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7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79화(480/547)
(479) 라스푸티차가 나폴레옹을 가두다
문득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휘이익!
때는 1809년 10월.
사상 유례없는 70만 대군이 격돌한 보로디노의 대회전이 끝난 지 벌써 2달.
허나 이곳은 병사들이 지르는 함성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먼 도시다.
거의 9백 킬로미터쯤 달려야 겨우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 낯을 찌푸리던 뚱뚱한 남자가 우산을 쓴 채 고함쳤다.
“아니, 왜 비가 오는 거야! 눈이 와야지!”
“지금, 날씨가 좀 따뜻하다는군요. 당통 대사 각하.”
“저게?”
바다 위를 힐끗 내려다 보던 주베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선 얼음이 안 얼면 따뜻한 겁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발트해로 열린 러시아의 창구.
이곳 바다는 한겨울이 되면 얼어붙어 버린다.
가끔 추위가 심한 계절에는 늦가을부터 이미 배가 드나들 수 없을 정도다.
한데 늦가을에 다다른 10월에도 비만 내리고 있는 게, 묘하게 겨울이 따뜻할 조짐이다.
벌써 이곳에서 2년쯤 보낸 주베르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날씨에 능통해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아, 이상한 기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때 옆에서 항구 거리를 걷던 상관,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 당통이 물었다.
“주베르,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자네는 대체 어떻게 시베리아를 통과했나?”
“예? 갑자기 지금 와서 말입니까? 그야 엄청난 고생을 했죠. 하지만 더 힘들었던 건 캐나다와 알래스카였습니다.”
“신대륙이 더 힘들다고? 거긴 빈 땅인데 왜?”
당통이 호기심 어린 험상궂은 얼굴로 묻자, 주베르가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사람이 없는 곳이, 사람이 있는 곳보다, 진군하기 어렵습니다. 대사 각하.”
사실 주베르는 19세기 프랑스인 중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엄청난 업적을 성공시켰다.
시베리아 횡단.
그러나 정작 파리로 돌아가지 못한 데다,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에 유명인사가 되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본인이 그런 일을 해냈다면, 당장 파리에서 명사가 되는 길을 택했을 거라 생각하며 당통이 두툼한 턱을 쓰다듬었다.
물론 당통이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따로 있다.
“역시, 그래서 ‘황제 폐하’가 이곳까지 올라온 건가? 시베리아 돌파가 더 어려우니까?”
“그야 모스크바에서 동진해서, 베니히센을 잡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요. 카잔으로 도망갔다면서요?”
“정말 빠른 놈이야. 그 전장에서 몸만 뺀 게 아니라 서부군까지 같이 빼서 가다니.”
문득 당통이 히죽 웃으며 일렀다.
“뭐, 그래봐야 곧 항복하겠지. 끝까지 결기 있게 싸울 놈은 아니니까.”
나폴레옹이 제위에 오른 직후, 당통은 러시아 대사직을 택했다.
그러니 사실 퇼르리 궁전보다 겨울궁전이 오히려 더욱 익숙하다.
프랑스 궁정의 신하들이 가진 이해관계보다, 러시아 제국 원수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히려 란이나 마세나나 오주로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베니히센이라면 속내를 간파할 수 있다.
주베르는 쓴웃음을 머금다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그랑다르메가 회군을 못 하고 있군요.”
“모스크바가 불타지 않았다면, 그곳을 기점으로 카잔 정벌에 나섰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미 모두 타서 없어졌잖아?”
“알렉산드르 황태자가 유일하게 남긴 유산이, 잿더미 모스크바라니 참 역설적이긴 합니다. 쯧.”
대회전이 끝나고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프랑스 제국군은 러시아에 있다.
다만 원역사처럼 잿더미가 된 모스크바에서 벌벌 떨며 지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랑다르메는 러시아 제국군보다 훨씬 사치스런 환경에서 지내는 중이다.
왜냐하면 러시아 제국군이 차르에게 반역했고, 그랑다르메는 그 반역을 무찔러 주기 위해 왔으니까.
이제 제국의 유일 차르가 된 파벨의 환영과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주둔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려 30만, 실은 사상자를 제외하면 대략 25만에 달하는 외국군이 러시아 제국의 수도를 장악한 셈이다.
물론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로서, 그간 막대한 이권을 얻어낸 당통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당통이 입가를 틀며 물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야지. 차르가 요새 불안정하지?”
“예? 뭐, 그렇겠죠?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러시아 제국 작위를 받을 좋은 기회로군.”
당통의 눈이 심상찮게 번뜩였다.
“자네도 나름 차르를 구해서, 이 모든 대공을 이룬 수훈자 아닌가? 공작 정도는 받아내야지!”
기실 주베르가 없었다면, 러시아 제국은 내전은커녕 벌써 알렉산드르의 발 아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상황에서 프랑스 제국이 쳐들어왔다면, 되려 제국 전체 군민의 반격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그럼 지금처럼 손실을 최소화한 채 승리할 수도 없었을 테고, 또한 수도에서 편하게 겨울을 보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프랑스 제국군 입장에서는 귀국을 못한 채, 발에 묶인 상황이긴 했지만.
그런데 정작 제국 내전 발발의 장본인, 주베르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됐습니다. 기왕 작위를 받는다면, 전 신대륙이 좋습니다.”
“뭐야, 사람 없는 곳이 좋나?”
“그게 아니라 날씨가 좋고 땅이 넓은 곳이 좋은 거죠. 플로리다에 한 번 가보시면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대사 각하.”
잠시, 플로리다를 그리워하는 눈으로 서쪽 바다를 보다, 주베르가 미소지었다.
“뭐, 어쩌면 유진 폐하께서 에스파냐 작위를 하나 내려주실 지도 모르죠.”
만약 그렇다면 신대륙의 어딘가가 주베르의 영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따뜻한 멕시코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찰나, 주베르는 낯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강풍이 불어온 탓이다.
코트 옷깃을 여미며 당통이 고함쳤다.
“크, 이것도 다,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어야 의미가 있지. 젠장, 예수에게 저주나 받아라! 뭐, 이따위 날씨가 있어?”
이제 진눈깨비로 변하는 비바람을 맞다, 주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지독한 날씨는 맞군요. 대지도.”
아무리 수도에서 환대를 받는다 한들, 이 날씨만 아니었다면 그랑다르메는 벌써 돌아갔을 것이다.
반대로 날씨가 이 모양인 이상, 대군은 귀국하기 어렵다.
혹시나 갑자기 영국이 바다를 열어준다면 모를까.
-질퍽, 질퍽, 질퍽!
진흙탕이 되어 버린 길 위를 대사와 무관이 걸었다.
도저히 대군이 기동할 수 없는, 도시조차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날씨.
라스푸티차 속에서.
***
겨울궁전, 후일 원역사에서 혁명 때문에 유명해질 장소는 예언자적인 황제의 외침으로 가득하다.
“오오, 러시아의 구원자여! 진정한 세계의 인도자여! 서방의 황제여!”
본래 나폴레옹은 차르에게 동방의 황제라는 칭호를 붙이며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려 애쓴다.
이건 당연히 러시아 정복이 거의 불가능한 과제라 여겼기 때문이다.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 목표로 제시했던 것도, 차르가 프랑스 패권을 인정하게 만드는 거였다.
그러나 지금도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역사야 모르지만 그간 러시아의 광대함은 확실히 알았던 남자, 나폴레옹이 눈앞의 파벨을 보다 웃었다.
“그대가, 우리 모두를 구했소! 나의 형제, 나폴레옹이여!”
이런 헛소리를 들으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답해야 한다.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서, 나폴레옹은 혼자 과업을 수행하는 대신, 좀 더 풍부한 감성을 지닌 막내 남동생을 데려왔다.
“하하하! 이렇게 처음 뵙는데도, 정말 형제 같군요. 짐의 형제들도 똑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냐, 제롬?”
“예? 어, 그러고 보니, 뭔가 아주 [크게] 생각하시는 게 닮은 거 같기도.”
“이거 보시오. 우리 둘이 닮았다고, 인증해주지 않소? 하하핫!”
물론 제롬이 말하고 싶었던 바는, 과대망상이 둘 다 심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본래 원역사라면 베스트팔렌 왕이 되었을 제롬은 착한 남자다.
간신히 입을 다물고 참으며 제롬은 다짐했다.
이 시간만 견디면 형에게 엘리자베스 페터슨, 곧 먼저 임신부터 시킨 미국인 애인과 결혼을 허락받을 수 있을 거라고.
당연히 제롬의 속내 따위는 관심없는 파벨은 나폴레옹만 붙잡은 채 외쳤다.
“그렇군. 형제여,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무엇이든 들어주리다!”
“짐의 병사들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내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소.”
“이 정도쯤이야! 그랑다르메는 병사 한 사람조차도, 이 러시아의 구원자가 아닌가!”
문득 파벨은 눈에 핏발을 세웠다.
“괘씸한 불효자식 놈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지 않았소! 하하하!”
이번에는 겨울궁전에 있던 누구도 따라 웃지 못했다.
어지간한 나폴레옹도, 수행하던 제국원수들도, 나아가 차르의 신하들도.
분명 알렉산드르는 반역자다.
그러나 파벨의 장자이기도 하다.
어느새 머리를 쥐어 뜯으며, 파벨이 포효하고 있었다.
“그래, 불효자식 놈이!”
“폐하, 일단 고정하시는 것이.”
“재상! 로스토프친! 너도 날 배신했지!”
실은 알렉산드르에게 억류됐던 로스토프친을 노려보며 파벨이 추궁했다.
“알렉산드르, 이 악마의 자식 놈과 함께! 황후, 황후는 어디 있나! 그 악마를 낳은 황후는!”
로스토프친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차르 파벨이 차라리 머나먼 선대인 미친 이반 대제처럼 광기의 폭군이라면 어떨까?
지금쯤 황후를 찾을 것도 없이, 근위병을 불러 죽이라 명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파벨의 정신 세계는 취약하고, 심약하며, 나약하다.
그저 분을 못 이겨 펄펄 날뛰는 파벨을 보다 제롬이 낮게 물었다.
“형님,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합니까?”
“왜, 지루하냐?”
“차르가 언제 제 목을 자를지, 아주 두근두근하는데요? 정작 알렉산드르를 죽인 유진은 여기 있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그러자 나폴레옹이 혀를 찼다.
“유진이 있으면 곤란하지. 아예 서로 죽이려 들지도 모르는데.”
나폴레옹은 파벨을 조롱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그저 만나서 안심시키고 향후 러시아를 멋대로 다루기 위해 상태를 살피러 온 것이다.
다만 정작 미쳐가는 파벨을 보니 동정심과 함께, 조금쯤 동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과연 [아들]이 배신했을 때, 나폴레옹이라면 멀쩡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저으며, 나폴레옹은 재상 로스토프친에게 일렀다.
“자, 그럼, 차르 폐하를 잘 달래시오. 로스토프친.”
“황제 폐하, 송구스럽습니다.”
“됐소. 사실 짐도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데, 저놈의 날씨 때문에 갈 수가 없으니.”
궁전 밖, 창문을 보며 나폴레옹이 중얼거렸다.
“저 라스푸티차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군.”
만약 날씨가 좋았다면, 나폴레옹은 파리로 귀환했을 것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사실상 패주 상황에서도 나폴레옹과 소수의 측근만이 파리로 돌아온다.
수도 주재는 군주에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허나 지금은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탈주극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홀로 빠져나가는 데 거부감도 있는 데다, 승자다.
비록 권력의 중심부에선 멀지만, 권력의 원천인 그랑다르메가 함께 있다.
그게 나폴레옹이 2개월, 혹은 기약없이 러시아에 머무는 데도 여유를 잃지 않은 이유다.
그때 수행차 따라오던 마세나가 물었다.
“폐하, 정말 저것 때문에 안 가시는 겁니까?”
“마세나 리볼리 공작, 너무 깊게 캐지 말게나.”
“그렇다면 언제쯤 상급대장들에게 원수직을 내리실 수 있을지?”
마세나는 뒤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물론, 저를 비롯한 원수들의 작위 변경도 말입니다.”
그때서야 나폴레옹은 진심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졌다면, 이름뿐인 작위를 마세나나 다른 원수들이 탐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란, 오주로, 쥐노를 비롯한 원수들의 눈동자는 작위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반짝인다.
왜냐면 이겼기 때문이다.
새삼 실감나는 승자의 기분을 만끽하다, 나폴레옹이 일렀다.
“후후후! 그건, 자네들이 이 러시아 작위를 언제 받을지에 달렸지. 유진 녀석은 잘하고 있을까 모르겠군?”
물론 이기고 나서 귀찮은 일은, 굳이 황제가 할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
오히려 승전 후, 부쩍 쾡해진 얼굴인 군주가 있다.
“우선, 유감을 표합니다. 황후 폐하.”
어쩐지 유진의 얼굴이야말로 유감스럽다고, 유진의 호위장인 루이 투르네는 생각했다.
지금껏 무수한 전장을 따라 다녔지만, 이토록 유진이 강행군을 펼치는 건 처음 본다.
어쨌든 25만 대군의 숙식과 전사자의 처리, 러시아 제국군 해체 작업까지 승자가 해야할 일은 수도 없다.
그런데 총참모장 베르티에와 유진에게 나폴레옹이 그 모든 것을 떠맡긴 탓에 과업이 나날이 늘어나는 중이다.
이 순간, 알렉산드르의 모친이자 비운의 황후 알렉산드라를 설득하는 일도.
“알렉산드르는 됐어요. 반역을 일으킨 순간부터 둘 중 하나였죠. 알렉산드르가 죽거나, 파벨이 죽거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프랑스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사실상 장악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가요?”
황후는 차갑게 대꾸했다.
“차기 차르는 콘스탄틴이에요. 이건, 양보 못 합니다.”
콘스탄틴은 파벨의 차남이다.
그러나 군주감은 아니란 평가가 내외로 자자하다.
아마 황후도 대안이 있었다면 다른 이를 택하지 않았을까?
투르네가 내심 혀를 찰 순간, 유진이 입을 열었다.
“꼭, 한 분만 군주가 되어야 합니까?”
“뭐라구요?”
“돌아가신 알렉산드르 황태자는, 반역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딸들은 이대로 버려져야 할까요?”
유진은 쾡한 눈으로 황후를 주시하며 말했다.
“나아가 다른 자녀 분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군주조차 되지 못한다면, 파벨 폐하의 진노로부터 무사할 것 같습니까?”
모두 맞는 말이라 침묵을 지키던 황후가 되물었다.
“뭘, 원하는 거죠. 유진 국왕? 나라조차 비우고, 러시아에 머무르면서?”
국왕.
곧 에스파냐의 군주.
그때서야 투르네는 원정 와중에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지금 부재군주인 사람은 나폴레옹만이 아니다.
과연 에스파냐는 어떤 상태일까?
혹시 나라 전체가 반란에 휩싸이고, 마리 왕비나 카를 왕자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정작 호위장과 달리, 태연한 얼굴로 유진이 답했다.
“이 겨울이 지나갔을 때, 저는 러시아가 여럿이 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러시아를 아주 사랑하거든요.”
이게 이번 겨울, 유진이 러시아에 머물기로 한 이유다.
라스푸티차가 끝날 때까지.
역사를 영원히 바꾸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