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88)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88화(489/547)
(488) 이제 서부로 돌아가자
간만에 아주 좋은 날씨다.
“으흠! 아주 좋은 아침이야. 그대도 그리 생각하지, 마리아?”
차르스코예 셀로, 한때 예카테리나가 애인들과 즐겼던 별궁이 있는 마을.
별궁 중 하나에서 지금 또 다른 황제가 애인과 침대에서 일어난다.
마리아 발레프스카, 폴란드 출신 귀족부인이 나신을 이불로 감싸다 낯을 붉혀다.
어젯밤은 마리아에게도 너무나 뜨거운 밤이었다.
그러나 나폴레옹과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 마리아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폐하께서 좋으시면, 저도 좋습니다.”
“하하하! 그대는 정말 착하군. 만약 짐이 미혼이라면 그대를 이혼시키고 혼인했을지도 모르지.”
“저는 황제 폐하의 반려가 될, 어리석은 욕심을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름 정숙한 귀부인이었던 마리아는 부정을 저지른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또한 황제와 관계를 맺으며 쾌락을 느낀다는 게 더욱 부끄럽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이 마리아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한다.
이 모든 일이 전부 사라진 조국, 폴란드를 위해서란 거다.
“단지, 폐하께서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믿을 뿐입니다.”
눈을 내리깔며 고하는 마리아를 돌아보다 나폴레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리아는 폴란드의 독립만을 요청했다.
반면, 나폴레옹은 마리아의 몸만을 탐했지만.
어째서 저토록 희생적일 수 있을지, 나폴레옹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폴란드가 독립한다고, 그대가 어떤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닌데. 참 이상한 일이군.”
“폐하는, 코르시카가 독립하는 걸 바란 적은 없으신가요?”
“아주 옛날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군. 하지만 짐은 프랑스인이고, 프랑스의 황제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설사, 짐이 패배해 폐위당한다 해도.”
한때 코르시카의 독립운동가였던 남자, 나폴레옹은 확신에 차 단언했다.
“짐은 프랑스의 황제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
마리아는 물끄러미 황제를 보았다.
확실히 마리아도 황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폴란드 독립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원역사에서 유명하게 될 쇼팽의 부친에게 교육받은 마리아다.
조국의 독립은 폴란드인에게는 귀족에서 평민까지 당연한 명제였다.
프랑스는, 대혁명은, 혹은 제국은 조국의 독립마저 무의미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그럼, 이제 봄이 왔으니 ‘본국’으로 돌아가실 때가 됐군요.”
“귀국길에 그대도 고향으로 데려다주지. 또한, 짐의 아들은 ‘루블린’ 공작이 될 거야.”
“예? 하지만, 루블린은 아직 러시아령입니다. 폐하.”
그때 나폴레옹이 마리아에게 다가와 묘하게 웃으며 일렀다.
“이미 바르샤바 대공이 짐을 배신했어. 더 이상 바르샤바 공국은 세상에 존재치 않아. 나아가 카자크의 땅이야 돌려줄 수 없어도 리투아니아의 영토는 모두, 폴란드인이 가져야지.”
순간, 마리아가 가슴이 벅차 벌떡 일어났다.
축복받지 못할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 알렉상드르 조세프.
그 아이가 귀족이 되는 것도 당연히 기쁘다.
하지만 이 순간 마리아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말은 따로 있다.
폴란드인에게, 바르샤바가 돌아온다.
“폐하, 그럼!”
“그래, 폴란드 왕국의 부활이지.”
“감사합니다, 폐하! 모든 폴란드인들이 폐하께 충성과 축복을 보낼 겁니다!”
그 순간 나폴레옹은 음흉하게 웃으며 마리아를 껴안았다.
“짐은 그대의 축복으로 충분하네. 폴란드의 연인이여, 짐의 황후 대신 승리를 축원해주겠나?”
어느새 나폴레옹의 눈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어제, 밤새 괴롭힌 걸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기쁘게 몸을 활짝 열었다.
“예. 기꺼이. 나의 황제 폐하.”
아마도 마지막이 될 사랑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
***
이제 얼음이 사라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항구로 커다란 전함 한 척이 들어섰다.
“휴, 발트해는 정말 적응이 안 되는군. 봄인데, 바다가 왜 이런지.”
스웨덴 왕국기가 펄럭이는 배에서 내린 한 사람 앞에, 경쾌한 프랑스어가 들렸다.
“앞으로 더욱 익숙해지셔야 할 텐데요. 국왕 폐하.”
남자는 시선을 돌리다 피식 웃었다.
자신을 이 머나먼 러시아까지 부른 청년이 보인다.
아니, 따지고 보면 먼 스웨덴으로 백부를 보냈던 조카기도 하다.
무엇보다 상대방도 군주이니, 국가간 외교의 격은 맞춘 셈이다.
스웨덴 국왕 조세프 1세가 마중 나온 에스파냐 국왕 유진의 손을 덥썩 잡았다.
“이런, 에스파냐 국왕 폐하께서 직접 마중 나와 주셨군. 영광이로세.”
“그간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백부님.”
“나야말로 러시아 원정, 아니 [차르 복위전쟁]에 전혀 도움도 못 되었는걸. 그건 그렇고.”
문득 조세프는 주위를 둘러보다 낯을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
“이제 겨우 14살인 줄리와 46세인 베르나도트를 결혼시키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다행히 베르나도트는 함께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핀란드 대공으로 베르나도트를 선임하겠다는 통보는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핀란드가 구 스웨덴 왕국령이긴 했지만, 러시아 제국을 분할하는 일은 프랑스 제국의 마음대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대공, 베르나도트와 조세프의 장녀를 결혼시킨다니 말도 안 된다.
일단 줄리는 아직 14살로 미성년자다.
“베르나도트는 참을성이 많은 남자입니다. 아마 16세가 될 때까진 기다려줄걸요? 구왕조 시절엔 그 나이면 혼인 적령기였죠.”
“그런 문제가 아니잖냐. 게다가 2년 뒤면 베르나도트는 곧 50이야!”
“아니면 핀란드 영토를 아예 돌려받지 못하실 겁니다.”
유진은 부드럽지만 단호히 조세프에게 일렀다.
“백부님 말씀대로, 스웨덴은 이번 전쟁에서 아무런 조력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유진이 이번 혼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원역사에서 줄리는 일찍 죽는다.
한데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은 조세프가 상대적으로 안온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 줄리가 죽어버리기 전에 혼인을 진행해서, 핀란드 대공의 후계자를 낳을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조세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한심스럽군. 좋아. 일단 아내를 설득해보지.”
“따님부터 설득하셔야죠. 물론 베르나도트가 곧 스톡홀름을 방문할 거긴 하지만요.”
“그 소드마스터가 내 딸을 함락시킬 수 있을 거라 보나 보지?”
조세프가 비아냥거리자, 유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베르나도트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백부님. 단지, 지금까지는 야망을 이룰 여자를 찾지 못해 결혼하지 않은 거죠.”
따지고 보면 양사촌인 줄리를 정략혼의 카드로 쓰는 격이다.
허나 유진은 또 다른 이유에서 별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사실 핀란드 대공이 될 베르나도트는 원역사에서 데지레 클라리조차 함락시키는 남자다.
어린 줄리 보나파르트 정도야 구워삶는 게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어쨌든 프랑스 제국이 옹립한 국왕, 조세프는 거부할 힘은 없다.
“뭐, 좋다. 그 문제 때문에만 날 부른 건 아닐 거고. 그래도 일국의 국왕인 나를 직접 부른 이유가 있겠지?”
조세프가 순순히 응낙하는 태도를 보이자, 유진이 본래 조세프를 부른 진짜 이유를 꺼냈다.
“함대를 빌려주시죠.”
“무슨 함대? 설마, 나폴레오네, 아니 황제 폐하가 배를 타고 귀국하는 거냐?”
“설마요. 부황 폐하는 당연히 육로로 귀국합니다. 그랑다르메와 함께.”
유진이 조세프가 타고 온 전함을 눈여겨보며 웃었다.
“해로로 가는 건, 제4군단 뿐입니다.”
아주 간단한 듯 말했지만, 제4군단도 최소한 3만 이상이다.
또한 해로로 간다는 건, 발트해와 북해라는 험한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뜻이다.
허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조세프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외쳤다.
“미친 짓이다. 영국이 만약 막는다면? 스웨덴 함대만으로는 못 막아.”
“스웨덴 함대만 움직인다고 하진 않았어요. 러시아도 발트 함대라는 게 아직 남아 있더군요. 해체될 제국에 필요 없는 함선들도 함께. 아, 우샤코프 제독이란 명장도 있구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펄펄 뛰며 조세프는 유진을 말렸다.
“유진,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영국 해군은 정말로 막강하다. 스웨덴 함대는 영국 해군의 일개 분견대에도 저항할 수 없어!”
비하가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다.
나름 외교관 생활을 한 조세프는 영국 해군의 저력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 제국 함대마저 사실상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넬슨을 죽인 킬러, 유진은 태연했다.
“함대 하나가 더 합류한다면 돌파는 가능해요.”
“누가? 프랑스 대서양 함대는 지금 반파 상태인데? 지중해 함대라도 여기까지 끌고 올 거냐?”
“그럴 여유가 있었다면 에스파냐 함대를 불렀겠죠? 덴마크입니다.”
문득 유진이 묘하게 웃었다.
“프레데리크 국왕이 왕세자 시절, 중립을 존중해주는 약속을 한 적이 있죠. 이제, 그 대가를 받을 시간이거든요.”
물론 정작 프레데리크 국왕이 듣는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어쨌거나 해군을 보낸다는 약속을 한 적은 없으니까.
그러나 프레데리크 국왕은 원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완전히 항복할 때까지도 친프랑스 정책을 펼친다.
특히 지금은 넬슨의 코펜하겐 공격이 없었던 시대라, 덴마크 함대가 멀쩡하다는 장점도 있다.
조세프는 머리를 굴려보다,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위험은 있다. 유진.”
그러나 유진은 아주 간명히 대꾸했다.
“위험을 회피하는 게, 제가 가장 잘하는 도박이에요. 백부님.”
지금까지 모든 전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유진은 유럽 최고의 도박사다.
***
명마, 마렝고가 울음을 토한다.
-잇히이이잉!
이집트 원정에서 유진이 획득해, 나폴레옹에게 선사한 말이다.
이곳, 러시아 원정까지 따라왔고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귀환길에도 나폴레옹은 마렝고를 타기로 정한 것이다.
문득, 마렝고 위에서 나폴레옹이 환송 나온 유진을 돌아보았다.
“유진, 정말로 함께 가지 않을 거냐?”
“이게 영국과 프로이센, 그리고 헝가리의 방심을 찌를 방법입니다.”
“짐은, 널 북해에서 잃고 싶지는 않다. 너도 육지가 좋지 않으냐?”
유진은 쓰게 웃을 뻔했다.
꼭,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죽는 건 아쉽지 않다는 듯한 말이었으니까.
사실 나폴레옹의 머릿속도 복잡할 것이다.
돌아가면, 이제는 제국의 후계자를 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그때 나폴레옹은 유진을 후보군으로 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기고 난 다음의 일이다.
유진은 따지는 대신, 자신있게 답했다.
“전, 원래 대서양 너머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모친의 아들입니다. 폐하.”
그 모친은 나폴레옹의 친자, 샤를의 엄마다.
“좋다. 그럼 만날 곳은 어디냐?”
나폴레옹이 기수를 돌리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실 19세기 전장에서 원거리를, 그것도 수륙 양면으로 진군하는 군대가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묻는다.
지금껏, 나폴레옹의 전장에서, 그리고 유진의 전장에서 원거리 조우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유진이 이번에도 단호히 답했다.
“라이프치히.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1810년 3월.
나폴레옹과 그랑다르메가 드디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진군하기 시작했다.
라이프치히, 원역사에서 역시 운명의 전장이 기다리고 있던 곳을 향해서.
<마리아 발레프스카 부인, 19세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