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0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04화(505/547)
(504) 카페가 파리로 돌아왔다
이 순간, 파리는 실로 반 보나파르트 세력이 들끓고 있다.
“보나파르트를 몰아내고, 전쟁을 멈추자!”
파리 거리를 국민위병대가 힘차게 외치며 누빈다.
물론 시민들은 그저 냉담하게 쳐다볼 뿐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국민위병대가 봉기하기 전보다, 지금이 경제 사정이 안 좋은 탓이다.
만약 영국이 재해권을 장악한 북부 항구에서, 긴급 구호물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진작 파리 [네오 자코뱅] 정부는 무너졌을 것이다.
파리의 카페에서 영국의 식민지, 자메이카산 커피를 홀짝거릴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쓴맛에 낯을 찌푸리던 전직 프랑스 중앙은행 이사, 페리에가 입을 열었다.
“지금 황제가 이겼다던데. 무슈 페레고.”
“요새 [르 모니퇴르] 논조 봤어? 아주 황제 찬양지 되기 직전일세, 무슈 페리에.”
“원래 그랬잖아. 이상할 것도 없지.”
페리에는 턱짓으로 다른 쪽을 가리켰다.
“게다가 지금 파리에 남은 황제 전향파 자코뱅들이 들썩이고 있네.”
실은 파리 광장은 국민위병대만 있는 게 아니다.
전혀 다른 시민들도 함성을 지르며 다니고 있다.
문득 선두에 선 남자의 목청이 우렁차게 들려온다.
“가짜 자코뱅은 물러가라! 진짜 자코뱅은 헌법에 의한 통치를 원한다!”
그런데 헌법은 국민투표나 의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당연히 국민투표는 불가능하고, 의회는 정지된 상태다.
그렇기에 헌법 투쟁이란 결국 시민제정으로 돌아가자는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네오 자코뱅이 장악한 거리를 누비는 무모한 남자, 데물랭을 구경하다 페레고가 휘파람을 불었다.
“왜 안 잡아가는 거래?”
“데물랭은 상징적 인사 아닌가. 혁명을 가장 처음 촉발시킨 사람이고, 황제에게도 비판적이었지. 귀족 작위도 받지 않았고. 아무리 바뵈르가 막 나가도 함부로 죽일 수가 없다네.”
“시에예스가 살려두는 거겠지, 쯧. 언제 파리 진공이 이뤄질까?”
페리에는 페레고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세뤼르에는 파리 진공을 못 해. 황후도 마찬가지고. 결국, 황제가 돌아와야 가능하네.”
굳이 페레고가 페리에를 향해 묻는 이유가 있다.
본래 조세핀이든 나폴레옹의 모친 레티치아든 은행가와 친한 편이다.
조세핀은 낭비벽 때문에, 레티치아는 투자 때문에.
그중 페리에는 조세핀의 사치벽을 유진 몰래 감당해주던 은행가였다.
하지만 페리에도 아직 뾰족한 소식은 들려주지 못하는 셈이다.
“황제가 돌아올 시기는?”
“자네가 그걸 왜 궁금해 하나?”
“몰라서 묻나? 지금 자크 ‘로쉴드’가 파리를 드나들고 있어. 주식과 채권이 싸게 나올 때마다 사들인다는 거야.”
페레고가 은밀한 정보를 흘리자, 페리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 친구는 에스파냐에 가 있는 친구 아니었나? 왜 파리로 왔지?”
자크 로쉴드, 그러니까 로트실트 가문의 막내 남자다.
예전에 러시아 쿠데타 건으로 로트실트 가문이 한 번 유진에게 걸렸을 때, 볼모로 보내진 바 있다.
이후로 에스파냐 왕국에 프랑스 차관을 들이는 작업을 주도하는 임무를 맡아 처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제국이 내전에 빠진 시점에, 갑자기 파리에 나타났다는 얘기다.
물론 페레고는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로 설명했다.
“이런, 뭘 모르는군. 로쉴드 집안은 각 나라마다 발을 뻗치고 있네. 이번에 영국군에 자금 융통하는 은행이 2개야. 하나는 베어링스 뱅크고, 다른 하나는 로스차일드, 그러니까 로쉴드지.”
“아니, 나도 알아. 네이선인가 나단인가 하는 친구가 움직인다며. 내 말은 유진 국왕 재무담당관이 왜 파리로 왔냐고.”
“그야 뻔한 거 아닌가. 돈이 보이잖아.”
페레고가 카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춰 일렀다.
“이번에 황제가 이기느냐, 영국이 이기느냐에 따라 판돈이 크게 움직인다고.”
본래 원역사에서도 로트실트, 그러니까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 전쟁 덕으로 큰 돈을 번다.
특히 마지막 전투 때는 영국의 승전 소식을 조금 앞서 입수해, 일종의 주가조작을 일으킨다.
다른 중개인들이 정보를 입수하기 전, 패배한 것처럼 정보를 흘려 채권 가격을 폭락하게 만든다.
다음 진짜 소식이 오기 전에 사들였다가, 승전 소식으로 채권이 폭등할 때 팔아치운 것이다.
자크도 지금 비슷한 일을 꿈꾸며 파리에 몰래 드나들고 있는 거였다.
당연히 걸리면 죽는다.
어쨌든 영국에서 자리잡은 네이선 로스차일드와 달리, 자크 로쉴드는 엄연히 유진의 재무관이니까.
이걸 이용하려는 또 다른 남자 페레고를 보다, 페리에가 혀를 찼다.
“페레고, 자네는 정말 장사꾼이군.”
“자네는 마치 아니라는 듯 말하는구만.”
“하여간 황제가 언제 올지는 나도 모르지. 내가 자네보다는 황후 쪽에 오래 돈을 대긴 했네만, 그건 퐁텐블로에서도 모른다던데?”
문득 페리에가 커피를 마시며 투덜댔다.
“사실, 황제 본인도 모르지 않을까?”
황제도 이기기 전까지는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사실 그게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본질이다.
나폴레옹이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도박을 걸었다는 것 말이다.
페레고가 혀를 찼다.
“그럼, 우리는 저 꼴을 한동안 계속 봐야겠군.”
문득 광장에서 누가 외쳤는지 모를 고함이 들려왔다.
“우리가 진짜 자코뱅이다!”
원조 자코뱅 논쟁이 시끄러운 파리의 하루였다.
***
물론 당사자 입장에선 생사가 걸린 문제다.
“멍청한 카를이 졌어! 이젠 믿을 건 영국뿐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단 말이야! 스파이 마스터!”
한때 왕의 별궁이었던 루브르에서 바라스가 고함치고 있었다.
만약 카를이 이겼다면, 지금쯤 프랑스 전역이 바라스와 네오 자코뱅의 손에 들어왔을 것이다.
허나 라이프치히에서 나폴레옹이 이겼다.
이제 네오 자코뱅의 목숨은 그야말로 파리와 같다.
문득 바라스 앞에 앉아 있던 영국 스파이 마스터, 필립 오베르뉴 드 부이용이 혀를 찼다.
“이보쇼, 미스터 바라스. 지금 얘기해주지 않았소? 벌써 우리의 위대한 그레이트 브리튼 왕립군이 홀란드에 왔다고.”
“파리는! 대체 언제 오나!”
“그거야 홀란드를 모두 평정해야 움직이는 거 아니겠소. 게다가 파리로 돌아오면, 나폴레옹은 어떻게 상대하오? 쯧쯧, 혁명 때 전쟁 안 해봤소?”
물론 오베르뉴의 말은 일리가 있다.
일단 네덜란드도 명목상 [해방]되었다지만, 완전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또한 나폴레옹은 엄연히 라인 동쪽에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견제하며 움직여야 한다.
허나 파리에 처박혀 있는 네오 자코뱅 입장에서는 헛소리다.
바라스가 오베르뉴를 한 대 칠 기세로 달려가 외쳤다.
“이봐, 무슈 오베르뉴! 당신이 정말 부이용 공작이 되고 싶다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거야. 이렇게 느긋하게 있는 사이에도, 나폴레옹은 라인 국경선으로 다가오고 있어!”
오베르뉴가 빤히 바라스를 보다 낯을 찡그렸다.
“요새, 당신들이 하는 꼴 보면, 차라리 나폴레옹에게 붙는 게 낫겠다 싶군.”
“뭐라고?”
“그렇잖소. 퐁텐블로에 있는 여자 하나 못 잡아서 이 난리를 만들고.”
바라스는 할 말을 잊었다.
이것도 오베르뉴의 말이 맞다.
왜냐면 애초에 원래 계획은 파리에서 봉기를 일으켜, 황족들을 모두 잡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료 하나 제대로 못 잡아, 상황이 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심지어 지휘관으로 영입된 뒤무리에도 난국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 마시오. 우리 위대한 영국인들은, 당신네 모자란 프랑스인들을 돕기 위해 카드 하나를 준비해 놨으니.”
그때 오베르뉴의 호언장담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구석의 남자가 물었다.
“건방진 스파이 마스터. 준비한 게 뭔가?”
“간단하오, 미스터 시에예스.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군대요.”
“무슨, 군대? 어디서? 방데라도 봉기했나?”
시에예스의 빈정거리는 말에도, 오베르뉴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웃으며 대꾸했다.
“거긴 이제 완전히 친황제파의 땅 아닌가? 불온한 자들은 전부 신대륙으로 보낸 모양이고. 망명 프랑스 왕당파 군대가 올 거요. 다름 아닌, 칼레로.”
방데가 이제는 친황제파라는 것은 유진의 신대륙 정책과 나폴레옹의 [공업화] 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본래는 농업 지역이었던 방데는 이제 매연이 가득한 프랑스 제일의 공장지대다.
나아가 불온했던 이들 중 1백만이 신대륙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났다.
그런데 이들 대신 [왕당파]가 온다고 한다.
방데가 아닌 칼레로.
그러니 영국에서 진군한다는 뜻이다.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듣지 못해 눈을 굴리던 시에예스가 입을 쩍 벌렸다.
“칼레라니! 게다가 왕당파 군대라고? 그랬다간 파리 시민들도 뒤집어질 거요!”
“왜? 반황제파 세력 아니오? 서로 힘을 합쳐야지요.”
“무슈 오베르뉴! 미쳤군. 우리는 혁명의 대의로 뭉쳐 일어난 거요. 황제가 혁명을 배신했기에 국민방위대가 봉기한 거요. 그런데 왕당파 군대라니!”
바라스도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 눈을 부릅떴다.
“잠깐, 망명 왕족들이 이끄는, 그 군대 말이야?”
바로 부르봉 왕가가 이끄는 망명 귀족들의 군대다.
의외로 제법 많아 숫자는 1개 사단에 가깝다.
구체제의 프랑스가 얼마나 귀족이 많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든 인구의 2프로가 귀족이었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이들 망명 왕당파 군대는 네오 자코뱅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혁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베르뉴도, 영국도 알 바 아닌 문제다.
“시에예스, 영국의 도움이 필요 없다면 거절하시오. 그럼 간단히 끝나지. 나도 귀국하면 그뿐이고. 하지만.”
오베르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간단히 통지했다.
“우리 위대한 영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잠자코 따르시오. 그게 당신들이 살 유일한 길이오.”
시에예스도, 바라스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외세를 끌어들인 대가는 비참하다는 걸.
***
그러나 또 다른 외세의 꼭두각시들은 아주 위풍당당하게 걷고 있다.
-저벅, 저벅, 저벅.
파리 외곽, 세느 강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새하얀 제복의 군대가 멈췄다.
혁명 이후로 볼 수 없었던 프랑스 왕국군의 군복이다.
백색, 왕당파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선두에서 말을 탄 뚱뚱한 남자, 자칭 루이 17세인 프로방스 백작이 외쳤다.
“드디어, 짐이 파리로 돌아왔도다.”
옆에는 반대로 말라깽이처럼 비틀어진 남자, 아르투아 백작 샤를이 있다.
샤를은 형형한 눈빛으로 파리를 노려 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2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이다.
“형님, 다시 왕위에 등극하실 때가 왔습니다.”
“영국이, 정말 무도한 참칭자를 쓰러뜨려 주겠지? 샤를?”
“당연합니다. 전세계에서 병사들을 끌어모았다 하지 않습니까?”
샤를은 검을 뽑아 휘두르며 눈을 번뜩였다.
“이제, 파리를 우리가 차지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 왔다.
왕을 쫓아내고 평민들이 차지한 무도한 정권을 타도한다.
하여, 정당한 신의 왕권을 바로 세우리라.
뚱뚱한 자칭 루이 17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르짖었다.
“전군, 진격하라! 파리를 해방시킨다!”
곧이어 백색 왕당파 망명사단이 진격했다.
“왕을 위하여! 신이여, 왕을 도우소서! 비바 부르봉!”
1810년 7월.
아직 나폴레옹이 돌아오기 전 파리.
나폴레옹이 베를린으로 가는 길에 벌어진 촌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