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8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87화(488/547)
(487) 1810년, 마침내 러시아 제국이 쪼개지다
꼭 차르가 없어져야 나라가 분할되는 것은 아니다.
“나보고, 모스크바 국왕이 되라고?”
파벨의 차남, 콘스탄틴이 지친 눈으로 물었다.
유진은 콘스탄틴을 보며 조금,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러시아 분할 때문은 아니다.
사실은 원역사에서 콘스탄틴이 [친 나폴레옹]으로 유명한 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인은 호구와 비슷한 점이 있다.
콘스탄틴이 그랬는데, 알렉산드르로부터도 괄시받았고, 나폴레옹에게도 무시되었다.
결국 러시아 원정이 시작된 후, 착한 콘스탄틴은 평화협상을 주장했지만 아무도 콘스탄틴의 말을 듣지 않았다.
물론 현재야 평화협상을 주장한 적도 없고, 딱히 친프랑스 인사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허나 타고난 성향이 전쟁을 싫어한다는 건, 처음 본 유진도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하다.
또한 군주위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원역사에서, 아예 러시아 차르 등극조차 거절했던 남자, 콘스탄틴에게 유진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콘스탄틴 대공.”
“별로 달갑지는 않군. 한데, 황태자는 그럼 누가 되는 거지?”
“두마에서 결의한 사안입니다. 러시아 제국의 국체는 유지하되, 현재 차르의 후계자는 정하지 않는다고.”
두마에서 건성으로 들었던 사실을 유진이 확인했다.
“이 제국은 ‘당분간’ 황태자가 없는 제국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차르 파벨이 죽고 난 뒤에는 누가 제위에 등극하게 될까?
콘스탄틴은 최소한 자신이 아니기를 바라는 표정이다.
본래 원역사에서도 콘스탄틴은 제위 승계 상황에 직면한다.
알렉산드르가 멀쩡한 후계자를 남기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폴란드 총독이었던 콘스탄틴은 승계를 거부했고, 결국 파벨의 8번째 자식이자 아들로는 셋째인 니콜라이가 등극한다.
문제는 니콜라이는 늦둥이라 아직 14살이란 거다.
게다가 제국 분할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후계자로 설 수 있을까?
유진이 생각하는 바와 비슷한 문제를 고민했는지, 무거운 얼굴로 콘스탄틴이 되물었다.
“그게 언제까지인가?”
“우선 유럽의 패권이 정해진 다음이죠.”
“지금 프랑스 본국이 반란으로 뒤덮였다고 들었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계속 머물 셈인가? 프랑스군은?”
프랑스 본국의 반란.
쉬르테 지중해 정보망을 통해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전해졌고, 다시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도착한 소식.
그러나 파리가 뒤집어졌다는 소문에도, 나폴레옹과 유진은 여전히 동요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콘스탄틴이 보기에는 이상할 것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
파리가 무너지긴 했지만, 조세핀을 비롯한 황족들은 무사하다는 소식이 입수된 덕이다.
그렇지만 내부 사정까지 설명할 이유가 없어,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대공, 이건 나폴레옹 황제 폐하와 나, 유진 에스파냐왕의 뜻입니다. 또한, 방금 말씀하셨군요. 여전히 프랑스군, 그랑다르메는 멀쩡하다는걸.”
그랑다르메, 유럽을 제패하고 신성로마제국을 꺾고, 프로이센을 짓밟은 구대륙 최강의 군대.
이제 러시아 제국군마저 보로디노에서 꺾은 이들이다.
물론 비전투 기간 동안 불가피한 질병과 탈영 손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허나 19세기 군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충성과 애착으로, 그랑다르메의 본체는 여전히 멀쩡하다.
생존자 25만 중 23만이 여전히 멀쩡히 주둔하고 있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그랑다르메는 러시아의 새로운 [국체]가 성립하기 전까지는 떠나기가 어렵습니다. 차라리 서둘러 뜻을 이뤄주고, 프랑스를 떠나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콘스탄틴은 한숨을 쉬며 되물었다.
“왕은, 나 혼자인가?”
“아니오. 4명입니다.”
“뭐?”
아무래도 두마에서 공표한 정보를 콘스탄틴은 하나도 안 들었던 모양이다.
“블라디미르 왕국의 니콜라이 국왕, 그리고 라잔 왕국의 미하일 국왕이 탄생할 겁니다.”
“라잔 왕국이라니, 거긴 미개척지나 마찬가지인데. 잠깐, 키예프는?”
“키예프와 옛 카자크 땅은 독립 공국 및 왕국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 키예프 대공은 참고로 마세나 리볼리 공작입니다. 러시아에 남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셔도 좋죠.”
키예프, 러시아 역사의 발상지다.
그곳을 러시아인도 아닌 프랑스 원수에게 맡긴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하지만 콘스탄틴은 물론이고, 러시아 귀족 중 그 점을 지적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러시아 중심이 모스크바로 옮겨온 지도 벌써 3백년 이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옮겨온 뒤부터만 따져도 1백 년이다.
이미 키예프는 러시아 귀족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부재영주라고 하니 반발감도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콘스탄틴이 신경쓰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4명이라고 했잖나. 그럼, 1명은 누구지?”
국왕.
차르가 사라지게 될지 모를 러시아에서, 구 러시아인들을 대표하게 될 자들.
로마노프 왕가가 아닌 자가 오른다면 그것만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유진은 기대에 부응하는 답을 내놓았다.
“죽은 황태자, 알렉산드르 찬탈자의 서자인 니콜라이 예프게니예비치니 루카시입니다.”
분명, 로마노프 혈통이긴 하다.
그렇지만 서자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도 결코 후계로 인지 받지 못한다.
콘스탄틴이 입을 쩍 벌리다 부르짖었다.
“아무리, 형님의 적자가 없는 상태라도 서자가 왕이라니!”
“대신, 루카시가 지배할 땅은 시베리아지요.”
“뭐? 시, 시베리아?”
문득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추운 곳에서 왕이 되고 싶으십니까? 그럼,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유진도 이렇게 서자를 왕으로 내세우는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알렉산드르의 후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사실 원역사에서 알렉산드르는 적녀 둘에 서녀 5명과 서자 셋을 남긴다.
한데 그중 현재 시점에 살아 있는 자가 서자 하나에 서녀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황태자비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들이 모두 죽은 상태다.
미처 러시아 제국 가계도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던 유진의 실책이랄까.
허나 알렉산드르에 대한 배려는 황후를 설득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결국, 서자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신 시베리아라는 19세기 기준으로는 문자 그대로 볼모지나 다름없는 땅을 주었다.
유럽 방면의 협력 없이는 단 하나의 개발도 불가능한 대지를.
콘스탄틴도 대충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부들부들 떨다 고함쳤다.
“정말, 그대들 프랑스인들은 잔혹하고, 간교하며, 사악하군!”
어쩌면 친프랑스파의 기수가 될 수도 있었을 신임 국왕을 보다,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에게 그런 말을 듣는 건, 칭찬이라고 하지요. 물론, 우리는 친구입니다만.”
특히 콘스탄틴이 오래 살수록, 러시아 분할은 쉬워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가장 먼저 이 소식을 들어야 할 이들은 당연히 농노들이다.
“들었어, 이반? 새로운 국왕이 섰다는데?”
아직 해방령조차 듣지 못한 농민, 이반은 소문을 물고 온 친구, 표트르를 보다 콧방귀를 뀌었다.
세상이 어지럽다는 건 이반도 안다.
근처 영지에서는 전쟁에 끌려 나간 농노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충 전쟁도 끝난 모양이고, 농노에게는 농사가 더 급하니,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높으신 분들의 사정 따위는 더욱 그렇다.
“국왕이라, 빌어먹을 세금이나 줄여줬음 좋겠는데. 특히 우리 지주인 톨스토이 백작은 너무 사치스러워.”
“농노도 해방한대.”
“뭐?”
농노 표트르가 군침을 삼키며 일렀다.
“우리 농노들을 평민 신분으로 전환 시켜 준다는군.”
톨스토이 백작의 영지, 러시아 남부 툴라 근처의 야스나야 폴랴나.
이곳은 중심부에서 꽤 먼 곳이라 해방령이 닿는 것도 늦었던 것이다.
물론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러시아 서북 끝이란 점도 있지만.
이반은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해방되면 뭐 해? 땅이 있어야지.”
“토지도 분배한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귀족들이 토지를 내놓는다고?”
표트르는 얼마 전, 교회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니, 차르의 사유지를 전부 분배하겠다는 거야!”
이게 바로 나폴레옹식 농노해방의 요체다.
본래 농노해방이 거듭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토지분배 문제였다.
한데 러시아는 토지를 귀족들이 대부분 갖고 있으니, 함부로 토지를 농노에게 줄 수 없었다.
하여 러시아 황제와 측근집단은 농노해방이 이뤄질 때, 농노에게 돈을 주고 토지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그런데 애초에 돈이 있다면 농노가 될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외국의 도시로 도주해 시민으로 살면 그뿐이다.
때문에 농노해방은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 실은 유진은 이 문제를 차르의 재산을 희생시켜 해결했다.
어디까지나 [법적]으로는 말이다.
평소 냉소적인 농노, 이반도 농기구를 던지며 펄쩍 뛰었다.
“성모 마리아 맙소사! 새로운 국왕을 찬양해야겠군. 어, 근데 차르랑 다른 거야? 표트르?”
“다르다는데? 게다가 어린애래.”
“어린애?”
표트르가 입맛을 다시며 대꾸했다.
“니콜라이?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요컨대 이들이 사는 곳은 니콜라이 1세가 다스리는 땅이다.
나이는 고작 14살.
귀족과 평민, 농노의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소년이랄까.
물론, 왕의 나이는 알 바 아닌 이반은 벌떡 일어나 나섰다.
“어린애든 뭐든! 이제 농사는 집어치워! 땅을 받으러 가자!”
“가자! 땅을 받으러!”
“새로운 차르, 아니 국왕 만세!”
농민들이 저마다 외치며 달려 나갈 때였다.
“저, 농노들 막아!”
지주, 니콜라이 일리치 톨스토이 백작의 마름들이 외쳤다.
-탕!
그러자 마름들이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토지의 곳곳에서 일하던 농노들과 평민들이 깜짝 놀라 움츠렸다.
마름의 선두에 선 중간 관리자, 세르게이가 고함쳤다.
“질서를 지켜라! 너희에게 주어진다는 건 모두 거짓이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어. 그럼 위에서 알아서 해준다!”
“개소리! 옛날부터 그랬지. 너희 마름 놈들이 다 빼앗아가고!”
“맞다!”
어느새 성난 농민들의 선두에 선 이반이 농기구를 들며 돌진했다.
“저 마름을 죽여라!”
본래 원역사에서 대문호 톨스토이의 고향인 야스나야 폴랴나.
-퍽!
그곳이 피로 물들고 있었다.
***
상트 페테르부르크 외곽, 예카테리나 여제가 만든 소도시 차르스코예 셀로에서, 이폴리트가 한가로이 보고서를 보다 혀를 찼다.
“정말, 개판이군.”
그야말로 러시아 제국 곳곳이 불길에 휩싸인 상태다.
심지어 아직도 항복하지 않은 베니히센이라 해도, 이 정도 전화를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베니히센의 군대는 사실상 동부에 고립된 채, 1개 연대 단위로 줄어든 상태기도 했지만 말이다.
유진은 러시아 대신, 서유럽 현황을 적시한 로슈자클랭의 보고서를 읽다 답했다.
“이제, 4왕, 12대공, 그리고 귀족 두마가 해결할 문제일 뿐이지.”
“우리는 무사히 돌아갈 수는 있고?”
“그래서 일부러 귀환로 영지에 프랑스와 폴란드 출신을 집중 배정했잖아?”
문득 유진의 시선이 벽에 걸린 지도를 향했다.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던 러시아 제국은 어느새 갈라져 있다.
당장은 명목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자가 분립해 선 이상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귀족, 평민, 농노가 서로 분쟁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쪼개질 것이다.
“시베리아는 사실상 버려지고, 러시아는 전국시대가 될 거다.”
“그럼, 우리가 싸울 상대는?”
“당연히, 하나지.”
유진은 지도 끝, 섬나라를 보았다.
“영국.”
곧, 유럽 대륙으로 다가올 최후의 숙적을 예감하면서.
1810년.
러시아 제국이 분할된 때로 기억될 해.
이제, 유진도 서유럽으로 돌아갈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