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2)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2화(513/547)
(512) 워털루는 원래 워터가 많이 온다
오늘도 비가 온다.
-쏴아아!
그야말로 시야가 안 보일 정도의 비다.
이럴 때, 막사에서 지내야 하는 장교들도 고역이지만, 정말 고역인 이들은 경계를 서는 병사다.
어쨌거나 아무리 빗속이라도 적군이 쳐들어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거의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빗속에서도 경계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초병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점검하고 돌아온 수석보좌관, 이폴리트가 비에 젖은 모자를 털었다.
“망할, 정말 비 엄청나군! 이럴 줄 알았으면 겨울에 오자고 하는 건데!”
물론 농담일 뿐이다.
애초에 이 전장은 나폴레옹이나 유진이 선택한 게 아니다.
전적으로 웰링턴이 정했고, 심지어 서전까지 주도권을 장악했다.
오히려 비가 오는 바람에 프랑스 제국군은 초전박살 위기를 벗어난 셈이다.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그렇다는 얘기다.
정작 유진에게는 또 다른 상황이다.
빗속에서는 유진이 장기로 쓰는 전술을 쓰기 어려워지니까.
황제의 막사 한복판에서 지도를 노려보고 있던 나폴레옹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전쟁이 지연될 줄은 몰랐는데.”
“아군의 집결 속도와 적군의 집결 시간을 예측해볼 때,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불리해집니다.”
“포격이 어려워진다는 점은 아군에게 유리한 요소지.”
포병대 없이 전장에 나온 전직 포병장교, 나폴레옹이 물었다.
“비가 그치는 대로, 습격을 감행한다. 유진, 가능하겠느냐?”
이게 유진이 직면한 문제다.
물론 나폴레옹은 유진을 아끼지만, 그렇다고 전장에서 필요할 때는 반드시 쓴다.
물론 유진도 그러려고 함께 온 것이긴 하지만, 비가 오면 전술적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가장 장기로 사용하는 저격부터 어려워진다.
유진이 처음으로 자신 없는 얼굴로 답했다.
“시위성 돌격을 원하신다면, 가능합니다.”
“짐은 그 이상을 원한다.”
“피해를 끼치는 거라면 어렵습니다.”
지도 위, 영국군의 추정 포진도를 살피며 유진이 답했다.
“제 주특기는 위험을 회피하는 겁니다. 지금은 회피해야 할 시간입니다. 부황 폐하.”
누가 봐도 영국군이 훨씬 우세하다.
물론 나폴레옹도 바보가 아니니, 본진과 분견대가 도달할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당장 도착하자마자 전령을 파견해, 베르티에를 향해 서둘러 달려오라고 지시도 내렸다.
그럼 본진이 올 때까지 회피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상식적인 명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상황에서, 나폴레옹은 정반대로 결론을 내렸다.
“아니, 승부를 걸어야 할 시간이다. 유진, 넌 아직도 짐에게 배워야겠구나.”
“폐하!”
“유진, 정신 차려라. 지금까지 짐의 전쟁을 보며, 뭘 배운 거냐!”
문득 나폴레옹이 탁자를 내리쳤다.
“적군이 갖고 있고, 아군이 갖지 못한 요소가 뭐지? 로켓? 아니다. 대포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잠시 유진도, 듣고 있던 란도, 옆에서 멀뚱거리던 쥐노도 어이가 없을 입을 벌렸다.
허나 나폴레옹은 멈추지 않고 장광설을 떠들기 시작했다.
“만약, 아군이 이곳에 총집결하면, 화력에서 유리한가? 천만에, 화약이라면 품질이든 수량이든 영국군을 따라갈 군대가 유럽엔 없어!”
“그건, 맞습니다. 초석의 순도가 다르니까요.”
“아직 네 공장에서 합성 화약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지? 하긴,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 전장에서 못 쓰니 똑같아!”
유진의 보아르네 카르텔에 대해 빈정거린 나폴레옹이 눈을 번뜩였다.
“그러니 아직, 놈들이 대포를 쓸 수 있게 되기 전에, 달려가서 대포를 모두 박살내야 해!”
그때서야 유진은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비가 왔으니 대포를 쓸 수 없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장군들도 판단할 수 있다.
나아가 상식적 장군이라면, 적군이 포병대를 못 쓰는 상황을 이용해 본진이 도착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애쓸 것이다.
하지만 유럽 최고의 도박사,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한다.
적들이 포탄을 쏘지 못할 때, 가서 대포를 부숴라.
그런데 강철로 만들어진 기둥과 같은 대포를 대체 어떻게 부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지금은 플랑드르 전장에서 죽어버린 네이가 원역사에서 하려다, 못한 일이 있다.
대포 포화를 쏘기 위해서는 심지에 불꽃을 붙여야 한다.
그 불꽃을 붙여야 할 곳을 화구라 하는데, 이곳을 막아버리면 이 시대 대포는 쓰지 못한다.
“못이군요.”
“그래, 못이다. 대포 화구에 못을 박아. 아무도 대포를 쏠 수 없도록!”
“적들이 예비용 대포를 끌고 올 때쯤에는, 어떻게 되죠?”
적군이 보급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하자, 나폴레옹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같은 질문이구나. 그때는 이미, 승부가 끝나 있을 거다!”
이게 바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나폴레옹이 찾아낸 해법이다.
***
물론 해법이 나왔다고 해서, 실행이 쉽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건, 미친 짓이야. 국왕 폐하.”
나폴레옹의 9원수 중 하나, 쥐노가 볼멘 소리로 말했다.
현재는 사실상 에스파냐 국왕 근위대장이나 마찬가지인 쥐노다.
그러나 아직도 그랑다르메 원수직을 갖고 있기에, 이번 전쟁에도 유진과 마찬가지로 참전했다.
하지만 쥐노는 근위대장으로서 그냥 여왕 마리나 지키는 게 나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런데 유진이 쥐노를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무모한 돌격이라면, 내가 늘 했던 일이군요. 혹시 이탈리아 원정 때를 기억해요?”
“그때는 말이야. 최소한 한 가지는 잘 됐지.”
“하기야, 지금보다 쥐노 당신도 젊었죠? 잘 섰어요?”
간만에 성적인 농담을 하는 유진을 향해, 쥐노가 고함쳤다.
“그게 아니라, 격발이 잘 됐다고! 심지어 구식 머스킷이었어도!”
찰나, 화를 참지 못한 쥐노가 옆에 서 있던 초병의 총을 빼앗아 들었다.
-키릭, 철컥!
분명 보아르네식 후장식 라이플인데도, 아예 격발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뇌홍을 써서 습기에 무척 강할 텐데, 역시 마찬가지다.
폭우, 그것도 갑작스런 비가 병기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달까.
유진이 입맛을 다셨다.
“다 젖었군요.”
“뇌홍 격발식이라고 뭐 머스킷과 다를 거 같아? 이 정도로 습기가 차면 안 쏴지는 건 똑같아!”
“그렇다면 다른 친구가 가세해야겠네요. 뮈라!”
순간, 비를 피해 천막 처마에 숨어 있던 뮈라가 고개를 돌렸다.
“어때, 여기 [사자]가 자신 없다고 하는데. [야생마]는 혹시 같은 생각인가?”
사자, 갈기 같은 머리를 지닌 쥐노의 별명이다.
반면, 곱슬머리를 지닌 뮈라는 군에서 주로 야생마라 불리웠다.
본래 원역사라면 워털루 회전이 벌어질 무렵에는 나폴리 국왕으로서 나폴레옹을 배신했다가, 다시 귀부해 역시 망해 버릴 뮈라다.
그러나 지금은 나폴레옹의 매부도 아니며, 나폴리 국왕도 아니다.
오히려 마르몽에게 자신의 위치를 빼앗긴 셈이지만, 뮈라는 미처 거기까진 모른다.
반면에 그랑다르메 근위기병대장으로서는 아우스터리츠를 비롯해 수훈을 세워왔다.
뮈라가 유진을 빤히 보다 말했다.
“저, 아직 결혼 못 했습니다. 폐하.”
어쩐지 찔리는 기분을 느끼며 유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보통은 대를 이을 아들이 없으니, 죽음을 두려워하겠죠. 하지만 전 반대로 말하겠습니다. 책임질 처자가 없으니, 죽는 게 어렵지 않다고.”
“죽음을 각오하란 뜻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뮈라는 호탕하게 웃으며 빗속을 향해 상급대장 지휘봉을 휘둘렀다.
“하! 마찬가지 아닙니까? 사실상 우중돌파라, 제가 해본 적 없는 돌격이지만, 어떻습니까? 어차피 중세 기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돌격했겠죠!”
뮈라는 돌격에서 단 한 번도 물러난 적이 없다.
원역사든, 지금이든.
일순, 뮈라의 시선이 역시 비를 피해, 말과 함께 빈둥거리던 기병들을 향했다.
“우리가, 구왕실의 기사들보다, 못할 게 뭔가!”
기병들이 눈을 부릅떴다.
구왕실, 프랑스 왕국의 기사들은 결코 돌격을 두려워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크래시에서, 푸아티에에서, 또한 아쟁쿠르에서 몇 번이나 박살나기도 했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절대로 돌격의 의무를 피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쥐노가 부들부들 떨다 벌떡 일어났다.
“빌어먹을, 이 가스코뉴 멍청이가 혁명군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군!”
“어라, 아브란테스 공작 전하. 뭐라굽쇼? 혁명에 목이 잘려야 할 분이.”
“닥쳐! 설마 우리 국왕이 나보고 죽으라고 하진 않겠지! 뭘, 원해. 어떻게 할 거야!”
쥐노가 눈을 번뜩이며 유진을 노려보았다.
이제야 기병들이, 유진의 돌격대장이, 불이 붙었다.
지금은 총기를 함부로 쓰기 어렵다.
아마도 유진이 장기로 쓰던 비행수류탄도 불발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화약 병기가 운좋게 터지기를 기다리기보다, 냉병기로 싸워야 한다.
“사브르 돌격. 지금 남은 수단은 그것밖에 없어요. 어차피, 적들도 총격은 못할 테니까.”
유진이 확신하는 바가 있다.
이 시대, 화약병기의 성능만이라면 폴리 병기창이 최고다.
가히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유진이 투자했고, 신식 병기를 만드는 데 힘썼다.
그러니 유진의 폴리 병기창에서 만든 총기를 쓸 수 없다면, 영국도 마찬가지다.
브라운제 머스킷이 아무리 뛰어나도, 쏘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적군이 쓸 수 있는 수단도 하나다.
총검돌격.
사브르 돌격이나 다를 바 없다.
-쉭!
찰나, 유진의 뒤에서 라살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거라면, 21인의 돌파남! 진정한 프랑스 제국의 후사르! 이 라살이 빠질 수 없죠!”
유진은 라살을 돌아보다 피식 웃었다.
본래 원역사라면, 라살은 진작에 포탄을 맞아 죽었을 것이다.
저 유명한 포격전의 대명사, 바그람 전투에서.
하지만 화력전이 대세가 되는 시간이 늦어진 탓에, 라살처럼 위험하게 살아온 남자도 여전히 무사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적군도 아군도 대포를 쓰지 못하는 전장이 되었다.
“좋아. 하지만 오늘은 21인은 아닐 거다. 가자, 근위대!”
직접, 사브르를 뽑아든 유진의 뒤로 에스파냐 국왕 근위기병대, 혹은 제4군단 기병대가 외쳤다.
“프라이슈츠를 따르라!”
3천 개의 사브르가 빗속에서 뽑혀 허공에 치솟았다.
***
아직도 비는 여전히 온다.
“휴, 정말 엄청난 비로군. 런던도 비는 자주 오지만, 이런 폭우는 아닌데?”
웰링턴은 낯을 찌푸렸다.
인도에서 싸워서 우기에 익숙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면 우기에는 싸우지 않는 게 인도에서도 관례였기 때문이다.
한데 정작 보급 떄문에 정한 플랑드르 전장에서 이런 꼴을 당하니, 웰링턴도 조금 당황한 상태다.
참모장 클린턴이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땅이 마른 다음에 교전이 벌어지겠죠?”
“그렇겠지. 프랑스군도 화약이 다 젖었을 테니.”
“부사령관 혜안이 이럴 때 돋보이는군요. 당장 브뤼셀에서 화약을 가져오면.”
그때 클린턴의 눈이 커졌다.
“뭡니까, 저거?”
시선을 돌리던 웰링턴도 입을 쩍 벌렸다.
“미친, 설마. 지금 기병돌격을 하는 건가?”
폭우가 쏟아지는 7월의 플랑드르 벌판.
3천의 기병이 달려온다.
빗속을 뚫고서, 멈추지 않고.
-두두두!
웰링턴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비상! 프랑스의 미친 기사 놈들이 온다!”
우중돌격.
역사에 남을 미친 워털루의 기병돌격이 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