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5)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5화(516/547)
(515) 마르몽이 대포병대와 함께 산화하다
항상 나폴레옹의 곁에 있었지만, 온전한 충성을 바치지 않았던 남자가 있다.
“피하고 싶군, 빌어먹을. 지금 이 순간도!”
오귀스트 프레데리크 비셰 드 마르몽, 올해로 36세인 장군이다.
초급 장교 때부터 나폴레옹을 따랐던 인물로, 툴롱 전투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포병 출신인 나폴레옹은 마르몽의 포술을 높이 평가했고, 항상 원정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허나 원수에 임명하기에는 군재와 군공, 군심 모두가 모자랐다.
원역사에서는 억지로 원수에 임명하자, 군대에서 빈정거리는 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함께 임명된 원수로, 오래된 노장 마크도날과 맹장 우디노가 있었다.
군대는 이렇게 노래했다.
「마크도날은 프랑스의 선택, 우디노는 군단의 선택, 그러나 마르몽은 우정의 선택이라네!」
실력도 없는데 원수가 되었다고 비꼬는 얘기다.
지금은 원수가 26인이 아니라 오직 9인만 임명된 상황.
당연히 마르몽에게 원수가 될 차례는 오지 않았다.
대신, 마르몽에게는 황실의 부마가 될 기회가 주어졌다.
오랜 연애 끝에 카롤린과 결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본래 원역사라면 바람둥이 뮈라가 채 갈 보나파르트 가문의 보석을.
그럼에도, 아직 나폴리 왕위는 얻지 못한 공작, 마르몽이 몸을 떨었다.
“여기까지, 정말 간신히 왔는데!”
그게 지위를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강행군으로 전장에 달려온 상황을 말하는지, 마르몽도 헷갈린다.
나폴레옹이 전장조차 고정하지 않고 먼저 떠난 후, 그랑다르메는 혼돈 속에서 진군했다.
그런데 며칠 전 플랑드르 경계를 건너던 베르티에 총참모부에 급보가 전해졌다.
황제 근위대가 적군과 마주쳤다는 것이다.
그때, 왜 나섰을까?
마르몽은 지금, 후회한다.
그러나 판단 자체는 옳았다.
어쨌든 적군은 이상하게도 대포를 안 쏘지만, 아군은 포병이 없는 상황이니까.
“상급대장 각하, 본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클로젤 장군, 자네라면 이런 상황에서 가만있을 수 있나? 아예 못 본 거라면 모를까.”
“대체 어쩌다 이런 진흙탕이 된 겁니까? 러시아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부관, 베르트랑 클로젤을 힐끗 돌아보다, 마르몽이 내뱉었다.
“상대가, 그만큼 엄청난 놈이란 거겠지. 심지어 에스파냐왕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태라면!”
언제나 보나파르트가 아니면서도, 보나파르트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유진을 의식해 왔다.
그러나 유진이 너무나 눈부셔, 감히 질투할 수도 없었다.
만약에 왕위에 오른다면 유진을 조금이라도 따를 수 있을까?
아마도 마르몽 나폴리 공작이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힌 마르몽에게 클로젤이 다시 물었다.
“그럼, 격발 준비를 할까요?”
“당연한 거 아닌가?”
“목표는 어디입니까? 지금 곳곳이 난전 중이라 포격 지점을 잡기 어렵습니다.”
마르몽은 미간을 찡그리다 지휘봉으로 한 장소를 가리켰다.
“저곳.”
전장 한복판에서 우측으로 떨어진 장소다.
사실 워털루가 전장이긴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대는 아니다.
일단 근방에 마을도 있고, 초지를 이용하고 있는 농장도 존재한다.
본래 원역사라면 농장 곳곳에 웰링턴이 숨겨둔 병력이 나타나, 프랑스군을 기습하는 작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폭우와 기습전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교전이 발발한 이 순간, 농장을 주목하는 프랑스군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마르몽은 농장을 지목한 것이다.
클로젤 장군이 눈을 깜박이다 되물었다.
“저긴, 농장 같은데요?”
“뭐라고 불리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적들이 저곳에 수비병력을 놔뒀다는 거야.”
“마을 이름이라면, 아마 몽생장인가 하는 곳일 겁니다. 이 부근에 여행을 온 적이 있지요. 그런데, 수비병력을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마르몽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곳에서 몽생장 마을은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나폴레옹이라면 저 마을을 이용해 우회 돌파 전술을 펼칠 것이다.
다만 이렇게 설명한다면 어쩐지 자존심에 거슬린다.
문득 마르몽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혹시 유진이 명령했어도 똑같이 반응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닥치고, 저곳에 대포를 쏴. 일점집중포격으로!”
아무리 비합리적으로 보이더라도, 마르몽은 그랑데 바트리 곧 대포병대의 사령관이다.
게다가 이곳에 달려온 기마포병대는 그야말로 마르몽의 직속 부대다.
때문에 납득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클로젤을 비롯한 포병 장교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랑드 바트리의 시간이다!”
“예열!”
“탄약량은 신경쓸 필요 없다! 어차피 본대에서 가져올 거다!”
문자 그대로 투철한 군인, 클로젤이 고함쳤다.
“있는 포탄을 모조리 쏟아 붓는다!”
이곳에 달려온 기마포병대도 그랑다르메 대부분이 그렇듯, 베테랑이다.
최소한 러시아 대원정이라는 포격전을 경험한 병사와 하사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제 막 달려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포격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곧이어 포화가 쏘아졌다.
-치이익, 쾅!
목표는 몽생장 마을 외곽에 떨어진 대농장이다.
영국군 전열도, 구르카와 근위대가 맞싸우고 있는 프랑스 본영도 아닌, 농장을 향해 포탄이 날아갔다.
어쩐지 정신 나간 광경 같았지만, 마르몽은 자신만만했다.
“여기, 프랑스에, 마르몽이 있음을 전 유럽에 보여주겠다!”
이 포격이 역사를 바꿀 거라 믿으며.
***
포병대에 깜짝 놀랐다가 멀뚱히 구경 중인 영국군 참모장도 워털루에 있다.
“저 미친놈이 대체 왜 농장에 대포를 쏴?”
클린턴은 포병대가 나타났을 때, 망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포병대가 제대로 포진하고, 다시 영국군 본진을 강타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일단 영국군은 대포를 쓸 수 없게 된 상황이니 말이다.
한데 엉뚱하게 적군은 농장을 향해 대포를 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말이 총사령관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틀렸군.”
“엥? 총사령관 각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아니, 사실은 저 농장, [위고몽]에 기습 부대를 숨겨놨었거든.”
아주 아깝다는 표정으로 웰링턴이 입맛을 다셨다.
“적군이 전부 튀어나왔을 때, 기습 강타를 가할 생각이었는데 못하게 됐군.”
본래 원역사에서 웰링턴이 쓰는 기습적 전술이다.
웰링턴은 위고몽이라 불리는 전장 한복판의 농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위고몽에 수비 병력을 놓아두고 전열을 펼친다.
반면 프랑스는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고, 진군에 커다란 장애를 얻게 된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국면은 아니었지만, 영국군이 유리한 구도를 가져간 위고몽 전투다.
그러나 마르몽이 고집을 부린 탓에, 위고몽에 숨겨두었던 병력은 모두 궤멸되어 버렸다.
그것도 도망칠 틈도 없이.
물론 어차피 쓰지 못한 병력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적군이 포병을 가졌다는 거다.
문득 부사령관 그레이엄이 급히 말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아군 전부가 사기가 붕괴될 겁니다.”
“적군은 포병이 있고, 아군은 포병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농담할 시간이 없습니다!”
웰링턴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뒤를 향해 외쳤다.
“페짓!”
포르투갈 전역 때부터 웰링턴 휘하를 돌았던 기병대장, 페짓이 달려오자 웰링턴이 물었다.
“돌격 가능하겠나? 저곳까지!”
웰링턴이 가리킨 곳은 바로 마르몽이 기마포병대를 끌고 온 장소다.
워털루 전체를 뛰어넘어 아예 나폴레옹 진영을 우회해서 달려야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돌격은 가능하지만, 회군은 무척 어렵다는 거다.
유진이 영국군 전열을 돌파했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외곽에서 맴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페짓이 이를 악물다 웰링턴에게 물었다.
“내 가족에 대한 유족연금은 정부가 지불 가능하오?”
“이번에 파산하지 않는다면 그렇겠지.”
“하! 그렇다면 절대로 지면 안 되겠군!”
문득 냄새를 풀풀 풍기는 기병, 페짓이 말에 올라타며 고함쳤다.
“뒤를 부탁하오. 웰링턴 공작 나으리!”
곧이어 아직 남아있던 영국군 기병 전원이 페짓의 뒤를 따랐다.
-두두두!
클린턴이 입을 쩍 벌렸다.
기병돌격 자체도 너무 무모하지만, 더 큰 난제가 기다린다.
영국군에 기병이 하나도 안 남았다는 거다.
“페짓이 하노버 기병연대를 끌고 가면, 우리는 이제 기병대도 없습니다.”
“그렇군.”
“대책이 있으신 겁니까?”
웰링턴은 입가를 비틀며 지휘봉을 들었다.
“나폴레옹이 이제 기병을 쓸 여력은 없어. 저 포병대만 제거되면. 아마, 본대도 대포는 없을 거야. 오늘 중에는 말이지.”
지휘봉이 가리키는 곳은 나폴레옹이 일시 퇴각한 장소다.
오로지 나폴레옹을 처단하는 것.
워털루 회전에서 웰링턴이 노리는 단 하나의 전략적 목표다.
그런데 기병이 없다?
허나 웰링턴에게는 인도에서 자신을 승리로 이끌어준 최정예 병력이 남아있다.
“그러니 보병 대 보병의 싸움이다. 이제부터는!”
멀리 버리는 카드가 되어버린 하노버 기병연대의 말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잇히이이잉!
죽음을 불사하고, 명령에 따라 달리는, 워털루의 발라클라바 부대라도 된 것처럼.
***
포병은 보병의 보조 없이는, 실로 무력하다.
“피해야 합니다, 사령관!”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기마포병대가 있는 곳까지 적군이 쳐들어 올 수 있을 리 없다.
또한 제국근위대도 구르카 병사들과 싸우는 와중이긴 했지만 기병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허나 페짓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렸고, 마침내 워털루 후방의 언덕까지 다다랐다.
클로젤의 외마디 소리에 마르몽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놈들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기병대를 전부 몰살시킬 셈인가? 왜 보병 대열을 뚫고 달려오는 거지?”
“어째 우리 기병들도 비슷하게 달렸던 것 같군요.”
“이 전장은 미쳤어!”
클로젤은 마르몽을 잡고 필사적으로 끌었다.
“미쳤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피해야 합니다. 공작!”
그런데 마르몽이 피식 웃다, 클로젤을 뿌리쳤다.
“카롤린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줘. 자네가 산다면.”
“공작!”
“이 포병대는 황제에게 받은 거다. 아니, 내 모든 것이 황제에게 받은 거지.”
마르몽이 상급대장의 견장을 고쳐 차며 피스톨을 뽑았다.
“그러니, 황제가 전장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나도 물러나지 않는다!”
사실, 물러나도 살기 어렵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기병대고, 마르몽이 탄 말은 운송용 말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마르몽은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치이익.
멀리 다가오는 기병대를 보다, 마르몽이 마지막 담배를 꺼내 파이프에 담았다.
“후, 한 번은 프라이슈츠를 앞서 보고 싶었는데.”
처음 툴롱에서 본 순간부터 생각했다.
저 소년은 결코 앞설 수 없다고.
그래도 이룰 수 없는 꿈을 사람은 한 번쯤 꾸기 마련이다.
문득 마르몽이 담뱃불을 포병대의 화약 위에 던졌다.
-쾅!
폭발이 워털루의 언덕 위를 불꽃으로 태워 버렸다.
대포병대, 그리고 하노버 기병연대도 함께.
혹은 마르몽의 이루지 못한 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