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6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69화(470/547)
(469) 프랑스 카자크 연합이 고속기동한다
카자크의 운명을 건 밤이 시작되었다.
“복수! 복수해야 합니다! 적과 싸워보지도 않고, 무슨 항복입니까!”
이미 해는 지고, 카자크 기병대는 모두 폴타바 평원 한복판에 모였다.
본래 보로스클라 강을 건너서 다시, 노보체르카스크로 돌아가는 게 카자크의 복안이었다.
허나 유진에게 이중으로 뒷덜미를 잡혀서 결국 폴타바에 멈추게 된 것이다.
다만 이대로 뚫고 간다면 지도부 정도는 살아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병대 전체가 무탈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포위망은 견고해지고 탈주는 어려워진다.
지금 일로바이스키가 미친 듯이 외치는 이유다.
에프레모프가 고개를 저었다.
“적군이 이미 우리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기병이오! 야간에 뚫고 나간다면, 돌파 가능하단 말요!”
“이러다, 적들이 다시 무차별 포격을 가한다면, 피할 수도 없소. 무엇보다.”
일순, 에프레모프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쳤다.
“애초에 우리에게 30만 대군을 막으라고 지시한 게 억지입니다!”
그렇다.
처음부터 카자크 기병대만으로 나폴레옹을 제지 시킨 게 무리한 작전이었다.
다만 사실 원역사에서도 카자크 기병대는 자주 나폴레옹의 진군을 방해한다.
현재의 상황이 원역사와 다른 것은 두 가지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땅에 도착하는 게 훨씬 빨랐다.
나아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라는 카자크 경기병의 또 다른 천적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하여 카자크 경기병의 장기인 습격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플라토프는 다른 부분에 꽂혔는지 중얼거렸다.
“독립을 시켜준다고. 우리 카자크를.”
일로바이스키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플라토프에게 말했다.
“아타만, 그걸 믿습니까? 나폴레옹은 폴란드인들도 지금껏 부려 먹고 있는 자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게. 아직까지도 포니아토프스키를 비롯한 폴란드 인들이, 대체 왜 나폴레옹을 따르지?”
“그거야 놈들이 멍청해서!”
그러나 플라토프는 눈을 번들거리며 고함쳤다.
“멍청하다고? 지금 우리는 찬탈자를 따르고 있어! 정작 정당한 차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제껏 양심의 가책으로 자리 잡았던 응어리가 터져 나온 거였다.
차르 파벨이야말로 돈 카자크 일족이 충성을 맹세한 장본인이다.
아직 알렉산드르는 정식으로 대관식을 거친 차르라고 할 수도 없다.
한데 이기고 있을 때는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불리해지면 갑자기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플라토프의 고함에 움찔거리는 카자크 장군들에게 플라토프가 다시 일렀다.
“게다가, 어차피 우리는 지금 이대로 가면 궤멸이야.”
“빠져나가면 됩니다!”
“늦었네. 아까 포니아토프스키 쪽을 쳤다면 모를까.”
실은 플라토프가 머뭇거리며 협상 제의를 들었을 때,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다.
만약 그때 결사적으로 돌파를 시도했다면, 오히려 폴란드 군단의 포위가 뚫렸을지도 모른다.
허나 카자크 경기병대는 포니아토프스키의 제안에 멈칫거렸고, 그 결과 포위망은 견고해지고 있다.
문득 탐색을 위해 나섰던 정찰대가 돌아왔다.
-타다닥!
횃불 곁으로 다가온 젊은 장교에게 에프레모프가 급히 물었다.
“어떤가, 체르니셰프?”
“예견하신 대로입니다. 완전히 포위되어 있습니다.”
“역시, 죽거나 아니면 항복하거나 둘 중 하나로군.”
젊은 장교,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체르니셰프의 보고에 에프레모프는 낙담하듯 대꾸했다.
체르니셰프는 원역사에서 프랑스군 진영을 넘나드는 통신병으로 활약하는 남자다.
그만큼 기마술과 돌파력, 탐색솜씨가 초일류에 가까웠다.
한데 체르니셰프가 돌파할 틈을 찾지 못했다면, 탈주는 어렵다는 뜻이다.
순간, 플라토프가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포니아토프스키를 이용한다.”
에프레모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포니아토프스키는 프랑스 제국의 상급 장군이야. 하지만 이민족이니 입지가 불안하겠지. 우리의 보호자로 포니아토프스키를 정한다면, 포니아토프스키는 받아들일 거야.”
“과연, 프랑스 놈들 군대 중 3분의 1은 폴란드 놈들이라면서요?”
플라토프는 주위를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아가, 정말 프랑스인들이 우리의 독립을 용인한다면, 그것도 폴란드인들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나?”
결국 강경파 일로바이스키마저,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빠져나갈 수 없는 포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카자크 인들에게는 긴 밤이, 나폴레옹에게는 아주 짦은 밤이 끝났다.
“환영하오, 카자크의 용사여. 비로소 짐의 품에 왔군!”
원정에서 승자가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현지 협력자의 확보다.
나폴레옹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카자크 일족을 영입하고자 부단히 애써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성과가 났으니 기쁜 얼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폴타바로 진출한 대군영의 황제 막사에서, 돈 카자크의 수장은 무뚝뚝한 얼굴로 고했다.
“서부의 황제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호오, 재미있는 호칭이로군. 그건 차르 때문인가?”
“맞습니다. 다만, 폐하께서 진정 ‘유일’한 황제가 되고 싶으시다면, 약속해주셔야 합니다.”
아트만 플라토프는 황제 나폴레옹을 응시하며 말했다.
“우리 카자크를 정말로 독립 왕국으로 만들어 주시겠다고.”
비록 유진이 제4군단장이고 에스파냐 국왕이자, 프랑스의 부왕이라지만 황제는 아니다.
만약 황제가 의지를 바꾼다면, 약속 따위는 고려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플라토프는 잘 안다.
되려 전제군주국인 러시아의 백성으로 살아왔기에 더욱 절실히 말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아주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돈 카자크만이 짐에게 협력했으니, [카자크]의 땅은 전부 그대와 돈 카자크의 것이 되리.”
“예?”
“못 들었나? 자포르지아, 세보르스키? 그들 모두가 카자크의 영지가 될 거란 말일세!”
문득 나폴레옹이 왼쪽에 시립해 있던 포니아토프스키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나아가! 이번 전쟁이 끝난다면, 폴란드도 독립 통합 왕국이 될 것이다! 이것은 짐의 약속이자, 짐의 친우인 차르 파벨의 약속이 되리라!”
당연히 이런 호언장담은 나폴레옹이 늘 하는 허언에 가깝다.
사실 나폴레옹은 거대한 보상을 약속해놓고, 사정이 바뀌면 말을 바꾸는 데 명수다.
또한 어차피 러시아 제국 영토를 배분하는 일이라, 나폴레옹에게는 전혀 손해가 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향후 러시아 제국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카자크 독립은 필요한 사안이긴 하다.
이런 속사정까지는 모르는 플라토프는 너무나 명쾌한 나폴레옹의 답에 조금 감격했다.
“그렇다면, 기꺼이 길을 선도하여 열겠습니다. 폐하.”
나폴레옹이 눈에 이채를 띠며 물었다.
“길을 연다? 무슨 뜻인가?”
“폐하께서는 러시아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십니까?”
“그야, 짐의 친우, 파벨을 복위시키고자 하네. 또한, 프랑스의 이익을, 아무래도 돌봐야겠지?”
마음에도 없는 파벨 타령과, 조금쯤 드러낸 진심을 들은 플라토프가 찬찬히 설명했다.
“돈 카자크와 폴란드를 독립시킨다는 건, 러시아를 정복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러시아 정복은 모스크바를 점령해야, 이뤄지겠죠.”
러시아 정복.
그 말이 프랑스인들도 아닌, 러시아 군인에게서 나왔다.
대육군 군영 막사에 있던 원수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번 유진 국왕의 승리가 확실한 현지 협력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플라토프는 다시 말했다.
“모스크바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합니다. 나아가, 농노들과 현지 주민들은 모두 외국군에게 비협조적일 겁니다.”
사실 모스크바는 엄밀히 말하면 러시아 제국의 수도가 아니다.
허나 원역사에서도 그랬듯, 프랑스가 모스크바를 노리는 이유가 있다.
러시아 제국이 시작된 땅으로, 실질적으로 영토 전체를 총괄하는 길목이자, 부수도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화재로 불타 버린 지 거의 4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알렉산드르가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흥미로운 얼굴로 나폴레옹이 되물었다.
“그래서?”
“하지만 우리 카자크는 러시아에서 누구보다도 난폭한 자들입니다.”
“오호라, 러시아 국민들을 위압할 수 있다는 건가?”
플라토프가 단호히 답했다.
“맡겨만 주신다면, 장기를 발휘해서 길을 열겠습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카자크의 장기는 습격, 약탈, 방화다.
만약 그 장기를 프랑스가 아니라 러시아에 베푼다면 어떻게 될까?
주력 수비부대는 어차피 인도원정군에 흡수된 후, 모스크바 인근에 집결해 있다.
하여, 모스크바로 가는 길목에 남아있는 이들은 대부분 민병대 수준이다.
카자크의 파상공세에 버티긴 어렵다.
“좋아. 짐은 여름이 가기 전, 모스크바에서 일전을 벌이기를 원하네!”
나폴레옹이 흔쾌히 외치자, 플라토프와 카자크 장군들이 화답했다.
“약속을 지켜주신다면, 카자크는 폐하의 것이 될 것입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의 패배를 불러오는 자들.
카자크가 프랑스 그랑다르메의 선봉이 되는 순간이었다.
***
쿠르스크, 러시아 남부에서 북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요충지다.
-화르륵!
후일 원역사에서, 이곳은 독소전쟁의 주요 전장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본래는 1만 명이 넘는 수비대가 주둔하는 중요한 군사 요새도시기도 하다.
허나 파벨의 인도원정군이 출범할 당시, 쿠르스크의 수비대도 당연히 인도원정군으로 합류했다.
그 결과, 카자크 5천 경기병들의 습격전에도 견디지 못하고 성벽이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으아악! 카, 카자크가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피해라! 요새가 무너진다!”
“맙소사, 쿠르스크 요새 성벽이!”
수비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카자크 경기병들은 부근 마을 일대로 약탈하기 위해 퍼져 나갔다.
체르니셰프가 기마로 달리며 외쳤다.
“태워라! 이제, 러시아에는 더 이상 요새가 필요 없다!”
3만에 달했던 카자크 경기병 중에서, 프랑스군에 합류한 병력은 총 2만이다.
나머지 1만은 죽거나 프랑스에 협력할 수 없다며 흩어졌다.
그러나 2만 명만으로도 수비대가 거의 없는 러시아 남부 일대를 휩쓸기에는 충분했다.
본래는 프랑스 제국군의 보급선과 보급창을 습격해야 할 이들이, 러시아인들을 습격한다.
그랑다르메의 진군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제4군단, 그랑다르메의 전위를 맡은 유진은 그 광경을 보다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그때 유진의 옆에서 참모장 조미니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빠르군요. 그럼 다음은 [오룔]이겠는데, 이곳에 식량이 많겠죠?”
“글쎄, 모두 태웠을 수도 있지.”
“예?”
오룔, 러시아 제국의 모스크바 남쪽 곡창지대다.
허나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이 이곳에서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다.
이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그 부근에서 역사적 전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식량이 이미 사라진 뒤였던 탓이다.
유진은 그 점을 헤아리다 미간을 좁혔다.
“슬슬 청야작전이 시행되었을 수도 있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아직 가끔은 더운 공기.
허나 진격할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현재 19세기 초는 소빙하기의 영향으로 평균 기온 자체가 낮은 탓이다.
올해, 겨울도 분명 추울 게 뻔하다.
원역사 러시아 대원정이 있었던 1812년이 그랬던 것처럼.
“가을이 오면, 우리는 진다. 그 전에 모스크바까지 진격해야 해.”
1809년 7월,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시기.
프랑스와 카자크가 손을 잡고 북진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모스크바.
찬탈자 알렉산드르가 기다리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