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6)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6화(517/547)
(516) 란이 목숨으로 반전을 이루다
이 전장은 이미 난장판이었지만, 이제는 걷잡을 수 없게 변했다.
“포병대가, 왔다가, 사라졌어?”
나폴레옹이 멍하니 후방을 보다,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마르몽이 죽음을 맞이했다.
본래 초급장교였던 시절부터 동생처럼, 혹은 아들처럼 따르던 마르몽이다.
나아가 동생 카롤린과 혼인도 시켰고, 언젠가 나폴리 국왕으로 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토록 허무하게 죽어버릴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폭사.
역사에 남을 사망이긴 하지만, 결코 예측했던 방식은 아니다.
문득 뒤로크가 침통한 얼굴로 고했다.
“적군 기병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폐하.”
“마르몽이 죽다니, 멍청한 녀석! 대포는 놔두고 도망갔어야지!”
“미처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이 비틀거리며 루이 샤를 카페의 부축을 받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유진은?”
지금 영국군은 기병이 모조리 사라진 상태다.
혹시 추가 합류할 군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장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아직 남아 있는 기병을 가진 군대가 유리하다.
한데 유진의 휘하 병력은 전부 기병이다.
망원경을 들어 머나먼 상대방 전방 너머를 보다, 루이 샤를이 보고했다.
“아직 회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흥, 차라리 잘 됐군. 우리에게 아직 기병대가 남아 있다는 소리 아닌가?”
“전장에 복귀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루이 샤를이 입맛을 다셨지만, 나폴레옹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기회는 있지. 일단 근위대는 각 연대별로 방진을 갖춰!”
현재 전장의 구도는 이렇다.
우선 나폴레옹의 본영은 구르카 용병들의 난입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허나 제국근위대 본체는 나폴레옹과 함께 일단 물러났고, 1만 5천 남짓한 보병들이 대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란과 뮈라를 비롯한 흉갑기병대가 말에서 뛰어내려 구르카 용병들을 거의 박살낸 상태다.
반대편, 영국군은 기병이 모조리 날아간 대신, 부사령관 그레이엄이 이끄는 보충병대가 합류했다.
병력은 5만에서 7만으로 증강되었다.
대신에 기병대가 전부 전멸했고, 포병들은 대포를 쏠 수 없게 된 상태다.
그랑다르메의 그랑드 바트리 포병대가 왔다가 사라진 틈에 벌어진 일이다.
숫자만 보면 나폴레옹이 극도로 불리하다.
허나 전술적 구도만 본다면 웰링턴이 엉뚱하게도 앞뒤로 포위된 상태다.
여기까지 파악해 보던 뒤로크가 황급히 보고했다.
“숫자가 너무 모자랍니다. 폐하.”
“상관없다. 시간을 끌면, 우리도 불리해.”
“예?”
나폴레옹은 극도로 불리한 상황인데도 침착하게, 그러나 성질 나쁘게 다그쳤다.
“화약이 얼마나 있지? 지금 쓸 수 있는 화약!”
루이 샤를이 연대장들을 불러 보고를 시키다, 다시 돌아와 말했다.
“에스파냐 근위대가 남기고 간 화약이 전부입니다.”
“이럴 때도 유진 녀석만 준비를 하는군. 대체 란은 뭘 한 거야!”
“란 원수라면,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폐하.”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근위장을 욕하는 나폴레옹에게, 뒤로크가 일침을 놓았다.
“아직도 완전히 물리치지 못한 힌두인들에게 맞서서.”
그러나 나폴레옹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미 전투 상황은 급변한 상태다.
누가 남아있는 화약으로 전력을 투사하느냐에 따라, 전황이 뒤바뀐다.
하여 나폴레옹은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고 본 것이다.
어쨌든 한정된 화약으로 싸우게 된다면, 나폴레옹이 위험해지니 말이다.
그런데 목숨을 걸든 어쨌든 근위대장이 쓸데없이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
자연히 나폴레옹에게서 좋은 소리가 나올 수가 없다.
“저 멍청이가, 저곳에서 뭘 하는 거야! 당장 후퇴해서 전열에 합류하라고 해!”
“난전 중이라 어렵습니다.”
“구하러 간다!”
어지간한 상황이면 조용한 뒤로크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폐하,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이번 반프랑스동맹 전쟁은 특징이 있다.
그랑다르메 원수나 장군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 너무 잦다.
사실 원역사에서는 러시아 대원정 후퇴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웬만한 전장에서도 강철 멘탈을 자랑하던 원수들이 하나 같이 반쯤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다들 황제 앞에서 항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폴레옹이 오판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애초에 먼저 달려오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또한 정치적 판단보다 군사적 판단을 우선하는 게 맞다.
무엇보다 기왕 서로 마주했다면, 기책에 의존하기보다 지연전을 펼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이 상황에서도 남탓을 하기 시작했다.
“대체 베르티에, 마세나, 오주로! 이 배설물 같은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대공 작위를 받더니 배가 불렀나! 어째서 아직도 오지 않아!”
물론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다.
일단 원수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한 상태다.
하여 최소한 오랫동안 나폴레옹을 따라다닌 원수들이라면, 알아서 전장으로 올 필요가 있다.
만약 전장이 어딘지 모른다면, 나폴레옹이 보기에는 능력 미달이다.
오주로가 들으면 거품을 물 소리를 하는 나폴레옹에게, 루이 샤를이 조심스레 권했다.
“지금은 방진을 갖추고, 수비해야 할 때입니다. 폐하.”
나폴레옹은 이를 악물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마르몽의 죽음은 뒤로크, 그대가 내 어머니와 카롤린에게 알려라.”
“예, 폐하.”
“열등감이 심해서 그렇지, 내 동생 같은 녀석이었는데.”
드디어 마르몽의 죽음을 애도하는 나폴레옹을 보다, 뒤로크가 명령을 내렸다.
“근위대, 전원 방진! 대열을 갖추고, 사격을 준비하라!”
근위대장이 없는 지금, 시종장이 그 직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탓이다.
-철컥, 철컥, 철컥!
베테랑 근위대 보병들이 이를 악문 채, 화약과 탄약을 지급받아 장전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아침부터 지금까지 먹은 거라곤 통조림밖에 없지만, 이런 상황이라도 싸우는 게 그랑다르메의 오래된 병사들이다.
게다가 아직 불패의 신화, 황제가 그들과 함께 한다.
다만 황제 나폴레옹은 믿는 구석이 있긴 했다.
“오늘 중으로 정 안 되면, ‘그 녀석’이라도 오겠지. 그렇게만 되면, 우리가 이긴다! 응?”
그때 나폴레옹의 눈이 커졌다.
“대체, 란, 저 머저리가 뭘 하는 거야?”
란이 말 위로 올라타 달리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
언제나 전장에서 선두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군이 달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돌격의 시간이다!”
하지만 정작 돌격밖에 모르는 장군이 옆에 있다.
뮈라다.
그런데 뮈라조차 지금은 영국군에 돌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방진과 전열을 갖춘 전열보병에게 돌진하는 것만큼 미친 짓이 어디 있을까?
간신히 포병대에게 시선을 빼앗긴 구르카 병사들을 해치웠다 싶었더니, 란이 난리다.
“뭐하쇼, 원수 각하?”
“말이나 좀 빌려주게! 내 부하들에게! 자네 부하들은 이제 지친 거 같으니!”
“여기서 지금 돌격이라도 하려고? 미쳤소?”
뮈라가 질색하며 란을 붙잡으려 들었지만, 란은 뿌리쳤다.
“난 미치지 않았네. 이대로 가면, 적군의 압도적인 전열보병에게 휘말려, 아군이 전멸해.”
현재 영국군은 프랑스군의 약 5배에 달한다.
2배 차이일 때도 불리한 상황이라, 에스파냐왕이 대포를 기습하는 기책을 써야 했다.
한데 지금은 에스파냐왕, 유진조차 어떤 방책을 쓰지 못한 채, 전장 외곽에서 맴돌고 있다.
그럼 이대로 양군이 격돌하면 어떻게 될까?
나폴레옹 군단은 ‘선전’하다가 패배해 소멸할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왜 원수가 돌격하려고 하냔 말요! 돌격은 언제나 내 몫인데!”
“자네가 죽으면, 누가 감동하겠나?”
“뭐,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란이 껄껄 웃다, 말에 채찍질을 가했다.
“가자. 이 몸은 언제나 척탄병이었으며, 이를 자랑스러워하노라!”
언제나 전장에서 선두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군이 달린다.
그 뒤로, 가스코뉴에서 함께 달렸던 기병들이 따라 붙었다.
문득 란은 옆으로 달려오는 기병 한 사람을 보며 눈썹을 치떴다.
“뭔가, 베시에르? 자네보고 따라오라고 한 적 없는데? 자네는 뒤를 받쳐야지?”
“기병이 넘쳐난다는 듯 말씀하시는군요. 어차피 제 부하들이 전부입니다.”
“이럴 때는 기왕이면, 자네보다는 프라이슈츠와 함께 하는 게 좋은 데 말이야. 혹시 위험회피 잘하나?”
베시에르가 실소하다, 대꾸했다.
“죽어야 할 자리 정도는 압니다. 각하.”
만약 원역사대로 인생이 흘렀다면 두 사람은 지금쯤 원수 사이다.
또한 란이 차지한 자리를 평생 차지하기 위해 애썼던 게 베시에르였다.
허나 이 순간, 두 가스코뉴 사나이들은 함께 죽음을 향해 달린다.
란이 다시 한 번 호탕하게 웃다 고함쳤다.
“푸하핫! 좋아! 따라 부르라, 기병들이여! 나는 가스코뉴의 사나이,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네!”
“자살공격을 미화하지 마십시오.”
“지금 적군이 7만으로 증강된 거 보이지?”
란은 사브르를 뽑아들며 몸을 말에 바짝 붙였다.
“여기선, 기세로 꺾어야 해. 아니면, 황제가 찔린다고.”
이것은 웰링턴의 판단과 상황만 다를 뿐, 같다.
기병을 보내, 포병을 소멸시키기 위해 웰링턴이 구사한 책략은 사실, 사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영국군 전원이 기병들의 죽음을 보고 전의를 불태우게 만들려는 술책이었다.
반면에 란은 죽음을 불사한 돌격으로 반전을 꾀하려 한다.
란의 기병대, 1천 기가 워털루를 가득 메웠다.
-두두두!
영국이 자랑하는 레드코트의 전열보병들이 분분히 총을 장전하는 게 보인다.
“병사의 몸으로 장군이 되었고, 다시 대공의 작위를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총구가 들리기 전, 하나라도 벨 수 있다면.
“영광의 전장에서 죽어, 불멸이 되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근위대장, 란이 영국군의 전열로 뛰어들었다.
***
기병이 전열보병의 대열을 뚫지 못한다는 건, 19세기 전장의 상식이다.
-타아앙!
그래도 란은 영국군의 전열을 일부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익에 속속 합류하고 있던 보충병단이 그야말로 박살났기 때문이다.
대가로, 란의 기병대 전부가 전멸했지만.
너무나 빨리 일어난 일이라, 영국군의 후방 배후에 있던 유진조차 막지 못했다.
유진이 비명을 질렀다.
“란!”
이폴리트가 당황해 낙마할 것 같은 유진을 붙들었다.
“뭐야, 지금. 란이, 란 원수가, 낙마한 거야?”
“빌어먹을! 내가, 에슬링 전투도 일부러 피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유진, 이거 현실이 아니지?”
유진은 온몸을 떨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살리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다.
나름 위험을 피해서 싸웠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지금껏 살린 또 다른 남자, 쥐노를 유진이 돌아보았다.
“쥐노, 난 지금까지 회피해 왔어요.”
“뭘?”
“죽음을!”
유진이 피를 토하듯 외쳤다.
“전장에서 죽는 건 당연한데, 그걸 피해 왔으니! 이길 수가 없죠!”
물론 너무 과도한 얘기다.
지금까지 위험을 회피해 승리한 적도 분명 있으니까.
그러나 상대가 웰링턴이라면, 달리 생각했어야 했다.
현재 웰링턴은 그야말로 아군을 죽여 적군을 소모시킨다는 축차투입의 소모전을 실행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진도, 죽음을 불사해야만 한다.
“가자, 오늘! 란의 핏값을 갚아준다!”
유진이 튕기듯 선두로 달리자, 에스파냐 국왕 근위기병대가 뒤를 따랐다.
“우리의 왕, 유진 프라이슈츠를 위해! 란의 복수를!”
실로, 죽음을 불사한 유진의 돌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