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0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06화(507/547)
(506) 네덜란드의 해방자, 웰링턴이 탄생한다
얀트베르펜, 영어로 앤트워프라 불리는 옛 플랑드르의 핵심 도시다.
“이곳이 뚫리면, 사실상 파리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육각형의 별모양으로 쌓인 성벽을 보며, 영국 대륙원정군 사령관 부관 클린턴이 말했다.
물론 클린턴의 말대로 전략적 요충지가 아니었다면, 이곳까지 웰즐리가 직접 올 이유도 없다.
허나 직접 관찰한 얀트베르펜은 도저히 뚫을 수가 없어 보였다.
본래 대혁명 이전에 요새공방전이 벌어지던 시절 만들어진 성벽이 드높다.
포격의 피탄조차 약화시키는 두꺼운 성벽을 관찰하다, 웰즐리가 물었다.
“프랑스 북방군이 사실상 궤멸 되었는데, 이곳은 왜 항전 중인 거지?”
“시장이 황제가 올 때까지 버티겠다고 했답니다.”
“그러면 골치 아픈데. 여긴 전형적인 [보방 스타일] 요새라, 돌파가 어렵단 말이야.”
웰즐리는 혀를 찼다.
“시장이 우리 약점을 잡았군.”
얀 스티븐 베르브라우크, 현재 얀트베르펜의 시장이다.
본래는 오스트리아가 플랑드르를 지배하던 시절, 기득권이 된 남자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집권한 후에는 바로 친프랑스파로 돌아서 10년이 넘게 시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토록 약삭빠른 베르브라우크가 왜 농성전에 나선 걸까?
사실 나폴레옹은 얀트베르펜을 런던에 맞먹는 항구로 만들고자, 집중 투자를 시행했다.
그 덕에 베르브라우크도 대부호가 되기도 했다.
당연히 그런 은혜를 생각해서 버티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폴레옹이 라이프치히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조금만 버티면 나폴레옹의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한 영국군이 공격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아주 견고해 보이는 성과 그 주위를 둘러싼 해자를 가리키며, 클린턴이 일렀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얀트베르펜은 위험한 항구입니다. 이 기회에 점령해서, 망가뜨리면 좋죠.”
“왜?”
“원래 중세 때는 런던보다 발달한 항구였다더군요. 만약 프랑스가 작정하고 자원을 쏟아부으면, 런던을 능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 원역사에서 시도되었던 나폴레옹의 책략을 거론하는 클린턴에게, 웰즐리가 간단히 대꾸했다.
“그건 피트 수상이 걱정할 일이지, 클린턴.”
런던의 항구로서의 입지 불안 따위는 웰즐리도, 대륙원정군도 알 바 아니다.
현재 런던에 집결했다가, 다시 저지대로 넘어온 대륙원정군의 숫자는 총 15만 명.
세계 각지, 특히 인도에서 온 병사들을 무사히 집으로 보내는 게 더 큰 과제다.
물론 이긴 후에 말이다.
그때 멀찍이 호위병들과 함께 우직해 보이는 한 장군이 달려와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공성전 돌입할까요?”
“글쎄요, 토마스 그레이엄 남작님.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난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조만간 후작이 되실 분이 굳이 공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정군 부사령관, 토마스 그레이엄이 진지한 얼굴로 고했다.
“국왕 폐하가 곧, 작위를 내리실 거라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본래 원역사에서 영국은 웰즐리에게 그야말로 작위를 남발한다.
원래 이른바 아일랜드 정복 후 탄생한 아일랜드 귀족으로, 모닝턴 백작가의 3남이긴 했다.
허나 포르투갈 방어 때 백작위를, 에스파냐 수복전 때 후작위를, 다시 저지대 공략 때 공작위를 준 사건은 실로 유례없는 승작이다.
당시 영국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나폴레옹에게 몰려 있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랄까.
그런데 현재는 나폴레옹이 원역사보다 훨씬 압도적이니, 자연히 작위 수여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웰즐리는 무심하게 요새만 볼 뿐이다.
어차피 작위가 저 별모양의 성벽을 무너뜨려 주는 것은 아니다.
“작위라, 승전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는 명예로군.”
“이기지 못해도 작위가 환수되는 경우는 없지요. 물론, 이기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프랑스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하시오?”
그러자 그레이엄 남작이 여전히 진지하게 답했다.
“프랑스 혁명군은 내 아내의 관을 모독했습니다. 난 반드시 복수해야 할 이유가 있지요.”
본래 그레이엄 남작은 자유주의 추종자로 프랑스 혁명 애호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부인이 병에 걸렸다가, 남프랑스로 요양을 가게 되는 일이 있었다.
애석하게도 부인은 결국 죽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1792년, 아내의 관을 들고 귀국하던 그레이엄 남작 일행을 혁명군이 둘러싼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영국과 프랑스는 싸우는 중이었고, 국민감정이 나빴던 때였다.
혁명군은 그레이엄 남작의 부인이 든 관을 부수고, 모욕했다.
그때부터 남작은 프랑스를 멸망시키는 것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았다.
재혼조차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며, 지금껏 군에 투신해 프랑스와 싸우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갔다.
그레이엄 남작이 다시, 공성 준비를 하러 갈 찰나, 보좌관 클린턴이 설명했다.
“토마스 그레이엄 소장은 뛰어난 장군이죠. 나폴리에서 프랑스가 시칠리아 공략에 나섰을 때도 훌륭하게 막아냈습니다.”
“그래서, 여기 얀트베르펜을 공략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공성전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부사령관직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클린턴의 말에 웰즐리가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애꾸눈 베레스포드?”
“왼쪽 눈은 안 보이지만, 다양한 공략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죠. 코르시카 침공, 인도 켐페인, 그리고 심지어 남미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략도 하지 않았습니까?”
“모두 실패했잖아. 아, 인도는 내 덕분에 성공했지만.”
윌리엄 베레스포드 자작, 통칭 애꾸눈 장군.
사실 전쟁에서 잃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애꾸눈의 풍모가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는 남자다.
클린턴이 언급했듯, 그야말로 지구 전역을 돌며 싸워온 장군이기도 하다.
그러나 승전 사례는 적다.
물론 무능한 사람은 아니고, 그저 변칙적인 전쟁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할 뿐이다.
“군사 조직가로서는 훌륭한 인물입니다. 저라면, 복수심에 불타는 그레이엄보다, 베레스포드에게 뒤를 맡길 겁니다.”
역시, 원역사에서 똑같은 평가를 했던 웰즐리는 면도한 턱을 쓰다듬다 일렀다.
“나라면, 둘 다 쓰지.”
“예?”
“어이, 그레이엄 남작!”
멀어져 가던 그레이엄 남작이 돌아보자, 웰즐리가 쾌활히 외쳤다.
“쓸데없는 짓 관두고, 귀환합시다. 어차피 나폴레옹은 이쪽으로 안 올 테니!”
정확히 말하면, 웰즐리가 이쪽으로 유인할 생각이 없다.
***
하지만 귀환한다는 게 런던으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놀랍소, 웰즐리 총사령관! 당신이, 진정 네덜란드의 해방자요!”
암스테르담, 한때 바타비아 연방 공화국의 수도에는 이제 오라녜 가문이 돌아왔다.
바로 망명자로서 영국에서 보호하던 빌렘 5세다.
웰즐리는 빌렘을 보다, 과거 통령궁이었던 암스테르담 궁전 바닥에서, 정중하게 예의를 취했다.
“뭐, 감사합니다. 국왕 폐하. 아니, 정식 명칭은 스타드호우더였나요?”
“뭐든 좋소! 나, 빌럼은 그대를 진정 네덜란드의 최고자로 만들 것이오! 그래, 공작위가 좋겠군!”
“잠깐만요. 폐하. 그건 제가 함부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만.”
빌렘은 웰즐리의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상관없소! 이제 네덜란드는 더 이상 공화국이 아니오. 왕국이 될 거요. 또한, 짐은 새로운 네덜란드 왕국의 왕으로서, 첫 번째 명령을 발하겠소. 왕국의 구원자 웰즐리에게 공작위를 내리도록!”
원역사 현대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소리지만, 19세기 인들에게 [군주제]란 안정의 표본이다.
군주는 의회와 달리 변덕스럽지 않다.
오히려 군주의 성격만 이해하면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그동안 변형된 군주제로, 의회 중심 체제와 혼합된 상태였다.
그래서 빌렘이 복귀할 때 영국 내각은, 엉뚱하게도 네덜란드가 왕정이 될 것을 촉구했다.
빌렘의 입장에서도 나쁜 얘기가 아니라, 곧바로 왕정을 선포해둔 상태다.
만약에 이대로 잘 된다면, 웰즐리에게 원역사처럼 정말 네덜란드 공작위가 선포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웰즐리는 냉담하게 대꾸했다.
“너무 신나셨군요.”
“당연한 거 아니오? 무려 1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망명생활을 했소. 예나에서는 완전히 죽을 뻔했지! 하지만, 드디어 난 돌아왔소. 가족의 고향, 짐의 왕국으로!”
“나폴레옹이 곧 옵니다.”
웰즐리가 차갑게 빌렘을 쏘아보며 일렀다.
“저라면, 나폴레옹을 쓰러뜨린 후, 비로소 공작위를 내리든 말든 하겠습니다. 폐하.”
빌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쨌든 프랑스의 네오 자코뱅보다도 영국에 의존하는 게 빌렘이다.
그러니 영국의 원정군 사령관은 빌렘에게는 절대자나 마찬가지다.
암스테르담 궁전을 나오는 길, 웰즐리에게 기병대장 페짓이 혀를 차며 말을 걸었다.
“너무 신랄한 거 아뇨, 사령관.”
“시끄러 페짓. 어때, 기병 수급은 원활한가?”
“일단 하노버 연대의 패잔병들을 재정비하고 있소. 한데, 의외로 ‘세포이’들 중에도 말을 잘 다루는 친구들이 있던데요?”
웰즐리는 조금 수염이 자란 턱을 매만지며 대꾸했다.
“따로 편성해. 서로 싸울 염려도 크고, 손발이 안 맞을 가능성은 더 높아. 가능하면, 프로이센 전열보병을 갖추면 좋겠는데.”
그러자 부리나케 뒤에서 따르던 보병대장 롤랜드 힐이 나섰다.
“제가 블뤼허 사령관과 교섭해 보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롤랜드? 일단 교섭만 완료되면 베레스포드가 알아서 편성해 줄 거야. 거기까지 마무리되면, 난 하나만 신경 쓰면 되지.”
“어떤 쪽을 신경 쓰시고 계십니까?”
문득 웰즐리의 눈이 번뜩였다.
“나폴레옹의 진격로.”
그저 나폴레옹이 예측한 대로 움직여 준다면 편하다.
허나 웰즐리가 지금껏 관찰한 나폴레옹은 정말 예측 불허다.
특히 승리를 거듭한 현재는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 아무도 모른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 때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경로를 택했어.”
“투르크 놈들에게 협력을 받았죠. 대단한 놈이에요.”
“그래, 클린턴. 그러니 이번에도 우리 예상과 달리 아예 남쪽으로 갈 위험이 있어.”
궁전을 걸어 나가던 웰즐리가 멈춰섰다.
“최대한 우리 영국 보급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싸워야 해. 그러자면 저지대가 최고의 전장이지.”
그곳에 이 시대 유럽 궁정에는 늘 존재하는 지구본이 있다.
“어떻게 끌어들인다? 이 대륙의 악마를.”
지구본 구석, 서유럽 대륙을 노려보며 웰즐리가 던진 말이었다.
***
물론 기다린다고 뜻대로 움직여준다면, 전장의 신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리도 없다.
-다다닥!
암스테르담 궁전 외곽, 영국 대륙원정군 임시 사령부로 한 사람이 뛰쳐 들어왔다.
“급보입니다!”
“뭐지, 롤랜드 힐 대령? 나폴레옹이 왔나?”
“총사령관 각하께서 공작위를 수여 받으셨습니다!”
롤랜드가 환희에 찬 얼굴로 고했다.
“서머셋의 웰링턴 공작! 네덜란드의 해방자라는 칭호와 함께!”
그러자 클린턴, 페짓, 그레이엄이 일제히 환호했다.
“축하드립니다!”
“공작이라니, 맙소사! 정말 본국에서 우리 군의 승리를 인정했군요!”
“승패와 무관하게, 이 영광은 대대로 계속될 겁니다!”
총사령관에게 작위를 준다는 건, 단순히 일인의 영광이 아니다.
웰즐리를 따르는 부하들에게도, 역시 특전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허나 웰즐리는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책상을 내려치며 고함쳤다.
“기다리는 소식이 아니잖아!”
환호하던 사령부가 조용해졌다.
이 순간, 웰즐리의 시선은 사령부 책상 위 지도에 쏠려 있다.
지도 한복판 라인과 엘베 사이의 땅.
동쪽의 나폴레옹과 서쪽의 웰즐리, 아니 웰링턴이 대치하는 시공간이다.
“그래.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거지? 나폴레옹.”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내가 먼저 움직여야겠군, 클린턴.”
이제 웰링턴 공작이 된 남자, 아서 웰즐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륙원정군 전부 출진 준비! 파리로 진격한다!”
바야흐로, 나폴레옹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규모 유인 원정이 시작된 것이다.
1810년 7월 초.
네덜란드의 해방자가 탄생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