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Napoleon's genius son RAW novel - Chapter (517)
나폴레옹의 천재 아들이 되었다-517화(518/547)
(517) 마세나가 워털루에 왔다
19세기 초, 전열보병의 마지막 전성시대에 군사학적 금기가 있다.
“기병돌격! 설마, 저 미친 짓을 하는 게 유진이냐!”
간만에 전열보병들을 둘러보며 [방진]을 구성하던 나폴레옹이 펄쩍 뛰었다.
본래 전열보병(line infantr)은 [라인]을 펼쳐 움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머스킷 장전 시간 때문에 생겨난 전술인데, 이 상태로는 수비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적군이 기병 돌격을 펼칠 때는 대형을 바꿔 대응해야만 한다.
방진.
곧 사각의 대형을 구성해 송곳처럼 방어전을 구사하는 진형.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로마나 그리스 시절에 유행했을 전술 대형이다.
그런데 일견 무식해 보이는 방진이 기병돌격에 대응할 때는 아주 유효하다.
기병이 달려오다, 방진에 부딪치면, 반대쪽 병사들이 나와 방진을 보충한다.
사격과 총검이 기병을 찌르다 보면 어느새 기병들은 마상에서 낙마해 시체로 변한다.
멀쩡하던 만 단위 기병대도 녹아버리는 게 방진에 대한 기병돌격이다.
“맞는 것 같습니다. 폐하.”
“안 돼! 차라리 기다리라고 해! 짐이 돌격할 때까지!”
“란 원수가 죽었습니다. 기다릴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폐하.”
뒤로크가 이를 악문 채 답하자, 나폴레옹이 격분해 고함쳤다.
“뒤로크! 짐은 마음이 편한 줄 아느냐? 하지만, 저대로 기병이 전열보병에게 달려가면, 그대로 녹아버린단 말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나폴레옹의 책임이다.
만약 그랑다르메가 라이프치히 회전 때만큼 완전한 상태로 도달했다면 어땠을까?
나폴레옹은 이미 전장의 우세를 점하고, 느긋하게 승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파리가 카페에게 점령당할 위기라는 소식 탓에 나폴레옹은 너무 서둘렀다.
정치적 고려를 위해 전략적 희생을 감수한 셈이다.
반대로 전장에 와서는 나폴레옹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어쨌든 유진을 보내 대포를 파괴하는 기책을 쓰지 못했다면, 이미 포격에 프랑스군이 전멸했을 것이다.
여기서 교착으로 상황을 끌고 가야 하는데, 휘하 장군들이 거듭 무모한 짓을 저지른다.
마르몽은 자폭으로 적군 기병들을 없애고, 란은 아예 돌격으로 죽어 버렸다.
실로 이것만으로도 평상시라면 충격으로 나폴레옹조차 움직이지 못할 상황이다.
그런데 ‘아들’, 유진마저 무모한 배후 기병돌격을 진행하는 중인 셈이다.
“게다가 지금 유진 국왕에게는 총도 없습니다.”
“무슨 소리냐, 루이?”
“화약이 전부 여기 있지 않습니까? 큰일입니다!”
루이 샤를이 다급히 보고하자, 나폴레옹은 낯을 굳혔다.
“전열을 갖춰라. 종대로 전환한다.”
종대 전열은 곧, 세로로 병사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보통 이럴 때는 진군을 의미한다.
모든 병사들이 나폴레옹을 보는 가운데, 황제가 자신의 근위대를 향해 고했다.
“오늘, 전투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위기에 봉착한 것은 전부 짐의 오판 탓이다.”
“아닙니다, 폐하!”
“짐은, 실수를 인정하겠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오직 나폴레옹의 부하들만이 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법이 없다.
만약 실패가 일어나면 그 모든 문제는 부하들 책임이라고 떠넘긴다.
모두가 알지만 지금까지 그냥 넘어온 이유는 나폴레옹이 늘 이겼고, 또한 부하들은 나폴레옹이 단순한 소인배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속은 좁지만 애정을 보이며, 고락을 함께 하고, 위험을 무릅써온 꼬마 하사관.
한데 그 ‘꼬마’가 지금 자신의 실패를 토로하고 있다.
순간, 나폴레옹의 표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패전까지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적군도 화약을 수급하지 못한 것은 같다!”
이것은 완전한 정보를 갖고 말하는 판단이 아니다.
오로지 직감에 의존한 주장이다.
사실은 영국군은 품질 좋은 화약을 쓰기 때문에, 비가 그친 지 꽤 지난 지금은 더욱 유리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직감은 맞다.
왜냐하면 영국군도 재정비할 틈조차 없이 지속적인 소모전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란이 이끄는 근위기병대의 맹공이 결정적이었다.
나폴레옹은 이미 거의 전멸해 버린 구르카 용병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야만인들의 단검이 두려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짐의 아들이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인가? 짐의 첫 부관과 너희들의 근위대장이 죽은 이 시점에?”
그 순간, 어떤 고참병도 아닌, 카페의 남자가 부르짖었다.
“우리가 죽겠습니다, 황제 만세!”
루이 샤를 카페.
구왕실 루이 16세의 적자로 한때는 페르젠 백작의 아들로 공표되었던 남자.
에스파냐왕 유진의 처남이자 나폴레옹의 매부.
대혁명이 인생을 바꾸지 않았다면 프랑스의 왕이 되었을 청년.
지금, 구왕실의 적폐여야 할 군인이 가장 먼저 황제를 위해 돌격한다.
“그래, 총검돌격이다!”
“와아아!”
“이반 놈들이 한 일을, 우리 고참병들이 못할 리가 없지!”
제국 근위대가 종대로 모두 진격하기 시작했다.
-다다다! 퍽!
그런데 가장 앞장서 달리던 루이 샤를이 황급히 나폴레옹의 앞을 가로막았다.
-잇히이이잉!
나폴레옹은 기마 마렝고 위에서 그만 낙마할 뻔했다.
기세 좋게 선두에 나서다 갑자기 멈추다니 오히려 괘씸하다.
진노한 나폴레옹이 고함쳤다.
“루이! 갑자기 왕이 되고 싶기라도 한 거냐!”
“폐하, 고정하시고, 후방을 보십시오.”
“뭐냐, 늙은 거위라도 왔나?”
나폴레옹은 잔뜩 찡그린 채 뒤를 보다, 황급히 망원경을 잡아챘다.
“허, 짐이 홀로 돌격할 일은 정녕 없나 보군.”
문득 나폴레옹은 망원경을 내던지며 껄껄 웃었다.
“하하핫! 행운의 여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왔다! 모두, 전열을 다시 재차 갖춰라! 이번에는 횡대다!”
이제 종대 돌격 대신, 횡대 구보로 가도 된다.
***
왜냐하면 전유럽이 알고 있는 행운아, 마세나가 왔기 때문이다.
“어째서! 마세나가 저곳에 있나!”
지금 마세나가 달갑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영국군 총사령관, 웰링턴이다.
지금껏 웰링턴은 무계획처럼 보이지만 모든 동선을 상황에 따라 맞췄다.
그런데 본래 웰링턴 공작의 계산대로라면, 절대로 오지 말았어야 할 자들이 둘이다.
오주로, 그리고 마세나.
하지만 마세나가 웰링턴의 예상을 뚫고 먼저 달려온 것이다.
상황을 살펴 보니 전열보병이나 포병이 함께 오지는 않은 것 같다.
오로지 기병 뿐.
웰링턴이 조금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그렇지. [군단] 전체가 올리가 없지!”
프랑스식 [군단] 제도는 19세기 초, 군제 혁신 그 자체다.
본래 18세기 말 유럽 군대는 포병과 기병, 보병이 모두 연대나 대대 단위로 편성된다.
하여 군종별로 경쟁도 심하고, 작전도 별개로 움직이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데 대혁명이 시작된 후, 대규모 집단전이 자주 발발하면서 프랑스에서는 여단, 그리고 사단 개념이 발전했다.
이 집단군 개념을 더욱 확대한 게 바로 5만 단위로 움직이는 [군단]이다.
그런데 마세나 군단이 전부 달려왔다면,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기병만 온 게 확실해 보인다.
참모장 클린턴이 보고했다.
“일단, 뒤에서 달려오는 기병부터 상대해야 합니다. 마세나 기병대는 다음 문제입니다!”
“마세나의 군대는 기병인가? 그럼 우리가 이긴다!”
“기병이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클린턴은 낯을 잔뜩 찡그린 채 망원경을 건넸다.
“카라비니에리, 총기병입니다.”
화약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 아직도 기병들은 전장을 누빈다.
그런데 개중 후사르나 흉갑기병, 창기병이 아닌 데도 전장의 핵심 요소로 활약하는 병종이 있다.
총기병, 그러니까 마상 사격을 감행하는 기병들이다.
원래는 이 총기병들은 사격 장전 시간 때문에, 총을 여러 개 들고 다니며 3발에서 4발 정도 쏘고 나면 끝나는 병종이다.
옛날 테르시오와 라이터가 싸우던 17세기에는 유력한 병종이었지만, 지금은 전열보병보다 화력은 모자라고 후사르보다 기동력이 뒤쳐지는 병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프랑스 제국의 총기병대는 다르다.
왜냐면 유진이 혁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자주 드나들어 실상을 아는 그레이엄이 황급히 말했다.
“프랑스 제국군의 총기병대는 후장식 라이플로 전원 무장했소.”
“아주 잘 알지, 그레이엄. 그 보고서, 내가 쓴 거거든.”
“연사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소.”
문득 그레이엄이 두려움에 떨었다.
“만약, 마상총격을 연사로, 카라콜 형태로 쏘아댄다면.”
카라콜, 곧 17세기에 등장한 회전식 총격 전술이다.
역시 연속 사격이 어려운 문제 때문에 도입된 전술인데, 총기병의 전술 중 가장 위력적인 것으로 유명했다.
아무리 보아르네식 후장식 라이플이 성능이 좋아도, 마상에서 지면만큼 안정적으로 빨리 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카라콜의 교체 사격 전술을 쓴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베레스포드는 어디까지 왔는지, 전령을 보내서 확인하라.”
“아직 멀 거요. 서두른다 해도, 저녁에나 도착할 가능성이 높소.”
“일부라도, 기병이라도 보낸다면 역전의 가능성은 아직 있어!”
아직 포기하지 않은 강철 공작, 웰링턴이 굳건한 의지를 보이며 외쳤다.
“이 전투는 그야말로 소모전 그 자체다. 축차투입으로 승부가 나고 있으니, 가장 마지막에 서 있는 자가 이긴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포가 유진에게 날아가 버렸을 때, 웰링턴도 결단했다.
병력 소모를 불사하고, 적군을 소모시켜, 마침내 이기자고.
이런 난전, 인도 참전자들에게는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클린턴이 힘차게 명령을 전했다.
“인도에서도 싸워봤는데, 못할 거 없지! 레드코트! 전원, 기병에 맞선다!”
“예-썰!”
“거총! 물러나지 마라!”
문득 클린턴이 병사들을 사열하며 눈을 번뜩였다.
“우선, 에스파냐왕부터 여기서 시체로 만든다!”
아무래도 마세나보다 유진이 더 가깝다.
또한 유진은 마세나와 달리 총을 들고 있지 않다.
마탄의 사수가 마탄을 쏠 수 없이 두려울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서 사격이 쏘아지기 직전, 유진이 말머리를 틀었다.
-두두두!
웰링턴이 당황해 외쳤다.
“뭐야, 왜 사정거리 밖에서 피하는 거야! 저게, 계산이 되나?”
“옵니다.”
“누가? 응? 이런!”
눈을 부릅뜬 웰링턴이 이를 갈았다.
“마세나가, 진짜였군!”
이번에는 총기병과 전열보병이 대결할 시간이다.
***
기마 위에서 간만에 라이플을 고쳐 잡으며, 마세나가 말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유진 국왕은 혹시 예언을 할 줄 아는 거 아닐까?”
너무 생뚱맞은 말이라, 함께 달리고 있던 세르보니가 어이없는 표정이 될 정도였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십니까?”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언제 올 줄 알고 저렇게 딱 맞춰서 비껴가냐고.”
“그거야 그냥 운이 좋은 거 아닙니까? 보아하니 실은 무모한 돌격전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물론 백은문자의 가호 덕분이긴 하다.
허나 그걸 다른 이들이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던 마세나가 피식 웃으며 총을 마상에서 들었다.
“흐음, 그래. 하여간, 근위대 꼬락서니를 보니, 나중에 ‘란’에게 한 소리 해줘야겠어. 자, 총기병대! 사격 준비!”
아직 란이 죽은 것을 모르는 마세나의 총기병대가 일제히 사격전을 개시했다.
-탕! 탕! 탕!
당연히 마상에서 쏘는 총탄은 명중률이 낮다.
나아가 영국군은 19세기 초, 가장 많은 사격 연습을 한, 가장 뛰어난 명사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마세나는 사격전을 고집하지 않고 그대로 선회하며 외쳤다.
“선회한다! 곧, 베르티에의 본대가 온다! 그때까지 회전풍차처럼 적들을 때려준다!”
마세나의 기병대 1만 기가 일제히 고함쳤다.
“카라콜!”
이제, 마세나가 전장을 결정지을 것만 같았다.
지금껏 기다렸던 [반역자]가 움직이기 전까지는.