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9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94화(495/547)
(494) 유진은 북해의 바다를 건넌다
유럽에서 항해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다가 있다.
“난 지금까지 대서양에 있는 사르가소 해인 줄 알았는데, 빌어먹을!”
바로 그 바다, 북해 해상에서 파도를 보다, 이폴리트가 비명을 질렀다.
나름 대서양과 지중해를 누벼와 바다는 익숙하다 자부했던 이폴리트다.
허나 지금은 그저 어린애처럼 울부짖을 뿐, 바다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사실 바다 위에서는 그 어떤 노련한 항해사라도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문득 바로 그 노련한 항해사, 니콜라스 쉬르쿠프가 선수에 선 청년을 향해 달려가 고했다.
“파도가 엄청나군요, 폐하. 일단 들어가시는 게!”
“아니, 내가 봐야 해.”
“무엇을 보신단 말입니까? 어차피 폭풍은 보나 안 보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에스파냐 국왕,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적함대의 위험은 다르지. 영국 함대가 나타난다면, 짐이 지휘해야 하지 않겠나?”
이곳은 발트해에서 북해로 넘어가는 지점, 덴마크 연안 바다 위다.
사실 엄밀히 말해 북해라기보다 발트해에 가까운 곳이랄까.
또한 북방 해역에 맞춰 설계된 스웨덴과 러시아 전열함대를 이끌고 회군하는 중이었다.
허나 봄인데도 아직 파도가 거칠어 함대 전체가 고생하는 중이다.
물론 [백은문자]로 위험을 직시하는 유진에게는 조금 불편한 항해일 뿐이었지만.
-쏴아아!
그런데 방금 전까지 태연하게 말하던 유진의 안색이 변했다.
백은문자에 이상한 조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험, 그리고 폭풍.
유진이 낯을 찌푸리다 쉬르쿠프를 돌아보았다.
“이런, 니콜라스 쉬르쿠프 함장. 폭풍이 몰아칠 때는 어쩌지?”
“예? 그야, 돛을 내리고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아니면 반대로, 아예 바람을 타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군. 일단, 폭풍이야.”
순간, 쉬르쿠프는 미친 듯이 선원들에게 외쳤다.
“모두 돛을 내리고 밧줄로 몸을 묶어라! 국왕 폐하, 당장 선실로 들어가십시오!”
배 위에서 선장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그건 단순히 배가 갇힌 세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라는 공간이 사람의 통제 밖에 있는 탓이다.
곧이어 제왕이라 해도 어찌할 수 없는 폭풍우가 몰아쳐 왔다.
-부우웅!
연신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국왕 수석보좌관 이폴리트가 체신머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 살려! 대서양도 건넜고, 지중해도 건넜는데, 북해에서 죽게 생겼다!”
“헛소리 말고 선실로 들어가, 이폴리트!”
“으악! 여기서 죽나 보다. 오르탕스, 줄리에, 카롤린! 오, 내가 먼저 천국으로 간다!”
그때 이폴리트를 강제로 끌고 선실로 들어가던 유진이 멈췄다.
어쨰 이상한 이름을 들은 것 같다.
일단 줄리에라면 아마도 줄리에 레카미에일 거고, 카롤린은 나폴레옹의 여동생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분명 문제지만, 오르탕스는 대체 누굴까?
-콰직!
문득 선실의 벽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유진이 이폴리트를 몰아세웠다.
“야, 이 새끼야. 너 내 동생 건드렸냐?”
“헉, 유진, 아니 국왕 폐하. 지금 파도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우선 그것부터 피하심이!”
“너, 갑자기 충신인 것처럼 굴지 마. 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어릴 때부터 말했던 거 같은데?”
설마 오르탕스가 유럽에 있을 때 놀아나기라도 한 걸까?
당연히 유진은 동명이인이라거나, 착각이라거나, 부정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이폴리트는 눈을 굴리다 변명 같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아니, 그게, 폐하. 어디까지나 그건 황후 폐하만 적용되는 거 아니었어?”
생각해보니, 유진이 이폴리트에게 항상 강조했던 것은 조세핀을 넘보지 말라는 거였다.
왜냐면 원역사에서 조세핀이 인생을 망치는 원인 중 하나가 이폴리트와의 연애라서다.
그러나 친구이자 주군의 여동생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한 상식 아닐까?
반대로 생각해보면 원역사의 얘기이긴 하지만, 이폴리트는 프랑스의 군사령관 아내를 부사관 주제에 건드렸던 것 같기도 하다.
대체 이 바람둥이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 유진이 노려볼 찰나였다.
“국왕 폐하, 들어가셔야 합니다!”
결국, 쉬르쿠프의 재촉 탓에 유진은 이폴리트를 작살내지 못하고 피신했다.
“나중에 넌 국문 각오해라.”
“아이고, 폐하. 에스파냐에 돌아갈 수만 있으면, 고문이고 국문이고 다 받지!”
“웃기고 있네. 육지에 도착만 하면 시작할 거야. 응?”
그때 선실로 들어서던 유진이 멈췄다.
“이거, 더 빨리 항구에 들어가겠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포성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쾅!
바다 위에서 포성을 듣는 일은 보통은 나쁜 일이다.
그러나 이 순간 전열함 위에 있던 선원들의 낯은 기쁨으로 물들었다.
누구보다 쉬르쿠프가 먼저 달려와 고함쳤다.
“덴마크 왕가 깃발입니다! 살았습니다!”
이 바다의 주인, 덴마크 함대가 도래한 것이다.
***
이 모든 것은 유진이 북해 회군을 강행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사실 나폴레옹과 꼭 함께 오지 않더라도 회군로는 여럿 있다.
우선 프랑스 제국군이 러시아에 진군했던 남로를 택할 수도 있고, 흑해와 콘스탄티노플을 지나 지중해로 돌아갈 수도 있다.
또한 세계대전 때 롬멜이 질주했던 길의 정반대로, 북아프리카를 횡단하는 모험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차라리 사막을 건너는 거였다면 제4군단은 좀 더 기뻤을지도 모른다.
허나 유진은 끝내 북해를 택했다.
사실 합당한 이유는 있다.
나폴레옹에게 집중된 반프랑스 동맹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하는 거다.
그러나 배에 탄 장병들 입장에서 고난의 행군, 아니 항해인 것은 사실이다.
하여 덴마크 함대가 접선해 왔을 때, 환호성이 터진 것도 당연했다.
-와아아!
전에 없는 프랑스 제국군 제4군단의 환호 속에서, 덴마크 함대 제독이 경례를 취했다.
“안녕하십니까, 국왕 폐하. 저는 요한 울퍼트 피셔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부관, 스틴 안데르센 빌이지요.”
“알렉산드리아의 승장을 뵈어, 영광입니다! 폐하!”
“두 분 제독을 보니 짐이 더 영광이로군. 후후. 그런데, 승장이라고?”
유진은 묘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피셔, 그리고 빌.
본래 원역사에서 넬슨과 일전을 벌이는 덴마크 해군 제독들이다.
물론 당연히 패배했지만 용기만은 놀라워 덴마크의 해상 영웅으로 길이 기억될 이들이랄까.
그들에게 승장이란 소리를 들으니, 조금 겸연쩍었다.
어쨌든 알렉산드리아 해전은 엄연히 패전이기도 하다.
허나 부제독 빌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당연하지요. 결국 죽은 자가 패자고, 산 자가 승자입니다. 대서양의 무적신화를 이룬 넬슨을 지중해에 침몰시키셨으니, 폐하께서 승자가 아닙니까?”
비록 넬슨과 싸운 적이 없어도, 넬슨이 두렵긴 한 모양이다.
사실 덴마크는 원역사와 달리 아주 평화롭게 20년 간 지냈다.
본래 영국이 코펜하겐을 불태워 버리는 것과 달리, 친프랑스계 중립국의 태세를 지켜온 셈이다.
이는 러시아가 반영국 체제로 돌아서면서, 영국이 덴마크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이 다시 전쟁 체제에 들어섰다.
나아가 황제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이겼다.
그동안 오래 중립을 지켜온 덴마크 국왕 프레데리크 6세는 결국 결단을 내린 셈이다.
북해, 아니 모든 바다의 지배자인 영국보다 육상의 지배자 프랑스를 택하기로.
원역사에서 내렸던 결단과 똑같긴 했지만.
유진도 그 때문에 덴마크가 도울 거라 낙관했던 것이기도 하다.
문득 이폴리트가 빌의 말에 이죽거렸다.
“오, 저 친구, 아첨 좀 하는군.”
“너는 아첨을 백 배로 잘해도 용서 못 받을 줄 알아.”
“아이고, 폐하. 살아서 돌아간 다음에 그 얘기 하자니까요?”
옆에서 왕과 수석부관을 지켜보던 니콜라스 쉬르쿠프가 고개를 기울여 속삭였다.
“살아 돌아가자면, 덴마크 함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유진이 목표로 삼는 곳은 다름 아닌 함부르크다.
그런데 발트해에서 함부르크로 넘어가려면 유틀란트 반도, 덴마크어로는 윌란 반도를 넘어야 한다.
당연히 영국 해군의 탐지 범위에 들어가기 십상이다.
때문에 북해에 익숙한 덴마크 함대의 조력이 필수적이었다.
눈치 빠른 부제독 빌이 보고했다.
“일단 전열함 9척, 슬루프 11척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폐하.”
“스웨덴에서 지원한 함대가 전열함 5척, 슬루프 10척입니다. 또한 러시아에서 출발한 발트해 함대가 전열함 7척이구요.”
“그럼 도합 전열함 21척에 슬루프 21척이로군요. 어디까지 가실 예정이십니까? 충분히 귀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자신 있게 묻는 빌을 향해 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유틀란트 반도를 도는 게 목표라네.”
비록 독일어 명칭으로 말했지만, 사실 이 시대 덴마크 귀족들은 독일계 혈통이 섞여 있다.
아예 덴마크 왕가부터 독일에서 왔고, 아직도 홀슈타인 공작령이 덴마크의 영토인 때기도 하다.
하여 피셔 제독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우리 전문이지요. 폐하.”
“충분히 가능합니다, 후후!”
“한데, 그 정도라면 이렇게 대규모로 준비할 것도 없이, 그저 상륙만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마지막 말은 쉬르쿠프의 지적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밀항선으로 온 후, 다시 함대를 끌고 오며 내내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덴마크가 우호국인 게 확실하다면, 육로로 가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허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육로로 간다면 편했겠지만 허를 찌르기 어렵다.
“만약, 무사히 코펜하겐으로 입항할 수 있다면 말이야.”
게다가 지금도 변수는 있다.
덴마크 해군제독들조차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말이다.
피셔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때 전망대에서 호각이 높게 메아리쳤다.
-삐이익!
동시에 쉬르쿠프가 다시 선수로 뛰쳐나갔다가 고함쳤다.
“전방, 정체불명의 함대 출현!”
모두 낯빛이 변한 가운데, 유진이 혀를 찼다.
“결국, 왔군. 영국 함대가.”
예상했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던 적.
그레이트 브리튼 로열 네이비가 나타난 거였다.
***
그럼 북해, 아니 발트해까지 달려온 영국 제독은 누굴까?
“하하핫! 드디어, 유진 프라이슈츠를 잡았다!”
사실 알고 보면 영국에서도 북해 경험자는 고위급으로 갈수록 그리 많지 않다.
한데 북해를 넘어 발트해까지 가서, 승전보를 울린 경험이 있는 제독이 있다.
바로 스웨덴 국왕에게서 기사작위를 받은 남자, 시드니 스미스다.
시드니 옆에서 베리가 혀를 찼다.
“아직, 안 잡았습니다. 스미스 제독.”
“닥쳐, 베리. 바다에서 만났으니 잡은 거나 마찬가지야!”
“조금 숫자가 많아 보이는군요.”
전열함 숫자를 살펴보는 베리와 달리, 시드니는 호기롭게 외쳤다.
“하!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
베리도 그 말에는 동감하는지, 딱히 반대 없이 명령을 내렸다.
“전함대, 정선 준비. 상대가 해안에 다다르지 못하도록 한다!”
곧이어 깃발 수신호가 전 함대를 향해 떨어졌다.
-펄럭!
시드니 스미스 함대가 북해로 왔다.
유진 프라이슈츠를 잡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