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7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77화(478/547)
(477) 유진의 마탄이 차르를 뚫다
광역 전장은 전선 모두를 방어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곳이, 바로 빈틈이다. 달려라!”
프랑스 제국군 좌익, 본래는 오주로가 베니히센과 마주하는 전선이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껏 나폴레옹이 본진에서 멀찍히 떨어뜨려 놨던 카자크 기병대가 주둔하던 위치기도 했다.
좌익은 곧 동서로 대치한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장에서 북쪽 끝이기도 하다.
오주로가 베니히센과 대치한 사이, 벌려진 빈틈으로 카자크 경기병대가 달렸다.
-슛! 슛! 슛!
아직 기마병의 연속 사격은 보아르네식 후장 라이플로만 가능한 시대다.
허나 러시아 제국 병종 중 카자크 경기병대만은 유일하게 [연사]가 가능했다.
총이 아닌 활로.
적군, 실은 바로 1개월 전까지는 아군이었던 러시아 제국군을 향해 카자크 기병들이 화살을 쏘아댔다.
그런데 그들 앞에서는 엉뚱하게도 흑색 군복의 남자가 달리고 있었다.
“히-호! 후사르, 아니 카자크여! 달려라. 적들을 무찔러라!”
“이봐, [전령관] 나으리! 당신은 우리 지휘관이 아니야, 명령하지 마!”
“아, 그거야 당연하지요. 플라토프 ‘전하’!”
흑색 군복, 정확히는 누벨 프랑스 군대의 복식을 입은 남자, 라살이 눈을 찡긋거렸다.
“그렇지만, 정말 왕이 되고 싶으시면, 오늘 반드시 이겨야 할 겁니다!”
카자크 기병대장, 플라토프가 낯을 찌푸렸다.
하지만 상대는 아우스터리츠에서 이름을 떨친 유진의 돌격장, 라살이다.
26인의 기병만 이끌고 오스트리아 제국군을 관통했고, 신대륙을 제 집처럼 누볐으며, 이제는 러시아 평원을 달리는 남자.
보통은 유목기병이 아닌 군인은 우습게 보는 카자크인들도 라살만큼은 그렇게 보기 어려웠다.
플라토프가 콧방귀를 뀌며,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흥,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한다고. 돌격!”
“아니, 선회하쇼!”
“뭐라고?”
문득 라살이 갑자기 기수를 꺾으며 짧은 ‘러시아어’로 외쳤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잡아먹혀! 모두 날 따라와!”
프랑스어를 잘 모르는 카자크인들도 얼결에 따라가기 시작했다.
실로 양떼를 모는 듯한 쾌속한 기마솜씨다.
에프레모프가 휘파람을 불며 플라토프 뒤로 따라붙었다.
“저 친구, 우리보다 더 유목민 같군요.”
“감탄하고 있을 때야? 에프레모프, 따라와!”
“예! 아트만!”
유목기마전술의 기본은 ‘히트 앤 런’, 곧 치고 빠지기다.
그런데 되려 유목민도 아닌 라살이 카자크에게 선회기병 전술을 전수하고 있는 판이었다.
그때 상대방 러시아제국 측에서 누군가가 고함치며 뛰쳐나왔다.
“맞서, 싸워라! 적을, 배신자들을, 무찔러라!”
부지휘관, 일로바이스키가 고했다.
“바그라티온입니다!”
[그루지야]의 독수리, 바그라티온이 흉갑기병대를 이끌고 질주하고 있었다.본래, 바그라티온이 중앙 보루에서 돌파전을 펼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선회다.
중앙 대열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바그라티온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 다시 좌익까지 달려온 것이다.
한데 좌익에서 카자크 경기병대와 마주친 거였다.
플라토프는 비명 같은 외침을 질렀다.
“하, 이런. 다 된 빵을 굽기만 하면 되는데!”
“어쩌죠? 바그라티온은 러시아 최고 기병장입니다. 이대로 격돌한다면!”
“여기서 바꾸기는 어려워. 그대로 진격한다! 응?”
일로바이스키에게 플라토프가 명령하다, 눈을 부릅떴다.
“저, 자칭 후사르는 대체 뭐 하는 거야?”
그건 라살과 함께 달려가던 누벨 프랑스 부왕근위기병대 21인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바였다.
옛날 이탈리아 원정 때, 라살의 26인 돌파를 함께 했던 기병들.
가히 20년을 함께 라살과 대서양을 넘나들었던 이들이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라살의 사촌이자 부관, 피에르 뒤 프렐이 물었다.
“맙소사, 라살 형님! 지금 정말 돌격할 겁니까?”
“당연하지, 피에르. 내가 아니면, 여기서 누가 저자를 잡아?”
“그건, 카자크에게 맡겨야죠! 엄밀히 말해, 형님은 이 전장에 공식적으론 없어야 한다구요!”
총참모장이 정한 군율을 거론하는 사촌동생에게 라살이 낄낄 웃으며 대꾸했다.
“누가 공적을 탐해서 왔나? 난 내가 세계 최고의 후사르란 걸 입증하고 싶을 뿐이야!”
21인의 경기병, 곧 흑색 군복의 후사르들이 전장을 질주했다.
당연히 돌출해서 달려오는 경기병들을 바그라티온의 흉갑기병대도 보았다.
부관인 라예프스키가 바그라티온의 뒤를 따르다 외쳤다.
“저기, 미, 미친 경기병들이 옵니다!”
바그라티온은 낯을 찡그리며 허리춤에 찬 피스톨을 꺼냈다.
“모두, 권총 뽑아!”
피스톨을 바그라티온의 경기병대가 장전하기 위해 급히 손을 움직이던 찰나였다.
-탕! 철컥, 탕! 철컥, 탕!
적수, 라살의 경기병 21인이 마상총격을 가했다.
놀란 바그라티온이 피하려 했지만, 사격은 멈추지 않았다.
연발.
미처 피하기도 전에 총탄이 바그라티온의 다리를 찢었다.
“컥, 여, 연사라니!”
바그라티온이 비명을 지르며 말 위에 달라붙을 찰나, 라살이 바그라티온의 바로 옆을 지나쳤다.
“히-호! 못 죽여서 미안하군. 다음에 보자고!”
1만의 흉갑기병대를 꿰뚫고, 라살은 21인의 경기병과 함께 돌파했다.
-두두두!
라살이 보로디노에서 또 다시 전설을 쓰는 순간이었다.
***
그러나 이런 전설에 도저히 감탄할 수 없는 황제가 보로디노의 전장 위에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바클레이!”
차르 ‘자칭자’, 알렉산드르가 곁에 있던 장군을 향해 윽박질렀다.
본래 원역사라면 바클레이는 알렉산드르가 발탁해 전쟁장관직에 오른다.
허나 지금은 그저 참모장일 뿐이며, 그것도 실권 없이 조언만 하는 신세다.
중앙 전선이 엉망 진창이 되는 광경을 보다, 바클레이 드 톨리가 황급히 진언했다.
“폐하, 일단 몸을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쿠투조프가 방금 전까지 이기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적군의 대열이 뚫렸는데!”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난전 상황이고, 아직 승패는 가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결단력은 없어도 전장 파악만은 초일류인 바클레이가 망설이다 고했다.
“친위대가, 너무 부족합니다.”
아직 쿠투조프가 이끌고 나간 친위대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또한 프랑스군 좌익, 러시아군 우익을 뚫고 들어온 경기병대는 바그라티온이 일단, 막아세웠다.
비록 라살이 위협을 가했다지만, 그거야 바그라티온 개인에게만 치명상을 입혔을 뿐이다.
다만 이 와중에 차르를 호위해야 할 레이브 그바르디야, 곧 [라이프 가드]들이 흩어져 버렸다는 게 문제다.
지금, 차르를 지키는 병력은 1개 연대급도 채 안 된다.
“나폴레옹은 도망친 거 같나?”
“예?”
“적군의 황제는 이 전장을 이탈한 거 같냐고! 지금 짐에게 40만 병사들을 내버려 두고 달아나란 말인가!”
그럼에도 알렉산드르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오히려 바클레이를 다그쳤다.
물론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알렉산드르의 말은 틀리지 않다.
여기서 황제가 혼자 도망친다면, 그렇잖아도 [정통] 차르인 파벨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중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쟁에서 차르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게 오히려 중대 사태가 아닐까?
대담하지 못한 바클레이는 그렇게 말하지 못한 채, 돌려서 말하며 권유했다.
“그, 그러시면, 일단 후방으로라도 잠시 [작전상] 후퇴를 하시는 게.”
알렉산드르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허락하지 않는다!”
“폐, 폐하.”
“전황은 분명 우리에게 유리하다. 소모전 구도가 벌어지면, 반드시 이긴다고 하지 않았나? 적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아직 수십만 예비군이 남아 있어!”
러시아 제국이 보로디노 전투 직전 동원한 군대 총원은 90만이다.
이곳에 끌고 온 병력이 40만일 뿐, 아직 명부상 병력은 여전히 후방에 있다.
게다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하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군대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전략상 알렉산드르의 말은 옳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외치다, 자신에게 도취된 알렉산드르가 확신에 차 외쳤다.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그 순간, 총탄이 쏘아졌다.
-탕!
차르, 알렉산드르는 눈을 깜박이다 옆을 돌아보았다.
“바클레이?”
바클레이 드 톨리, 본래 독일계로 러시아에 와서 입신을 노리던 남자.
비록 외국인이라 홀대 받았고, 성격이 시원시원하지 못해 군인들에게도 경원시 되었으며, 뚜렷한 군공도 세우지 못했지만, 유능했다.
혹시 기회가 주어졌다면 원역사처럼 전쟁장관에 전군 총수의 직위까지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여, 러시아가 유럽의 강국으로 우뚝 섰을 때, 차르의 곁에서 영광을 함께 했을 수도 있다.
만약, 지금, 총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지지 않았다면.
-철컥, 탕! 철컥, 탕! 철컥, 탕!
현실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옆에서 맞서려다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면, 현실을 자각할 수밖에 없다.
탄환에 맞아 마지막 근위병이 쓰러져 죽었을 때였다.
“역시,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더니.”
바로 앞, 아라비아 품종의 황금갈기를 지닌 말을 탄 청년이 다가오다 웃었다.
“이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분이 계셨군. 안녕하신가, 알렉산드르 차르 폐하?”
차르, 알렉산드르는 이를 악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라, 더욱 두렵다.
악명 높은 나폴레옹의 아들.
마탄의 사수, 프라이슈츠가 도래한 것이다.
***
마침내 유진은 차르 앞에 섰다.
“잠깐, 지금 뭘 하는 거지? 총을 겨누다니, 일국의 황제에게?”
차르 알렉산드르가 가슴을 내밀며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이 시대는 아직 왕권신수설의 잔영이 짙은 시대다.
군주란 신이 임명한다는 의식이 러시아에서는 더욱 강하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군주라도, 평민 출신이 감히 자신을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유진에게 눈앞의 상대는, 실로 인생의 과업이다.
여기로 올 때까지 20년이 걸렸다.
전장의 과업으로만 말해도 엄청난 과정을 겪어야 했다.
70만 대군이 격돌했다.
혼란에 빠진 전장에 다시 적군의 공격을 유도했다.
증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보내 시선을 끌었고, 카자크로 적군 전체를 좌익과 중앙에 몰려들게 만들었다.
비로소 그때서야 중앙과 우익 사이에 난 빈틈.
그 틈을 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누벨 프랑스 부왕 근위기병대와 함께, 달려온 것이다.
쥐노, 샹포, 이폴리트와 함께.
유진은 눈앞에 떠오르는 백은문자를 보며 낯을 굳혔다.
평소라면 계획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여유롭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항복은 필요 없거든, 찬탈자에게는.”
“뭐?”
“잊었나? 우리 프랑스 제국이 진정한 차르로 여기는 자는 당신 부친이야. 당신이 아니라.”
이것은 프랑스 제국의 명분이다.
차르, 알렉산드르를 굳이 살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
알렉산드르는 낯이 새하얗게 변하다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게, 프라이슈츠!”
유진이 무표정하게 쳐다보자, 알렉산드르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내가 살아야 해. 그래야 유럽에 평화가 와!”
“무슨 헛소리지?”
“생각해 보게! 우리 부황, 아니, 미친 차르가 뭘 생각했나! 인도를 정복하고, 신대륙을 정복하고! 그런데 프랑스와는 싸우지 않을 것 같나!”
모두 맞는 말이다.
차르 파벨은 원역사에서 오래 살아봤자, 결국 나폴레옹과 싸웠을 것이다.
다만, 알렉산드르는 다른가?
“내가, 살아야, 이 유럽은 평화로워지네! 프랑스도!”
잠시, 유진은 넘어갈 뻔했다.
본래 원역사에서 러시아 제국은 빈 체제의 평화를 가져오긴 한다.
허나 그 후는 어떨까?
“아니.”
유진이 차갑게 알렉산드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후손은 국민을 압제하고 학살할 거다.”
“자, 잠깐. 그게 무슨.”
“그리고 멍청하게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황위까지 빼앗기겠지.”
유진의 피스톨이 알렉산드르의 머리를 겨눴다.
“그게 너의, 그리고 로마노프의 미래다.”
후일 원역사에서 일어나는 일.
로마노프는 결국 망한다.
사실은 알렉산드르가 아니라, 그 동생 니콜라이 1세의 후예들이 벌이는 일이긴 하지만.
알렉산드르가 억울한 얼굴로, 혹은 어이없는 얼굴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항변하듯 외쳤다.
“그럼 지금은 뭐가 다른가!”
여기서, 차르가 죽는다면, 대체 무엇이 다를까?
“최소한 로마노프와 너의 후손, 혹은 친족들이 군주로 남겠지.”
아직 알렉산드르는 아들은 없지만, 딸은 있다.
-탕!
1809년 8월 15일 오후 4시 44분.
전투 시작 후 10시간 경과.
보로디노.
프라이슈츠, 곧 마탄의 사수가 쏜 총탄이 차르의 머리를 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