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9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91화(492/547)
(491) 바우첸에서 악마를 막아라
근세라 불리는 시절부터, 유럽에는 5대 열강이란 개념이 있었다.
“대영제국,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를 가리키던 말이지. 외교가에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없군요. 스페인은 어디 갔습니까? 캐슬레이 자작님?”
“스페인이 무슨 열강인가? 헨리 바살 폭스 남작? 물론 유진 국왕이 돌아온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폭스의 조카, 헨리 바살 남작을 돌아보며 캐슬레이 자작이 휘파람을 불었다.
“물론 그 친구가 돌아올 수 있다면 말이지.”
이곳은 하노버 왕국의 수도, 하노버다.
독일에 위치한 영국왕의 영토로, 영국 외교관들은 이곳을 유럽 대륙의 거점처럼 쓴다.
외국의 시선을 받지 않고 움직일 때 이용하기 좋은 곳이랄까.
하노버에 위치한 영국 외교부 안전가옥에서 홍차를 마시며, 캐슬레이가 말했다.
“하여간, 이제 대영제국, 프로이센, 그리고 오스트리아를 대신하는 헝가리가 있지. 여기에 라인동맹이 끼어들고 싶은 모양이고.”
“바이에른 국왕이 전쟁 후에도 맹주직을 지킬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늦게 와서야, 무리가 아니겠나?”
문득 캐슬레이가 라인 전역에서 날아온 스파이의 보고서를 힐끗 보다 일렀다.
“막시밀리안 왕은 뮌헨을 습격당할까 두려운 거야. 그래서 뮌헨 방면으로 프랑스군이 진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주어져야만, 드레스덴까지 오겠지.”
아무리 드레스덴이 본거지인 작센 공작이 펄펄 뛰어도, 동맹의 총수는 바이에른이다.
나아가 굳이 바이에른이 아니라도 다른 라인동맹 참가국도, 나폴레옹과 정면대결은 피하고 싶다.
사실은 원역사에서도 러시아 원정 이후, 반프랑스동맹의 제1원칙은 나폴레옹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다른 사령관들을 먼저 요격해 병력을 소모 시키는 게 당시 세워진 원칙이다.
다만 그건 나폴레옹을 아주 잘 아는 베르나도트가 동맹에 참가해서 관철된 결론이기도 하다.
현재 반프랑스 동맹은 그 정도로 명확한 대전략이 세워진 상태가 아니다.
만약 영국이 참전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 영국은 준비가 덜 됐다.
“그럼 우리는 뭘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겁니까? 전, 라인동맹을 설득하러 온 줄 알았는데요.”
“런던에서는 그걸 바라는 모양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하는 게 아니야. 난, 3백만 파운드를 따로 쓸 생각일세.”
“어디에 쓰실 겁니까? 자칫, 본국에 돌아갔을 때, 문책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국 수상의 허가로 가져온 군자금, 3백만 파운드가 든 상자를 돌아보며 캐슬레이가 일렀다.
“오늘 만날 사람이지.”
딱 한 시간 후, 안전가옥에 기다리던 손님이 들어섰다.
“간만에 뵙습니다. 캐슬레이 자작님.”
“오랜만이군요, 미스터 살로몬 로스차일드. 동생 분인 ‘네이선’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
“서실 궁금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제국에 충성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런던 특사를 만나는 게 달가운 일은 아니거든요.”
바로 로트실트, 영어로 로스차일드라 불리는 독일의 유대계 은행가 가문이다.
본래 혁명 전만 해도 그저 일개 유대인 환전상에 불과했던 가족집단이다.
헤센-카셀 공작의 자금운용책이긴 했지만, 딱 그 정도가 로트실트의 한계치였다.
허나 프랑스에서 대혁명 이후 유대인 해방령을 선포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프랑스 제국의 패권이 커질수록, 유대인 금융가들의 활동영역도 넓어진 것이다.
이제는 구 신성로마제국 전체가 사실상 로트실트의 금융지배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는 러시아 차르 암살 모의에도 참가했던 남자, 살로몬을 보다 캐슬레이가 물었다.
“나폴레옹이, 정말로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까? 이제 그만 환상에서 깨어날 때가 됐을 텐데요. 살로몬.”
그러나 살로몬은 냉랭한 태도로 대꾸했다.
“나는 나폴레옹은 믿지 않습니다.”
“뭐라구요? 아니, 그럼, 왜 우리와 손을 잡지 않는 겁니까? 우리는 이번에 3백만 파운드를 가져왔습니다. 3백만입니다! 로스차일드 뱅크를 단숨에 세계 제일로 만들 금액이죠!”
“3천만 파운드를 가져다 주신다 해도, 내 대답은 같습니다.”
네이선과 달리 영국 거래가 절대적인 비중인 아닌 금융가, 살로몬이 말했다.
“난, 유진 프라이슈츠 보나파르트 국왕의 역량을 압니다. 나폴레옹만 거꾸러뜨린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이번 전쟁, 유진 국왕이 어디 있는지 아시기나 합니까?”
나폴레옹 하나를 쓰러뜨리는 일이었다면, 살로몬도 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에스파냐 국왕이라는 백업 카드가 있다.
만약 유진이 나폴레옹의 복수를 기치로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면, 설사 나폴레옹이 죽는다 해도 승자는 프랑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캐슬레이가 입가를 비틀었다.
“그런 거라면, 잘못 도박을 건 거요. 살로몬.”
“무슨 말이죠?”
“우리 영국은 이미 유진 국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소. 발트해를 거쳐 코펜하겐을 향해 오고 있지.”
아직 프로이센도, 헝가리도, 라인동맹도, 실은 프랑스 본국도 모르는 극비정보를 입에 담으며 캐슬레이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우리 브리티쉬 로열 네이비가, 그걸 내버려 둘 것 같소?”
그런데 캐슬레이가 본 것은 경악이 아니라 조소였다.
“안됐군요.”
“그래, 에스파냐는 이제 왕을 잃는 거지. 여왕은 미망인이 될 거고. 애도는 미리 표해도 좋소.”
“아니, 아까운 영국 함대 사령관을 얘기하는 겁니다.”
살로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간명히 일렀다.
“그게 누구든 황제를 저격한 마탄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 마탄은 예전에 영국 해군 최고의 제독, 넬슨을 꿰뚫은 적도 있다.
살로몬이 나가자 캐슬레이가 책상을 내려쳤다.
만약 이번에 살로몬이 영국을 돕기로 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일단 프랑스 그랑다르메 내부에 스파이를 침투시켜, 공작을 벌이기가 쉬워진다.
또한 향후 영국군이 도래할 때, 살로몬이 가진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구상이 전부 망가진 셈이다.
“멍청하군. 동생과 달리 어리석어!”
“이제 3백만 파운드를 어디에 쓰실 겁니까?”
“어쩔 수 없지!”
캐슬레이가 폭스 남작에게 거칠게 외쳤다.
“카를 국왕을 만나야겠어. 독일계 용병을 모집하는 데 쓰라고 해야지!”
본래 원역사에서 메테르니히에게 주어졌을 3백만 파운드.
이제 카를에게 가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 카를도 드레스덴까지 오지는 못했을 때였다.
***
그런데 가장 빨리 달려온 반프랑스 동맹, 프로이센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급보입니다! 카이저 폐하!”
프로이센군 보병 사령관, 프리드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프랑스의 일군이 지금 베를린에 출현했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우리 앞에 오고 있는 군대는 무엇인가!”
“아마 베를린 쪽이 양동일 겁니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로 적과 마주한 건 사실입니다!”
스스로 카이저를 자칭한 남자,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당황했다.
분명 나폴레옹이 베를린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허나 드레스덴으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대군의 행렬을 보고받으며 생각을 바꿨다.
아마 이곳에서 나폴레옹과 교전하게 될 거라고.
그런데 정작 나폴레옹은 베를린에도 군대를 보냈다는 것이다.
현 시점, 프로이센 군은 총원 14만 명.
그중 기병이 7만으로, 헝가리보다는 낫지만 나폴레옹보다는 확연히 적다.
대포의 숫자는 총 50문.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지만, 역시 기병과 보병의 총 숫자가 너무 모자란다.
그렇지만 베를린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분군을 보내기도 어렵다.
블뤼허가 벌떡 일어났다.
“여기서, 군을 나눠야 한다고? 말도 안 돼. 그럼 우리가 진다!”
“하지만 베를린을 포기할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헝가리 국왕은 어디까지 와 있나? 클라이스트?”
클라이스트 대신, 샤른호스트가 긴급히 외쳤다.
“현재 카셀 방면을 지나고 있습니다!”
드레스덴에서 카셀까지는 360킬로미터다.
아무리 빨리 행군한다 해도, 최소한 10일 이상이 걸리는 거리다.
그런데 10일을 버틸 수 있을까?
반대로, 적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면서, 동시에 베를린을 공격하는 묘수를 부렸을까?
블뤼허 원수가 문득 헛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나폴레옹이로군. 20만 대군을 고속기동하는 건 어려워. 그러니 [분진합격]의 기동을 쓰고 있는 거야!”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드레스덴이든 베를린이든 상관없는 거야. 나폴레옹은 지금 군단 자체를 전부 각기 진격시키고 있는 거라고!”
블뤼허가 프로이센 참모부가 들으라는 듯 외쳤다.
“그래서 적군 주력이 발견되면, 그곳으로 집중 공격을 퍼붓겠지! 순차적으로, 하나씩!”
지금 베를린을 구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베를린으로 향하던 군단도 필요하다면 곧 이쪽으로 달려올 것이다.
나아가 헝가리와 라인동맹이 오기 전, 나폴레옹은 공격을 개시할 게 분명하다.
문득 블뤼허는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카이저에게 향했다.
“후퇴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헝가리 국왕이 주둔한 곳까지?”
“카이저 폐하. 지금 우리는 나폴레옹을 배워야 합니다. 나폴레옹처럼, 수도를 포기하고 과감히 군을 지켜야 한단 말이오!”
그러나 카이저 빌헬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럴 수 없다. 하지만 눈앞의 적군을 두고 베를린으로 도망칠 수도 없지.”
분통을 터뜨리려는 블뤼허를 향해, 카이저가 외쳤다.
“블뤼허, 이것은 황명이다. 나폴레옹의 군대를 격파하고 베를린으로 간다!”
가장 최악의 선택은 사실 베를린 구원책이다.
최소한 카이저는 그것만은 피한 셈이다.
블뤼허도 그 사실을 알기에 후퇴 요구를 다시 꺼내지 않고, 집어 삼켰다.
“알겠습니다. 폐하.”
이렇게 된 이상, 카를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
드레스덴의 전방, 작은 마을 바우첸에서 모국을 잃은 외눈 원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셨군. 카이저께서. 흐흐흐! 차르랑 똑같아!”
이른바 망명 장군이라는 개념이, 이 시대에는 굉장히 유행한다.
왜냐하면 대혁명이 일어난 이후, 각국의 장군들이 타국으로 망명을 떠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지금 프로이센 군영에서 머물고 있는 외눈의 남자, 쿠투조프도 그렇다.
외팔의 참모장 샤른호스트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꾸했다.
“놀리지 마십시오, 쿠투조프 원수.”
“혹시 내게 비책이 있냐고 묻는다면, 당장은 없소. 영국군이 올 때까지는.”
“그때까지 버티는 게 우리 최고 전략인데, 정말 쉽지 않군요.”
샤른호스트는 한숨을 내쉬며 망원경을 한 손으로 간신히 들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끌 수는 있겠지. 응?”
저 멀리 나폴레옹의 그랑다르메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그런데 기병 습격이나 산병 정찰이 아니라 쇳덩이들이 먼저 다가오는 게 보인다.
바로, 대포인데 마차가 끌고 있다.
“저거, 대포인가? 그런데 마차로 이동하는 거요?”
“기마포병대와 도보포병대의 중간이오. 아무래도 포격으로 전투를 시작하려나 보군.”
“나폴레옹답지 않군. 저건 백년 전 수법 아니오? 프랑스에서 대폭동이 일어난 이후로는 이미 옛날 전법이 되었건만.”
샤른호스트가 의문을 품을 찰나, 쿠투조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숫자가 다르다면 충분히 효과적이오. 내가 보로디노에서 경험했지.”
실은 쿠투조프가 명했던 전술이다.
한데 나폴레옹이 같은 전법을 쓰기라도 하려는 걸까?
그러나 쿠투조프의 포병 전술을 쓰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샤른호스트도 그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 먼 곳까지 본국 지원도 없는 프랑스가, 대체 어떻게 대규모로 대포를 끌고 온단 말이오?”
“혹시 나폴레옹이 한 가지 방법을 썼다면 가능하오.”
“뭐요, 그게?”
쿠투조프가 미간을 찡그렸다.
“러시아 포병대를 모조리 끌고 오는 거요.”
그 순간 한 눈에도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금발머리, ‘이반’들이 대포를 끌고 나타났다.
-쿠르릉!
러시아 제국 포병대.
예르몰로프의 부하들이 드레스덴의 앞, 바우첸에 나타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