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7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72화(473/547)
(472) 러시아 평원의 혈전이 시작되다
양측, 도합 70만 대군이 집결한 전장 위로 비가 내린다.
-투두둑!
비는 군대를 위협하는 강적들 중 하나다.
습기는 병사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고, 병기를 녹슬게 하며, 특히 화약을 젖게 만든다.
게다가 오래 맞을수록 감기나 또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기 쉽다.
그러나 만약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이곳에 왔다면 엄혹한 추위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아직도 여름이 끝나지 않은 시기, 8월의 러시아 평원을 보다 나폴레옹이 웃었다.
“정말,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전투가 되겠군.”
이곳은 모스크바 남서쪽 2백 킬로미터 전방, 칼루가 인근에 있는 평원지대다.
평탄한 평야가 끝없이 이어지다, 약간의 구릉이 엿보이는 게 이색적인 장소.
보통은 전쟁터 이름은 근교의 마을 이름을 따서 정해지곤 한다.
“저기 보이는 마을 이름이 뭐라고?”
나폴레옹의 질문에 총참모부 배속 참모, 클라우제비츠가 보고했다.
“근처 수도원 수도승들에게 물으니, 보로디노라고 합니다.”
신심 깊은 러시아답게 이 부근에도 정교회가 있다.
아무리 전쟁터라도 ‘높으신’ 분들은 지붕 아래서 자기 쉽다.
병사와 똑같은 환경을 중시하는 나폴레옹도 어제는 수도원에서 잤던 것이다.
간만에 푹 잔 기분으로 나폴레옹이 턱을 쓰다듬었다.
본래 원역사라면 지금쯤 전립선 비대증과 배뇨장애로 고통받고 있을 테지만, 현재는 유쾌하게 총참모장 베르티에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
“콜로차 걍을 배후로 두고, 보루가 둘러쳐져 있습니다.”
“성채라도 쌓고 싶었던 모양이지? 기마 돌격을 조금 느리게 만들기나 가능할 정도로, 낮군.”
“하지만 전열보병의 진군은 충분히 방해 가능합니다.”
베르티에는 정찰과 산병, 초병의 보고를 종합해 고했다.
“게다가 적들의 기병도 최소 8만 기가 넘습니다. 우리 군이 유리한 점이 있다면, 적군은 대대별로 쪼개져 있다는 것과 경기병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40만.
러시아 제국이 보로디노에 집결시킨 병력의 총원이다.
무엇보다 배후에는 예비군으로 징집 동원한 농노들이 모스크바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
반면 나폴레옹이 끌고 온 병력은 그랑다르메 20만, 폴란드 군단 10만, 그리고 카자크 경기병 2만이 전부다.
언뜻 병력 면에서 압도당하니 패배를 예감케 한다.
또한 프랑스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러시아는 무려 1천 문의 대포를 끌고 왔다.
비록 나폴레옹도 폴리 병기창에서 신식으로 개량한 후장식 대포와 작렬탄을 갖고 왔다지만, 그 수량은 1백 문이 채 안 된다.
나머지 대포, 5백 문은 여전히 그리보발이 만들었던 전장식 대포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이 여유가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가 오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자국 영토이기 때문에, 화력 면에서 프랑스보다 유리할 것은 예상했다.
그런데 대기에 습기가 가득하다면, 이 화력을 활용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
나폴레옹은 흡족하게 웃다, 총참모장 베르티에에게 일렀다.
“경기병은 우리도 부족해. 카자크는 뒤로 뺀다.”
“예? 요긴한 병종입니다만.”
“글쎄, 뮈라에게 물어보지. 그건.”
문득 나폴레옹이 야트막한 언덕 아래 있던 뮈라를 향해 외쳤다.
“어떤가. 어제 영입한 카자크가 좋은가, 아니면 그대의 후사르가 좋은가?”
후사르 경기병대를 사열하던 뮈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당연히, 제 부하들이 용맹합니다. 폐하. 전위를 못 맡은 게 아쉽군요!”
“걱정할 거 없다. 유진도 저 거대한 전선 전부를 다 포괄할 수는 없을 테니!”
“하핫! 그럼, 제게도 선봉의 기회가 오는 겁니까!”
본래 원역사에서 이른바 [뮈라의 돌격]은 거의 대부분, 러시아군을 상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는 러시아와 프랑스가 교전하는 게 이번이 고작 세 번째다.
그나마 한 번은 사실상 루마니아 군을 쿠투조프가 이끌었던 거라, 마렝고에 이어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아는 뮈라의 돌격은 사실, 규모 면에서는 소략한 아우스터리츠가 가장 유명할 정도다.
나폴레옹이 전방을 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가장 중요할 때 돌격하게 될 거다. 뮈라.”
보루, 약 5킬로미터에 걸쳐 보로디노 평원과 구릉을 가로지르는 담벼락이 보인다.
후세 마을의 이름을 따 [세바르디노 보루]라 불릴 임시 방어벽이다.
특히 중앙의 돌출부는 보로디노에 오자마자 러시아 제국군, 특히 성질 급한 바그라티온이 나서서 쌓은 벽인데 의외로 기병 돌격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여, 원역사에서는 보루의 중심부, 곧 [바그라티온 돌출부]를 둘러싸고 그야말로 혈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또한, 원역사와 달리 나폴레옹은 건강이 괜찮은 편이라 전방에 나온 상태다.
본래는 건강 이상으로 후방에 머무르며 전방 지휘를 아예 이때도 하지 못했으니, 상황 판단 자체가 달라졌다.
반면에 기병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긴 하다.
근위대장 란이 그 점을 지적했다.
“폐하, 이번 전투에서 기병은 주력이 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특히, 카자크를 쓰지 않으실 거라면. 언뜻 보기에도 적들의 대포 숫자가 장난이 아닙니다.”
“란, 가스코뉴의 사나이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대포 앞에서는 물러서는 사나이였나?”
“무슨, 그런 말씀을!”
순간, 란이 격분해 고함쳤다.
“이 몸은 척탄병이오! 아무리 황제 폐하라도, 그런 모독은 삼가 주십시오! 결코, 적의 포화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원역사의 란은 항상 전위로 나서다, 에슬링 전투에서 죽는다.
다만 에슬링 전투 자체가 오스트리아 제국을 유진과 나폴레옹이 해체시킨 탓에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허나 용맹함은 여전해, 황제 주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감탄하게 했으며, 우려하게 했다.
다행히, 황제는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웃었다.
“좋은 자세야. 이번 전쟁은 피를 감수해야 할 테니까.”
어지간한 란도 그 말에는 슬쩍 불안해졌는지 목소리를 낮췄다.
“설마, 정말 대포 앞에 돌격하란 말씀은 아니죠?”
“푸하핫! 필요하다면 해야겠지. 하지만 그대가 할 일은 피아가 뒤엉켰을 때, 결정타를 날리는 일이야. 결국 승패는 근위대와 예비대가 좌우할 테니까.”
“폐하께서는 지금, 아우스터리츠를 생각하십니까?”
아우스터리츠, 나폴레옹의 전술이 최고조가 되었던 전장이다.
라 모브 쉬르 데 레리에르.
곧, 전략적 배후 돌파 기동.
혹, 나폴레옹의 [마법]이라 불리는 전술.
카스틸리오네 전투에서 첫 선을 보였고, 10년이 넘도록 나폴레옹을 유럽의 최강자로 만든 전법이 아우스터리츠에서도 멋지게 나타났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이 전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70만의 병력과 20만 두가 넘을 마필, 거기에 1600문의 대포가 나폴레옹의 머릿속을 똑같이 채우고 있다.
병력, 기동력, 화력.
그야말로 힘의 집결지나 마찬가지인 전장.
도저히 배후기동을 펼칠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나폴레옹이 염두에 둔 전장은 따로 있다.
“러시아 이반들이 그렇게 멍청할 리가 있나? 짐은 마렝고를 생각하네.”
“예? 아니, 그 전투는 지극히 위험한 전투가 아니었습니까?”
“그래. 만약 드제와 유진이 오지 않았다면, 짐은 죽었겠지.”
문득 나폴레옹이 묘하게 웃었다.
“반대로 말하면, 이번에도 예비대를 투입할 여력이 있는 자가 이겨. 적장도, 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네. 적장이 누구라고 했지?”
문득 나폴레옹의 뒤에 서 있던 거무스르한 피부의 미남, 로슈자클랭이 고했다.
“쿠투조프입니다. 한 달 전, 차르 [참칭자]가 정당한 차르에게서 빼왔다고 합니다.”
국내 치안과 첩보를 담당하는 비밀경찰과 달리, 쉬르테는 탄생 때부터 대외첩보를 주관해 왔다.
이번 러시아 원정이 시작되자, 쉬르테도 총력으로 러시아 문제에만 집중했다.
하여 다른 대외정보 사안은 놓치고 있지만, 대신 러시아 사정은 전장에서도 입수할 정도다.
나폴레옹이 눈썹을 치뜨다 입가를 틀었다.
“아드리아노폴리스였나. 거기서 유진에게 졌던 친구군.”
문득 나폴레옹의 시선이 수석부관을 향했다.
“루이, 비가 그치면, 유진에게 진격을 명하라.”
파르마 공작, 루이 샤를 카페가 고개를 조아렸다.
“예, 폐하.”
“좌익의 오주로와 우익의 마세나에게도 준비해두라고 전령을 보내라. 하긴, 오주로는 좀 위험하겠군. 적군 주력이 우리 쪽 좌익인가?”
“맞습니다, 폐하.”
러시아 제국은 우익, 프랑스 쪽으로 보면 좌익에 대규모 병력을 두고 있었다.
언뜻 멀리서 보기에도 뚫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대부분 전열보병이라 돌격 속도는 느릴 것이다.
다만 배후에 대포가 있다면, 시간을 줄수록 화력으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그 점을 계산하며 한 눈으로 각도를 살피다, 나폴레옹이 시종장을 돌아보았다.
“뒤로크. 서전 지후에 포격이 이뤄져야 한다. 마르몽에게 단단히 일뤄더라. 참, 후위 예비대는 베르나도트가 맡았나?”
문득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보로디노의 빗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주르륵!
이제 양군이 교전을 시작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전위, 제4군단의 선두에서는 적군 전체가 보이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포격전이 어려울 수도 있겠는걸.”
그러나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전장 전체를 가늠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백은문자]의 은총이 여전히 시야에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 안전, 중립.
경고가 떠오를 때마다 적군이 어느 정도로 준비를 갖췄는지 추측하게 된다.
그때 유진에게 조미니가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적도 바보가 아닌데 [코닝].정도야 했겠죠. 폐하.”
“그래도 화약 자체가 고품질일 때나 코닝도 효과가 있어. 게다가 우리야말로 장거리 수송을 한 터라, 화약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고.”
“하루 정도야 상관없지 않습니까? 설마 2일을 넘길 것 같진 않구요.”
문득 유진의 뒤에 말을 탄 채 서 있던 다부가 입을 열었다.
“격돌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격돌하고 나면 하루 만에 승패가 결정될 겁니다.”
유진은 비를 맞아 번들거리는 다부의 대머리를 돌아보며, 눈에 이채를 띠었다.
본래 다부는 원역사에서는 이 시기에 제국원수 중 하나다.
또한 드제를 대신해 나폴레옹의 신임을 받으며, 아우스터리츠와 예나, 그리고 에크뮐에서 명성을 떨친다.
특히 예나는 사실 다부가 주도했던 전투다.
무엇보다 나폴레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파로, 원역사에서는 나폴레옹이 퇴위한 뒤에도 함부르크를 사수할 정도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백일천하 때 다부를 전쟁장관으로 쓰느라, 워털루에 기용하지 못한다.
만약 워털루에 다부가 있었다면, 승리는 나폴레옹의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전공이 부족해 원수에 오르지 못했을 뿐, 사실상 원수급인 대머리 장군을 보다 유진이 물었다.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다부 중장?”
“적들의 진형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수비를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사실 유진은 절반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였다.
수비와 역공 얘기는 짐작은 간다.
이건 러시아 제국군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데, 귀족들이 대부분인 장군들이 저마다 군부 내 파별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수비가 전략 목표라 해도, 멋대로 역공을 시도하는 귀족 장교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유진은 이 정도 대규모 군대가 격돌하는 걸 본 게 처음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에 단판으로 끝날지, 알기 어려웠다.
원역사 보로디노 전투도 대략 3일에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다부는 단호히 답했다.
“국왕 폐하, 전면이 아니라, 배후의 콜로차 강 쪽을 보십시오. 비가 그쳐갈수록 먼지가 더 거세지는 게 보이지 않으십니까?”
유진은 시선을 돌리다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다.
단순히 일개 장교급에서 준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규모 역공이 준비되는 듯하다.
기구부대가 오지 않은 게 아쉽다고 생각하다, 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쿠투조프는 분명, 이번 전투를 수비전 위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쿠투조프가 주도권을 쥔 게 아닌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
“만약 쿠투조프가 완전히 지휘권을 관철했다면, 이번 전투는 무조건 소모전으로 갈 거야. 그게 러시아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유진은 어렴풋한 전생의 기억과 현생의 정보를 떠올리며 다부에게 일렀다.
“하지만, 역공에 주안점을 둔다면 셋 중 하나다. 베니히센의 속임수거나, 바그라티온이 주도하고 있거나, 아니면.”
베니히센은 책략전에 능하다.
반면 바그라티온은 역동적인 기동 속공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쿠투조프는 어느 쪽도 아닌데다, 대국적인 전략 면에서 정면 격돌은 러시아군에 결코 좋지 않다.
유진이 말하지 않은 채 고심할 때, 옆에서 수행하던 제4군단장 쥐노가 물었다.
“뭔가, 우리가 파악 못 한 러시아의 명장이 있거나?”
“명장은 아니죠, 쥐노.”
“쿠투조프나 베니히센, 바그라티온 말고 주도권을 쥘 만한 자가 따로 있어?”
물론 러시아에 원수 3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지키는 북스회베덴, 원래는 전쟁장관을 지내야 할 바클레이, 수보로프의 조카로 보병사령관인 안드레이 코르차프도 있다.
허나 실력이 아닌 명성, 혹은 권위로 따진다면 삼원수를 따를 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군부의 권위 따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딱 하나 있다.
유진이 전방을 응시하다 일렀다.
“딱 한 명 있죠. 차르 참칭자.”
순간, 모두가 놀란 가운데, 쥐노가 대표처럼 외쳤다.
“무슨 미친 소리야? 여긴 결전장이야. 이런 곳에 우리 황제 폐하 말고, 직접 나오는 미친 황제가 있다고?”
“애초에 우리는 인도로 정복하러 간다는 미친 황제를 구하러 온 거잖아요.”
“어, 그럼, 잠깐. 뭐가 달라지나?”
쥐노가 고개를 갸웃거릴 찰나,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지죠. 아무래도, 간만에 [척탄기병대]가 선보일 시간이 왔군요.”
황제 친정이 지닌 약점을 찌르기 위해서다.
***
그렇다면, 황제가 직접 전장에 나오면 대체 무슨 약점이 있을까?
“대포 배치를 서둘러라! 비가 그쳤을 때, 바로 준비해야 한다! 프랑스의 악명 높은 기마포병대가 오기 전에 움직여!”
칼 빌헬름 폰 톨 대령.
독일계지만 러시아에서 태어나 군부에 투신해온 남자다.
계급은 낮지만 본래 수보로프의 참모였고, 현재도 쿠투조프의 참모로서 대군의 전술적 배치를 주관하는 핵심 인사다.
그런데 전에 없이 톨은 병사들을 닦달하고 있다.
왜?
물론 이번 전쟁이 중요한 전장이니, 꼭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차르가 직접 전쟁터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비가 온 직후라, 대포를 움직이는 것부터 모두 난관인 상황이니까.
그런데 톨이 포병 배치를 독촉하고 있을 때, 전방을 보던 부관이 외쳤다.
“대령님! 전방에, 적군이 보입니다!”
“뭐야, 설마 보병 진군인가?”
“아닙니다! 기병입니다!”
톨은 달려오는 기병대를 보다 콧방귀를 뀌었다.
“하! 프랑스놈들, 실로 오만하구나! 전열보병 앞에 기병진군은 무리라는 게 전장의 상식이거늘! 머스킷 장전!”
무엇보다 이른바 바그라티온 보루가 장벽으로 있는 상황이다.
-키릭, 키릭, 키릭!
보루 뒤에서 보병들이 급히 머스킷을 장전했다.
총이 다가오는 기병들을 겨누고, 손은 가늠쇠에 얹어진다.
격발 직전,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다.
-두두두!
대략 1천에 달하는 기병들이 다가올 찰나, 톨이 손을 들었다.
“온다, 쏴라! 어라?”
아주 멀리, 머스킷 사정거리 밖에서 뭔가가 날아 들었다.
-쉬익, 쾅!
날개가 달린 수류탄, 곧 [보아르네식] 비행 수류탄.
간만에 전장에 선보인 터라, 아무도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갑자기 당한 기습에 러시아 제국군은 저마다 혼비백산했다.
“으아악!”
“뭐, 뭐야! 대포냐?”
“아니야! 이건, [수류탄]이다!”
척탄기병대의 선두, 쥐노가 갈기 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외쳤다.
“파하핫! 란만 척탄병이 아니지! 원래 나야말로 진짜 척탄병이었다고! 자, 도망쳐라. 얘들아!”
1809년 8월 15일.
서전을 알리는 비행수류탄과 함께, 보로디노 결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