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7화(48/547)
(47) 낭트 사기도박에 적을 유인하자
겜블, 그러니까 도박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뭘까?
판짜기다.
속임수, 수읽기, 지르기.
모두 겜블에서 이기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판 그 자체보다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일단 판을 만들기까지가 가장 어렵다.
비전문가인 이폴리트조차 알 정도다.
클리송의 임시 주둔지, 유진 특수중대 막사에서 이폴리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떻게 낭트로 유인한단 말이야?”
현재 청색 군복의 군대, 혁명군은 왕당파의 본거지 숄레를 향해 다시 진격하는 중이다.
혁명군 사령부, 낭트에서 숄레까지는 고작 60킬로미터.
그러나 그 사이에는 수많은 숲과 장애물이 존재한다.
때문에 클레베르는 낭트 남쪽으로 뻗은 [세브르 낭테즈] 강변의 마을, 클리송으로 군을 전진 배치 시켰다.
군 구성은 이전 로시뇰 사령관 때와 똑같다.
다만 공격의 주력이 달라졌을 뿐.
그것만으로도 숄레에서 방데 반군은 꼼짝하지 못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적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진은 잠을 못 자 빨간 눈으로, 지도를 노려보다 대꾸했다.
“이폴리트. ‘사기 도박’에서 판을 만들 때, 어떻게 하는 줄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너, 도박도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유희인 거 모르냐? 나 같은 가난한 서민 출신은 그런 거 걸려들기도 어렵다고.”
“무슨 소리야. 너희 아버지, 지금 같은 불경기에도 파리에서 버티고 있는데. 어쨌거나, 언제나 도박은 판을 만드는 게 대전제고, 사기 도박도 마찬가지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유진은 이폴리트에게 ‘판’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상대방에게 보여줄 건 ‘먹잇감’이야.”
간단히 말해, [호구]를 꾈 ‘미끼’다.
사기 도박은 기본적으로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설계된 판을 먼저 만들고, 그 판 위에 먹이가 될 ‘호구’를 고른다.
호구에게 달콤한 미끼를 던져주는 게 판의 시작이다.
지금 호구가 왕당파라면, 미끼는 뭘까?
유진은 지도 북쪽, 루아르 강변의 섬, 낭트를 찍었다.
“낭트는 매력적인 먹이인가? 지키고 있는 수비수는 이길만한가? 승리할 때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은 엄청난가?”
유진의 눈이 번뜩였다.
“답은 모두 ‘위’야.”
위(Oui), 그러니까 영어로 예스(Yes)다.
기본적으로 왕당파는 방데를 초승달처럼 지배하고 있다.
숄레를 중심으로 한 숲지대, 그로부터 구부러진 달처럼 해안가를 지배한다.
루송처럼 혁명군이 빼앗은 곳도 있지만 대략의 구도는 그렇다.
낭트도 정작 바다로 나가는 루아르 강의 좌안과 우안, 사브네와 마슈쿨은 왕당파가 점유하는 상태다.
왕당파 반군이 라 로셸을 점령하면서 이 구도가 명확해졌다.
그러나 ‘낭트’만한 항구가 없다.
영국이 물자 정도야 상선으로 보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군선은 낭트 정도의 항구여야 입항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왕당파 승리 선언을 위해서는 낭트 점령이 필수라는 얘기다.
때문에 원역사에서도 방데 반군은 기회만 오면 낭트 진공에 나선다.
그런데 유진의 책략으로 지금 전군이 다시, 숄레로 기동하는 중이다.
“게다가 적은 넘어오기 쉽지. 왜? 이미 한 번 땄으니까.”
“뭘? 아! 라 로셸!”
“맞아. 사기 도박의 다음 단계지. 잃어주는 거.”
누구나 타고난 본능적인 조심성 정도는 있다.
그럼에도 ‘호구’를 설계하려면, 처음에 잃어줄 필요가 있다.
라 로셸은 딱, 그 정도의 첫 미끼다.
왕당파 반군 수뇌부는 이 미끼를 먹고 사기가 올랐을 터다.
반대로 숄레와 라 로셸로 분산된 군사력 상황이 불안할 게 분명하다.
이대로 가면 오히려 분산 격파의 위험마저 있다.
승부수가 필요한 것은 혁명군만이 아니란 얘기다.
유진은 이 점을 설명하며 수프에 빵을 적셔 먹었다.
“냠. 하여간, 그러면 남은 건 하나지. 도박판이 열렸다는 걸 상대에게 알리는 거야. 그것도 상대방 플레이어는 먹잇감이고 쉽게 넘어올 수 있다는 걸 알려야해.”
“어떻게?”
“갑자기 떨어진 낙하산이 좋지. 그것도 한 번 적군에게 잡혀서 좌천된 패장이라면?”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막사 바깥 마인츠 사단 쪽을 보았다.
“마인츠의 패배자, 마인츠 사단의 지휘관 클레베르.”
실은 클레베르는 억울한 점이 있다.
마인츠에서 패배한 것은 클레베르의 잘못이라기보다, 혁명군 전체의 전략 미스다.
유진의 부친, 알렉상드르의 실력 부족도 크다.
허나, 그건 머나먼 동부 전선, 라인의 이야기다.
이 프랑스 서부 시골, 방데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클레베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패장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셈이다.
물론 이 정보를 상대에게 흘릴 방법이 필요하다.
유진은 이미 지금까지 정보를 흘리는 루트를 마련해놨다.
“이 모든 걸 알릴 방법은 간단해. 우리가 그동안 뿌려왔던 대로, ‘팜플렛’을 뿌리는 거야. 물론 클레베르 장군에게는, 이미 말한대로 충성선서 중단 팜플렛만 뿌린다고 보고할 예정이고.”
지금까지 유진이 해온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사령관 교체, 루머 양산과 배포, 그리고 라 로셸을 내주는 기망 기동.
바로 한 판의 사기도박에 왕당파 호구를 끌어들이는 설계.
입을 쩍 벌리며 이폴리트가 외쳤다.
“맙소사, 이걸 다 계산해서 판을 짠 거라고?”
“얘기했잖아. 도박은 판 짜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하지만 또 하나, 진짜 중요한 게 있지. [샤퍼]가 필요해.”
“최고 도박사 말이지? 후후, 그게 우리 보나파르트 장군인가? 잠깐, 어떻게?”
샤퍼(Sharper), 그러니까 한 마디로 ‘타짜’를 말한다.
일반적인 승부라면 클레베르 정도의 선수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제한 시간은 3개월이고, 이 도박 같은 전쟁에서 완승을 거들 장군은 혁명기에도 그리 많지 않다.
나폴레옹, 오슈, 혹은 모로나 마세나 혹은 장 란 정도일까?
유진은 이 도박판을 나폴레옹의 판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감탄해 고개를 주억거리던 이폴리트가 문득 눈을 크게 떴다.
“어, 근데 보나파르트 장군은 마르세유에 있잖아. 혹시 파리를 움직인다 해도, 시간을 어떻게 맞춰?”
나폴레옹은 아직 공화국의 장군이다.
그것도 정규 부대가 아니라 유진이 살짝, 사기로 만든 우편 특수연대의 여단장일 뿐.
그렇기에 움직이려면 파리의 허가가 필요하다.
방데에서 마르세유까지, 다시 파리까지, 다시 마르세유까지 서신이 오가는 사이 1달은 넘게 지날 것이다.
그러나 유진은 자신만만하게 충혈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우편 특수중대가 일해줘야지. 특히 이 작전도가 탈취되지 않도록, 외곽을 돌아서 가야 해.”
“시간 맞추기가 빠듯하겠군.”
“상관없어, 나폴레옹 장군 같은 도박사라면, 파리의 회신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일 거야. 다만.”
항상 도박 설계에는 ‘스페어’가 필요하다.
준비해둔 비장의 카드가 실패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전쟁에서는 이런 카드를 보통 [예비대]라고 한다.
유진은 항상 부적처럼 갖고 다니는, 트럼프 카드 한 장을 꺼내들며 말했다.
“우리 쪽도 조커 카드 한 장은 있어야지. 마르소가 이번엔 활약해 줘야 해.”
조커,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변덕쟁이 카드다.
***
그럼, 왜 마르소가 유진의 조커일까?
-〈왕당파 군대가 몰려오고 있어요. 우리 집안도 귀족이지만, 너무 무서워요. 혹시, 파리로 가도 될까요? 일단, 가족과 함께 피할게요.〉
유진 우편 특수중대의 부지휘관, 소령 마르소는 자신의 막사에서 편지를 보고 있었다.
“안젤리크.”
안젤리크 드 메슬리.
아주 어린 시절 만났고, 서로 호감을 품었던 소녀다.
파리로 유학가게 된 이후에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누나에게 그랬듯이 서신으로 소통해 왔다.
그런데 마르소의 누나, 에미라를 통해 편지가 왔다.
그러니까, 이 편지는 사실 마르세유로 온 게 아니다.
파리에 있는 누나 에미라에게 안젤리크가 위험하다며 알려준 편지다.
그때까지는 아마 파리로 편지를 보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방데에 급한 마음으로 유진과 함께 왔을 때, 이미 방데는 지옥이었다.
소식은 당연히 알 수 없었고, 찾는다 해도 전장이 된 방데에서 혼자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특수 중대와 함께 온 것은 틀린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안젤리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때다.
불쑥, 막사 안으로 유진의 부관, 이폴리트 샤를이 들어왔다.
“어, 마르소. 쉬고 있었어요? 유진이 좀 물어보라고 해서.”
“응? 아냐. 작전도를 보고 있었지. 클레베르 장군의 작전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 포화, 압박, 행군. 모두 정석 그대로야.”
“이야, 유진이 말한 거랑 똑같네요! 혹시 같은 학교 나왔어요?”
편지를 슬쩍 숨기며, 마르소가 피식 웃었다.
“나야 원래 군인이었다고. 유진은 타고난 거겠지. 눈을 뜨고 태어났달까?”
원래 용기병 지망생이었던 마르소다.
법률학교가 지겨워 군에 입대했다가, 오슈와 만났고 혁명을 맞이했다.
사관생도 출신은 아니지만 군에 대해서는 조금은 안다.
반면 유진은 모든 게 난생 처음일 텐데도 선명한 시야로 사태를 보며, 결단한다.
심지어 방데와 같은 이런 혼란스런 전장조차도.
마르소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조차도 안젤리크에 대한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기만 하다.
반면, 오히려 유진을 믿어서 마음이 편한 이폴리트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냥 도박 자질만 타고 난 거 같은데. 뭘 다 찍으면 그게 다 맞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나도 따라다니게 된 거긴 하지만.”
“후후,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확실성이란 얼마나 눈부신가? 한데 왜 뭘 물어보라고 온 거지?”
“아, 유진이 이 작전도 괜찮냐고 최종 확인해달라고 해서요.”
문득 유진이 건넨 작전도를 보다 마르소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호오, 낭트로 이렇게 유인한단 말이지. 확실히 유진은 놀랍군. 뭘 배운 것도 없을 텐데.”
작전도는 간명하다.
혁명군은 아예 모든 전력을 숄레로 집중시킨다.
실로 대놓고 낭트를 보이도록 비우는 것이다.
나아가 숄레 후방으로 왕당파 잔여군이 탈출할 수 있도록, 배후지도 아예 비워둔다.
반군 입장에서는 알아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미끼다.
왜?
그대로 간다면 일단 최소한 숄레는 점령되고 말 테니까.
라 로셸을 포기하고 숄레를 지킨다?
그건 반군의 미래를 상실하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낭트로 가는 길은 완전히 비우는 것이다.
숄레의 배후지, 방데 동부 지역을 비우는 작전도를 살피다, 문득 마르소가 한숨을 쉬었다.
“동부라. 이 지역 어딘가에 안젤리크가 있을 텐데. 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뭘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야 안젤리크가 어디로 피난을 갔을지 아니겠나?
이폴리트가 입맛을 다시다 물었다.
“꼭 찾았음 좋겠는데.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서는 뭐래요? 마르소.”
마르소는 씁쓸히 미소짓다 답했다.
“숄레를 왕당파가 점령할 상황이라 피한다는 소식이었지. 아마, 마지막으로 전달된 우편일 거야. 이곳에서는.”
그나마 마르세유로 직접 온 편지도 아니다.
거기까지는 우편부가 갈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툴롱을 점령하자마자 달려왔을 것을.
문득 옆에서 마르소의 얼굴을 보다 이폴리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 우리는 마르소 애인 찾으러 온 건데, 일이 엄청 커져 버렸네요. 유진, 이 녀석 정말.”
“아니, 올바른 판단이야.”
“왜요? 이렇게 바빠서야 언제 안젤리크를 찾아요?”
마르소는 이 점에는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안젤리크는 아마, 동부로 피신했을 거야. 지역 위치상 그게 더 안전하거든. 서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차라리 낫지. 게다가, 여길 안정화 시키지 못하면 어차피 안젤리크를 찾기는 어려워.”
그 말은 마르소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차피 전쟁터가 된 방데다.
홀로 열심히 안젤리크를 찾는다 해서 찾아질 리가 없다.
차라리 유진이 하는 것처럼, 라 로셸 연대로 수색하면서 전쟁 자체를 끝내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마음은 격랑이 인다.
감정이 요동쳐 참기 힘들 정도다.
이를 막물고 있을 찰나, 문득 이폴리트의 말에 마르소가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이 작전도는 어때요?”
“음. 작전도? 뭐, 나도 나름 군인이라고? 게다가 보나파르트 장군에게 유진만 배운 건 아니야. 이 작전도를 보니 생각나는 게 있긴 하군.”
“예? 뭘 가르친 게 있나? 뭔데요?”
심호흡을 하며, 마르소는 자신이 보았던 나폴레옹의 전법을 떠올렸다.
“전력의 집중, 적의 방심을 찌르는 기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력.”
툴롱은 나폴레옹에게도 일종의 ‘데뷔전’이다.
그 전에도 코르시카에서 전투를 벌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된 전쟁은 툴롱이 처음이다.
작가의 모든 첫 작품이 그렇듯, 장군의 첫 전투에도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향후 그 장군이 치르게 될 전쟁의 기초다.
툴롱에서 나폴레옹은 3가지를 보여주었다.
군대를 분산시키지 않고 집중하며, 적은 기습으로 분산시키고, 마지막으로 화력을 쏟아 붓는다.
순서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나폴레옹이 후일 원역사에서 늘 선보였던 전법이다.
마르소도 그 점을 눈여겨 본 것이다.
“그게 보나파르트 장군이 군을 움직이는 비법이야.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이게 요체인 것도 맞지.”
“오, 그럼 그 수순으로 격파하면 되겠군요!”
“얘기했듯, 그렇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나파르트 장군처럼 기민한 사람만이 잘할 수 있는 전법이야. 다만.”
문득 마르소가 막사 한쪽, 세워진 총을 보며 말했다.
“이 경우에는 적들이 아무리 수가 많고, 위세가 좋아도, 농민이란 걸 이용해야겠지.”
“무슨 차이가 있는데요?”
“농민병은 앞에서 싸울 때는 아주 용감해.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하면, 쉽게 흩어지지.”
반군은 용감하고, 신앙으로 단결했으며, 숫자가 많다.
비록 유진이 팜플렛을 뿌린다 해도, 흔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직접 부딪쳐야만 깰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적의 사기다.
그런데, 본래 오를레앙 공작의 영지, 농촌 지역 샤르트르 출신인 마르소만 아는 게 있다.
도시 출신인 유진이 알 리 없는 지점이다.
바로 농민의 성격이다.
용맹하지만, 지속력이 부족하고, 또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 쉽게 흩어진다.
그게 농민병의 특징이다.
총을 보면서, 마르소가 눈을 번뜩였다.
“마침, 적합한 병종이 우리에게 있어. 딱, 한 번만 가능하겠지만.”
감정의 격랑이 심하고, 그럼에도 할 일은 최선을 다하며, 위기에 강한 남자.
그게 바로 마르소다.
유진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카드, [조커]로 본 이유다.
***
하지만 조커는 조커일 뿐, 카드에서 제일 센 것은 역시 [에이스]다.
“어디, 이게 새로 방데에서 만들어진 우편 체계의 효과인가?”
나폴레옹은 간만에 유진에게서 온 서신을 들며 웃었다.
방데에서 마르세유까지 약 900킬로미터.
실로 하루에 80킬로미터를 기마로 주파하는 강행군으로도 2주 가까이 걸린 여정이다.
중세의 전령이나 해냈을 돌파를 해낸 남자, 루이 투르네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
“그냥 제가 열심히 뛴 덕분입니다. 장군님.”
“그게 그거 아닌가. 어차피 우편배달부가 잘 뛰어야 편지가 전해지지.”
“적들이 점령한 지대 사이를 우회 돌파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꼭 장군께서 보셔야 한다고 유진 소령이 말하더군요.”
문득 투르네가 서신이 아닌, 이상한 종이 한 장을 꾸깃거리며 양말에서 꺼냈다.
“그래? 그냥 소식이 아닌가? 어, 이건?”
냄새가 나지만, 나폴레옹은 지독한 냄새도 잘 견디는 남자다.
워낙 가난한 사관생도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기름종이에 싼 도면을 받아든 나폴레옹이 입가를 비틀었다.
“작전도군.”
그 옆에서 쥐노가 흘깃 보다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위험한 작전을 펼치는 것 같은데요? 이거 유인 맞죠?”
“그래, 쥐노. 내 최정예 부대를 데려가서,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는군. 우리 소년 도박꾼이 말이야.”
“이렇게 작전도까지 보낸 걸 보면 자신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이유로 작전도를 보낼 것 같진 않은데. 응?”
작전도 뒤에 적힌 글자가 있었다.
아직 필기체가 서툰, 아이의 손으로 쓰여진 글씨.
보케르의 만찬.
그 글자를 보다 나폴레옹이 눈을 크게 떴다.
“보케르의 만찬이라. 흠.”
문득 나폴레옹이 날카로운 눈으로 투르네를 보며 물었다.
“혹시 이 편지를 빼앗길까, 그걸 염려했던 거군. 흥, 작전도는 생각 못했나? 역시 아직 어려서 철저하진 못하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군님?”
“투르네 상사. 자네 상관인 보아르네가 다른 전할 말은 없다고 했나?”
눈을 깜박이던 투르네가 입맛을 다시다 말했다.
“그, 글쎄요. 아, 낭트의 풍경이 멋지니, 장군과 함께 만찬을 즐기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나폴레옹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유진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방데가 썩 좋은 전장은 아니란 거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도박꾼 유진이 부른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폴레옹이야말로 전장에서는 진짜 도박사다.
“이렇게 날 초대하나. 진창으로.”
“장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쥐노, 받아써. 마르세유 우편 연대가 낭트 공방전에 참전을 원한다. 수신인은 오귀스트 로베스피에르. 수신 장소는 파리다.”
나폴레옹이 씩 웃으며 쥐노에게 명했다.
“지금, 우리 소년기수가 내게 초대장을 보낸 거야. 조금 자신이 없었나 보군.”
물론 실은 유진은 일부러 판을 만든 것이다.
오직 나폴레옹을 부각시키기 위한 판.
또한 이 방데를 근본적으로 구하기 위한 판이다.
거기까지는 몰라도, 작전도를 보며 나폴레옹은 확신했다.
어디서, 무엇을, 누가 공격하면 이 판을 끝낼 수 있을지를.
나폴레옹이 코트를 걸치며 외쳤다.
“어디, 내란을 끝내러 가볼까? 파리에서 소식이 오기 전에, 출진한다!”
이 순간, 방데 전장에 나폴레옹의 참전이 결정되었다.
판을 끝낼 종결자가 900킬로미터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