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0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02화(503/547)
(502) 드레이크의 북이 울리다
영국에는 기이한 전설이 많다.
-둥!
버클랜드, 런던 북서쪽 130킬로미터에 있는 소도시로, 인근에는 저 유명한 옥스포드가 있다.
그러나 이 소도시에는 영국인 모두가 아는 한 사람이 살았다.
프랜시스 드레이크, 바로 아르마다를 찰스 하워드와 함께 격파한 16세기 영국의 해적왕이다.
한데 드레이크의 옛 저택에는 북 하나가 남아 있다.
영웅의 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인들은 갑작스런 북소리를 듣다 서로 모였다.
“뭐야, 지금 어디서 북이 울린 거야?”
“누가 밖에서 연주라도 하나? 군악대가 이 근처에 있었어?”
“이건 틀림없이 군용 북소리인데.”
관리인 존도, 샘도, 밥도 영문을 몰라 서로 돌아볼 뿐이다.
이 근방은 정말 시골이라서, 군악대 같은 게 지나갈 리가 없다.
게다가 북소리를 울릴 정도로 오케스트라가 올 만한 장소도 아니다.
저택 관리를 하는 이유도 유서 깊은 유적이기 때문일 뿐, 드레이크의 조카로 이어지는 드레이크 남작가는 1794년에 끊긴 지 오래다.
현재 이 저택을 상속받은 프랜시스 어거스틴 엘리엇 히스필드 남작은 왕실 근위대로 근무해, 런던에 간 상태다.
해서, 빈 거나 마찬가지인 드레이크 저택에서 북을 울릴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득 존이 시선을 돌렸다.
“서, 설마, 저 북이?”
저택 한복판, 드레이크 제독이 남겼다고 알려진 북이다.
무려 대서양을 건너 운송되어 온 유서깊은 유물.
허나 유서가 깊다는 거지, 저 [드럼]이 무슨 특별한 마법의 물건일 리는 없다.
관리인 샘이 혀를 찼다.
“자네, 요새 고딕 호러를 너무 많이 봤군.”
“하.하.하. 내가 [오트란토의 성]을 자주 즐겨 보곤 하지.”
“걸작이지. 지난 세기를 대표할만한 호레이스 월폴의 작품이야. 후후.”
고딕 호러, 통칭 고딕 소설은 바로 이 시대에 유행하던 장르다.
1764년에 호레이스가 첫 소설을 발간하면서 광풍이 일었다.
세기말, 대혁명, 그리고 전쟁기.
영국인들이 호러 노블에 빠져 열광하게 된 이유다.
게다가 영국의 음산한 날씨는 원래 유령에 대한 괴담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문제는 이 저택도 유령이 나올 법한 폐가란 거지만.
간신히 공포를 누르며, 관리인들이 서로 고딕 노블 취향을 논하며 재담을 나눌 때였다.
-둥!
다시, 북소리가 울렸다.
“들었지?”
“애석하게도, 들었다네.”
“누구야, 대체? 여기 습도 관리를 아무도 안 한 자가?”
하지만 저택 내부는 정말 바싹 말라, 아무런 습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에 관리인들이 서로 살피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고딕 노블 애호가,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저 북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뭐야, 그게?”
“저게 저 유명한 캡틴 드레이크가 남긴 북인 건 알지? 드레이크는 바다에서 저 북이 울리면 적함이 출현한 걸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
존은 오싹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샘과 밥에게 일렀다.
“그래서, 영국이 전쟁을 치르게 되면, 저 북이 울린다는 말이야.”
샘과 존, 밥은 부르르 떨다 서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동안 내가 여기서 몇 년을 관리했는데, 한 번도 울린 걸 못 봤네. 그간 우리 왕국이 치른 전쟁이 몇 차례야? 존?”
“그렇지? 사실 북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네,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샘?”
“나도 밥과 똑같이 생각해. 거, 말도 안 되는 호러 괴담은 소설에서나 나오는 거지.”
그때다.
-둥!
다시, 북소리가 울리고 존은 마른침을 삼키다 고개를 조금씩 돌렸다.
“생각해보니, 드레이크는 아르마다를 이긴 명장이잖아.”
“어, 그런데?”
“그건 영국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전쟁이었네.”
샘이 눈을 굴릴 찰나, 존이 시선을 불안하게 돌리며 말했다.
“혹시, 그럴 때만 울리는 거 아닐까?”
밥이 눈을 깜박이다 물었다.
“누가?”
일단 저 북이 신비해서 전쟁이 터질 때 울린다고 치자.
그러고 보면 대륙에서 전쟁이 연이어 일어나고, 영국의 동맹이 패배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대체 누가 저 북을 울리고 있단 말인가?
드레이크의 유령이라도 있는 걸까?
-두우웅!
그 순간 다시 울린 북소리에 관리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으아아!”
드레이크의 북.
후일 원역사에서 세계대전 때 울렸다는 전설을 남긴 신비한 드럼.
이 순간 멈추지 않을 것처럼 소리를 뿜고 있었다.
영국의 운명을 건 전쟁이 시작될 거라는 것처럼.
***
드레이크의 북은 실로 유명하다.
어쨌든 국왕이 직접 수상 앞에서 거론할 정도니까.
“수상은 들었나? 드레이크의 북이 울렸다고 하더군.”
수상 피트는 눈썹을 치뜨다 고개를 조아렸다.
왕이 오컬트에 빠져 있다는 소문이 나가서 좋을 게 없다.
그렇잖아도 왕세자 조지가 수상한 이교 의식에 빠져 있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게다가 왕은 애초에 제정신도 아닐 때가 많지 않은가?
잠시 말을 고르다 피트는 조지 국왕에게 답했다.
“폐하께서도 너무 호러를 좋아하시는군요.”
“흐, 자네도 나처럼 머리가 미쳐보게. 소설 말고는 즐길만한 게 없어져.”
“강건하게, 오래 사십시오. 폐하. 저보다, 더.”
그러자 조지 3세는 흰 눈썹이 가득한 눈을 둥글게 떴다.
“이건, 내가 물어야겠군. 자네, 승전까지 버틸 수 있겠나?”
조지보다 수십 살 젊은 피트의 낯은 실로 백지장 같다.
물론 19세기 영국인들이 색슨족의 후예답게 피부가 하얗긴 하지만, 피트는 정상이 아니다.
승전보라도 거듭 들려왔다면 조금 건강이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입수되는 소식은 연전연패다.
심지어 해전마저 패했다.
도저히 압박이 사라지지 않는다.
승리가 오기는 할까?
피트가 간신히 웃으며 답했다.
“버텨 보겠습니다. 폐하.”
조지 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왕위에 올라 승전보를 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미국을 빼앗겼고, 이집트에서 졌으며, 유럽은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그나마 인도에서 승전보를 들은 것 같은데, 그야 유럽보다 한참 뒤처진 구식군대가 아닌가?
이제 프랑스의 괴수, 나폴레옹마저 돌아온 모양이다.
물론 피트가 유능한 재상이라는 건 조지도 아는 바지만, 전쟁을 잘 치른다는 뜻은 아니다.
과연 이길 방법이 있을지, 조지 왕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굳이 안 물어도 잘 하겠지만, 전황이 어떻지?”
“나폴레옹이 라이프치히에서 이겼습니다. 카를 국왕은 전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막시밀리안 국왕은 나폴레옹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자칭 황제 빌헬름은 현재 망명 신청 중입니다.”
“함부르크? 이런, 시드니가 죽었는데 북해를 건널 용자가 있나?”
별로 비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허나 피트는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이를 악물고 피트가 왕에게 고했다.
“아직, 폐하의 로열 네이비는 멀쩡합니다. 곧, 런던에서 빌헬름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하노버 왕국령은 무사하냐는 질문은 던지지도 못했다.
사실 무의미한 얘기다.
이미 영국은 나폴레옹과 전쟁 중이고, 이기지 못하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하노버 선제후령도 끝이다.
조지가 고개를 내젓다 다시 말했다.
“좋아. 그럼 나폴레옹이 프랑스로 귀국하겠군.”
“아뇨, 파리를 밟지는 못할 겁니다.”
“허어, 어째서? 아무리 우리 해군이 빨리 병력을 수송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나? 나폴레옹은 실로 번개처럼 빠르다던데.”
물론 나폴레옹이 다시 군을 재정비하며 시간을 소모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유럽 대륙에서 더 이상 나폴레옹을 막을 세력은 없다.
본국의 반란 때문에라도, 이제는 그랑다르메가 프랑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피트가 엉뚱한 말을 꺼냈다.
“벌써, 세계 각지에 흩어진, 폐하의 영토에서 몰려온 용병들이 출발했습니다.”
조지는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듣는 소리다.
내각이 왕국을 사실상 통치하는 시대라지만 최소한 전쟁은 왕의 일이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식민지는 명목상 왕령지다.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던 조지가 마음을 가라앉혔다.
“언제? 아니, 무의미하군. 내가 제정신이 아닐 때 왕비의 결재를 받았겠지.”
“송구합니다.”
“군대의 일은 속도가 중요하니 내게 사과할 필요 없네. 허나 궁금한 게 생기는군.”
이번에는 진실로 비꼬는 태도로 조지가 물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나폴레옹의 귀환을 막고, 다시 격파할 셈인가?”
왕에게 묻지도 않고 파병했다.
그러면 반드시 이겨야 할 것이다.
아니면 왕이 설사 미쳤더라도 수상을 끌어내릴 테니까.
“전술은 신임 총사령관, 아서 웰즐리의 몫입니다.”
“그 친구가 모닝턴 백작의 아들이지? 인도 총독이었나?”
“인도 총독은 아서의 형인 리처드입니다. 현재 모닝턴 백작이기도 하죠.”
가볍게 조지의 기억력이 정상이 아니란 걸 지적하며, 피트가 단호히 말했다.
“다만 전략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네덜란드 연방을 해방시켜 프랑스의 발을 묶을 겁니다.”
네덜란드가 프랑스의 군화 아래서 해방되는 순간, 영국도 비로소 안전해진다.
또한 파리가 영국군의 가시권 안에 들어온다.
대혁명기, 프랑스가 플랑드르 정복에 나섰던 이유다.
하지만 조지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아무리 내전 중이라지만 프랑스는 플랑드르에 대군을 주둔시키고 있지 않나?”
이번에도 피트의 대답은 간명했다.
“우리도 대군을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물량 공세가 피트의 대전략이다.
***
네덜란드 해안은 접안이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쏴아아.
그러나 북해에는 프랑스 함대가 사실상 없다.
그나마 바타비아 공화국이 자체 보유한 함대가 해안 수비에 힘써왔다.
그런데 최근 영국이 부추긴 내부 봉기가 거듭되면서, 함대를 내보낼 여력이 없어졌다.
이게 바로 대규모 함대가 무사히 북해를 건너 네덜란드의 옛 주도, 홀란드까지 온 비결이다.
“저지대가 보인다!”
선수에 선 클린턴 장군이 외치자 함대를 지휘해 달려온 콜링욱드가 고개를 돌렸다.
“본래, 상륙이 어렵지. 저지대는.”
“걱정마시죠. 콜링우드 제독. 우리는 더 심한 바다에서도 상륙전을 펼쳐봤습니다.”
“그런데 저 힌두 친구들은 바다에 익숙한가?”
힌두식 터번을 쓴 병사들을 돌아보다, 아서 웰즐리가 피식 웃었다.
“저 친구들은 바다보다 추위가 문제입니다. 뭐, 지금은 적당히 더운 계절이지만.”
마침 계절은 7월의 여름이다.
나름 냉대 지역인 네덜란드치고는 더운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하여 열대의 병사들, 힌두 군단은 저마다 함성을 지르며 배에서 뛰어내렸다.
“시바 신의 이름으로! 적을 무찔러라!”
“가자!”
“비슈누여 부디, 적을 살상하는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그 선두에는 단연 웰즐리가 서 있다.
“이제, 저지대에서 압제자 나폴레옹을 무너뜨릴 위대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웰즐리를 필두로 네덜란드 해방군이 일제히 저지대 뻘로 들어섰다.
-철퍽, 철퍽, 철퍽!
1810년 7월 7일.
영국이 마침내 유럽대륙에 상륙했다.
인도 정복의 명장, 웰즐리의 지휘 아래.
오직 나폴레옹을 이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