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83)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83화(484/547)
(483) 자코뱅이 파리에서 봉기한다
바야흐로 혁명을 꿈꾸는 자들이 움직일 때가 왔다.
“배고파! 빵을 줘! 지금, 영국 해군이 모든 물자를 가로막고 있어!”
파리 곳곳은 난리 법석이다.
본래 나폴레옹 집권 이후, 파리는 굶주림을 겪어본 적이 없다.
또한 프랑스는 영국의 5배는 되는 본토를 지니고 있고, 온난한 기후와 광활환 경작지를 보유해, 매년 막대한 밀을 생산하는 농업국가다.
허나 사람이 기본 식량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법.
이른바 고급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흰 빵의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유는 이집트로부터 와야 할 밀이 끊겨버린 탓이다.
보통은 호밀빵으로 버티면 되었겠지만, 10여년 간 풍족한 식단에 익숙해진 파리 시민들은 화가 났다.
카페와 광장 곳곳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드높다.
“대체 황제는 뭘 하는 거야?”
“전쟁만 알지, 국가 통치는 엉망이야!”
“차라리, 로베스피에르가 나았어!”
만약 황제가 파리에 있었다면, 민심이 이 정도로 동요하진 않을 것이다.
허나 동쪽의 러시아를 정복하러 간다고 사라진 황제는 1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한데 흰 빵을 전부가 먹을 수 없는 게 아니다.
분명 부유층, 이른바 상급 부르주아라 불리는 부호들은 영국의 해상 봉쇄가 펼쳐져도, 상관없이 살아간다.
이 격차가 시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로베스피에르 때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나?”
그럼에도 이런 소리는 너무 과격해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저 사람 누구야?”
“어, 옛날에, 나 어릴 때 거리에서 선동하던 사람인데.”
“아, 누군지 알겠군!”
아직 혁명 초기를 기억하는 30대 남자가 소리쳤다.
“평등파, 바뵈프다!”
그러나 이 시대는 30대면 청년이라기보다 사실 장년에 가깝게 여겨지는 19세기 초다.
그런데 장년에 달한 사람이 어린 시절에나 보았던 정치인이라면, 옛날 사람이란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대혁명 자체가 벌써 옛날 일로 여겨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날 사람, 그러나 나름 하원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구시대 혁명가 바뵈프가 방돔 광장에서 외쳤다.
“지금 이 나라에는 황제가 있고, 귀족이 있소. 엄연히 혁명이 있었던 나라임에도!”
“아니, 그거야 투표로 뽑은 황제고, 작위는 명예직 아뇨?”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부왕은 어떤가? 부왕의 부인은 어떤가?”
반문하는 시민을 향해 바뵈프는 코웃음을 치며 호통치듯 외쳤다.
“구왕실 부르봉의 공주와 그 남편! 옆나라 에스파냐의 왕위를 차지했고, 프랑스의 막대한 돈을 쓰고 있는 왕족들! 이게, 과연 진정으로 평등한 나라인가!”
옛날,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과격 발언을 하는 연사들이 시민들을 향해 자기 주장을 펼치던 시절.
허나 20년이 넘도록, 실은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때부터 이미 볼 수 없었던 상황이 처음으로, 파리에 펼쳐지고 있었다.
바뵈프는 홀린 듯 보는 시민들을 향해 고했다.
“그자들은 지금도 흰빵과 고기를 먹소!”
“어, 그건 우리도 가끔.”
“매일 먹는단 말이오. 영국인들이 바다를 봉쇄해, 물자가 끊겨 버린 이 시국에! 나아가, 라인과 헝가리, 프로이센이 우리를 공격해 오고 있는 이 마당에!”
그 순간, 바뵈프를 향해 누군가 지팡이를 짚으며 나섰다.
“잠깐, 뭐라고 했소? 바뵈프? 누가, 우리를 공격해 온다고?”
한 눈에도 부유한 계층으로 보이는 신사를 돌아보다, 바뵈프가 히죽 웃었다.
“오, 페레고. 나의 부자 친구여. 모두가 굶고 있을 때도 어찌나 잘 먹었는지 피둥피둥하구려!”
“그건 중요하지 않소! 누가, 프랑스를 공격한단 말이오? 영국이 아니라?”
“하하하! 프랑스 은행 이사회에서는 아무 얘기도 없던가?”
바뵈프는 프랑스 중앙은행 이사, 페레고를 노려보며 고함쳤다.
“지금, 헝가리의 카를 국왕과 프로이센의 신임 카이저 빌헬름 1세가 연합군으로 쳐들어오고 있소! 나아가, 바이에른 왕국은 프랑스를 버렸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물론 흰 빵을 먹지 못하는 것은 불만스럽다.
허나 강고한 지배체제를 구축한 제정에 들고 일어나 항의할 정도는 아니다.
한데 황제가 대육군을 끌고 나아가 동쪽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적국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온다?
“황제가 없잖아, 지금.”
“부왕도 없다고. 심지어 에스파냐에도 안 머물러.”
“그러면, 파리를 지키는 게 고작 10살도 안 된 애란 말이야?”
물론 그런 평가는 너무 가혹한 얘기일 것이다.
어쨌거나 시민들이 10살도 안 된 애라고 부르는 샤를 나폴레옹은 어디까지나 잠정 후계자일 뿐이다.
이 파리와 프랑스는 수도방위 사령관 세뤼르에의 지휘 아래, 80만 예비군이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황제도, 부왕도, 그랑다르메와 오원수도 없다는 현실이 시민들을 사로잡았다.
바뵈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팔을 휘저으며 힘차게 외쳤다.
“이 위태로운 시국, 굶어 죽기 전에 시민들이 어떻게든 해야 하오!”
한때 거리를 폭동으로 물들게 만들었던 남자, 바뵈프의 선동이 바야흐로 파리를 휘어잡았다.
***
물론 바뵈프가 구시대 혁명가라 생각하는 것은 시민만이 아니다.
“누가 지금 떠들고 다닌다고? 바뵈프?”
치안군 사령관이자, 경찰청장 겸 비밀경찰 총국장, 사바리가 낯을 찌푸리며 물었다.
바뵈프, 분명 위험 분자다.
어쩌면 예전 에스파냐 왕실이 통째로 날아간 폭사 현장의 배후에 바뵈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과격한 언사나 일삼는 한물 간 정치인이 아닌가?
오히려 러시아 원정을 혁명전쟁으로 규정하여, 명분을 쌓아준 점도 있다.
그런데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불만을 광장에서 떠들고 다니는 모양이다.
보고자, 비밀경찰 부국장 피에르 뒤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바리 청장 각하.”
“어처구니가 없군. 황제 폐하가 외정을 나가 싸우고 계신 마당에, 그런 반역 행위라니.”
“잡아들일까요?”
본래 원역사라면, 이맘 때쯤 이른바 ’반도전쟁‘에서 자신과 함께 고생할 뒤퐁을 보며, 사바리가 혀를 찼다.
“피에르 뒤퐁 장군, 자네 같으면 입만 산 작자를 잡아서 민심을 더 악화시키겠나?”
물론 그렇지 않다.
반정부 인사를 투옥시키는 일은 독재정권에서 흔히 있다.
그러나 나폴레옹 제정은 엉뚱하게도 [시민제정]을 외양으로 내세운 탓에, 반체제 인사에게 꽤 관용적인 편이다.
심지어 원역사에서도 주로 추방할 뿐, 감옥에 가두는 일이 드물 정도니까.
뒤퐁이 입맛을 다시다 물었다.
“그럼, 내버려 둡니까?”
“아니, 그럴 수야 없지. 암살자를 써야겠어.”
“예? 암살이라뇨. 그게 더 위험한 것 같습니다만.”
사바리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노상강도가 찔러 죽이면, 그게 우리가 보낸 사람인지 알 게 뭔가? 적당한 범죄자를 알아봐. 로슈자클랭 휘하에 비독이란 자가 있다던데, 그자가 전문가라고 했지?”
물론 외양이 관용적이라는 거지, 원역사든 지금이든 비밀경찰이 가혹한 것은 똑같다.
본래 원역사에서는 아예 앙기앵 공작을 죽여 버리는 남자, 사바리는 더욱 그렇다.
잠시, 머뭇거리던 뒤퐁이 거수경례를 취했다.
“한 번, 접촉해 보겠습니다. 다만 쉬르테는 지금 전부 러시아 원정 때문에 국외로 나가 있는 상태라.”
그런데 두 경찰당국 장군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
밖에서 거센 함성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가보겠습니다.”
“잠깐, 나가지 말고.”
냉혹하지만 신중한 남자, 사바리가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보았다.
-덜컹!
그 순간, 사바리는 전에 없이 당혹해 버렸다.
“뭐야, 이거.”
이곳은 시테섬, 프랑스군 총사령부와 치안군 사령부가 있는 섬이다.
한때는 혁명에 반하는 이들을 가두는 장소기도 했다.
때문에 감히 보통 시민들이 다가오지 못하는 장소다.
그런데, 지금 가히 십만 단위의 군중이 어느새 몰려와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시, 시테섬이 포위됐습니다!”
“대체, 언제 이렇게 폭도들이 빠르게.”
“단순한 폭도가 아닙니다!”
나름 이탈리아 원정에도 참여했던 남자, 뒤퐁이 군중을 가리키며 외쳤다.
“보십시오. 모두 무장 상태입니다!”
모두 하나같이 총검이 장착된 총기를 들고 있는 게 보인다.
대체 어디서 총이 나서, 군중이 무장하게 되었을까?
순간, 사바리가 눈을 부릅떴다.
“저놈들, 국민위병이야.”
“예? 그건 이미 해체된 지 오래된 조직 아닙니까?”
“총기 전부를 수거하진 못했어. 이번 원정이 끝나고 좀 조용해지면 손을 쓰려 했는데, 이런 빌어먹을!”
과거, 라파예트가 지휘하던 국민예비군.
한때 혁명의 기수처럼 여겨지며 치안을 도맡고, 때로 학살을 하던 병사들.
또한, 무엇보다 자코뱅의 전위였던 이들이다.
“하지만 국민위병이 바뵈프 따위를 따를 리가 없는데, 대체 누가 움직인 거지?”
사바리는 도저히 누가 움직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사실 유진이 돌아왔다 해도, 몰랐을 것이다.
-척!
시테섬 외곽, 배에서 내린 장군복 옷차림의 남자를 향해 장교가 달려와 외쳤다.
“전임, 파리 국민위병대 제13연대 소속, 피에르 바스트 대위! 뒤무리에 장군을 뵙습니다!”
물론 그 지위는 둘 다 옛날의 것이다.
사실 군복부터 혁명기의 것이라, 꽤나 낡아 보인다.
잠시 감회에 젖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장군, 뒤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대위. 시테 섬은 완전 봉쇄되었겠지?”
“물론입니다. 전 본래 해군 출신으로, 수상포위 전문가입니다! 옛날 이탈리아 원정 때는 가르다 호수를 건넌 적도 있습니다!”
“알겠네.”
역시, 본래 원역사에서는 반도전쟁에서 개고생을 해야 할, 바스트 대위가 사라지자 뒤무리에는 함께 온 또 다른 남자를 돌아보았다.
“이제, 돌이킬 수 없소. 무슈 시에예스.”
그러니까 시에예스가 이 군중을 조직한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물론 군사전문가가 아닌 시에예스는 이렇게 빠른 진격과 포위를 행할 수 없다.
반면에 한때 플랑드르에서 활약했던 뒤무리에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시에예스가 지팡이를 짚고 내려서다 어깨를 으쓱였다.
“나폴레옹이 러시아에서 패배했다면 더욱 완벽했겠지.”
“영국 이방인국 말로는 멀쩡히 살아있다더군. 부상 하나 없이.”
“소문에 따르면 중병을 앓아서 못 온다고 하던데, 헛소문이었나. 쯧.”
아주 아쉬운 얼굴로 혀를 차다, 시에예스가 입가를 틀며 웃었다.
“그렇다 해도, 파리를 장악하면, 프랑스를 장악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뒤무리에. 혁명 때 그랬듯이.”
과거, 대혁명을 만들어냈던 장본인 중 하나.
제3신분론의 제창자.
그러나 나폴레옹의 시대를 맞이해 추락했던 원로, 시에예스가 시테섬 밖을 보았다.
“다시, 혁명의 시대가 왔군.”
그곳에, 들끓는 파리가 있었다.
“평등한 세상을 이룹시다, 시민 동지들이여!”
바뵈프의 선동과 함께, 자코뱅이 다시 돌아왔다.
나폴레옹도, 유진도 없는 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