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01)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01화(502/547)
(501) 도이칠란트가 라이프치히에서 붕괴되다
도박은 선택의 게임이다.
“이건, 잘못 잡은 카드로군.”
라인동맹 총사령관, 막시밀리안 1세는 뚫어져라 전장을 보다 중얼거렸다.
이곳에 집결한 라인동맹의 군대는 13만, 비전투인원까지 합하면 15만에 육박한다.
개중에 바이에른 왕국이 단연 압도적이라 8만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포격전에 집중해 온 카를의 지휘 아래, 싸울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막 포위전을 감행하려다, 난관에 부딪쳤다.
북쪽 방면에서 영국 하노버군이 오주로를 뿌리치고 온 것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오히려 덴마크 방면에서 기습적으로 병력이 출현해 전황이 뒤집어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선두에 선 자는 단연 마탄의 사수, 에스파냐 국왕 유진이다.
유진의 무서움을 막시밀리안은 누구보다 잘 안다.
포로가 된 적도 있으니까.
문득 바이에른 총사령관, 브레데가 황급히 달려와 고했다.
“폐하, 후퇴하셔야 합니다.”
“브레데 장군, 여기서 내가 후퇴하면 미래가 있나?”
“설사 그렇다 해도 이 전쟁은 졌습니다. 우리 바이에른 군이라도 빼서 후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순간, 막시밀리안은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천만에, 카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봤나 보군. 브레데.”
“예?”
“지금은 판을 바꿔야 할 때야.”
모든 도박은 선택에 운명을 건다.
그런데 패배가 눈앞에 보일 때 탁월한 도박사는 어떻게 할까?
이 판은 ‘무효’라 보고 빨리 손부터 뺀다.
막시밀리안이 선택한 게 바로 연합군이라는 도박판에서 손을 떼는 거다.
어떻게?
“바이에른 전군, 헝가리의 배후를 친다.”
“폐, 폐, 폐하, 그, 그게 무슨.”
“조금이라도 더 늦으면 안 돼! 더 이상 기회가 없어! 프랑스측에는 전령을 보내서 이 사실을 정확히 알려라. 백기든 뭐든 들고!”
바로, 편을 바꾸는 식으로.
“지금 이 기습에 우리 바이에른 왕국의 운명이 걸렸다!”
바이에른 왕국군은 왕명에 일제히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당연히 갑작스런 태세 전환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혼란을 일으킨다.
얼마 전까지 바이에른 왕국과 함께 프랑스군에 대치하고 있던 프로이센 패잔병 쪽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바이에른이 누굴 공격하는 거지? 막시밀리안 저놈이 미쳤나?”
블뤼허가 군모를 틀어쥔 채 눈을 부릅뜰 찰나, 옆에서 애꾸눈 장군이 혀를 찼다.
“블뤼허 원수,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소.”
“뭘 말이오?”
“여기서 죽든가, 아니면 나폴레옹과 유진에게 복수할 또 다른 기회를 찾든가.”
애꾸눈, 쿠투조프의 말에 블뤼허는 멍하니 말 위에서 침묵을 지키다 눈을 부릅떴다.
설마 가장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전력을 기울여 달려왔다.
간악한 프랑스 제국에 맞서 라인 너머 ‘도이치’라 불릴 구 신성로마제국의 힘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고 믿었다.
그런데 시세가 어지러워지니 군중 반란이 일어난 셈이다.
“저주받을 남부 촌뜨기들 같으니! 지금 아군을 배신하고 공격하고 있는 건가!”
그러나 쿠투조프는 냉정한 태도로 블뤼허를 말렸다.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오. 지금 구원군이 간다고 전장을 뒤집을 수도 없을 거고.”
“연합군 숫자는 40만이 넘소! 대열만 다시 갖추면, 적을 압도할 수 있단 말요!”
“대열을 누가? 당신이? 헝가리와 라인동맹이 프로이센 원수의 말을 듣겠소?”
쿠투조프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 전장은 끝났소. 혹시 카를 국왕이 기적이라도 일으킨다면 모를까.”
그때서야 블뤼허는 프로이센과 라인동맹이 아닌 연합의 주력을 보았다.
헝가리 왕국군이 지리멸렬하다.
총사령부에서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면 저렇게 움직일 리 없다.
이미 대열은 깨어지고 부대는 사단도 아니고 연대 단위, 아니 소대 단위로 저마다 각자 흩어져 싸운다.
블뤼허는 말고삐를 잡아채며 이를 악물었다.
“글렀군.”
“왕이라도 구해서 갈 거요?”
“그야 당연하지. 난 선대 프리드리히 대왕 때부터 프로이센 군에 신세를 졌거든.”
문득 블뤼허의 시선이 프로이센군 후방을 향했다.
“어어어, 대열이, 대열이 무너진다! 막아라! 전열을 지켜라!”
프로이센 국왕, 얼마 전까지 신 프로이센 제국 카이저를 자칭하던 빌헬름이 보인다.
이미 수도도, 왕국도, 왕비도 빼앗긴 마당이지만, 아직 빌헬름은 포기하지 않았다.
당연히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적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결코 블뤼허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폴레옹, 그리고 유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이프치히의 붕괴되는 전장, 프로이센 군의 필사적인 탈주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
진영 중앙, 헝가리 왕국군 28만 명이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달리는 와중이다.
“국왕 폐하, 후퇴하셔야 합니다!”
심지어 국왕을 놓아두고 도주하는 근위대 병사마저 보인다.
하기사, 헝가리 군은 기본적으로 헝가리인을 기본으로 보스니아와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인이 징집된 군대다.
그런데 이길 때라면 모를까, 패배가 명확해진 순간이다.
엄연히 도이치인인 카를을 죽자고 지킬 병사가 몇이나 될까?
카를은 도주를 권하는 메테르니히를 돌아보다 물었다.
“어디로? 여기서, 헝가리로 돌아가기라도 하란 건가?”
“그것도 방법이긴 하나, 지원군이 올 곳으로 가야 합니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곳은 하노페 왕국입니다.”
“하노페? 아, 함부르크로 가는 방법이 있었군. 하하, 영국 망명객도 좋지.”
헛웃음을 터뜨리다, 카를이 일렀다.
“메테르니히, 그대는 도망치게.”
사실 연합군은 총 43만 명이나 된다.
나아가 헝가리군만 해도 28만이 넘으니 30만에 육박하는 대군이다.
아무리 예기치 못한 덴마크 군과 프랑스 제4군단의 참전이 있었다 해도, 전열을 정비하면 맞서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적군 공세가 너무 거셌고, 아군 대응은 너무 느렸다.
이는 사실 카를의 화력집중 전술 때문이다.
그간 6일에 걸친 라이프치히 회전 과정에서 나폴레옹은 연신 기동력을 활용한 공세를 펼쳤다.
반면 카를은 무조건 화력에만 집중하며, 모든 병력을 정지시켜 두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런 사태 변환에 미처 대응할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전열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는 이유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황제를 두고 도망칠 수는 없는 법이다.
“폐하, 신은 제국의 신하입니다. 폐하께서 다시 제국을 부활시키리라 믿고, 따라왔습니다. 부디 몸을 보존하소서!”
“그건 다른 합스부르크 가문의 사람도 할 수 있어. 내 막내 남동생이 빈에 있지? 아니면, 미국으로 쫓겨간 형님이 다시 복귀하는 것도 좋지.”
“프란츠 폐제는 망국의 황제일 뿐입니다. 폐하께서, 계셔야 다시 제국도 복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신성로마제국이 아니라 도이칠란트야.”
기묘한 말에 메테르니히가 눈을 깜박였다.
도이칠란트, 곧 도이치 사람들의 땅.
옛날 중세 신성로마제국이 있던 시절 황제의 후계자는 도이치 쾨니히, 곧 독일왕이라 불렸다.
하지만 중세적 개념을 카를이 얘기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카를은 프랑스 제국의 황금빛 독수리 깃발을 보다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부활시켰어야 하는 나라, 영토, 국민. 프랑스처럼 국민국가를 만들었어야 했어.”
“폐하.”
“애석하게도, 짐은, 나는 이루지 못할 것 같네. 허나.”
카를의 눈이 메테르니히를 다시 향했다.
“나폴레옹과 유진을 패배시킨다면, 합스부르크의 누구라도 가능하겠지.”
본래 원역사에서 메테르니히는 성공 직전까지 간다.
그저 범용한 군주로, 버티는 것말고는 재능이 없는 프란츠 황제와 함께.
만약 카를이 처음부터 합스부르크 가문의 승계자였다면 어떤 제국이 만들어졌을까?
그럼에도, 나폴레옹을 이길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유럽, 아니 세계에 영국만이 남았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니, 군대를 몰라서 하는 소리야. 자네는. 이미 늦었어.”
카를이 고개를 젓다 명했다.
“영국 수상 피트에게, 그리고 군대를 이끌고 올 사령관에게 전하게. 나폴레옹을 죽여야 한다고. 유진도 함께, 반드시.”
본래 카를이 라데츠키에게 명령했던 바와 다르다.
포로가 아닌 사살.
참수공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한 셈이다.
회한에 찬 눈으로 카를은 전장을 보았다.
“잡아서, 유진을 굴복시키고, 다시 제국령을 되찾고 싶었지. 내 욕심이었어.”
“국왕 폐하, 지금이라도.”
“이러다가, 자네도 못 빠져나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몰아 나서며, 카를이 다시 명했다.
“가게.”
결국 메테르니히는 전장을 떠났다.
이제 카를의 옆에 남아 있는 이들은 최후의 근위대 뿐이다.
문득 가장 옆에서 뒤따르던 오스트리아군 원수를 향해 카를이 말했다.
“라데츠키, 자네는 같이 있어줘야겠어.”
“영광입니다, 폐하.”
“무슨, 영광은 얼어죽을. 혹시 저 친구들이 지옥에 오면 같이 맞아주자고.”
카를은 저 멀리 나폴레옹, 그리고 유진을 노려보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나폴레옹, 그리고 유진. 너희 둘은 지옥에 갈 거다. 나처럼!”
왜냐하면 수십 만의 사람을 한 곳에서 죽이는 학살자들이니까.
-우르릉, 쾅!
포화가 요란히 전장을 울렸다.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군주를 기리는 것처럼.
***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이 있다.
“빌어먹을, 이겼어도 이긴 것 같지가 않군!”
분명 막바지에는 우세한 전장이었다.
그럼에도 2배나 되는 병력 차이와 6일 동안 벌어진 포격전의 피해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프랑스군의 피해가 막심하다.
가히 보로디노 전투를 방불케 할 정도의 소모전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나폴레옹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승리입니다, 폐하.”
“대포는 모두 작살나고 말들은 쓰러졌어. 병사들만 무사하면 전부냐, 유진?”
“적 연합군은 사실상 와해되었습니다.”
문득 유진이 전장 저편을 향해 국왕의 지휘봉을 휘둘렀다.
“이제, 라인 제후들에게 충성을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러시아 전역에서 도망친 자들에게 다시 귀환을 요구해야죠!”
그때서야 나폴레옹은 아직 죽지 않은 ‘전직’ 적군이 전장에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 조기에 도망치거나 항복한 탓에 전력이 고스란히 남은 병력이다.
라인 제후들의 군대.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병력을 어떻게 요리할지 고심하는 나폴레옹에게, 유진이 속삭였다.
“저기, 백기를 든 바이에른 국왕을 보십시오.”
“아주 빠른 친구군.”
“항복 선언이 가장 좋은 자구책이란 걸 알게 하십시오. 그래서, 도이치 인들이 다시는 하나로 모이지 못하게 하셔야 합니다.”
도이치인들, 곧 도이칠란트의 국민.
만약 이 전쟁에서 프랑스가 졌다면 카를의 영도하에 도이칠란트가 탄생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허나 나폴레옹이 이겼다.
이제 유럽에 도이칠란트란 이름은 영영 존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폴레옹은 바이에른 국왕을 보다, 웃음을 터뜨리며 마렝고를 몰아 나섰다.
“흥, 저치의 딸을 내 첩으로 맞이할까 했는데, 그건 관두지. 여, 막시밀리안! 오랜만이오. 하하하!”
1810년 6월 17일.
라이프치히 회전이 끝났다.
아울러, 도이칠란트가 붕괴되었다.
이제, 유럽 대륙은 나폴레옹의 이름으로 사실상 통일되었다.
오직, 섬나라 영국만을 남기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