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7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74화(475/547)
(474) 마세나와 오주로의 쌍두 독수리가 난다
대군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 체계다.
-두두두!
아군 30만, 적군 70만이 격돌하는 전장.
신성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프리드리히 대왕의 나라를 꺾었으며, 이탈리아와 이집트와 시리아와 누벨 프랑스를 정복한 프랑스 제국군에게도 이런 전장은 처음이다.
평소라면 전령 10명 정도를 보내는 총참모장 베르티에가 전령 숫자를 배가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무선 전신이 없는 시대, 작전은 결국 사람이 달려가 전해야 한다.
“달려라, 명령서를 전해야 해!”
“너무, 깁니다. 연락선이!”
“그러니까 총참모장이 전령을 30명이나 챙겨 보낸 거 아닌가!”
전령으로 달려가던 노대위, 쇼뱅이 눈을 부릅뜨며 외칠 찰나였다.
“억, 포탄이 날아옵니다!”
부하 장교가 소리치자 쇼뱅은 고개를 돌리다 황급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쾅!
12파운드짜리 포탄에 맞아 전령들이 죽어간다.
피아를 가리기 어려운 포연 속 평원.
쇼뱅은 시체 속에서 피를 흘리며 주위를 간신히 살폈다.
그래도 30명이나 따로 보낸 터라, 누군가 달려가야 할 텐데 모두 궤멸한 것 같다.
서신을 쥐던 쇼뱅이 중얼거렸다.
“소식을, 우익에, 전해야 하는데. 윽.”
문득 진녹색의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표르트 대제 이후 러시아 제국군이 입는 군복이다.
대혁명의 여파로 프랑스 군인들이 주로 청색 군복을 입는 것과 비교되는 터라, 군복 색을 보면 누가 적인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쇼뱅이 숨을 죽이고 시체 사이에 고개를 박을 찰나, 장교 하나가 전령을 붙잡고 외쳤다.
“투치코프 사령관 각하! 이놈, 전령인 것 같습니다!”
칼 구스타프 폰 바고부트, 곧 러시아 중앙군 척탄병 여단 부대장이다.
물론 쇼뱅은 바고부트도, 러시아 중앙군 보병사령관인 니콜라이 알렉세예비치 투치코프도 모른다.
다만 러시아 장군들은 귀족처럼 프랑스어를 쓰는 터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일단 이곳에서 발각된다면 당장 죽거나 고문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투치코프는 죽은 전령이 갖고 있던 서신을 빼앗아 들다, 허탈한 소리를 냈다.
“뭐야, 이 악필은?”
“어,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뭐든 간에, 싸우란 거겠지.”
투치코프가 투덜거리다 고함쳤다.
“우리 파블로프스키 척탄병 연대가 할 일은 하나다! 적군 대열의 격파!”
아무래도 유명한 나폴레옹의 악필을 투치코프가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다.
쇼뱅이 숨을 죽이는 사이, 척탄병 연대는 다시 보루를 넘어 진군하기 시작했다.
문득 척탄병들을 향해 총격이 가해졌다.
-탕!
슬쩍 고개를 들어 쇼뱅은 상황을 살폈다.
후방 대열을 지키던 우디노의 사단이 전열을 갖추고 사격을 실시하는 게 보였다.
허나 파블로프스키 척탄병 연대, 그러니까 투치코프의 [그린 코트] 보병들은 멈추지 않았다.
“물러서지 마라! 침략자를 격퇴하라!”
“누가 침략자란 거냐! 너희야말로 반역자다!”
“하, 외국인이 뭘 안다고! 미친 광황 따위는 없는 게 백 번 낫지!”
우디노의 외침에 역시 유창한 프랑스어로 맞받아친 투치코프가 고함쳤다.
“전 부대원, 총검돌격!”
총격이 쏘아지는 와중에,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보통은 이럴 때 병사들이 항명부터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명령에 철저 복종하는 러시아 병사들은 그대로 진군했다.
-다다다!
전력 질주로 총검 돌격해오는 병사들 앞에, 우디노 사단병들이 당황했다.
“이, 미친놈들! 물러나질 않아!”
“예비대, 예비대가 필요해! 전령을 보내라!”
“이러다 오히려 우리가 중앙이 뚫리겠어!”
장 라프, 피에르 브루노, 필리프 폴.
셋 모두 황제 직속 제1군단 소속으로 용맹한 청년 세대 장군들이다.
단, 이런 총검돌격전은 겪어본 적 없는 세대기도 했다.
그때 우디노가 침착하게 고함쳤다.
“산병, 집중 사격!”
전방에 흩어져 있던 산병들이 일제히 명령을 듣고 총을 겨누었다.
-탕! 탕! 탕!
보아르네식 신식 후장식 라이플이 일제히 쏘아졌다.
아직 연사는 어렵고, 화약 찌꺼기가 자주 남으며, 총신이 쉽게 달아오르는 시험용 총기.
하지만 속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총격 속에서도, 러시아 군대는 멈추지 않았다.
우직한 돌격장으로 이름을 떨친 남자, 우디노도 입을 쩍 벌렸다.
“정말, 저놈들은 무슨 시체들인가?”
일순, 녹색 군복의 병사들 사이에서 함성이 울렸다.
-우라!
쇼뱅은 그 모습을 보다 달리기 시작했다.
우익, 마세나 군단에 명령서를 전달해야만 하니까.
***
그러나 전령이 도착하지 않더라도, 전쟁 경험이 20년에 가까워지면, 깨닫게 되는 게 있다.
“이런, 폐하의 전령이 다 죽어 버린 것 같습니다. 마세나 원수 각하!”
제3군단 참모장, 세르보니가 외쳤다.
마세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연락선을 끊고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 후, 고속기동으로 적을 농락하는 건 프랑스 제국군의 장기다.
그런데 정작 보로디노의 전장에서는 프랑스 제국이 오히려 연락선이 불통이다.
왜?
이 정도 광역 전장에서, 대규모 군대가 운용되어 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아우스터리츠에서도 실상 나폴레옹이 운용한 군대는 10만 내외다.
그러니 아군 규모만 3배에, 전장 규모는 5배가 넘는 전장에서 실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 우리가 오히려 전부 연락이 끊겨 버렸군!”
“어쩌죠, 각하? 이대로 가면 각개격파 당합니다!”
“웃기는 소리. 그건 프랑스 제국 그랑다르메의 수치가 될 거다! 세르보니!”
마세나는 눈앞에 보이는 적군 좌익을 노려보며 눈을 번뜩였다.
“이젠, 우리 원수들의 역량을 보여줘야 할 때다!”
러시아 제국군 좌익을 지휘하는 자는 니콜라이 보로즈딘, 그리고 베니히센이다.
지휘권 박탈이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장군 하나가 아쉬운 알렉산드르였다.
자연히 베니히센을 수비가 필요한 좌익에 박아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가 상대인지는 모르지만, 마세나는 적군 좌익이 보통이 아니란 건 깨닫고 있었다.
또한 나폴레옹이 무슨 명령을 내리든, 우익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고 보았다.
현재 중앙이 보루를 중심으로 혈전을 벌이고 있고, 적군 우익을 상대하는 프랑스 제국군 좌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곳에 오주로가 있다지만, 제3군단은 예전부터 나폴레옹이 그리 자원을 집중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차례 공세를 펼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적군 좌익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마세나가 제2군단 부사령관을 호출했다.
“쉬셰, 베시에르를 불러올 수 있겠나?”
“예? 아니, 근위기병대 친구를 왜 부르십니까? 우리 제2군단에도 기병대는 있습니다.”
“물론 기병도, 포병도 모두 갖춰서 독립작전이 가능한 게 군단 체제의 특징이긴 하지.”
마세나는 입가를 틀며 대꾸했다.
“하지만, 진짜 정예들이 근위대에 있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야. 지금, 저 틈을 돌파할 기병대장은 란, 뮈라, 그리고 베시에르밖에 없어!”
제2군단 기병대는 그리 강하지 않다.
특히 에스파냐에 주둔하게 되면서, 유진의 근위기병대로 인재들이 빠져나간 탓에 더욱 그렇다.
한데 중앙군에서 베시에르는 비어 있는 카드다.
비록 나폴레옹이 허락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재처럼 난전이 계속된다면 베시에르 정도는 허락할 가능성이 높다.
쉬셰가 그 점을 계산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란은 폐하를 지켜야 하고, 뮈라는 폐하가 직접 쓸 테니, 베시에르 뿐이군요.”
“빠른 이해 좋군. 어떤가, 저 난전 상황을 돌파해서, 소식을 전할 수 있겠나?”
“그야 까라면 까야죠. 그게 군대 아닙니까?”
쉬셰는 연대 하나를 차출하며 고함쳤다.
“척탄병 연대, 측면을 돌파한다!”
전령이 오가기 어려운 전장.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아예 전선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쉬셰가 종대로 연대를 지휘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다, 세르보니가 식은땀을 닦았다.
“정말 러시아 제국군은 난적이군요. 에스파냐 [게릴라]들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세르보니, 착각이야. 아직 적들은 제대로 된 전술을 걸어오지 않았어.”
“그렇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만큼, 난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총격이 가해지는 와중에도 돌진하는 병사들을 보다, 마세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있지. 병사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군이라네. 적군 총사령관은 그런 작자인 것 같고.”
그야말로 [축차투입]이 반복되는 전선이 마세나의 시야에 보인다.
중앙, 우익, 좌익.
삼열 전부가 40만 대군의 총검돌격과 기병돌격으로 난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돌격이 늦춰질 때마다, 적군의 포격이 이어진다.
프랑스 제국이 오히려 소모전에 휘말릴 지경이다.
“과연, 이걸 자네는 어떻게 돌파하겠나? 오주로?”
마세나가 마치 옆에 있는 듯 물을 때였다.
-두두두!
문득 마세나는 시선을 돌리다 말 위로 올라탔다.
“좋아! 자, 베시에르의 뒤를 받쳐라!”
베시에르의 가스코뉴 기병대가 우익으로 돌파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마세나의 제2군단이 일제히 기동한 것도 그때였다.
***
좌익은, 우익과 달리 전령이 왔지만, 그렇다고 역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명예를 드높이라, 어려운 요구를 하셨군.”
오주로는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오주로는 나폴레옹에게 절대복종하지도 않지만, 베르나도트처럼 절대 반항하지도 않는다.
그걸 알기에 나폴레옹도 이런 명령서를 보낸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문득 오주로 제3군단의 부사령관, 생 시르가 물었다.
“각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생 시르, 지금은 전진도 어렵고, 후퇴는 더욱 어렵다. 혁명군이 이럴 때 어떻게 하지?”
“혁명군이요? 그건.”
생 시르는 눈을 크게 떴다.
오주로와 달리 생 시르는 라인 전선에서 성장한 장군이다.
라인 군단은 나폴레옹이 만들어낸 이탈리아 군단과 달리, 철저한 공화파 장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그랑다르메 주류에서 밀려왔다.
러시아 원정에 오긴 했지만 주로 후위에 배치된 베르나도트 제6군단과 흡사한 입장이다.
심지어 모로의 제5군단은 아예 후방 보급선을 지키느라 이 전장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혁명군의 정신이라면, 오히려 제국에 충실한 현재 제국군 주류보다 더욱 투철하다.
문득, 생 시르가 외쳤다.
“혁명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칩니다!”
오주로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미 혁명의 대의가 퇴색했다고 하지. 그러나, 의회에서 말하지 않았나? 저 [이반]들은 해방시켜 줘야 할 피압제민들이다.”
명령에 따라,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다가오는 러시아 제국군 병사들.
그러나 ‘이반’이라고 프랑스인들이 부르는 저들도 모두 살아 숨쉬는 인간이다.
지금은 차르와 제국의 명령에 따라, 죽음도 불사하지만, 과연 전쟁에서 져도 그럴까?
프랑스 제국 하원의 결의, 곧 [해방전쟁]을 오주로는 진실로 믿는다.
제3군단 장교들도 오주로의 말에 달아올랐다.
“기꺼이, 진격하라. 고지를 점령한다!”
오주로의 명령이 떨어지고 제3군단 각 사단이 진군을 시작했다.
기병대가 양익으로 달리고, 포병대가 진용을 갖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전선을 압도하는 것은 전열보병의 진군이다.
-뚜벅, 뚜벅, 뚜벅!
푸른 군복이 전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다, 참모장 베르디에가 미간을 좁혔다.
“자칫,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설마, 내가 용기만 믿고 가겠나?”
“그럼, 뭘 믿으십니까?”
오주로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폴리 병기창에서 나온 신식총을 믿지.”
보아르네식 신식 총은 후장식 라이플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 시험작이라 전군에 배포될 수 없는 후장식 병기와 달리 뇌홍으로 격발되는 전장식 머스킷들이 있다.
기존 구형 머스킷으로 무장한 러시아 제국군보다 훨씬 빠르게 장전 격발이 가능한 병기다.
문득 프랑스 제국군 좌익, 러시아 제국군 우익이 보로디노 북쪽에서 마주쳤다.
생 시르의 지휘하에 전열보병들이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키릭, 탕!
선제 총격이 가해지자 곧이어 3열로 이루어진 전열보병들이 돌아가며 쏜다.
-탕! 탕! 탕!
마치 연사처럼 들리는 소리,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화약 연기 속에서 양측 전열이 서로 쏘고, 죽어갔다.
허나 더욱 많이 죽어가는 쪽은 단연 러시아 제국군 측이다.
문득 전방에 달려갔다가 돌아온 제3군단 소속 보병 사단장, 에두아르 모르티에가 외쳤다.
“됐습니다! 화망에 적들 전열이 노출됐습니다!”
“적들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 쏴라. 오늘은 탄환을 아낄 때가 아니다.”
“옛, 각하. 응?”
모르티에는 바삐 다시 달려가려다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엇, 저거, 포탄 아닙니까?”
하늘을 보던 오주로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이 되었다.
“모르티에?”
모르티에, 이것은 사람 이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박격포를 가리키는 프랑스어다.
곡사로 날아드는 박격포탄이 전열을 향해 쏟아졌다.
-쾅!
피아, 곧 러시아 제국과 프랑스 제국을 가리지 않고서.
그야말로 무차별 포격이 프랑스 제국 좌익, 혹은 러시아 제국 우익에서도 개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