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7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71화(472/547)
(471) 나폴레옹이 패배했던 보로디노로 왔다
서기 1809년 8월, 러시아는 비가 자주 내린다.
-쏴아아!
오룔, 모스크바 남서쪽 363킬로미터 전방 도시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러시아 제국의 수도권 식량 공급지였다.
사실 수도에서 36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인데 수도권이라니 이상하지만, 러시아 제국의 광대함을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황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옮겨간 뒤로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 장소다.
그럼에도 여전히 흑토지대 특유의 곡창인 이곳에는 여유 식량이 풍부하다.
물론 30만 대군을 지탱할 정도는 아니지만, 임시 숙영지를 만들 만큼 여유가 있는 장소란 뜻이다.
예컨대 [여군]이 주둔 막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문득 쏟아지는 비를 보다, 장군 모자를 눌러쓴 폴린이 투덜대며 천막으로 뛰어 들어왔다.
“와, 이러다 모두 감기 걸리겠어!”
막사 안에 있던 콧수염 중년 남자가 [차트]를 살펴보다 일렀다.
“너무 과장이 심하군요, 파르마 공작 부인.”
“그냥 폴린 소장이라고 부르시죠. 라레이 중장 각하. 이제는 저, 간호부대만이 아니라 구호기사단 의료부대장이거든요?”
“그럼 폴린 소장, 비가 올 때는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꼽아 보시오.”
그랑다르메 총 군의관, 라레이 중장을 향해 폴린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위생 상태, 습기 제거, 그리고 무엇보다 전염병 요인의 방역.”
현재 프랑스 제국 러시아 원정군의 건강을 책임진 이들은, 바로 이 두 사람이다.
사실 원역사에서 라레이를 비롯한 군의관들이 부딪친 문제는 따로 있다.
진흙 행군로에서 비롯된 ‘발진’ 티푸스와 이질이다.
허나 그랑다르메 행군로가 북로가 아닌 남로로 바뀌면서, 전염병의 발병 빈도도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비가 쏟아지는 여름이 되자, 슬슬 질병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잘 공부했군. 요 근래, 내가 [현미경]으로 본 바에 따르면 티푸스는 쥐에서 옮은 미생물이 일으키는 질병이오.”
“아직 확증된 거 아니잖아요.”
“14년 전, 이탈리아 원정이 끝난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소. 아직 완전히 원인 미생물을 발견한 건 아니지만, 거의 모든 질병이 미생물에 기인한다는 설이 유력하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라레이가 강론했다.
사실 원역사에서 라레이는 탁월한 외과의사이자, 응급 마차의 발명가다.
또한 엉뚱하게도 유방암 수술 권위자라, 영국 귀족 부인마저 라레이에게 수술을 받으러 찾아올 정도다.
허나 미생물에 딱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는데, 이탈리아 원정 당시 유진이 처음 관심을 갖게 만든 게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만병미생물설을 주장하는 파리 의과대학 교수, 라레이를 보다 폴린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렇다고 치료제를 만드신 건 아니잖아요?”
아직 백신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의사, 라레이가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그래서, 방역에 철저해야 하지. 벌써 일부 군영에선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소.”
“일단, 급히 분리해놨어요. 다만 그 사람들을 후방에 놓아둬야 하는데, 경비병력이 모자라 대요.”
“어쩔 수 없지. 이곳은 원정지니까.”
라레이가 침중한 얼굴로 말했다.
“전투개시일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질 거요.”
모든 원정은 빨리 끝나는 게 최고다.
특히 프랑스 제국 입장에서 러시아는 그야말로 초장거리 원정지역이다.
하여, 풍토가 다른 것만으로도 질병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
한데 비까지 쏟아지는 여름이니, 당연히 집단 주둔지에서 발병이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폴린은 낯을 찌푸렸다.
“설마 오라버니에게 전투를 서둘러 달라고 말하란 건가요, 라레이 각하?”
“황제 폐하가 어렵다면 에스파냐 국왕도 좋소. 난 전략전술은 모르지만, 의학은 잘 알지. 이대로 간다면 내가 간만에 [고속 절단]을 선보여야 할지도 모르오.”
“어차피 전투가 시작되도, 그건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살짝 비꼬다 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주의사항은 잘 알겠어요.”
어쨌든 폴린도 장난으로 전장에 참가하러 온 게 아니다.
이집트 원정, 오리엔트 정복, 누벨 프랑스 전역.
그동안 구호기사단 간호부대장으로 폴린이 참전해온 전쟁터다.
그러니 전쟁에서 병사들의 건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다.
바삐 막사를 나와,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폴린은 다시 숙영지 중심부로 향했다.
그런데 숙영지의 최고 핵심, 황금빛 천막에서 엉뚱한 사람이 폴린과 마주쳤다.
한 눈에도 이런 삭막한 숙영지와 어울리지 않는 귀부인이 깜짝 놀라 물었다.
“황녀 전하, 여기까진 어쩐 일이신가요?”
폴린은 눈을 깜박이다 생긋 웃으며 대꾸했다.
“마담 발레프스카, 전쟁터까지 따라와서 고생이네요.”
“고생이라뇨. 저야, 정말 편히 지내고 있는 걸요. 장병들이나, 황녀 전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군인이에요. 이번이 첫 전장도 아니고.”
바로 마리아 발레프스카, 곧 황제 나폴레옹의 폴란드 출신 애첩이다.
사실 원역사에서는 발레프스카는 러시아 원정에 참전하지 않는다.
반면 이번 남로 진군에서 발레프스카 부인이 함께 했다는 것은, 프랑스 제국군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행군했는지 보여주는 일이다.
물론 발레프스카 부인 입장에서는 고행 그 자체였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본국에서 조세핀이 알면 경을 칠 일이라 생각하며, 폴린이 가볍게 물었다.
“그보다, 오라버니나 유진 못 봤어요?”
그때 막사에서 멋들어진 제복 차림의 남자가 나오다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조금 늦으셨군요. 황녀 전하. 후후!”
“란? 근위대장이 여기 있는데, 황제 폐하는 왜 없는 거죠?”
“그건 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저기, 에스파냐 근위대장 나으리도 함께 있군요.”
작전을 논하고 있었는지 쥐노도 막사 안에서 나오다 대꾸했다.
“두 분 폐하께선, 전장 시찰을 나가셨는데? 이런, 황녀 전하가 여긴 웬일이야?”
그러나 폴린은 기가 막혀 눈을 크게 떴다.
“적지에서, 근위대도 없이 나갔단 말이에요? 맙소사! 당장 가서 지켜야죠!”
“그럴 필요 없어. 우리보다 더 나은 친구들이 지키고 있다고.”
“누군데요, 대체?”
한때 전쟁터에서 사자의 심장이라 불리던 쥐노가 낄낄 웃었다.
“폴란드 중기병대, 그리고 카자크지. 이곳에선 우리 가스코뉴 친구들보다 낫다고.”
그 순간 폴린이 비명을 질렀다.
“그 야만인들을 대체, 어떻게 믿고!”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카자크 기병대가 지금 나폴레옹, 그리고 유진을 경호한다는 소리였으니까.
***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대담한 남자는 나폴레옹이지, 유진은 아니다.
“적군은 현재, 칼루가로 전력을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폐하.”
특히 긴장한 쪽은 시종장 뒤로크, 그리고 임시 근위대장격인 포니아토프스키다.
반면 나폴레옹은 전혀 두려움 없이 전방을 주시할 뿐이다.
이곳, 오룔의 북쪽에 펼쳐진 평원지역이 전쟁터에 걸맞는지만이 나폴레옹의 관심사다.
“이 일대는 정말 넓군. 이상적인 평원이야. 특히, 전투를 치르기에.”
“맞습니다. 이른바 [러시아 평원]이라고 하죠. 다만, 칼루가 인근은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단 건가, 플라토프 [국왕]?”
그러자 역시, 경호를 위해 따라온 카자크 기병대장 플라토프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칼루가 일대에에는 콜로챠라는 강이 흐릅니다. 또한 능선이 있어서 완전한 평지가 아니지요.”
카자크 국왕.
나폴레옹이 플라토프에게 약속한 지위다.
이 지위가 탐난다면, 승산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플라토프는 반드시 나폴레옹에게 충성한다.
그 점을 나폴레옹은 꿰뚫어본 것이다.
과연, 플라토프는 완전히 심복해 배신 따위는 꿈꾸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갑자기 프랑스 제국군이 패색이 짙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승산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나폴레옹도 여유롭게 대꾸했다.
“전열보병을 전개시키기 이상적인 곳은 아니군.”
“문제는 그곳이 모스크바를 수비하는 데, 최적인 지점이라 러시아군이 더 남하할 가능성이 없다는 겁니다.”
“호오, 그럼 적들이 칼루가 일대에서 기다릴 거다?”
문득 포니아토프스키가 성급하게 끼어들었다.
“그러니, 우리가 진격해야 합니다. 폐하.”
플라토프는 슬쩍 눈살을 찌푸렸지만,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프랑스 제국은 오룔까지 고속기동한 후, 한 달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간 속행하느라 병사들이 지친 탓도 있었지만, 러시아 제국군을 유인하기 위함이 더 컸다.
물론 그 사이 징집과 집결 시간을 갖게 된 러시아 제국도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칼루가까지 움직이자, 그 다음부터는 러시아 제국군도 멈춰 버렸던 것이다.
“보급 상태는 어떻지, 늙은 거위?”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고속 기동을 축으로 두고 진군해온 터라, 보급마차들이 줄지어 흩어진 상태입니다. 집단적인 습격은 없지만, 산발적인 습격도 있지요.”
“이런, 자포르지아 카자크들이 말썽인가. 아니면, 농노들? 쯧.”
총참모장 베르티에의 보고를 듣다, 나폴레옹이 원수봉을 휘두르며 고함쳤다.
“어느 쪽이든, 짐의 [해방군]을 몰라보다니 괘씸하군! 반드시 징벌해야겠어! 이런 사악한 도둑들!”
물론 원역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본래 나폴레옹이 당할 일은 모든 보급선의 붕괴와 현지 주민들의 지속적인 공격이다.
아주 조금만 병사들이 흩어져도, 카자크만이 아닌 농민들의 습격에 병력이 아작날 정도다.
허나 현재 러시아 제국 평민과 농노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왜냐하면, 나폴레옹이 아주 효과적인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신의 이름으로, 차르 파벨을 복위시킨다!〉
러시아 제국민들의 입장에서, 차르란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치른 자다.
아무리 인기 없고 정신 나간 원정을 치르려던 차르라도, 파벨은 여전히 수도에 군림하고 있다.
나아가 조기에 봉쇄된 탓에 위험한 원정도 치러지지 않은 터다.
오히려 프랑스 제국에 맞선다고 알렉산드르야말로 강제징집을 하며, 평민과 농노들을 착취하는 중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프랑스에 대한 반감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카자크 기병 중 과반을 차지하는 돈 카자크 군대가 나폴레옹 휘하가 된 마당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적지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역시 좋지 않다.
또 다른 원수봉의 소유자가 나폴레옹 옆에서 히죽 웃었다.
“역시, 결전이 필요하겠군요. 폐하.”
“마세나, 자네도 같은 판단인가 보지? 어때, 이번 전장에선 자네가 전위에 서겠나?”
“에이, 저도 이젠 나이가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앞장서야지요. 에스파냐 국왕 폐하나, 아니면 쉬셰를 추천합니다. 다부도 나쁘진 않을 거구요.”
나폴레옹은 마세나의 추천을 듣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유진에게 전해라. 다부를 붙여줄 테니, 전위를 맡으라고! 이제 돌아오라고 해!”
그렇다면, 유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아주 대담하게도 [전방]까지 온 상태다.
“정말,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곳까지 왔다.
바로 러시아 원정의 결전장으로.
유진은 조금 높은 고지대에서 병사들이 진채를 쌓는 광경을 보았다.
러시아의 군대가 발견하면 즉시 습격당할만큼 가깝지만, 유진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백은문자 덕이란 걸 모르는 이폴리트가 혀를 내두르며 대꾸했다.
“나도 별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데? 에취! 춥기까지 하군!”
“추운 것도 맞지. 나도 썩 즐겁진 않은 날씨군.”
“대수롭잖게 말하지 마. 지금 감기 걸리는 병사들이 나오고 있단 말이야.”
빗속이라 시야가 가려진 걸 다행이라 여기며, 이폴리트가 낯을 찌푸렸다.
“전투가 늦어질수록, 우리에게 불리해.”
이폴리트가 딱히 일류전술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간 유진 옆에서 배운 바가 있다.
군대는 전염병의 온상이고, 주둔지는 자주 바꿔주지 않으면 질병이 창궐한다.
또한 남부에서 올라오는 오스만 제국의 보급선도 너무 길어진 상태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일 찰나, 라살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럼, 저기서 싸우겠군요? 저곳 이름이 뭐였죠? 조미니, 압니까?”
그런데, 조미니가 미처 답하기도 전, 유진이 입을 열었다.
“보로디노, 프랑스에는 불길한 이름이지. 적어도, 오늘까지는.”
저곳이 왜 불길한지, 이폴리트나 라살, 조미니는 알지 못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오직 유진만이 알 것이다.
보로디노가 바로 나폴레옹의 진정한 무덤이 된 것이라는 사실을.
문득 유진이 눈을 번뜩이며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아니다.”
이곳에서 이기는 것.
그게 유진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걸어온 승부의 목적이다.
1809년 8월 7일.
보로디노의 전장으로 승부사 유진이 처음 발을 디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