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49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496화(497/547)
(496) 유진이 코펜하겐 해전에서 승리하다
바야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 왔다.
-쾅! 쾅! 쾅!
사실 유진이 타고 온 함대의 주력은 스웨덴 함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스웨덴 함대도 북해에는 익숙지 않다.
왜냐면 스웨덴이 자기 바다로 여기고 다니는 곳은 주로 발트해이기 때문이다.
북해나 발트해나 그게 그거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내해에 가까운 발트해보다 북해는 훨씬 거칠다.
그래서 유진이 타고 있는 전열함도 북해와 발트해가 뒤섞이는 덴마크 앞바다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유진과 함께 온 최측근들의 표정이 흙빛이 된 것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다.
개중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은 당연히 해군 장성이다.
니콜라이 쉬르쿠프가 유진에게 급히 고했다.
“폐하, 쾌속선을 타셔야 합니다.”
“배에서 내리라고?”
“이 배는 어차피 폐하의 배도 아닙니다! 또한, 폐하가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아주 태연한 얼굴로 유진이 흔들리는 배 위에서 되물었다.
“그럼, 배후에 수송선에 타고 있는 우리 제4군단 병사들은, 모두 죽으라는 건가?”
그랑다르메 제4군단, 본래 프랑스 제국군 소속이지만 현재 에스파냐 국왕의 지휘를 받는 부대.
지난 보로디노 전투에서 차르를 죽인 군대다.
또한 유진과 함께 해로귀환을 하게 된 가장 불운한 군대기도 했다.
한데 그들은 현재 전열함대 배후에 작은 수송함으로 이송 중이었다.
만약 여기서 유진이 도망친다면, 그들은 모두 영국 함대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애초에, 바다로 오시는 게 아니었습니다!”
“니콜라스, 바다 사나이답지 않은 말이군.”
“저는, 폐하의 명령을 거부해본 적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그저 어린아이셨을 때부터!”
니콜라스 쉬르쿠프는 본래 유진과 선장과 선주로 만났다.
당시 유진은 어린 나이로 모친 조세핀을 구하기 위해 마르티니크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때 니콜라스에게도 선장으로 대서양을 건너는 일은 처음이었다.
이후 보아르네 상회에서 밀무역을 담당하고, 다시 해군에 가담했으며, 유진의 항해 역정을 함께 했다.
그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유진의 명에 반한 적이 없다.
“허나, 지금은 다릅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장, 이길 수 없는 바다에, 이길 수 없는 적을 끌고 오셨습니다!”
니콜라스는 유진이 실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던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유진의 명령을 실제로 해상에서 구현해낸 게 니콜라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유진은 도저히 니콜라스조차도 불가능하다 여기는 일을 하려 한다.
문득 이폴리트가 결연한 얼굴로 유진의 옆에 서서 말했다.
“그래, 내가 왕의 옷을 입지.”
“갑자기 반역을 꿈꾸냐?”
“그게 아니라! 대신 죽겠다고! 이 배에서!”
이폴리트도 필사적으로 외쳤다.
“어쨌거나 국왕 폐하는 살아남아야, 복수라도 해줄 거 아냐!”
요컨대 이 배에서 도망치라는 얘기다.
보통은 충성심에 감격해야겠지만, 유진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둘 다 대혁명 때부터 치면 20년을 함께 싸워온 사이다.
그렇게 유진을 모를까?
“이폴리트, 우선 네 말은 세 가지가 잘못됐어.”
“설마 복수도 안 해주려고? 쫀쫀하군. 아니, 오르탕스하고 잔 게 나만 잔 거야? 오르탕스가 뭐 그리 정숙한 여자인 줄 알아?”
“북해에 처박히기 싫으면 닥쳐. 일단, 내가 위험한 상황에 일부러 뛰어드는 거 봤어?”
오르탕스의 침실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전에, 유진이 윽박질렀다.
그러자 이폴리트가 눈을 깜박였다.
사실 유진은 위험천만해 보이는 짓은 많이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나중에 돌이켜보면 위험하지 않은 장소였다.
“아니, 그게, 지금까지 모험은 꽤 많이 했지만.”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두 번째로 내가 영국 해군이 올 거라는 걸, 모르고 왔을 거 같아?”
“알았던 거냐? 그럼 이건 혹시 자살 공격?”
“대비책이 있다는 소리야.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애초에 유진은 영국함대가 올 것을 예상했다.
시드니 스미스가 함대를 이끌 거라는 걸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예상 범위 내다.
어쨌든 넬슨이 죽은 이상, 영국함대의 최고는 결국 시드니다.
그런데 유진이 북해로 온다는 걸 알면, 영국은 시드니를 보내 저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 북해와 발트해가 뒤섞이는 곳, 코펜하겐 앞바다에서 유진이 태연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여긴 쉬르쿠프와 덴마크 함대, 그리고 스웨덴 함대만 있는 거 같아?”
쉬르쿠프와 이폴리트가 둘 다 눈을 깜박였다.
누군가 또 있었는지, 미처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파도를 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익!
그때서야 쉬르쿠프는 또 다른 함대가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저들이 가세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일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쉬르쿠프가 물었다.
“표트르 표트로비치 우샤코프 제독? 하지만, 국왕 폐하, 아무리 흑해의 일인자라 해도.”
표트르 우샤코프, 러시아 최고의 함대 제독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최고봉이라고 해봐야, 주로 흑해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북해의 바다는 당연히 우샤코프에게도 낯설다.
유진이 태연한 이유를 쉬르쿠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문득 유진이 가볍게 선실에 몸을 기대며 답했다.
“일인자에게는 일인자의 방법이 있더군, 쉬르쿠프. 보고, 배우게.”
다음 순간, 폭발음이 일었다.
-화르륵, 쾅!
러시아 전열함이 폭발하며 영국 전열함대를 덮치고 있었다.
***
아직, 폭발이 일어나기 전, 러시아 전열함 예카테리나 호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독, 우리 러시아 함대가 프랑스인들을 위해 이토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부제독 드미트리 니콜라예비치 세냐빈이 물었다.
그러나 우샤코프는 세냐빈을 보는 대신 전방을 주시했다.
확실히 영국 함대는 북해에서도 전열함을 운용하는 솜씨가 매우 능숙하다.
저대로 간다면 덴마크와 스웨덴 연합함대는 궤멸된다.
가볍게 수신호로 함대에 명령을 내리며 우샤코프가 입을 열었다.
“세냐빈 함장, 지금 러시아는 사라졌네.”
“제, 제독 각하.”
“남은 것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왕국, 모스크바 왕국, 블리디미르 왕국, 그리고 시베리아 왕국이지. 아, 대공국도 있었나?”
우샤코프는 비꼬듯 뇌까렸다.
사실 현황과는 좀 다르지만, 어차피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4왕국과 12대공국으로 러시아가 쪼개져 버렸다는 거니까.
“이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를 걸 수 있는 게 무엇일 것 같나?”
“러시아를 분할한 간악한 유진 국왕을 살해하는 거 아닙니까?”
“천만에.”
아주 반항적으로 말하는 부제독에게 우샤코프는 단언했다.
“오히려 프랑스 제국의 일원이 되는 걸세.”
지금껏 러시아에 충성하며 전승을 거둬온 우샤코프다.
그런데 이제와서 프랑스로 귀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냐빈 부제독으로선 기가 막힌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제독! 당신은 자랑스런 러시아인이 아닙니까?”
“나는 자네와 달리 그저 평민 출신일 뿐이지. 만약 프랑스에서 받아준다면, 기꺼이 프랑스의 제독으로 싸우겠네. 한데, 자네는 나와 다른가?”
“무슨 소리요?”
사실 세냐빈은 대대로 제독을 지내온 명문 귀족 가문의 일원이다.
반면 우샤코프는 당대 최고의 제독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조상 중에는 귀족으로 판별될 자가 아무도 없었다.
단연 강고한 신분제 사회인 러시아에서 크게 차별받고 지냈던 터다.
그런데 제국이 멸망해 버렸다.
“이미 러시아 제국이 사라진 지금, 구귀족이 의미가 있나?”
물론 유진은 두마를 만들었다.
또한 귀족들은 각자의 영지를 지배한다.
허나 세냐빈도 우샤코프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대제국이었던 러시아의 귀족과 완전히 찢겨진 러시아였던 왕국이나 공국의 귀족은 다르다.
“우리는 신시대에 적응해야 해. 그 첫 걸음이 오늘 영국인들을 바다로 처넣는 거야.”
“하, 그게 잘도 되겠습니다.”
“된다네. 보게.”
다시 빈정거리는 세냐빈에게 우샤코프가 방금 내린 명령의 결과물을 가리켰다.
“우리의 구 전열함을 미끼로 한, 자폭 공격일세.”
세냐빈은 시선을 돌리다 눈을 크게 떴다.
육지든 해양이든, 러시아 병사들의 특징은 같다.
명령이 내려지면 반드시 따른다.
죽음을 불사해야 하는 명령이라 해도.
전위로 나섰던 전열함 화약창고에 병사들이 불을 붙이고는, 이탈한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그저 낡은 화공선도 아니고 전열함들이 자폭하고 있다.
저 배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과 노역이 들었던가?
기가 막힌 얼굴로 세냐빈이 우샤코프의 멱살을 잡았다.
“정말 미쳤군. 저건 러시아 백성들의 피땀이 서린 배요!”
“그래서 저 배를 몰 때 그 백성들을 생각하며 몰았나? 난 처음 듣는 소리군.”
“제독!”
그러나 우샤코프는 냉담한 눈으로 세냐빈을 마주 노려보았다.
“정신차리게. 이제 우리가 모셔야 할 주군은 차르가 저곳에 있는 남자, 차기 프랑스 황제야!”
아직,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그렇지만 러시아 원정 이후 프랑스 제국군부터 유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나폴레옹이 뭐라고 하든, 차르를 죽인 제1수훈자는 유진이다.
또한, 차기 황제에 가장 가까운 자도.
그때 이를 갈던 세냐빈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 차기 황제가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군요.”
우샤코프는 고개를 돌리다 눈을 크게 떴다.
“뭔가, 저건, 대체!”
스웨덴 함대의 선두에서, 유진의 기함이 앞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
물론, 그곳은 전열함들이 폭발하는 장소다.
-쾅! 쾅! 쾅!
화약이 해전을 지배하는 시대다.
그런데 아직도 배는 나무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한 번 불이 붙으면 처참할 정도로 거대한 전열함조차 불타 오른다.
이미 선원들이 퇴선한 배, 인빈시블, 곧 무적호 위에서 파리한 얼굴로 한 사람이 섰다.
남자의 이름은 시드니 스미스.
다가오는 배 위에는 시드니가 기다리던 청년이 있다.
시드니가 웃으며 말했다.
“프라이슈츠, 정말 대단하군. 전열함 10척을 자폭선으로 쓰다니!”
“원래 프랑스 군주제의 전통은 낭비거든.”
“이렇게 우리의 일전도 끝나는 건가? 하하하!”
청년, 유진이 시드니를 보다 물었다.
“프랑스로 국적을 바꿀 생각은 없나?”
순간, 시드니가 눈을 부릅떴다.
“웃기지 말고 쏴! 보올과 베리가 놀고 있을 거 같아?”
“그럼 영국에 유리한 게 아니고?”
“난, 내가 널 이기는 게 중요했어! 그게 안 된다면!”
시드니는 일생 자신이 관철해 온 인생철학을 외쳤다.
영국이든 조국이든 나발이든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드니가 원하는 바, 그 자체다.
만약 원하는 사냥감을 잡을 수 없다?
그럼, 아무도 가져선 안 된다.
“누구도 이기면 안 되지. 그래야, 나의 프라이슈츠지. 크크큭!”
유진은 시드니를 응시했다.
사실, 넬슨과 만났을 때도 이랬다면 좋았을지 모른다.
다만 그때는 브뤼에 제독의 죽음에 유진이 너무 격분했다.
또한, 어차피 지금처럼 결국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프라이슈츠의 손에 피스톨이 들렸다.
-탕!
사수가 마탄을 쏘아, 영국의 제독을 거꾸러 뜨렸다.
북해 바다 위로.
코펜하겐 해전에서 유진이 승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