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89)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89화(490/547)
(489) 나폴레옹은 바르샤바 루트로 회군한다
그랑다르메가 가는 길은 여전히 진창이다.
-촥, 촥, 촥!
가장 선두에 앞서가는 것은 다름 아닌 보병들이다.
시기는 3월 말, 봄이지만 아직 북동유럽은 춥다.
완전히 얼지도 않고, 완전히 녹지도 않은, 진흙의 비포장도로가 프랑스군의 군화를 적신다.
보통은 고속 행군으로 이름 난 프랑스군이지만, 이 길은 정말 느리게 갈 수밖에 없다.
문득 보병들이 헤치고 지나간 길을 기마로 따르던 장군, 마세나 원수가 휘파람을 불었다.
“와, 정말 이 길을 그냥 겨울에 돌아갔으면 다 죽었겠는걸?”
물론 마세나는 그 말이 실제 원역사에서 벌어졌던 일이란 것은 모른다.
다만 러시아 원정이 준비될 때, 유진이 전략을 틀지 않았다면 [북로]로 올 수도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해서, 농담처럼 오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때 전열보병들의 행군을 감독하던 오주로가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찼다.
“사전에 ‘선발대’가 다지고 간 길인데도 이 모양이군. 마세나.”
“어허, 이제부터는 키예프 대공이라고 불러주게. 참, 자네는 리보니아 대공이었나?”
“귀국하는 대로, 그 작위는 반납할 테니 부르지 않는 게 좋겠군.”
오주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세나에게 단호히 일렀다.
“그곳은 내가 싸운 적도 없는 전장이야. 몬테노테라면 모를까.”
이미 귀족 작위를 받아들이면서, 자코뱅으로서의 신념은 한 번 꺾은 오주로다.
허나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만약 공적으로 귀족이 된다면, 최소한 그 공적을 이룬 곳의 이름을 받겠다는 것이다.
혹시 나폴레옹이 보로디노 대공이라도 하사했다면, 거리낌은 있어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보니아, 원역사 현대의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오주로와 무관하다.
물론 원역사에서는 러시아 원정 당시 진군로 중 하나긴 하지만 말이다.
마세나가 기마를 몰다 피식 웃었다.
“너무 고지식한 거 아닌가? 지금 모로는 블라디미르 대공 직을, 제안받자마자 수락했다고.”
“그거야말로 정말 웃기는군. 한때 자코뱅임을 자처하던 자가 한 번쯤 사양할 수도 있을 텐데.”
“모로는 원래 명예로운 일에는 빠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이제 안 것도 아니고.”
문득 마세나는 망원경으로 전방을 힐끗 보며 일렀다.
“게다가 티 나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하는 것도 사실이고. 당장 ‘선발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도 모로잖나.”
현재 회군로에 오른 그랑다르메의 숫자는 총 23만 명이다.
그중 놀랍게도 기병이 10만에 달한다.
사실 이렇게 된 이유는 보조병으로 함께 하게 되었던 폴란드 병사들과 카자크 경기병이 합세한 탓이다.
비록 독립 왕국을 약속받았지만, 나폴레옹이 패배하면 그 모든 약속은 무위가 된다는 걸 아는 탓이랄까.
그런데 진창길은 보병보다 기병이 행군하기 더욱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 보병을 이끌고 앞서나가 길을 다지고 뚫어줄 필요가 있다.
모로가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회군하는 길은 모두 적지다.
비록 그랑다르메가 만전의 대비를 하고 진군 중이라지만, 전위에게 걸리는 부담은 크다.
하여, 모로는 이런 부담을 기꺼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오주로는 전혀 달갑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오히려 그게 불안하네. 차라리, 내가 전위로 나섰어야 했는데.”
“우리 그랑다르메에서 최고의 전위가 빠지셨으니, 어쩔 수 없지. 모로는 최고의 전위는 아니지만, 신중해. 이런 위태로운 진군로에서 최적의 인선이지.”
“대체 왜 에스파냐 국왕은 위험한 북해로 가는 거지? 혹시 이유를 아나?”
문득 오주로가 멀리, 보이지 않을 북해 쪽을 보다 낯을 찡그렸다.
“만약, 에스파냐 국왕이 북해에서 좌초하기라도 한다면, 프랑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져.”
만약 유진이 전위를 맡았다면, 오주로는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원정 시절부터, 유진은 위험 회피에는 정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실력을 보였다.
반면에 모로는 카를 헝가리왕이 대공이었던 시절, 기습에 휘말려 완패한 전적이 있다.
그런데 마세나는 엉뚱한 점에 꽂혀 오주로를 놀려댔다.
“오, 놀라워. 자네는 아직도 공화주의자인줄 알았는데.”
“시민제정까지 부정하는 건 아닐세. 또한, 황제가 만들어놓은 이 복잡한 제국을 다스릴만한 남자는 유진 국왕뿐이지.”
“아직 유진 국왕의 줄에 순번이 남았던가? 어때, 손을 잡을 자리라도 마련해 줘?”
오주로는 빤히 마세나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마세나, 자네는 정말 걱정이 없군.”
거절한다는 뜻이다.
물론 마세나도 오랜 자코뱅인 오주로가 유진의 라인에 설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진이 차기 황제가 된다면, 적어도 오주로가 반대할 일은 없을 모양이다.
“그야, 걱정한다고 총탄이 날 피해 가는 건 아니잖나? 게다가, 난 행운의 여신에게 아직도 사랑받는다고. 하하하!”
가볍게 웃으며, 마세나는 기마를 달렸다.
자신의 제2군단으로 향하는 말발굽이 아주 힘차다.
오주로 원수는 그 모습을 보다 중얼거렸다.
“저 친구는 정말 낙천적이군.”
“왜 그렇게 걱정하십니까, 원수 각하? 우리는 승전을 거두고 귀국하는 길입니다.”
“엄연히 우리는 적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들어서는 걸세. 과연, 보급도 제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어. 러시아가 보급을 도와준다지만, 그걸 믿나? 베르디에?”
참모장 베르디에의 질문에 오주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는 모두 죽을 수도 있네. 어쩌면 지금까지 겪은 전쟁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전쟁이 될지도 몰라.”
물론 원역사에 비하면 그랑다르메가 돌아가는 길은,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적지로 회군해야 하는 조건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가혹하다.
모든 진로에서 적군과 마주쳐야 하니까.
그때였다.
-쉬익, 펑!
문득 창공에서 터지는 폭음을 듣고, 오주로가 명했다.
“신호, 박격포탄이다! 전방, 교전 개시! 종대로 진군한다!”
이곳은 바르샤바 전방 30킬로미터.
그러니까 그랑다르메는 바르샤바를 향해 전격 진군해온 것이다.
***
실로 바르샤바 주둔 프로이센 군에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탕! 철컥, 키릭, 콰직, 탕!
지금껏 프로이센은 나폴레옹이 회군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일단 프로이센 군대에게도 동유럽의 진창은 낯선 경험이다.
그렇기에 군대가 행군할 상태가 아니라고 낙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이 문제를 아주 간단히 해결했다.
모로에게 러시아 경보병들을 붙여서, 길을 돌파하게 만든 거였다.
덕분에 프로이센 군이 모로의 전위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바르샤바 주둔군 사령관, 프리드리히 빌헬름 프라이헤르 폰 뷜로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막아라! 여기서, 조금이라도 저지해야만 카이저 폐하께서 군을 회군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현재 바르샤바에 주둔하고 있는 프로이센 군의 숫자는 고작 3개 사단이다.
사실상 5개 군단과 폴란드, 카자크 기병대로 구성된 나폴레옹의 그랑다르메에 맞설 전력이 아니다.
게다가 총기에서도 후장식 라이플이나 전장식이지만 뇌홍식 머스킷을 가진 그랑다르메에 훨씬 뒤쳐진 터다.
문득 기병대장, 레오폴트 빌헬름 폰 도브슈츠가 달려와 고했다.
“뵐로 사령관 각하, 아무래도 모두 끝인 것 같습니다.”
“닥치시오, 도브슈츠 기병대장! 카이저께서는 우리에게 바르샤바를 맡기고, 저 간악한 프랑스놈들을 잡으러 가셨소. 그런데, 우리는 갈리치아조차 점령하지 못했단 말이오!”
“그거야 폴란드 놈들이 똘똘 뭉쳐서 결사적으로 나오니, 당연한 것이오만.”
뵐로보다 연상인 도브슈츠가 신중하게, 그러나 단호히 말했다.
“이대로 가면, 결국 우리는 궤멸이오.”
본래 원역사에서 뵐로와 도브슈츠는 둘 다, 제6차 나폴레옹 전쟁의 명장이다.
특히 뵐로는 네이가 이끄는 프랑스군을 베를린 코앞에서 막아, 구국의 장군으로 불린다.
허나 지금은 너무나 압도적인 전력 앞에서, 뵐로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결국 전력을 남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뵐로도 두 손을 들었다.
“할 수 없군. 후퇴합시다. 다만, 그러자면 적군에 강한 타격을 줘야 하오.”
“제가 기습적 돌파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좋소. 장군에게 모든 걸 맡기겠소. 응?”
그런데 기습 허락을 내리던 뵐로의 눈이 커졌다.
“저, 저, 저게, 대체 뭐지?”
바르샤바는 평원에 세워진 도시다.
그래서 적군이 뭔가를 시도하려 할 때는 명확히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한데 저 멀리 다가오는 물건들은 무엇인지 확실한데도, 막을 도리가 없는 것들이다.
-쿠르릉.
바로 대포가 오고 있었다.
“전 포병대, 포격 준비를 진행하라.”
대포 앞에 선 사람은 마르몽도, 뒤로크도, 심지어 에블레도 아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포병사령관들 대신, 엉뚱하게도 러시아 장군이 서 있다.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예르몰로프.
보로디노 전투에도 참전한, 러시아 제국 포병장군이다.
그런데 예르몰로프의 포병대가 가져온 대포 숫자는 뵐로의 상식을 넘어섰다.
“뭐야, 저게 전부 대포라고?”
“말도 안 돼. 그냥 가짜 아냐?”
“이, 일단, 사정거리에서 물러나!”
장교들이 저마다 명령을 내릴 찰나, 예르몰로프의 명령이 떨어졌다.
“리코르네, 발사!”
그 순간 3백 문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쾅! 쾅! 쾅!
본래 원역사라면, 프로이센군도 1810년에는 이미 대규모 포병대에 익숙해져야 한다.
허나 나폴레옹이 워낙 압도적으로 빨리 이긴 탓에, 서유럽에서는 포병들의 발포 경쟁이 적었다.
하여, 프로이센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규모 포병대의 집중 포격전 그 자체가.
“미친놈들, 전장에 대포를 백, 아니 3백 문도 넘게 가져오다니!”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
그야말로 바르샤바가 가루가 될 정도의 포격이 끝나고, 나폴레옹은 입성했다.
“확실히 러시아제가 싸고 효과적이군.”
물론 바르샤바 시내까지 포탄이 닿지는 않았다.
허나 전투 와중에 피해를 입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나폴레옹은 남의 나라 사정까지 신경써 주는 군주는 아니다.
총참모장 베르티에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이센 군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보나 봅니다.”
“아우스터리츠에서 우리는 주로 기병과 보병으로 승부를 냈지. 게다가 주력은 이곳에 없었던 모양일세.”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우리를 막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시종장 뒤로크가 황급히 황제 앞으로 달려왔다.
“폐하, 붙잡힌 프로이센 군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알아냈습니다!”
“뭔가, 뒤로크?”
“프로이센 국왕 빌헬름이 ‘카이저’를 자칭하고, 무도하게도 본 프랑스 제국을 침략하기 위해 서방 전선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이 눈썹을 치뜬 순간, 뒤로크가 진정으로 놀랄 보고를 던졌다.
“아울러, 헝가리군도 함께! 양군 모두 합쳐 무려, 40만입니다!”
카이저 자칭은 사실 이미 로슈자클랭의 쉬르테가 입수한 정보다.
나아가 프랑스 내부에 반란이 일어나고, 이 틈을 노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이 프랑스 침공을 감행했다는 소식도 미리 들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무려 40만에 달한다는 건, 이번에 처음 입수한 정보다.
엄청난 규모의 동원력.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리 없다는 걸 나폴레옹이 가장 잘 안다.
“이건, 카를의 솜씨로군. 좋아. 난 세뤼르에를 믿는다. 다만, 진군 속도는 더, 빠르게 하라! 10일 뒤, 우리는 베를린 앞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다!”
나폴레옹의 원수들과 상급대장들이 일제히 예를 취하며 외쳤다.
“예, 폐하!”
이제 그랑다르메가 본격적으로 고속행군을 시작할 때가 왔다.
바로 독일을 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