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4)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4화(515/547)
(514) 웰링턴의 구르카 척후병이 틈을 뚫다
후세 원역사 식민제국 시대, 유명한 영국의 용병 부대가 있다.
-슈칵!
손에 들린 칼은 그야말로 16세기에나 볼 수 있었을 무자비한 단검이다.
이 시대라면 그저 방진을 이뤄 총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막아낼 수 있는 무기에 불과하다.
만약 약간의 거리와 시간만 있다면 원거리 사격전으로 끝장낼 수도 있다.
이집트 전역에서 유진이 맘루크 기병들에게 보여준 것처럼.
그러나 지금은 폭우 때문에 화약병기가 전부 젖은 상태다.
“살려줘!”
“맞서 싸워! 총검! 들어!”
“흉갑기병! 아니, 흉갑보병이 필요해!”
혼란에 빠져 비명을 지르는 프랑스 제국근위대 병사들 앞에서, 란이 고함쳤다.
“지금은 19세기라고! 누가, 저 야만인들에게 알려주란 말이야!”
문득 그 사이 쿠크리 단검을 든 구르카 병사 하나가 군영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콰직!
황제의 코앞에서 단검이 휘둘러지다 멈췄다.
당연히 모든 병사들이 갑작스런 백병전 기습에 당황한 것은 아니다.
근위대 고참병사들이 총검을 후려쳐 구르카 병사를 처단했다.
그러나 적병 하나를 죽였다고 기습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수석부관 루이 샤를 카페가 외쳤다.
“황제 폐하, 피하소서!”
반면, 황제 나폴레옹은 이를 악문 채 버티고 땅 위에 섰다.
“이런, 야만적인 전법이라니. 영국군은 미쳤나!”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아니, 검을 가져와라!”
나폴레옹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쳤다.
“짐은 척탄병은 아니지만, 전장에서 물러서는 법은 배우지 않았다. [후퇴]란 단어는, 짐의 프랑스어 사전엔 없다!”
당연히 나폴레옹의 프랑스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말도 실려 있고, 후퇴란 말도 있다.
게다가 포병은 사실 필요하면 바로 후퇴해야 하는 유연한 병과다.
그러니 지금 황제는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에게 어떻게 강제를 할 수 있을까?
일순, 근위대장 란이 다가와 성큼 나폴레옹을 붙들고 밀쳐냈다.
“무슨 짓이냐!”
“닥치시죠, 나폴레옹. 모시고 달아나게, 뒤로크.”
“원수 각하는 어쩌실 셈입니까?”
어느새 억지로 나폴레옹을 끌고 가는 시종장 뒤로크를 보며, 란이 껄껄 웃었다.
“나야말로 척탄병, 피레네 산맥에선 직접 육탄 돌격도 했던 몸이야. 항상 총포나 쏴대던 폐하와는 애초에 종자부터 다르다고!”
대혁명 초기, 프랑스와 에스파냐 사이에 있는 피레네 산맥에서도 혈전이 있었다.
라인이나 플랑드르, 이탈리아 전역에 비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잊혀진 전쟁.
그곳에서 툴롱의 지휘관이기도 했던 뒤고미에가 피레네 사령관으로 싸운 바 있다.
뒤고미에 사령관이 나폴레옹에게 처음 지원군으로 보냈던 게 바로 란이다.
그때부터 나폴레옹의 최측근 휘하로 활동했던 근위대장, 란이 사브르를 뽑아 휘둘렀다.
-쩡!
구르카 병사의 쿠크리와 사브르가 부딪쳐 굉음을 낸다.
“크, 훌륭한 솜씨군.”
“크롸아아아!”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지만, 죽으란 소리겠지? 하지만, 힌두 친구, 난 그럴 수가 없어.”
란은 사브르를 잡아빼며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아직, 새로 태어난 막내딸 조세핀 얼굴을 못 봤거든!”
러시아 원정 직전에 태어난 막내딸, 조세핀 루이지를 외치며, 란이 사브르를 휘둘렀다.
-퓩!
곧이어 구르카 병사의 목을 딴 란이 근위병들을 향해 포효했다.
“황제의 근위병들이여! 이 몸, 원수이기 전에 척탄병이었노라! 나와 함께 그랑다르메의 명예를 지키자!”
사실 나폴레옹의 그랑다르메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너무 거듭된 승전 탓에 백병전을 치를 일이 적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나폴레옹이 처음 군대를 지휘할 때부터 따라왔던 이탈리아 군단 출신의 노병들 정도가 백병전 경험이 있을 정도다.
근위대장 란의 외침에 응한 이도 노병이었다.
상사 견장을 지닌 노병 한 사람이 총검을 번쩍 들며 외쳤다.
“여기, 장군을 따를 척탄병이 있소!”
“오호, 노병이로군! 관등성명을 대라!”
“쇼뱅! 마르세유의 반란자였고, 황제의 사면자였으며, 러시아 대원정을 따라 다녀온 특무상사요!”
니콜라 쇼뱅, 마르세유에서 황제가 사면한 남자가 앞을 향해 돌격했다.
“이제, 황제를 위해 죽으리다!”
란은 휘파람을 불며 쇼뱅의 뒤를 따라 달렸다.
“좋아! 쇼뱅 상사를 따르라!”
한 번, 기세가 오르면 멈추지 않는 게 군대다.
냉병기 접전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들도 두 팔은 강인하고 두 다리는 굳건한 그랑다르메의 병사다.
마치 창병이라도 된 것처럼, 총검을 장착한 병사들이 달렸다.
-쩡! 쩡! 쩡!
이미 냉병기 시대의 금언이라, 이 시대에는 장군들도 잘 모르는 말이 있다.
창이 검보다 유리하다.
길이가 길수록 더욱 위력적이다.
쿠크리라 불리는 단검을 든 구르카 병사들보다, 총검을 든 그랑다르메 병사들이 더 우위란 뜻이다.
란이 사브르를 휘둘러 적을 처단하며 포효했다.
“이 접전에서 이기는 쪽이, 오늘의 승자가 될 것이다!”
물론 전쟁이 그리 간단히 결판나는 경우는 없다.
***
이제 영국군은 세포이 병사들도 전방으로 내몰고 있었다.
“여기서 이기면, 너희 가문 대대로 살 땅이 나온다! 달려라, 세포이!”
당연하게도, 영국 본토에서 온 병사들은 뒤를 따를 뿐 앞서지 않는다.
영국군이 겁쟁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구타를 동반한 명령을 내리면, 영국군은 누구보다도 무모하게 돌진한다.
저 유명한 원역사 후대의 발라클라바 전투가 증명하는 바다.
다만 지금은 전력을 아끼기 위해 총사령관이 그렇게 명령했을 뿐이다.
연신 보병대장 롤랜드가 질타하며 병사들을 내모는 광경은 꼭 양떼를 모는 것 같았다.
마치 사냥개가 된 기분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웰링턴에게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부사령관, 그레이엄이었다.
“이건, 미친 전장이군.”
“오우, 그레이엄 부사령관 각하. 이제야 오시는 거요? 혹시, 대포는?”
“미처 가져오지 못했소. 설마, 대포가 전부 못 쓰게 된 거요?”
그레이엄이 묻자, 웰링턴이 혀를 찼다.
“그렇소. 간악한 프랑스 기병 놈들이, 전부 못을 박아놓고 도망갔군.”
어쨌든 유진은 제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폭우가 그치는 중인데다, 영국의 인도제 화약은 코닝이라는 절차만 잘 거치면 습기가 있어도 쓸 수 있다.
그러나 대포의 화구가 전부 못으로 박힌 탓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보급을 책임진 브뤼셀에서 대포라도 가져왔다면 좋았겠지만, 고지식한 그레이엄은 행군만 중시한 모양이다.
그레이엄이 당황한 얼굴로 보고했다.
“후속 부대는 베레스포드 부사령관이 데려오고 있소. 아마, 오늘 저녁쯤에 도착할 텐데.”
“속도를 올리라고 전령을 보내시죠.”
“일단 전장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겠소? 이렇게 엉망인 상황에서, 계속 교전하는 건 위험하오. 공작 각하.”
그러나 웰링턴은 코웃음을 쳤다.
“아니, 지금이 승부처요. 나폴레옹의 본대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지금이! 여기서, 승부를 내야지!”
만약 하루를 내준다면, 그 사이 나폴레옹의 본대가 도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럼 나폴레옹을 직격해 부숴버릴 기회도 사라진다.
또한 웰링턴이 원역사보다 불리한 점이 있다.
본래 원역사에서 웰링턴은 나폴레옹에게 패배하더라도, 다시 재기해 싸울 여력이 많았다.
반면 지금은 이번 회전이 웰링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하여 반드시 여기서 결판을 내야 하는 것이다.
문득 그레이엄이 결심한 듯 손짓했다.
후속부대가 가져온 화약통을 보며, 웰링턴이 고함쳤다.
“화약이 왔다! ‘씬 레드라인’을 준비해라!”
아주 가느다란 붉은 선.
이른바 영국군이 이루는 일렬 횡대다.
다른 나라는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극단적인 횡대 전열 전술.
화약량이 넘쳐나 항상 사격 훈련을 할 수 있는 영국만이 가능한 일이다.
전위대를 맡은 페짓을 비롯한 장군들이 일제히 병사들을 걷어찼다.
“야, 이 굼벵이들아! 움직여!”
“총격의 시간이 왔다! 저 힌두인들보다, 우리가 앞서는 게 뭐냐! 단 하나!”
“사격! 오직 사격!”
지금껏 백병전을 피하며 보존해왔던 전력들이 대열을 갖춘다.
아직도 영국군은 대부분 후장식이 아닌 전장식 브라운 라이플을 주력병기로 갖고 있다.
그러나 후장식 총기를 갖춘 부대보다도 더욱 빠른 솜씨로, [뇌홍]을 통한 격발 준비가 갖춰졌다.
-척, 척, 척!
웰링턴이 대열이 갖춰지는 모습을 보며 땀을 닦아냈다.
“후, 이제야 전열보병을 부릴 수 있게 되었군.”
“기병은?”
“아무래도, 적군에게 휘말리기 쉽소. 이미, 한 번 기가 꺾인 것 같고.”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박살난 기병 대열을 돌아보다, 웰링턴이 망원경을 들었다.
“물론 혹시라도 구르카 병사들이 황제의 목을 쿠쿠리 칼로 따준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웰링턴은 아예 후퇴해버릴 생각이다.
일단 나폴레옹이 죽은 것만으로도 프랑스 제국군이 뒤흔들릴 것은 뻔한 일.
사실 유진까지 맞싸운다는 게 어렵다는 걸, 이번 기병 습격전으로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그때 참모장 클린턴이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 같군요. 각하. 저길 보십시오.”
시선을 돌리던 웰링턴이 경탄과 경악의 외침을 토했다.
“저, 기병은 정말 미쳤군!”
그야말로 기사와 같은 흉갑의 기병들이 일제히 영국군 본진을 뚫고 프랑스 군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뮈라는 말에서 뛰어 내렸다.
-퓩!
구르카 병사가 거꾸러지고, 그 앞에서 땅 위에 쓰러져 있던 란이 숨을 헐떡였다.
“뮈라, 자네에게 내가 빚졌다고 할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왜요, 내게 불만 있습니까?”
“아니, 자네는 자주 나를 황제 폐하 앞에서 망신 줬잖아?”
사실 원역사에서 란은 뮈라와 이집트 원정 때 틀어진다.
당시는 나폴레옹이 워낙 무모한 결단을 많이 내리던 때라, 같이 항명하기로 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뮈라가 모른 척 혼자만 빠져나갔다.
현재는 애초에 둘 다 이집트로 간 적도 없지만, 그럼에도 본국에서 참 많이 싸웠다.
인간 본성이 변하지는 않기 때문일까.
그 앙금이 오늘 피와 함께 씻겨나간다.
뮈라가 픽 웃다 고함쳤다.
“하! 원수 각하, 당신에게 불만 많은 부하들은 넘쳐나요! 베시에르에게 물어보쇼. 당신이 마음에 드나!”
란은 입을 쩍 벌리다 베시에르를 돌아보았다.
베시에르는 모른 척 구르카 병사에게 달려드는 중이다.
어쩐지 뮈라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란이 이를 갈며 벌떡 일어났다.
“그건 나중에 이 전투가 끝나면 물어보지!”
“뭐, 아무래도 천국이나 지옥에 가서 물어야겠군.”
“기분 나쁜 얘기 집어치워! 자네는 스스로 안 죽을 거라 여기잖아!”
뮈라는 낄낄 웃으며 달려드는 적을 향해 총검을 잡아 찔렀다.
“당연하지. 사실, 에스파냐 국왕에겐 말 안 했지만, 난 결혼해서 애들 많이 낳고 죽을 거거든!”
그때다.
어느새 옆에 다가선 베시에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극히 안심한 얼굴로.
“정말 안 죽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각하.”
“무슨 소리야? 본대라도 왔나?”
“그건 아니지만, 저 정도면 본대 이상이군요.”
베시에르가 가리킨 곳을 보다, 란이 펄쩍 뛰었다.
“기마포병대가 왔다! 마르몽, 사랑한다!”
워털루 언덕 위.
그랑다르메 기마포병대가 왔다.
나폴리 공작, 마르몽의 깃발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