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8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86화(487/547)
(486) 나폴레옹이 농노해방령을 선포하다
결국, 러시아 대원정이 성공으로 기록되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농노를 해방시키는 건가?”
“사실, 그거야 러시아가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러시아를 분열시키는 거지.”
“파벨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 어떻게?”
에스파냐 국왕 수석비서관, 이폴리트가 붕대에 감긴 팔을 휘젓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지난 보로디노 전투는 유진과 그 최측근에게도 꽤 험악한 전투였다.
일단 러시아 제국군 자체가 프랑스군이 경험해본 적 없는 유형의 병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장 포탄이 날아오는데도 전진하는 병사가 아닌가.
때문에 유진도 소모전을 피할 수 없었고, 이폴리트도 동행 도중에 부상을 입은 것이다.
물론 유진은 이폴리트의 부상에 대해 전혀 죄책감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이폴리트는 원역사에서는 조세핀의 인생을 망친 원죄가 있으니까.
겨울궁전 홀을 둘러보던 유진이 낮게 웃었다.
“나라를 분할시키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있어. 그중 하나가 농노해방령이야.”
재상 로스토프친의 목청이 드높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입니까. 농노를 해방하다니!”
농노, 곧 노예는 아니지만 농토에 얽매여 살아가는 이들.
본래 중세 시대에 탄생했지만, 유럽 대륙이 개화됨에 따라 사라진 계급이다.
허나 아직도 중세나 마찬가지인 동토의 땅, 러시아에는 여전히 농노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러시아 제국 인구 중 30프로 이상이 농노다.
어차피 인구 집계가 부정확한 러시아니, 통계에 따라서는 40프로에 육박한다는 추정도 있다.
한데 농노의 숫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대토지 소유자, 그러니까 귀족들이 많은 농노를 노예처럼 부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농노해방령은 대귀족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해방령을 반대하는 이들만 있을까?
“아니, 농노해방은 파벨 폐하의 오래된 희망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소. 게다가 19세기에 농노라니!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까?”
“사실, 돌아가신 알렉산드르 폐하, 아니 반역자도 이 점에서는 동의할 겁니다!”
노보실체프, 차르토리스키, 코추베이.
모두 알렉산드르의 최측근이었던 이들이다.
당시 전장에서 죽은 스트로가노프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놀랍게도 파벨의 궁정에 합류했다.
차르 파벨이 제정신이 아닌 점도 있었지만, 결국 프랑스가 용인한 탓이다.
왜?
당연히 지금처럼 차르 궁정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세우게 하기 위해서다.
신흥귀족집단.
영국, 그리고 프랑스와 무역을 하며 세력을 키운 귀족들이다.
무역업이 주된 재화 획득원인 이들은 상대적으로 농노의 필요성이 낮다.
당연히 그들도 귀족이라, 농노가 있으면 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농노가 사라지면 무능한 대귀족들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신흥귀족들이 올라가는 게 더욱 쉬워진다.
원역사 알렉산드르의 치세에서 노보실체프를 필두로 하는 신흥 관료들이 농노 해방을 일부 추진하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결국 실패하긴 했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에스파냐 국왕.”
문득 황후가 유진에게 말을 걸어오자, 유진이 우아한 태도로 답했다.
“본래 농노해방은 차르 폐하의 오래된 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아시고 계세요! 선제 폐하 때 이미, 농노개혁을 실시하다 오히려 반란만 겪었던 바입니다.”
“벌써 50년 전 얘기로군요. 황후 폐하, 지금은 19세기입니다. 또한.”
선제, 예카테리나는 이른바 푸가초프 반란을 겪었다.
그런데 일견 탄압으로만 생각되는 푸가초프 반란의 배경에는 예카테리나의 유화적 정책이 숨어 있다.
예카테리나는 집권 초기, 독일 출신 귀족들과 함께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시대에 뒤쳐진 농노제의 [완화] 시책도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 제국의 귀족들 사이에서 반발이 발생했다.
이 반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카자크 족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결국 농노제 완화는 역풍을 맞이했고, 예카테리나는 더욱 강화된 농노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진은 역사적 상황을 알면서도, 무시하며 ‘올바른’ 말을 했다.
“프랑스 제국은 이 땅에 해방자로 왔습니다. 카자크를 해방하고, 반역자로부터 차르 폐하를 해방하고, 이제 토지에 얽매인 농노들을 해방하고자 합니다.”
말만 한다고 해방이 된다면, 프랑스 대혁명은 기요틴 없이 성공했을 것이다.
황후 마리아 표도르브나는 이를 악물었다.
차르 파벨이 제정신이 아니고, 장성한 아들 콘스탄틴은 유약하며, 믿을 장군들이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제국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무도한 요구마저 받아들여야 할까?
“협박인가요?”
“창밖을 보십시오.”
“뭐라구요?”
일순, 유진이 창을 활짝 열었다.
-와아아!
겨울궁전 밖, 광장에 무수한 농민들이 몰려든 채 환호하고 있었다.
“차르 폐하 만세!”
“우리가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아도 된대! 정말이야?”
“세금도 줄여준다는군! 이제 겨울에도 굶어 죽지 않겠어!”
황후가 눈을 부릅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언제 농노들이!”
당연히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은 농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해방령까지 소문을 듣고 나타났다면, 동원된 자들이 확실하다.
러시아 제국 정부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누가 저들을 동원했을까?
유진은 뻔뻔한 얼굴로 황후에게 고했다.
“이미, 소문은 퍼지고 있습니다. 아마 겨울이 지나기 전에, 러시아 전역에 퍼질 겁니다.”
“미쳤군요. 농노를 해방시킨다는 건, 러시아에서 귀족을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에요!”
“도이치 출신이면서 참 잘 아시는군요. 하지만 하나는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유진이 황후를 정시했다.
“귀족들은 차르 폐하를 더욱, 두려워합니다. 농노해방보다.”
그러니 차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거래는 성립한다.
***
그럼, 차르를 무력화 시키면서도, 귀족을 만족시킬 해법은 뭘까?
“방금, [두마]를 다시 창설한다고 하셨습니까?”
어제, 황궁에서 농노해방령을 반대하던 선두주자, 로스토프친이 펄쩍 뛰었다.
두마, 어쩐지 뒤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발음이지만, 실은 [의회]란 뜻이다.
아직 러시아가 제국을 자칭하기 전, 러시아의 군주는 귀족들에 의해 옹립된 자였다.
하여 귀족의회인 두마를 운영했는데, 표트르 대제가 차르를 자칭하면서 해산되었다.
그런데 지금 프랑스의 부왕이자 에스파냐의 국왕인 유진이 두마 부활을 제안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로스토프친 재상. 표트르 대제 이후 사라진 두마의 부활입니다.”
“하지만 황제는 없애겠다구요?”
“정확히 말하면 황태자가 없을 거라는 거요. 이 러시아에는 왕과 대공, 그리고 두마만이 있으면 족할 테니까.”
유진은 묘하게 웃으며 일렀다.
“농노가 사라지는 대신, 조세를 영주가 직접 걷는 체제가 도입되는 거요. 새로이 만들어지는 ‘국가’ 두마에서 이 문제를 의결할 거고.”
원역사에서 두마는 러시아 혁명기에나 부활한다.
이후 소비에트 혁명으로 인해 사라졌다가, 다시 민주화 시대에 와서야 재설치된다.
그러니 유진의 제안은 그야말로 백 년은 앞서는 셈이다.
그때 로스토프친이 유진을 향해 말했다.
“그러면 러시아인들은 프랑스를 증오할 수도 있습니다.”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
“아닐 수가 있습니까! 멀쩡한 대제국을, 그야말로 분할 하겠다는데!”
“국가 두마가 탄생한 이후, 러시아가 제국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귀족이 몇이나 될까요?”
문득 유진이 겨울궁전, 심처를 가리키며 물었다.
“차르가 언제든 당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는 나라, 정말 원합니까?”
저 심처에는 분노와 광증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차르가 있다.
미친 군주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러시아에는 이미 선례가 존재한다.
아들을 죽인 군주, 이반 4세다.
그러고 보니 차르 파벨은 다른 형태지만 아들을 죽였다.
로스토프친의 눈이 심하게 흔들릴 찰나, 유진이 싱긋 웃으며 유혹을 던져왔다.
“대공직을 선사하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제 러시아는 하나의 황제가 아니라, 4명의 왕과 12대공이 지배하는 나라가 될 겁니다.”
낚시꾼 유진은 미끼를 거론하며 로스토프친을 살폈다.
“당연히, 해방자 프랑스 제국과 프랑스 황제에게 친밀한 자가 우선권을 갖는 것. 당연한 일 아닐까요?”
물론 로스토프친만 낚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차르가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황태자가 유진에게 죽은 후로, 러시아의 사실상 구심점은 둘이다.
황후 마리아와 재상 로스토프친이다.
로스토프친을 굴복시키면 자연히 구심점이 사라진다.
문득 로스토프친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얻는 건 뭡니까?”
“폴란드, 카자크, 그리고 핀란드.”
“프랑스가 지배하기에는 너무 먼 영토 아닙니까?”
그러나 유진은 단호히 대꾸했다.
“러시아가 다시 하나가 될 때, 견제하기에는 충분한 영토들이지. 어떻습니까? 우리 제안을 받아들여서, 진정한 지배자가 되겠습니까? 아니면.”
일순, 유진의 시선이 황궁 심처를 다시 향했다.
“다시, 차르의 노예가 될 겁니까?”
프랑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국의 분할도 고깝다.
허나 만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프랑스를 쫓아낸다면, 대안은 있을까?
유약하기 그지없는 콘스탄틴 대공을 제외하면, 황위를 승계할 황족 남자 어른도 없다.
돌아오는 것은 [광황] 파벨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다른 중신들과 대귀족들에게, 전하지요.”
결국, 로스토프친은 두 손을 들었다.
***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아주 빠르게 일이 진행되는 것은 러시아의 역사적 전통이다.
“오늘, 역사적인 러시아 제국 두마 개회식에서, 짐은 선포하겠소.”
러시아 제국 귀족들 중 각 지역의 대표자들이 겨울황궁 홀에 모였다.
아직은 독립 의사당은 없다.
그러나 이번 두마는 결국 러시아 제국의 유일한 대표자가 될 것이다.
왜냐면 차르가 후계자를 남기지 못할 테니까.
순간 귀족들의 시선을 모으며 차르가 천명했다.
“모든 농노가 해방될 것임을!”
차르 파벨의 외침에 개혁파 신흥귀족들이 환호했다.
-와아아!
대귀족들, 성직자들이 서로 쳐다보는 가운데, 파벨은 헛기침을 했다.
“또한! 짐의 친우, 나폴레옹 황제의 제안에 따라 새로운 국가 개편안을 선포하고자 하오.”
손에 들린 개혁안을 보며 파벨의 시선이 떨린다.
도무지 듣고 싶지 않은 제안이다.
그렇지만 이 제안이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정도로, 파벨은 제정신이다.
“짐은, 황태자가, 제국의 후계자가 반역을 일으키는 사태를 맞이했소. 이 사태를, 비극적으로 생각하며, 또한.”
“폐하, 너무 느리오.”
“나, 나폴레옹 폐하. 지, 짐은.”
문득 제안서를 빼앗아 든 ‘황제’ 나폴레옹이 우렁차게 프랑스어로 선언했다.
“대독하지. 향후 러시아 제국은 4명의 왕, 12 대공, 그리고 여러분, 두마 의원들이 통치하는 나라가 될 것이오!”
마지막 말에, 두마의 의원들인 귀족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짝짝짝!
나폴레옹이 농노해방령의 선포자로서, 두마에 우뚝 선 날이었다.
러시아 제국 분할 선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