처럼 외쳤다.
“포격이다!”
대포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경기병대가 가진 약점이 있다.
화력 앞에서 녹아버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당연히 카자크 경기병대는 본인들의 약점을 알기에 원거리 타격전을 선호해왔다.
그런데 적들이 사전에 포병을 대기시켰다가, 고지대에서 쏘아대고 있다면 위험하다.
-두두두!
황급히 폴타바를 이탈하던 카자크 경기병대 앞으로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엇!”
폴타바는 단순히 평원으로만 구성된 장소가 아니다.
동쪽에는 보르스클라 강, 북쪽과 남쪽에는 각기 야코베츠키 숲과 부디셴스키 숲이 있다.
그런데, 강을 건너 프랑스 후사르들이 모습을 드러낸 거였다.
바로 에블레가 발명한 금속제 부교를 건너 달려온 샹포의 기병대다.
샹포가 후사르의 사브르를 뽑아들며 외쳤다.
“이, 샹포가 기다리고 있다!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뒤에서는 포성, 앞은 후사르, 이럴 때 카자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뚫고 지나간다!”
용맹히 돌진한다.
하지만 프랑스 후사르는 사실 검기병대가 아니다.
샹포를 제외한 다른 기병들이 일제히 보아르네식 후장식 라이플을 손에 들었다.
-두두두, 탕!
총성이 강가를 메아리치고 카자크 기병대가 곳곳에서 죽어갔다.
그러나 이곳은 폴타바 평원이다.
아무리 막혀도 길은 뚫려 있고, 카자크인들은 분산 질주에 능했다.
부대 차원이 아닌 기병 분대로 대형을 바꾸며 카자크인들이 숲을 돌파해 달렸다.
“저, 전군, 어서 도강! 엇?”
일로바이스키가 서둘러 강을 건너려다 멈췄다.
강 건너, 1만의 흉갑기병과 창기병대가 도열한 게 보인다.
언뜻 보기에도 낯이 익숙한 게, 한때는 러시아 제국에서 같이 전쟁을 치렀던 이들이다.
선두에 서 있는 자는 포니아토프스키다.
포니아토프스키가 일로바이스키의 뒤를 향해 러시아어로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오, 아타만 마트베이 이바노비치 플라토프.”
돈 카자크의 아트만, 플라토프가 지친 얼굴로 나서다 물었다.
“포니아토프스키 공작, 그대가 이 작전을 총지휘한 거요?”
“그렇지는 않소. 나는 작전을 지휘한 에스파냐왕의 뜻을 전하러 왔소.”
“무슨 뜻? 항복이라면, 우리 카자크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요!”
그 순간 포니아토프스키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 에스파냐왕은 그대에게 [카자크 독립]을 약속했소. 어떻소?”
만약, 패배하지 않았다면 굳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제안이다.
허나 지금, 카자크 기병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또한 이제껏 플라토프를 괴롭히던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
플라토프는 멍하니 있다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대체 우리가 어떻게 믿소?”
하지만 이 말을 꺼낸 순간, 이미 자신이 넘어가버렸음을 플라트포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1809년 6월.
1개월에 걸친 남부 파상 공세.
유진이 카자크를 크림의 타타르로 잡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