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00)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00화(501/547)
(500) 유진이 라이프치히로 오다
19세기, 근대가 시작되는 시대지만 전투는 여전히 [조우전]이 대세다.
-두두두!
기병이 평야를 질주하는 이 순간도 결국, 그렇다.
왜냐하면 레이더나 정찰기, 전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적이 나타나고, 다시 그 적과 마주 싸우며, 누가 먼저 적을 발견하느냐에 따라 교전 방식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기습을 당한 상황이라도, 먼저 맞받아친다면 오히려 이쪽이 기습하는 꼴이 된다.
나폴레옹이 도박과 같은 돌격전을 뮈라에게 지시한 이유다.
“가자, 서쪽으로! 적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뮈라가 드높이 외쳤다.
곧이어 가스코뉴 출신 기병들이 뮈라의 뒤를 따라 출격했다.
후사르.
경기병, 혹은 검기병이라 불리는 이들.
모두 장총은 집어 던지고, 피스톨 한 자루와 사브르 하나만 든 채 달린다.
“어차피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동토의 땅에서 얼어 죽느니, 역시 전장에서 죽어야지!”
“칼질은 하고 죽어! 간다!”
그야말로 화약의 시대, 어울리지 않는 냉병기 부대의 폭격이 이어졌다.
-퍽! 퍽! 퍽!
미처 맞상대해야 할 영국 흉갑기병들은 대처할 틈도 없었다.
너무 빨리, 또한 무모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 온 영국군은 주력이라 할 수도 없다.
영국 중기병대의 지휘관, 알브레히트 폰 에스토프 대령이 황급히 물러났다.
뮈라는 본능적으로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들이쳐라! 적군 기병 대열을 붕괴시켜!”
그런데, 정반대 쪽에서 똑같이 기회를 본 사람이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라데츠키, 황제를 잡아라!”
헝가리 국왕 카를, 연합군의 총사령관이다.
카를은 요새 뇌전증 질환이 부쩍 심해져 주로 앉아 있다.
전장에 와서도 말을 타고 전방으로 나서지 못하고, 주로 심처에 앉아 보고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순간 카를은 두 발로 서 있다.
젊었던 시절, 대혁명의 불길에 온 몸으로 저항하던 때처럼.
두 눈은 불길이 일듯 번뜩이고, 활력이 없던 몸은 팽팽하다.
이곳, 라이프치히에 못 박히듯 영영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카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왕의 명령에 헝가리 원수 라데츠키가 물었다.
“대포는, 쏘지 않습니까?”
“그건 영국군이 이 전장에 없고, 황제를 사로잡지 않아도 될 때지! 지금은 포로가 필요해. 시체가 아니라!”
“어째서, 아, 그렇군요!”
라데츠키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유진 프라이슈츠가 이 전장에 없으니까!”
영국의 캐슬레이 남작은 중대한 정보를 주었다.
에스파냐 국왕 유진이 저 멀리 북해에 있다고.
이기든 지든 라이프치히까지 유진의 군대가 도래하긴 어렵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나폴레옹을 죽인다 해도 유진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진 프라이슈츠 보나파르트.
과연 어떤 유형의 장군일까?
카를 국왕은 유진을 어떤 의미에서는 나폴레옹보다 높게 평가한다.
물론 유진은 러시아 대원정도, 아우스터리츠의 완벽한 기동 분산 격파도, 나아가 제국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는 세상의 상식을 거부하며 태어난 자, 나폴레옹이나 떠올릴 발상이다.
허나 세상은 천재가 바꾸더라도, 결국 상식인이 만들어나가기 마련이다.
카를이 거세게 앞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나폴레옹을 죽여도 유진이 있다면 다시 프랑스군은 재건된다.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도 있지.”
“맞습니다. 이미 예나에서 입증했지요.”
“반면, 나폴레옹을 이곳에서 잡는다면 프랑스를 분열시키고 부술 수 있지.”
살아있는 나폴레옹은 그 어떤 프랑스의 군인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니 나폴레옹은 죽이기보다 포로로 잡아, 프랑스군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데 지금 나폴레옹이 스스로 기어나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제 비로소 나폴레옹을 잡을 순간이 왔어!”
헝가리 기병대가 뛰쳐나갔다.
-다다다!
애초에 후사르란 헝가리에서 온 말이다.
경기병 부대의 원조가 바로 헝가리 비정규기병들이다.
오로지 속도에 모든 초점을 맞춘 경장기병 1만 기가 뛰쳐 나갔다.
실로 라이프치히 평원을 뒤덮을 기세로.
곧이어 전열보병들도 진지를 뛰쳐나왔다.
43만, 도이칠란트 땅의 황제와 대왕과 영주들이 한 번도 한 전장에 모아보지 못했던 대군이다.
그간 대포 뒤에서 초조하게 기다려왔던 병력이 일시에 쇄도했다.
“전열을 진군시켜라! 적들이 당황한 틈을 노려라!”
“프로이센의 병사들이여, 복수의 시간이 왔다!”
“가자! 오늘 바이에른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카를이 백마에 올라타며 부르짖었다.
“그랑다르메의 신화도 여기서 끝이다!”
너무 갑작스런 공세 전환이다.
하지만 프랑스군에게나 갑작스러울 뿐, 도이칠란트 연합 진영에서는 기다리고 애타게 바라던 순간이다.
6일.
그랑다르메가 용맹무쌍하게 전열돌파를 시도할 때, 도이칠란트의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오직 이 순간, 반격을 위해서.
이제 나폴레옹과 근위기병대가 있는 곳으로 전군이 밀어닥친다.
포위 섬멸의 시간이 왔다.
그때다.
-뿌우우!
어디선가 높다란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 뿔피리 소리는?”
“요새 군악대에서 뿔피리를 불 때도 있나? 그런 유행은 지난 지 꽤 됐는데?”
“혹시 프랑스 놈들의 취향인가? 일단 적진을 살펴!”
헝가리 병사도, 프로이센 병사도, 라인동맹 병사도 당황했다.
누구도 뿔피리를 군악대의 악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혹시나 유목민의 풍습을 잇는다는 저 먼 러시아의 카자크라면 모를까.
그러나 그 사실을 연합군 병사들은 서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헝가리어는 물론이고 남부 독일어와 북부 독일어만 해도 이질적이다.
게다가 신성로마 제국시절보다는 적지만, 체코나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출신 용병도 주요 부대 구성원이었다.
하여 혹시나 아군에서 들려온 소리인지 서로 쳐다볼 찰나였다.
가장 전위로 달려나가고 있던 헝가리 국왕 근위기병대장, 로젠베르크가 외쳤다.
“어, 북쪽에서!”
라이프치히 평원은 북쪽도 지평선이다.
-푸르릉.
그 지평선 너머, 깃털을 머리에 꽂은 이들이 보인다.
카자크라 스스로 일컫는 이들로 알고 보면 흑해를 넘나들어 함선 승선에도 익숙한 자들이다.
타고 있는 말은 조금 낯선 타지의 전투마들이지만.
카자크 기병 사이에서 한 청년이 라이플을 들었다.
-키릭.
카를은 금장식이 아로 새겨진 망원경을 들어 전방을 보다, 떨어뜨렸다.
“말도 안 돼. 저놈이, 어떻게 여기에. 그것도 군대를 들고서.”
“폐하,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일단 적군이 어느 군대인지부터 파악을.”
“이럴 수 없어. 영국놈들이 북해에 처박았다고 했잖아. 응?”
물론 카를도 믿지 않았다.
허나 이곳에 오지는 못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또한 더 큰 문제가 있다.
“설사, 그게 아니라 해도, 어떻게 군대를 끌고 와! 그것도 기병을!”
말은 배를 탈 수 없다.
물론 억지로 수송함을 만들면 가능하긴 하지만, 북해와 발트해는 건너지 못한다.
대체 어떻게 카자크 기병들이 저곳에 있을까?
-두두두!
그때 기병대가 멀리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쉬익, 쾅!
포화 소리와 함께.
***
여기, 유럽 최고의 사수가 있다.
-탕!
손에 든 피스톨은 폴리 병기창에서 제작되고, 보석 장인 쇼메의 솜씨로 장식된 유일한 총기다.
시야에는 백은의 문자가 떠올라 적의 위치를 알리고, 격발할 때마다 쏜살처럼 총탄이 매겨진다.
단 한 번도 목표했던 사냥감을 놓쳐본 적 없는 사냥꾼.
사수의 적들은 이렇게 부른다.
마탄의 사수, 프라이슈츠.
-철컥, 탕!
다시 달려드는 헝가리 후사르를 한 발에 쓰러뜨리는 사수에게 황급히 기병대가 몰려들었다.
그 뒤로 화려한 장식을 한 장군이 눈을 희번득대며 달려든다.
적인가 싶지만, 군복은 같은 흑청색이다.
에스파냐 근위대장이지만 프랑스 원수복을 입고 있는 남자, 쥐노가 으르렁댔다.
“국왕 폐하! 혼자 앞서나가지 마시죠!”
“쥐노, 눈 없어요? 지금 황제 폐하가 전방에 나와 있는 거 안 보여요?”
“아니, 그거야 란이나 베시에르가 신경 쓸 일이죠! 게다가!”
사수, 유진을 향해 쥐노는 고함쳤다.
“폐하께는 썩 불리한 상황도 아니지 않습니까!”
유진은 그때서야 기마를 달리다 어이없는 얼굴로 쥐노를 보았다.
황제가 근위기병대를 이끌고 돌진하는 광경이라면, 쥐노도 보았을 것이다.
게다가 헝가리 후사르 기병대와 전열보병들이 황제를 포위하려는 형국도 말이다.
하지만 쥐노는 이 상황이 유진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진언한 셈이다.
본래 툴롱에서 나폴레옹에게 발탁되었던 남자, 쥐노를 보다 유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많이 변했군요. 쥐노.”
“나름 에스파냐 왕국의 공작입니다만, 저는.”
“지금 한 말은 비밀로 해줄 테니 닥치고 근위대를 끌고 황제 폐하를 지키러 가요.”
쥐노가 입을 삐죽 내밀다, 미간을 좁혔다.
“그럼, 폐하께서는?”
유진은 라살을 향해 손짓하며 대꾸했다.
“적군은 40만, 그러니 중앙을 들이쳐야죠! 이랴!”
동시에 포격이 요란하게 울렸다.
-쾅! 쾅! 쾅!
사실, 한 대도 적군에게 맞지 않는 공포 소리다.
지금 대포를 쏘는 군대는 프랑스군도, 헝가리군도, 라인동맹도, 프로이센군조차도 아니다.
바로 덴마크-노르웨이 왕국의 왕립군이다.
가장 선두에 선 자는 프리드리히 폰 헤세-카셀로, 덴마크 국왕의 처남이며 스웨덴과 싸우며 경력을 쌓았다.
그렇지만 당연히 덴마크 군대만으로는 전황을 바꾸기 어렵다.
제4군단.
발트해를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하고, 다시 덴마크 군장비와 기마로 무장한 후, 라이프치히까지 직선 주파한 그랑다르메.
예나의 승전 부대가 왔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황급히 유진의 뒤를 따르는 라살의 근위기병 사이로, 이폴리트가 불쑥 달려왔다.
“전열보병과 포병대 조합에는 돌격하지 않는 게, 기병의 원칙 아냐?”
“내 앞에서 전술을 논하는 건가, 이폴리트?”
“아니, 국왕께서 너무 흥분하신 거 같아서!”
이폴리트가 몸을 바짝 숙인 채 외치자, 유진은 피식 웃다 피스톨을 들었다.
“원래는 그렇지만, 전열이 붕괴되면 얘기가 다르지. 게다가!”
문득 유진이 피스톨로 가리킨 쪽으로 포격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쾅! 쾅! 쾅!
덴마크 포병대가 쏘는 포탄 소리다.
하지만 덴마크 포병대는 지금껏 대규모 전장에서 싸워본 적이 없다.
화약도 모자라 평소에 훈련한 적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단 한 발도 맞지 않아, 사실상 공수포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 포격 소리에 놀라 말들이, 아니 기병들이 날뛰고 있다.
굳건히 달려오던 전열보병들의 대열은 붕괴되고, 병사들이 저마다 살 길을 찾아 도망친다.
사실, 알고 보면 덴마크 군대의 총원은 고작 4만이고, 제4군단을 합쳐도 9만이니, 아직도 연합군이 훨씬 많은데도.
“이렇게 자멸하는 전장이라면, 더욱! 선회한다!”
유진과 에스파냐 국왕 근위기병대가 일제히 휘몰아쳐 전장을 주파했다.
이제, 황제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
다시, 황제가 부왕, 아니 국왕과 마주했다.
“폐하, 제가 직접 돌격하시라는 작전을 진언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라이프치히 전장 한복판, 나폴레옹은 유진을 보다 달려와 껴안았다.
-와락!
마상에서 얼결에 안긴 유진이 당황했다.
“폐, 폐하?”
“유진, 잘 왔다! 네가, 프랑스의 구원자다!”
“아니, 그건 그냥 폐하께서 무모한 전술을 쓰셔서.”
사실 전장을 전부 보진 않았지만, 유진이 보기에 나폴레옹의 대처는 나쁘지 않았다.
단지 화력 시소게임을 벌이다, 나폴레옹이 지쳐서 먼저 치고 나온 게 문제였다.
만약 유진이 오지 않았다 해도, 피해만 입고 나폴레옹은 무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이른바 군중 선전의 달인이다.
“들어라, 전군! 오늘, 짐의 아들 유진이 프랑스를 구했도다!”
일순, 피로 젖은 군마 위에 있던 뮈라가 화답하듯 외쳤다.
“비바 나폴레옹! 비바 유진! 비바 보나파르트!”
근위기병대가 일제히 검을 뽑아 고함쳤다.
-비바 보나파르트!
함성이 그랑다르메 전원에게 퍼져 나간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죽이고, 죽는 전장.
하지만 이들은 실로 영광을 위해 싸우고 있다.
나폴레옹이 문득 유진의 어깨를 후려쳤다.
“이제, 적들의 수괴, 헝가리왕 카를의 목을 치러 가자!”
라이프치히 전투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유진과 나폴레옹의 조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